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읽기와 해석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이유는 성경이 주는 신학적 메시지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다. 성경을 읽고 무조건 믿으라고 하는 시대는 지났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고 했다. 이는 인간의 최고 가치가 상실되었으며 신앙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의 저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정신 발달 단계를 세 단계로 낙타 단계, 사자 단계, 어린아이 단계로 나누었다.
낙타 단계는 낙타가 무거운 짐에도 말없이 주인에게 복종하듯 인내, 순응, 희생의 절대적 확신이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고대와 중세의 정신 사상이었다. 사자 단계는 사나운 사자처럼 비판과 공격의 자유의지와 정신으로 철저한 회의(懷疑) 시기로 이성을 중시한 근대 계몽주의 시대의 비판적 사상이다. 어린아이 단계는 화해의 단계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단계로 균형 잡힌 긍정의 시기로 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성경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 세 단계를 성경 읽기와 해석에 적용하면 낙타 단계는 순수한 사고로 무조건 믿고 따르라는 비판 전의 순수함의 신앙 단계이다. 고대나 중세기까지는 그렇게 했다. 사자 단계는 18세기 말 근대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이성의 눈으로 묻고 따지는 비판적 사고로 과학과 신앙의 갈등과 충돌의 시대였다. 어린아이 단계는 오늘날 성경을 묻고 따지면서 그러나 믿는 단계로 비판 이후의 순수함으로 과학 지식이나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신학적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성경 전체의 첫머리가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창조 이야기(창세기)로 시작된다. 11장까지는 원역사로 설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기원전 6세기에 유다인들은 바빌론으로 유배를 떠났다. 이때 많은 지식인이 끌려갔으며, 거기서 그들의 문명과 문화(메소포타미아)를 접하게 되었다. 길가메쉬 서사시도 알게 되었다. 창세기의 노아의 홍수, 바벨탑 이야기 등이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발취하여 구성하였다.
성경은 크게 역사적 비평과 문학적 특성, 신학적 의미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본문의 내용이 사실(fact)이냐에 있지 않고 어떤 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는가에 있다.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무조건 성경을 믿고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이치에 합당하지 않다. 제대로 배우고 익혀 새로운 믿음의 ‘새 창조’ 시대로 가야 한다. 창조는 무질서와 혼돈에서 질서로, 공허에서 충족으로 향하는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우리의 사고나 삶의 방식도 변해야 한다. ‘세상이 왜 이래?’라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그 변화에 우리가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세계 교회는 새 창조를 위해서 지역 교회마다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결집하면서 여러 방면으로 그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앞산밑북카페, 송창현 신부 강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