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룡득수(蛟龍得水)
교룡이 물을 얻다, 영웅이 때를 만나 의지할 곳을 얻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蛟 : 발회목 교
龍 : 용 룡
得 : 얻을 득
水 : 물 수
人主待得民, 而後成其威.
인주대득민, 이후성기위.
故曰, 蛟龍得水, 而神可立也.
고왈, 교룡득수, 이신가입야.
虎豹得幽, 而威可載也.
호표득유, 이위가재야.
군주는 백성을 얻기를 기다린 후에 그 위엄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교룡이 물을 얻으면 신성함을 세울 수가 있고, 호랑이와 표범이 깊은 골짜기를 얻으면 위엄이 실린다 라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은 관자(管子) 형세(形勢)에 나온다. 같은 편에 다음과 같은 말도 나온다.
山高而不崩, 則祈羊至矣.
산이 높아 무너지지 않으면 양을 바치며 제사를 지내러 오는 사람들이 있게 된다.
淵深而不涸, 則沈玉極矣.
연못이 깊어 마르지 않으면 구슬을 바치며 제사를 지내러 오는 사람들이 있게 된다.
天不變其常, 地不易其則.
하늘은 그 한결같은 이치를 바꾸지 않으며 땅은 그 법칙을 바꾸지 않는다.
春秋冬夏不更其節.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그 절기를 바꾸지 않는다.
古今一也.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蛟龍得水, 而神可立也.
교룡은 물을 얻어야 신성함을 받들 수 있게 되며,
虎豹得幽, 而威可載也.
호랑이와 표범은 깊은 골짜기를 얻으면 위엄이 실린다.
후위(後魏)의 명장(名將) 양대안(楊大眼)의 이야기에서도 이 성어가 나온다. 남북조시대 북조 후위의 효문제(孝文帝)는 남조의 양(梁)나라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상서 이충(李沖)이 출정할 군사를 선발하는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양대안은 이충을 찾아가 참전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양대안이 무명소졸(無名小卒)이었으므로 이충은 그를 우습게 보고 부탁을 거절했다.
양대안은 자신의 재주를 보여 주겠다며, 3장 정도의 끈을 상투에 묶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빨랐던지 끈이 화살처럼 보였고, 달리는 말도 따라잡지 못할 정도였다. 이충은 즉시 그를 군주(軍主)로 발탁했다.
양대안이 동료들에게 말했다.“오늘 나는 이른바 교룡이 물을 얻은 바가 되었다. 이로부터 나는 너희와는 영원히 같은 대열에 서지 않게 되었다.”
大眼顧謂同僚曰;
대안고위동요왈;
吾之今日, 所謂蛟龍得水之秋.
오지금일, 소위교룡득수지추.
自此一擧, 終不復與諸君齊列矣.
자차일거, 종불복여제군제열의.
그 후 양대안은 능력을 인정받아 얼마 후에 통군(統軍)으로 승진하였으며, 효문제의 남정(南征)에 참전하여 큰 공을 세웠다. 이 이야기는 북사(北史)와 위서(魏書)의 양대안전(梁大眼傳)에 나온다.
▶ 蛟(교)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벌레훼(虫; 뱀이 웅크린 모양, 벌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交(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이무기와 용, 또는 비늘이 있는 용으로 상상의 동물을 일컫는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교룡 리/이(螭)이다. 용례로는 전설상의 용의 한 가지로 교룡(蛟龍), 교룡이 물을 얻는다는 교룡득수(蛟龍得水), 교룡이 구름과 비를 얻어 하늘에 오른다는 교룡득운우(蛟龍得雲雨), 비구름을 얻은 교룡이 하늘로 비상한다는 교룡운우(蛟龍雲雨) 등에 쓰인다.
