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先 결제 시스템에 일부 카드 소비자 불편
시민들 “재결제 하러 가기 번거롭네”
보증금 취소 완료 영수증(왼쪽)과 주유비 재결제 완료 영수증. 박정환 기자
[금강일보 박정환 기자] #. 최현우(34·대전 서구) 씨는 최근 주유소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체크카드로 ‘가득 채우기’를 이용하니 주유가 끝난 뒤 갑자기 잔액 부족 오류가 뜨면서다. 최 씨는 “통상 내 차량의 주유비는 8만 원 정도 나온다. 그런데 기름을 넣는데 15만 원이 결제됐다는 문자가 와 영수증을 확인하니 주유금액 외 15만 원이 찍혀 있어 깜짝 놀랐다. 당장 주유소를 찾아가 원래 주유한 금액으로 재결제를 받았다. 가득 주유하기의 생리를 듣기는 했지만 여전히 생소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부 셀프주유소 리터기 가격 설정 화면이 소비자들을 골탕 먹이고 있다. 주유 시 통상 ‘가득 주유하기’ 버튼을 누를 경우 주유량에 따라 카드 결제가 이뤄지고 가득 주유는 자동 취소되는 게 보통인데 보증금이 선 결제돼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유량과 무관하게 가득 주유 15만 원이 선 결제되는 바람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주유소를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거다. 이에 대해 셀프주유소 업계는 이른바 ‘먹튀’를 예방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지역 주유소업계에 따르면 셀프주유소의 경우 ‘가득 주유하기’ 버튼을 통해 기름을 넣을 시 보증금 명목으로 15만 원이 선결제 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증금 결제가 다시 취소되고 실제 주유액만큼 다시 결제가 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확히는 ‘선결제→주유→실제 주유 금액 결제→선결제액 취소’ 순이다. 문제는 결제할 때 신용카드 한도를 초과하거나 체크카드의 잔액이 남아 있지 않을 경우다. 선결제 뒤 실제 주유한 금액을 결제하는 단계에서 카드 사용 한도를 초과하거나 잔고가 부족하면 이후의 결제·취소 단계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일례로 잔액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결제를 한 뒤 결제 알림 문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주유비 대신 선결제금이 결제된 상태가 이어지는 사실을 모르다 수 일이 지난 뒤에야 인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원래의 주유금을 재결제 하기 위해 기름을 넣었던 주유소를 방문하는 불편함을 겪는 이들도 적잖은 상황이다.
셀프주유소 업자들은 ‘어쩔 수 없는’ 처사라고 항변한다. 일반 후불 결제 시스템을 운영한다면 기름을 다 넣은 상황에서 한도 초과나 잔액 부족으로 결제를 하지 못 한 일부 고객이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전 유성구의 한 셀프주유소 사장은 “후불 결제가 완료되기 전 카드를 뽑아 가버리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셀프주유소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분쟁의 여지가 있는 만큼 공정거래 당국이 사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