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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경수 :: 변요한
시완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를 가르고 스산한 공기에 온 몸을 웅크린 채. 걸음을 옮겼다. 전례없는 폭우였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와 볼께를 할퀼 듯한 바람을 등지고 재게 걸음을 옮긴 시완은 우산을 썼음에도 젖은 교복을 털었다. 아씨... 짧게 웅싯거리곤 소년은 우산을 털고 터덜터덜 계단을 올랐다. 항상 비가 오는 날이어거든 웅성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을씨년스럽게 축축한 분위기, 교통 수단에 발이 묶여 늦게 오는 아이들 탓에 비어 보이는 교정... 어쩐지 오한이 들기에 시완은 그저 고개를 돌리고 자신의 자리 앞으로 가 앉았다. 담임은 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웅성이며 말한다. 오늘 담임 늦게 온단다. 왜? 모르긴 몰라도 크게 교통사고 났다던데? 헐? 다쳤대?클남? 아니 다친 건 아니고, 뒷차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진짜 심하게 박아서 뒤가 완전히 찌그러졌대. 크게 다친 건 아닌데 안 다친 건 아니래. 닌 그거 어디서 들었냐. 준수 교무실 청소잖아. 어제 청소하다가 지갑 올려둔 거 깜박 잊고 아침 돼 서야 찾으러 갔는데, 쌤들 얘기하는 거 들었대. 씨발 와...안그래도 누구냐. 희철이 걔랑 광희 둘 다 같은 버슨데 사고 났다더라. 존나 개오바...하긴 날씨가 이모냥인데.
윤호가 고개를 돌렸다. 우악스럽게 쏟아지는 비가 보인다. 대화를 멈춘 채 빈 교실엔 웅성거림도 잠시, 시곗바늘 째깍 거리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9시 20분 쯤 아직 교실은 반이 약간 넘는 인원밖에는 오지 않았다. 젊은 여자 미술 선생이 들어온다. 사고 때문에 담임이 다쳤는데 처음엔 상태가 나쁘지 않았는데 응급 조치가 제대로 안됐다고. 2달만 입원하면 될 꺼 다섯 달. 길면 일 년 까지 쉬어야 한다고. 담임은 악랄히 아이들을 갈구던 선생이 아니었다. 착하다면 착했고, 꽤 우리를 살뜰히 보살펴줬었다. 아이들의 낯빛이 납색으로 물든다. 여교사는 다시 입을 열었다. "희연동쪽에 사는 애들은 다 늦을거야. 그쪽도 사고났는데. 누구지? 황광희랑 김희철 가다 만났다고 같이 버스타고 오다가 다쳤대, 회연대학병원 603호에 둘 다 나란히 입원했으니까 병문안 다 같이 가면 되고..." 아이들이 채워지지 않은 소리가 울리는 교실을 둘러 보았다. 그때 교복 마이 안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지잉- 울렸다. 손가락을 놀려 문자를 확인해 보자, 왠 알 수 없는 문자 한통이 와 있었다. [발신번호 : 0000] [빛나지만, 동시에 꺼져 가는 그것을 소년은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스팸인가? 시완은 그저 미간을 좁히고 미련없이 '삭제'를 누르려는 찰나, 옆에 앉아있던 경수가 시완의 휴대폰을 뺏곤 말했다. "뭐보냐? 여자랑 카톡해?" 킥킥대며 폰을 가져간 경수의 목소리는 여교사를 의식해 작아져 있었다. "아 몰라 이거 스팸인 거 같아." "스팸 안같은데? 링크도 없고." 경수는 끙, 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어 야 나 이거 알았어." 경수가 무언가를 메세지로 보내자 또 다른 문자가 왔다. [발신번호 : 0000] [오답입니다.] 경수는 짧게 말했다. 맞네 이거. 경수는 막힘없이 다른 단어를 써 보냈다. [발신번호 : 0000] [소년은 촛불이 잘 꺼지지 않게 손으로 움직이면서 생기는 바람을, 막으며 촛불에 의지해 사위도 분간할 수 없는 미궁같은 어둠 속을 둘러보았다. 어딘가엔, 원하는 것이 있을 것 이므로.] 경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거 미궁 게임이네."
"미궁게임?" 시완이 되묻자 경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종의 추리 게임 같은 거야. 마피아나 뭐 레이튼 교수같은 거랑은 다른 건데 정말 아무런 정보 없이 답을 찾아야 해서 '미궁'이라고 하는 거고."
