|
서래봉[西來峰] 705m 전북 완주
산줄기 : 금남원등단맥
들머리 : 고산면 오산리 자연휴양림
위 치 전북 완주군 동상면/고산면
높 이 705m
# 참고 산행기[무릉도원]
대둔산 가는 길로 죽 가다보면 대둔산의 웅장한 뒷태가 보이는 진산 휴양림이 나온다.
그 곳을 지나 전주 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면 대아수목원과 고산 동상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
직진은 남원,전주 -- 좌측은 고산,동상--우측은 삼기,화산
고산 동상방향은 대야수목원 가는 길 표지판을 따라 도로를 내려가서 좌회전 하면된다.
다시 T자형 도로에서 좌회전 (우측은 고산 소고기집)
마을 지나서 갈림길에서 우회전 으로 가다보면 고산 휴양림 표지판을 보면 좌회전하여 휴양림
쪽으로 간다.
들머리는 휴양림 400m 전방 별장 같은 건물 뒤 쪽 산길이다..
원타이정님의 산행지 소개 사진이 없었다면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을 산행길 이었다.
멋진 근육질 가슴을 드러낸 산릉과 내려다 보이는 호수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던 곳
결국 그 산에 다녀 왔다.
장쾌한 산세에 감동 먹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휘발해버린 심산의 진기에 잔뜩
주눅이 들어 돌아왔다.
사람의 마음과 육체란 건망증이 심해서 늘 갈고 닦지 않으면 교만해지고 나태해진다.
지난해만 해도 야생의 본능으로 최적화 되었던 체력은 거친 산길의 기억을 벌써
잊고 있었다.
2007년 벽두에 장기간의 포상휴가를 명 받아 내 인생에 가장 편안한(?) 한 해를 보내며
배낭처럼 쉽게 벗어 던질 수 없는 세월의 무게 4kg를 부상으로 받았다.
산행시간이 6시간~6시간 30분 이라 공지되었으니 5시간 30분이면 족하리라 생각했던 건
나 혼자 만의 안일한 계산 이었다.
여긴 귀연이고 등반대장이 원타이정님 인데…..
알렉산더 폽이 학문의 어려움을 빗대어 “알프스를 넘어 다시 알프스가 떠오른다”라고 했던가?
서래봉과 동성산은 그 앞에 수 많은 낙차 큰 전위봉들을 도열시킨 채 전열을 교란시키고
근교산이라 얕잡아 해이해 진 정신은 백두대간 갈전곡봉의 악몽을 떠올리며 끊임 없이 다시
솟아나는 알프스로 비탄에 마지 않았다.
뜨거운 가슴은 돌아 왔지만 땀과 고통으로 기쁨을 정제하던 내 허파의 펄떡임은 예전 같지
않았다.
세월의 허망함이라니...
그래도 옛날에는 내가 선두그룹이었는데 오늘은 나만 힘들고 다른사람은 모두 멀쩡한 것 같다.
허탈감은 낙차 큰 산길에서 어김 없이 따라 붙는다.
내가 쫓아갈 땐 무지 힘이 드는데 뒤에서 날 쫓아 오는 후미조는 힘 안들이고 그렇게 설렁설렁
빨리 따라 오는지….
동성산을 차고 오르던 산행 말미에는 잘못하면 귀연에서 도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느껴야
했다.
그래도 좋았다.
산행이 끝나고 한잔의 맥주를 들이키고 나면 산행의 고통과 힘겨움은 순식간에 정제되어 뿌듯한
충만감과 맑은 기쁨으로 고이는 것 아닌가?
그 힘겨운 여행길은 안수산의 벼랑길과
마치 첩첩의 산릉으로 둘러 쌓인 강원도 오지의 어느 산길을 에 있는 듯한 호젓함
그리고 내려다보이는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만으로도 보상되고도 남았다.
얼굴이 타는 게 걱정스러운 1월의 따사로운 태양과 산에서 먹은 山오징어는 어느 멋진 하루의
덤 이었다.
아름다운 빛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귀한 원석처럼 내 사는 가까이에 그런 때묻지 않은
웅장한 산세가 있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가끔 인적이 사라진 길 길을 걸어 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심오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
훗날 눈이 펄펄 내리는 어느 날이나
아니 가을바람이 낙엽을 날리는 그 어느 날이라도
살아가다 문득 한 마리 짐승조차 만나기 힘든 처절한 고독을 느끼고 싶은 날이면
그 길을 다시 걷고 싶다.
고립감과 고적감을 느끼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어디 있으랴
대둔산 뻔질나게 다녀도 여기 휴양림의 존재를 몰랐음.
새로지은 한의원 그리고 부설 슈퍼
휴양림에서 바라 본 대둔산 뒤쪽 전경
계봉산(안수산) 가는 들머리
동행 : 황태자,금강초롱,해송,꼬들리,양반곰,한림정,알프스,대강,상아,백범,갓바위,그린,원타이정,
꼬마산적,대학생,북두칠성, 신샘, 칸, 강회장,goodnam,호나우드,무릉객 (22명)
산행일자 : 2008년 1월 27일
산 행 지 : 완주 계봉산(안수산)-서래봉-동성산
날 씨 : 맑고 햇빛 좋다.
