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차례 뒤에
김 난 석
"오지 말라" 는 말
마음에도 없는 말
홀로 향 피우고 찻잔 올리네
해 기울어 노을 지니
달뜨고
그리움만 일어
창밖에 아른거리는 모습들
가더냐
오더냐.
추석 차례 뒤에 뿔뿔이 흩어지니 한산하다.
이웃한 석촌 호반 한 바퀴 돌고 와
들어앉으려니 허전하다.
지난해 백만 명 이상 인파가 공항을 빠져나갔단다.
이번 추석에도 공항이 매우 붐볐을 게다.
홀로 남은 것 같아 쓸쓸하기도 하다.
혼령은 젯밥 잡수러 귀신같이 찾아온다던가...
그렇다면 조상을 집 안에서 모시든 밖에서 모시든
아무 상관이야 없을 게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대로
내 안방에서 차례를 올렸으니
그것으로 위안 아닌 위안을 삼아야 하나?
귀신의 우리말은 <검>이다.
한자에서 유래된 신이라 불리기도 한다.
신(神)은 보일 시(示) 변에 펼칠 신(申)을 쓰니
모든 걸 다 펼쳐 보인다는 뜻이요
만사형통과 다재다능을 암시하기도 한다.
서양에서의 신은 God로 쓴다.
그건 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어 내고(Generation)
관리하고(Operation)
급기야는 파괴(Destroy)하고 마는 걸 암시한다.
서양문화의 코드로서의 신은 전지전능을 뜻할 텐데
그 전지전능은 만들고 관리하고 급기야는 파괴하고 마는
그것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물론 來世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도 있으리라.
동양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인도에선
신을 세 부류로 나누어 섬긴다.
(창조의 신 브라만, 관리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
이렇게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의 역할은
창조와 살핌과 파괴,
이 세 가지로 압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람마다 신성이 깃들어있다 한다.
그것이 성스러움(神聖)을 뜻하기도 하고
신의 속성(神性)을 뜻하기도 한다면
나는 앞엣것은 그저 바라만 볼 뿐이요
뒤엣것은 어설프게 흉내나 낼뿐이다.
어제도 무얼 생각하고 꾸미고 만들고 미소 지었는데
오늘은 그중 반반한 걸 하나 둘 만지작거리며
싱글거리고 있지만
내일은 하나씩 거둬서 부시고 깨고 치워버리면서
시무룩해할 게 뻔하다.
한가한 틈에
그동안 글벗들에게 보내고 받았던 메일들을
백업하면서 잠시 상념에 젖어본다.
어느 건 달콤하나 어느 건 풋내만 난다.
어느 건 짭짜름하나 어느 건 씁쓸하기도 하다.
어느 건 시큼한데 너무 오래되어 쉬어 터졌다고나 할까?
앞으론 가볍고 상쾌한 인연들을 만들어 가야겠다.
그러면 부시고 깨고 치워버리는 일도 줄어들지 않겠는가.
그게 하나씩 놓아버리는 삶이 되기도 하리라.(2022년 가을)
위 글은 지지난 해 가을, 아름문학응모실에 올린 글이다.
그로부터 두 해가 지난 올해의 추석도 어제가 되었다.
추석이 지나면
며칠간은 냉장고의 묵은 음식을 꺼내 데워먹기 마련인데
이번엔 아우네 집에서 차례를 올렸으니 그럴 일도 없다.
밥상이 허전하지만 개운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아내가 후련해하는 눈치다.
그런데 냉장고 깊숙이 들어앉은 떡국떡
그건 무언가...?
내일부터 그걸 끓여 먹자고 해야겠다.
그보다 내 옷장의 땀내 나는 옷부터 꺼내 정리해야겠다.
첫댓글 명절이 온다면,
우선 마음이 바쁩니다.
귀신같이 알아서 찾아온다면 어디서 지낸들
찾아오니, 가족여행도 하고 조상 차례도 지내고...
일석이조, 일거양득의
한가위 보내기 일 겁니다.
추석날 저녁, 가족이 모여
즐거웠던 시간이 끝나고
서로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가는 시간은 많이 아쉽기도 하지요.
지금은 한가해 하는 남편을 위해 넷프릭스 열어 영화감상을 하니, 컴으로
댓글을 못해서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무쪼록, 추석은 지나가고
연휴도 끝나니,
새 계절맞이로 마음을 설레어 봅니다.^^
네에, 더위도 주말부터 사그라진다니 이젠 심기도 일전해봐야겠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9.23 10:10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9.23 10:21
제 사는 곳의 추석달은 오늘 이른 새벽에까지 떠있어, 새벽 출발 전에 잠깐 담았습니다.
이제 송년때까지 또 열심히 천천히 안전하게 달리겠습니다.
석촌님께서도 내내 건강하세요~
소위 미국 달이로군요.ㅎ
서양문화에서의 달은 괴괴함의 상징인데
마음자리님은 본원이 동양이니 바라본 달은 미국 달이 아니라 우리나라 달이었겠지요.
평안하시길 ^^
추석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아이들이 가고나면, 올때는 좋고
갈때는 더 좋다는 말이 있지요.
그러나 감성은 항상 좋기만 합니다.
요즈음 썬터에서 문예창작이란 과목에서
시와 수필등을 배우고 있는데 문득
석촌님 생각이 났습니다.
언제 정모때 여러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시군요.
그러세요.
詩가 간결하고 참 좋습니다.
마음에 없더라도 '오지말라' 는 말씀을 해 줄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에 뭉클합니다.
오지 말라는 말은 전혀 하시지 않고 조상님을
모실 생각만 하는 아버지를 뵙고 왔습니다.
그러셨군요.
잘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