"그럼 그 첫번째 그건 답이 뭐였어?" "맨 처음엔 '불빛을 썼었어. 반은 정답일까 하는 마음이었고, 반은 오답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일부러 틀렸어?" "약간은? 근데 정말 오답이라는 거야, 그래서 '촛불'이 정답이구나 싶더라. 그리고 알았지. 확실히 미궁 게임이구나." "아직도 발신번호가 바뀌는 폰이 있나?" "임시완 피유우우우웅신. 하고자하면 못할게 뭐 있냐. 인터넷 강국인데. 스팸 사람 번호로 오냐 1588-12이런 번호로 오잖아. 비슷한 거겠지. " "그런가..." "다음 문제는 너가 풀어봐." "너가 해. 이런 거 별로 흥미없어." 그때, 폰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발신번호 : 0000] [힌트는 3번 뿐 입니다. 1번 삭감되었습니다.] 경수와 시완은 그저 입을 다물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맞춘 게 아니라는 걸. * 정말 영 께름칙했던 것과 별개로 답이 정말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 소년이 찾는 것...어둠 속에서....시완은 불현듯 강렬하게 드는 생각에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고 앞에서 수업 중인 선생님의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핸드폰을 책상 밑에 둔 채. 정답을 썼다.
[발신번호 : 0000] [소년의 촛불이 꺼졌다. 소년이 웃음 짓는다. 소년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작은 메모지와,] * 급식실을 나오면서 시완은 경수에게 농담조로 말했다. "야 나 문제 풀었어." "엌 그거 문제가 뭐였지? 나 봤는데?" 시완은 폰을 들고 문제를 읊었다. "소년은 촛불이 잘 꺼지지 않게 손으로 움직이면서 생기는 바람을, 막으며 촛불에 의지해 사위도 분간할 수 없는 미궁같은 어둠 속을 둘러보았다. 어딘가엔, 원하는 것이 있을 것 이므로..."
"정답 뭔데?" "솔직히 다섯 번인가. 별 쓸데없는 거 쓰고 틀렸었는데. 어느 순간 알겠더라. 정답은 정답이야." "뭔 소리야." 경수가 미친놈 다 보겠다는 식으로 무표정하게 시완을 훑어봤다. "아니, 미궁에서 뭘 찾으면 뭐겠어. 당연히 '정답'이잖아. 정답의 정답은 정답이었어." "워 생각보다 잘 하네? 다음 건?" 시완이 귓가를 긁으며 말했다. "모르겠어. 더 어려워 진 거 같아." 경수가 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미궁이어도, 어딘가에 답은 있겠지. 가로막힌 벽들 뿐인 곳에 탈출구가 있는 거 처럼."
시완은 어쩐지 척추께가 시큰거리는 듯 시렸다.
매점이나 가자며 손을 잡아 끄는 경수랑 걸으면서도, 오한이 드는 느낌은 영 사라지지 않았다. *
"이름은, 변 요 한 입니다." 문학이었던 담임의 빈 자리를 채워주면서, 길면 반년 동안이나 임시 담임을 할 남자가. 강단 위에 올랐다.
"교사직한지는 아직 3년 차 밖에 안됐는데....네 임시긴 해도 담임 처음 맡아보거든요."
젊은 남자가 웃는다. 초짜 선생이었다. 경수는 밤새 피파를 달리고 졸고 있었고. 나는 미궁 게임을 붙잡고 있었다. "저기 저 두 친구처럼 자던가. 만만하게 보고 폰 가지고 놀면. 벌칙 뽑기 할 거에요. 오토바이 자세 30분 깜지 4장 손들고 있기 40분 이런 거 하고 싶으면 해요. 안 말려요." 남자의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아이들을 초반에 휘어 잡아야 한다는 선배 교사들의 말에 지독히 찌들어있었다. 그런 것에 집중할 틈이 없었다. 스무 번째 문제를 틀리고 있었다. 어느덧 8번 문제였다. [발신번호 : 0000] [소년은 강가 근처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소년은 어머니인 땅에 주저 앉아, 아버지인 바닷가로 걸었다. 달빛은 넘실거리기 시작한다. 소년은 언 땅을 팔로 감싸 안는다. 소년은 끌어안는다. 끌어 안았다.] "지구." 시완은 인기척도 없이 걸어온 요한을 올려다 보았다. 요한은 시완의 휴대폰을 턱짓하며 말했다. "어머니같은 땅. 아버지인 바다. 지구잖아." "해봤는데..." 시완은 요한이 들어온 지도 몰라 눈치를 보며 혼날 타이밍이라고 직감했었을 때 요한의 뜻밖의 소리를 입밖에 내었다. "스테이지 12엔 정답 Dracula잖아. 영어는? 해봤어?" 시완은 Earth를 답문으로 적었다. 곧 문자가 하나 도착한다. [발신번호 : 0000] [언 땅이 녹고, 바다는 더욱 거세게 태동하기 시작한다. 소년은 그림자를 따라 걷는다. 소년은 드디어 만나야 할 남자를 만났다. 같은 미궁을 해 메이고 있다 하여도, 그들은 절대 달랐다. 범이라 하여 말을 잡아먹을 수, 말이라 하여 범에 잡히리란 법. 없지 않던가.]
