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대~한민국' 응원하개!" 반려견 '동반 응원' 멋진 순간 4
현대자동차가 주최한 반려견 동반 월드컵 응원공간 '애견 팬파크'에서 한 반려인이 응원 도중 반려견을 바라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멍멍!"
18일, 충남 아산시의 한 캠핑장 여기저기서 개들이 우렁차게 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목줄을 잡고 반려견과 삼삼오오 모여든 반려인들은 무려 100여명.많은 반려인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한 자리에 모인 건 자주 보기 힘든 광경인데요. 이들은 이날 오후 9시에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예선 F조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 나선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을 반려견과 함께 응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반려견과의 야외 월드컵 응원공간 ‘애견 팬파크’를 마련했다는 소식이 반려인들 사이에서 알려진 뒤 이 기획은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주최측이 내놓은 홍보영상은 407만회 이상 조회됐고 경기가 평일인 월요일에 열렸음에도 2,743명이 참가 신청을 할 정도였습니다.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반려인들은 입을 모아 축구 응원뿐 아니라 반려견과의 많은 추억도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려인들이 이날 만든 멋진 추억을 4가지 장면으로 정리해봤습니다.
#1. ‘킁킁, 누구니 넌?’ 수많은 낯선 친구들
충남 아산시의 라포레 캠핑장에서 열린 반려견 동반 응원공간 '애견 팬파크'에서 처음 만난 강아지들이 서로 냄새를 맡고 있다. 김광영 동그람이 PD
넓은 캠핑장을 마주하면 누구나 설레기 마련인데요. 반려견 역시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반려견들은 설렌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고 새로 만난 친구의 냄새를 맡기 여념이 없었습니다. 반려견만큼이나 반려인들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충남 당진시에서 온 이인식 씨는 시추 종 ‘보리’, ‘콩이’와 함께 이곳을 찾았는데요. 이씨는 “강아지들과 애견 카페를 자주 가지만 아무래도 좁은 공간 탓에 마음껏 뛰어 놀기는 어려웠다”며 “(반려견들이)오늘 마음껏 뛰놀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애견 팬파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이웅종(왼쪽) 천안연암대 교수가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산책하는 법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하지만 들뜬 분위기에 다소 어수선함도 엿보였습니다. 새로 만난 친구들을 다소 경계하는 강아지들도 있었기 때문이었죠. 이 분위기를 차분하게 바꿔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원조 개통령’ 이웅종 천안연암대 교수였는데요. 개들도 ‘개통령’을 알아본 걸까요? 반려견들이 짖는 소리가 다소 잦아들었습니다. 사람들도 들뜬 마음을 잠시 가라앉히고 이 교수의 강연을 경청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날 반려견을 침착하게 해 주고 안정적으로 산책하는 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강연 말미에 “(반려견) 교육이 잘 되면 우리가 사랑하는 강아지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평소의 지론을 말하며 반려견과 사람의 안전을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2. ‘간식? 엄마? 선택의 순간!’ 강아지 올림픽
스웨덴전 응원에 앞서 열린 '강아지 올림픽'에 출전한 반려인과 반려견들이 달리기 시합을 준비하고 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넓은 캠핑장을 그냥 달리기만 하면 재미 없겠죠? 그래서 주최측은 마음껏 달리고 상품도 받을 수 있는 ‘강아지 올림픽’을 준비했습니다. 마당 한편에는 반려견들이 모여 있고 약 50m 가량 떨어진 반대편에는 반려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려견과 반려인 사이에 놓아둔 맛있는 간식의 유혹을 떨치고 반려인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 안기면 우승하는 대회였습니다. 과연 반려견들은 어느 쪽을 선택했을까요?
'내가 1등이야!' 엄마를 향해 질주하는 반려견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앗 이건 뭐지?' 간식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댕댕이.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달리기 대회가 끝난 뒤에는 ‘반려인 상식 OX 퀴즈’ 가 진행됐습니다. 모두들 반려인답게 문제를 능숙하게 풀어가던 중, ‘난제’가 등장했습니다. “강아지의 코는 항상 젖어 있어야 한다! O, X 여러분의 선택은?” 진행자가 제시한 문제에 반려인들은 한참을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결국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습니다. 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정답은 X입니다. 반려견은 자는 동안에 코가 마를 수 있기 때문이죠.