소요시간 : 7시간 25분
경유지별 시간
08:16 진산 휴양림
09:10 출발
09:36 능선
09:46 능선 갈림길
10:12 달걀봉
10:42 계봉산(안수산)
12:05 식사(약 30분)
13:00 서래봉
14:13 동성산 가는 길 전망대
15:00 동성산 분기능선
15:27 맞은편 동성산 능선 전망대
15:34 맞은편 동성산 전위봉
15:45 동성산
16:20 임도
16:35 음수교 날머리
이 풍경을 내려다 보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뤄야 한다.
등로는 희미하고 비탈은 벌떡 일어나 앉아 있다.
사람이 다니는지 짐승만 다니는 길인지….
예비동작 없는 가파른 오름길에 장단지 알집이 터지려 하는데
20분을 쉬지 않고 올라야 능선 위로 선다.
가는 길 고산 벌판을 내려다 보고
전위봉인 달걀봉과 계봉산(안수산)정상
계봉산 가는 길 내림길
능선길은 좌우측 가파른 낭떠러지를 이루며 흘러 가고
달걀봉
절벽에서 바라 본 안수사
계봉산 가는 길 최대의 난 코스다
한번 낙상의 아픔이 있어 미끄러운 눈 길에 간담이 서늘한 절벽을 만나자 오금이 저려 온다.
철계단이나 낭떠러지를 만나면 간이 벌렁벌렁 해지는 증상은 일종의 직업병 아닐련지?
떨어지는 날이면 막바로 安睡에 들어간다.
달걀봉에서 바라 본 지나 온 능선 길
안수사
창건설화에 따르면 전주부(全州部)는 지네 형상을 하고 있으므로 봉황이 닭으로 변한 형상의 계봉산에
절을 지어 산의 기세를 눌러 주어야 지역이 평안하고 나라가 평화롭다고 해서 이 절을 지었다 한다.
부처님 오늘 가는 길을 굽어 살피소서
계봉산 앞 바위능선
코 앞에 선 계봉산
소나무 아래로 보이는 고산의 산과 들
고독한 알피니스트
야호! 드뎌 계봉산 정상
이 때만 해도 봄날 이었는데 ....
계봉산 정상에 서서 (사진 : 황태자)
계봉산 정상에서 바라 본 지나 온 능선 길
여긴 강원도가 아니요
은은한 산그리메가 만드는 먼산의 풍경은 한편의 수묵화
멀리 희미한 서래봉
서래봉이 그렇게 먼 길 인줄 처음엔 미쳐 몰랐지요
보이는 산 이름을 모두 꿰는 사람들은 참 존경스럽다.
난 들어도 다 잊어 버려 막상 산이름을 쓸 수가 없다.
그냥 멀리 있는 산은 아름다운 거다
계봉산에 올라서면서부터 배가 고팠다.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았음을 알지만 배가 힘이 딸리고 배가 고파오는데 어쩌랴
완주벌의 산들이 그렇게 거칠지 어찌 알았으랴…
11시부터 밥을 먹자고 채근 했는데 야속하게도 들어주는 이 없다.
“12시 반 쯤이면 서래봉에 도착하는데 거기서 먹지요”
원타이정님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나 거기까지 못가는데…”
난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알바도 아니고 굴욕의 중도탈출을 해야 할지 모른다.
다행히 금강초롱님의 맞장구 덕분에 가는 길 중간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일단 봉합이 되었는데.
사소한 문제는 밥을 먹을 데가 없다는 거다.
길 위엔 눈이 수북하고 양 쪽이 낭떠러지인 좁은 능선 등로 어디에도 밥을 먹을 만한 곳이 없다.
멀지 않은 서래봉
죽으라는 법은 없어요
고개 하나를 넘어서자 정말 양지바른 절묘한 곳에 넓은 터가 나타나는데 거긴 누가 보아도
귀연객들의 허기를 해결해 줄 멋진 고원 레스또랑이 틀림 없는데 ...
누군가 술을 내자 술은 서래봉 가서 먹어야 한다는 칸님의 뜽금 없는 말에 또 가슴이 답답해진다.
결국 우리는 그곳에서 보따리를 풀었다.
식사를 아침 6시에 한 터라 정말 배가 고팠다.
사실 나는 좀 얄미운 넘일지도 모른다.
누구는 오징어 삶을 물과 술병을 져서 나르고
누구는 열심히 오징어 지고 와서 삶아 내고
누군가는 다른사람을 위해서 열심히 오징어 자르고
나는 가운데 자리잡고 밥먹으면서 술 넙죽넙죽 주는대로 받아먹고
누가 오징어 좀 짜르라고 소리치는데도 못들은 척 끝까지 버티고...
(근데 오징어가 너무 맛있어서 자르다 보면 남들이 다 먹어버릴 것 같았다)
참다 못한 회장님 팔 걷어 부치고 짜르기 시작하는데 그 손놀림이 예술이라...