▶ 龍(룡)은 상형문자로 竜(룡)의 본자(本字)이다. 머리 부분에 辛(신) 모양의 장식이 있는 뱀을 본떠 용의 뜻을 나타냈다. 몸체(月=肉)를 세우고(立) 꼬리를 흔들어서 날아오르는 용의 모양을 나타낸다. 용례로는 숨어서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한 재사나 호걸을 복룡(伏龍), 옛날 임금이 타던 수레를 용거(龍車),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숨어서 아직 하늘에 오르지 않은 용을 잠룡(潛龍), 누워 있는 용을 와룡(臥龍), 애꾸눈인 용이라는 독안룡(獨眼龍), 용문에 오른다는 등용문(登龍門), 머리는 용이고 꼬리는 뱀이라는 용두사미(龍頭蛇尾), 누운 용과 봉황의 새끼라는 와룡봉추(臥龍鳳雛), 하늘에 오른 용은 뉘우침이 있다는 항룡유회(亢龍有悔), 용을 죽이는 기술이라는 도룡지기(屠龍之技), 용과 호랑이가 서로 싸운다는 용호상박(龍虎相搏), 장승요가 벽에 그린 용에 눈동자를 그려 넣은 즉시 용이 하늘로 올라 갔다라는 화룡점정(畵龍點睛) 등에 쓰인다.
▶ 得(득)은 회의문자로 두인변(彳;걷다, 자축거리다)部와 貝(패;화폐)와 寸(촌;손)의 합자이다. 得(득)은 돈이나 물품을 손에 넣어 갖고 있는 일, 옛 모양은 貝(패)와 又(우);手(수)를 합(合)한 자형(字形)이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얻을 획(獲),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잃을 상(喪), 잃을 실(失), 덜 손(損), 떨어질 락(落)이 있다. 용례로는 쓸 만한 사람을 얻음을 득인(得人),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꼭 알맞음을 득중(得中), 아들을 낳음을 득남(得男), 딸을 낳음을 득녀(得女), 얻음과 잃음을 득실(得失), 뜻을 이루어 자랑함을 득의(得意), 투표에서 표를 얻음을 득표(得票), 사람으로써 알아야 할 것을 배운 후에는 잊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함을 득능막망(得能莫忘), 뜻한 것을 이루어 뽐내는 기색이 가득함을 득의만만(得意滿滿), 뜻한 바를 이루어서 기쁜 표정이 얼굴에 가득 참을 득의만면(得意滿面), 농나라를 얻고 나니 촉나라를 갖고 싶다는 득롱망촉(得隴望蜀), 얻은 도끼나 잃은 도끼나 매일반이라는 득부실부(得斧失斧), 얻은 것으로는 그 잃은 것을 메워 채우지 못한다는 득불보실(得不補失), 한 가지 일을 알면 다른 열 가지 일을 잊어버린다는 득일망십(得一忘十),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는다는 득어망전(得魚忘筌) 등에 쓰인다.
▶ 水(수)는 상형문자로 氵(수)는 동자(同字)이다.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물을 뜻한다. 본디 물 수(水)部는 시내의 뜻이었다. 부수로 쓸 때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로 쓰는 일이 많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시내 계(溪), 바다 명(溟),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메 산(山), 큰 산 악(岳), 뭍 륙/육(陸), 불 화(火), 빌 공(空)이다. 용례로는 물 속에서 몸을 뜨게 하고 손발을 놀리며 다니는 짓을 수영(水泳), 축축한 물의 기운을 수분(水分), 물속에 잠김을 수몰(水沒), 물을 보내는 통로를 수로(水路), 물의 겉을 이루는 면을 수면(水面), 홍수로 인한 해를 수해(水害), 물에 의해 발생하는 힘을 수력(水力), 물의 깊이를 수심(水深), 물과 물고기의 사귐이라는 수어지교(水魚之交), 자기 논에만 물을 끌어 넣는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 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배수지진(背水之陣), 산에서의 싸움과 물에서의 싸움이라는 산전수전(山戰水戰), 마른 나무에서 물을 짜 내려 한다는 건목생수(乾木生水),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명경지수(明鏡止水),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수적천석(水滴穿石)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