'강아지 올림픽' 2관왕을 차지해 상품으로 러시아월드컵 공인구를 차지한 이원재씨가 반려견 콩이를 안고 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달리기와 OX퀴즈에서 모두 우승해 상품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 공인구를 손에 넣은 시바 종 ‘콩이’의 반려인 이원재 씨는 “평소에는 내게 잘 안 오던 콩이가 득달같이 달려와 놀랐다”고 소감을 말했는데요. 경기 광주시에 거주하는 경찰공무원 이씨는 혼자 살고 있는 까닭에 콩이와 많은 시간 놀아주지 못해 늘 미안해서 항상 강아지에 대해서 공부를 더 많이 했다고 해요. 이씨가 OX 퀴즈에서 우승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3. 반려견 자랑에 여념없던 저녁시간
충남 천안시에서 온 김완택 씨가 인터뷰를 통해 반려견 '초롱'이를 자랑하고 있다. 김광영 동그람이 PD
마음껏 달린 뒤에는 허기진 배를 채워야겠죠? 참가자들은 주최측에서 준비한 바비큐와 반찬들을 받아들고 반려견들은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든든한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반려인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연탄불 위에 바로 구워지는 고기가 정말 먹음직스러웠죠.
식사 자리에서 만난 반려인들은 침이 마르도록 반려견을 자랑했습니다. 충남 천안시에서 온 유기훈 씨는 진도 종 ‘순돌이’, 사모예드 종 ‘겨울이’, 푸들 종 ‘검푸’와 함께 애견 팬파크를 찾았는데요. 유씨는 반려견들이 두 딸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소개했고, 역시 천안시에서 온 김완택 씨도 퇴근할 때마다 반겨주는 스피츠 종 ‘초롱’이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다고 말했습니다. 소방공무원인 김씨는 직업 특성상 육체적으로 힘들 때가 많은데 초롱이가 반겨줄 때마다 기운이 다시 샘솟는다고 자랑했습니다.
유기훈 씨가 직접 준비한 연탄 직화구이(왼쪽)를 옆에 두고 유씨와 유씨의 딸 다경 양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김광영 동그람이 PD
부천시에서 온 김병열 씨는 혼종 ‘후추’와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요. 후추를 소개하면서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강아지’라고 말했습니다. 혼종견을 키우는 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죠. 다만 가끔 애견카페나 펜션 등에서 다른 강아지들을 만날 때 혼종견인 후추를 못마땅해하며 일부 반려인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피하려 드는 행동을 보일 때면 가끔 아쉬움을 느낀다고 하네요. 아직까지 혼종견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씁쓸함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4. 기다려온 응원 시간! 반려견도 하나된 ‘대~한민국!’
경기 시작 직전 반려견과 응원하며 박수치는 반려인. 김광영 동그람이 PD
마침내 스웨덴과의 한판 승부를 벌일 시간이 되자, 사람들은 반려견과 함께 박수 치며 ‘대한민국’ 구호를 외쳤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등장할 때는 환호 소리도 터져나왔죠. 여기저기서 나오는 큰 소리에 반려견들이 놀랄 법도 했지만 반려인들 품에 있어서 그런지 크게 놀라는 강아지들은 없었습니다. 다른 야외 응원과 다른 점이라면 경기 중간 지루해할 수 있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면서 경기를 보는 반려인들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응원 열기는 여느 야외 응원 못지 않았습니다. 전반 20분, 스웨덴의 공격을 골키퍼 조현우 선수가 침착하게 막아내고, 34분 우리의 에이스 손흥민 선수가 공을 몰고 질주하는 모습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죠. 하지만 후반전에 아쉽게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뒤에는 다소 초조한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가자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경기가 0-1 패배로 끝나자 사람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줬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황도익 씨는 “경기에 져서 아쉽지만 반려견 ‘망고’(닥스훈트 종)와 좋은 시간을 만들었으니 괜찮다”면서 “남은 시간에는 가족끼리 대화도 하고 망고와 좋은 밤 보내고 가겠다”고 마음을 달랬습니다. 황씨는 “항상 월드컵은 어려운 대회고 아직 두 경기 남아있으니 열심히 응원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황씨의 마음이 선수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애견 팬파크’의 문을 나섰습니다.
닥스훈트 종 '망고'의 반려인 황도익 씨는 '경기에 져서 아쉽지만 가족들과 좋은 추억 만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광영 동그람이 PD
아마 독자 여러분도 ‘애견 팬파크’에 참석한 반려인들처럼 우리 선수들의 남은 경기들을 끝까지 응원하실 것 같은데요. 얼마 안 남은 두 번째 경기 멕시코전, 여러분의 ‘대한민국’ 구호는 어디서 울려퍼질까요? 어디서든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 월드컵 응원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