근데 자꾸 기분이 좀 걸쩍지근 해지는게 이상하지요..?
내가 먹은거?
대짜 배기 보온밥통 밥과 국
오징어 족히 두사라
개복숭아주 두잔
중국 화주 두잔
그리고 입가심 라면
후식 귤 까지...
갈 길이 그렇게 먼지 모르고 정말 대책 없이 먹었으니 힘들 수 밖에....
지난번엔 홍탁으로 생일상 받았지
오늘은 산오징어 데치기..
산(alive)오징어 보다 산(山)오징어가 더 맛있는줄 오늘 알았네
근데 귀연과 자주 가는 것은 심히 고려해 볼 일이다.
왜 매번 우리는 산 위에서 잔칫상을 차리는가?
산에 가는 날에라도 대책 없이 늘어난 체중을 줄여야 하는데 오히려
늘리고 있으니....
귀연과 함게하는 날
내 입은 항상 즐겁고 늘 내 위장은 피곤하다.
내 체력이 그대로라고 쳐도 난 배낭에 늘 돼지고기 일곱근을 지고 다니는 셈이니
오늘 힘겨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원타이정님 집이 수협 공판장인가?
지난 번 흑산도 홍어에 오늘은 물 오징어 한 짝 까지 ....
거기다 개복숭아 담근술에 물오징어 등짐지고 산행대장 까지 하면서 앞에서 훨훨 날아 간다.
원강쇠...
보급관에 포터에 조리사에 가이드 까지
아무리 멀티플레이어가 각광받는 시대이긴 하지만 1인 4역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그 고강한
내공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열정과 숨은 노력으로 자연으로 돌아 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렇게 신나고 가볍지만
그의 명성이 인구에 회자되면 대전의 간판산악회에서 거액의 몸값(?)으로 스카웃 제의가
쇄도할테니 귀연의 회장단과 고문단은 긴장하시라 ..
서래봉 단체사진
좌측 동성산 방향
오도치
T자형 능선의 오늘 쪽 길...
서방산 -종남산 -송광사로 이어진다. ㅣ
멀리 운장산과 장군봉이 조망된다.
양반곰의 한 고집.
눈 길 위에서 불안한 주행을 하면서도 끝끝내 아이젠을 거부한다.
서래봉에서 동성산 가는 길의 최고 조망처
탁 트인 조망과 흘러가는 유장한 능선에 가슴이 후련해진다.
원타이정님이 앞에보이는 산이 월봉산과 대부산이라는데 정말이겠지?
아님 또 어떤가?
누가 이름을 붙인대로 부르던 내가 마음대로 고쳐 부르던
그 산은 내 눈 앞에 있고 내가 여기서 그 실체를 바라보고 있는데....
멀리 서래봉이 보인다.
저렇게 먼 길을 걸어 왔는데 아직 동성산이 어딘지 감도 못 잡겠다.
아니 이러다 사람 잡겠다.
늘 벼랑 끝에 서는 남자 그래서 이름도 갓바위
가다가 아이젠 고리가 벗겨졌다.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털퍼덕 주저 앉아 핑계김에 휴식을 취하며 아이젠을 고친다.
그 사이 후미가 모두 지나 간다.
재갈형 아이젠도 고장이 나서 손으로 끼우고 눈 속에서 짱돌을 찾아 두드린다.
그러다 다시 길을 가는데 모두 사라져 버렸다.
적막한 능선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나 혼자 남겨졌다.
백두대간 시절 어둠 속에 소변한 번 보고 나면 수 많은 불빛이 사라지던 날이 있었지....
산행한 거리와 시간이 있어 처음엔 동성산이 금방 나타날 거라 믿었다.
힘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는 기대로 남은 힘을 모아 갔는데
동성산이 코앞이라 믿었던 곳은 번번히 능선 분기점이나 작은 봉우리일 뿐이었다.
정말 이제는 마지막 봉우리라고 믿었던 길에서 건너편 봉우리를 치고 올라야 된다는
그 한마디 말에 할말을 잃었다.
그래 배째라!
갈 때 까지 한 번 가보자...
양지바른 암릉이라 생각해서 아이젠을 벗고 내려가다 엉덩방아 한 번 찧고 화들짝 놀랐다.
다시 아이젠을 차면서 바라본 호수의 풍경이다.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겨울에는 물을 별로 안마시는데 힘이 부치니 목이 마르고 자꾸 물을 마시게 된다.
벌써 능선 저편에서 오래전에 물이 떨어졌다.
염치 불구하고 북두칠성님의 얼마 남지 않은 물을 모두 마셔 버렸다.
돗대 담배를 달라고 해서 혼자 피운 꼴 이다.
미안해유~~~
동성산 앞봉우리로 건너와서 바라 본 지나 온 산 길...
동성산 정상
내려가는 길에 바라다 보이는 동상 저수지
멋지다.
안개에 시야가 약간 흐리긴 해도....
산행종료
동성산 날머리 도로풍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