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일 이재명 대통령의 '무인기 유감' 공식 표명 이후
반나절 만에 '솔직하고 대범하다'고 화답하면서 꽉 틀어막혀 있던 한반도 정세에 틈새가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7일 북한 담화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긴 시간 닫혀 있던 남북의 문을 언젠가는 열어야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오래된 지론'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심야 담화를 내고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한 김 위원장의 긍정 평가를 전한 배경으로
북한이 두 국가 관계를 굳히면서 남북 관계를 관리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여정이 '그 어떤 접촉 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며 남북 대화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도 긴장 수위를 낮춰 남북 관계를 주도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는 것.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월 방중을 앞두고
상황 관리에 집중하려는 의중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나리.권오혁 기자
'무인기 유감'에 현명하다는 김정은...두 국가 굳히기 나선 듯
정부 '군사기장 행위 중단 호가인한 것'
전문가 '북, 중동사태 보며 유연 대응
펴오하적 두 국가로 태도 변화 여지도'
정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의 6일 담화 내용을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방침을 선언한 이후 한국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남북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관계를 '두 국가론'에 따라 관리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2월 열린 9차 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한국을 '제1 적대국'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한 가운데, 이란 사태 등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남북 교류 없이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소극적 평화(Negative Peace)'를 지향한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긴장 낮추며 대화 일축, 북의 '소극적 평화'
김여정은 담화에서 북한 무인기 침투 사태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대해 '대단히 다행스럽고 스스로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며
'우리 국가수반은 이를 솔직하고 대범한 사람의 자세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하셨다'고 밝혔다.
다만 '어떠한 접톡 시도도 단념해야 할 것'이라며 남북 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무인기 사태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조치에 대해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반응을 직접 전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 기대에는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향후 한반도 질서를 자신들이 설정한 ' 두 국가 관계'로 끌고 가려는 치밀한 계산이 내포돼 있다'며
'적대적 두 국가' 체제하에서 냉정하게 국경 관리만을 허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 때는 한국이 먼저 9.19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한국이 가져간 측면도 있는데 그걸 찾아오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교류와 협력으로 평화 협정 등 관계 정상화로 나가는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 대신 적대적 관계 유지하면서도
직접적인 무력 충동이 없는 소극적 평화로 남북 관계를 관리하려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란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북한이 긴장 수위를 낮추고 상황 관리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앞서 김여정은 2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무인기 침투 사태 유감 표명엔 '상식적 행동'이라고 평가했지만 지난달 한미 합동훈련에 대해선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날 선 위협을 쏟아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중동 사태를 보면서 적대적인 고립적 태도보다는 대외적으로 유연한 입장으로 대응하면서
국제 정세 변화를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전쟁 후 핵을 보유하고 있는 자신들에게 관심이 쏠릴 수 있는 부분에 부담감을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평화 공존 위한 의미 있는 진전'
정부는 김여정 담화를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선제 조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김 부장 담화와 관련해 '불필요한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 중단에 대한 남북 양 정상의 의사가 신속하게 확인되고
소통이 이루어진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 공존을 향해 나아가는 이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건 이런 위기 상황에 어떤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한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김의원장의 호응이 사전에 기획됐다는 이른바 '사전 기획설'이나
'대북특사 파견설'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고유환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여정 담화는 당분간 남북이 서로 적대시하지 않고, 간섭하지 말고 제 갈 길을 가자는 것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며 '이번 계기로 '적대적 두 국가'에서 '평화적 두 국가'로 가는 북한의 태도 변화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권오혁.이윤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