시완은 고개를 올려다 요한의 눈을 마주보았다. 요한이 씨익 웃는다. "얼마나 열심히 하면 옆에서 걸어오는 지를 몰라. 그 집중력으로 공부를 해. 폰은 점심시간까지 압수." 시완은 속절 없이 제 곁을 떠나는 휴대폰 보다, 12번째 문제를 아는 담임이 더욱 오묘하게 느껴졌다. * "자느라 못 봤는데." 매점앞 벤치에 앉아 삼선쓰레빠를 건들건들거리며 탱크보이 입구를 씹으며 말하는 경수를 보며 시완은 미간을 좁히고 말했다. "밤새서 겜질하니까 그렇지 등신아" "미친 난 잤지만 닌 니 답 뉴담임이 직접 풀어줬다. 급이 달라 남달라 어? 깝노노" 흥얼거리듯 말하는 경수를 보고 시완은 웃음도 잠시 입을 열었다. "니 미궁겜 좋아한다고?" "와. 와그라시는데여." "이것도 본 적 있겠네? 나 문자로 오는 거." 경수는 뚱- 하게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앱으로 나온 건 당연하고, 워낙 좋아해서 사람들이 직접 만든 미궁도 해봤는데." "어." "정말 처음 본다." 시완은 경수를 바라봤다. 경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뉴담은 어떻게 아는 거야?" "너도 갑자기 문자 왔다며. 랜덤으로 아무나한테 오는 거였고, 너랑 뉴담임씨가 우연히도. 미궁이라는 걸 알고 풀기 시작 했다던가. 그런 거 아니야?"
그런가 했다. 그렇게 된 거였나. 수긍했었다. 그 다음 답이 올 때 까진. [발신번호 : 0000] [800 863 퐁884ㄹ 005855 31P 14]
이야기가 중단되었다. 뭐지. 의미가 없어보이는 숫자와 글들의 조합은 갈피조차 잡히지 않게 만들었다. 마구잡이로 답을 써내려 가던 것을 멈추고 스무번 가량 되었을 때 경수에게 폰을 들이밀고 말했다. "닌 이거 답 뭐 같냐."
경수는 눈을 잔뜩 찌푸리고 말했다. "와 갑자기 개어렵. 이게 뭐야." "갈피도 안 잡혀?" "그랬으면 내가 답을 맞췄어요. 내가. 모르겠는데." 이른 밥을 먹고, 시완은 마흔 번에 가깝게 오답을 내고서야. 드디어 막힌 건가 싶어 포기할까 할 즈음 다가온 윤호가 말했다.
"이거 뭐하는 거냐." "미궁 게임." "난 그거 어려워서 못하겠더라." 시완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말했다. "완전 막혔어. 하나도 모르겠다." "문제가 뭔데?" "800 863 퐁884ㄹ 005855 31P 14" 시완은 휴대폰을 보고 읊었다. 뚱하게 듣고 있던 윤호는 불현듯 말했다. "약간 잡히는데. 유천이나 창민이한테 물어보고 온다." 경수가 윤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둘 다 도서부잖아. 도서관에 있는 걔넨 왜?" "도서부니까. 기다려 갔다 올게." * 800번 * 시완은 윤호의 말대로 도서관에 올라와 도서관을 뒤지고 다니다. 한 공간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윤호가 흘리듯 말한 것이 뇌리를 스쳤다. "그냥, '그 번호'같아서."
800 863 퐁884ㄹ 0005855 다시 책을 돌린 시완은 표지 아래를 응시했다. 담화고등학교 llll lll llllllll l lllllll lll llllllll
0005855 그리고 책을 차르륵 피더니. 한 페이지 앞에서 손이 멈춘다. 황소만큼 커지고 싶어하는 개구리 개구리 한 마리가 황소를 보고는 황소의 큰 몸집에 반했다. 기껏해야 달걀 크기만한 개구리는 황소를 엄청나게 부러워했다. 개구리는 몸을 쭉 펴고 배를 부풀리며 그 동물처럼 커지기 위해 애쓰며 말했다. "잘 좀 봐줘. 동생아. 이제 됐어? 말해봐. 아직 그만큼 안 된 거야?" "아니." "그럼 아직도?" "전혀." "이래도 아직?" "아직 어림도 없어." 그 허약한 동물은 지나치게 몸을 부풀리다가 그만 터져서 죽고 말았다. 이 세상은 개구리처럼 어리석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모든 평민들은 높은 귀족들처럼 성을 짓기를 원하고, 작은 나라의 왕들도 사절단을 거느리기를 원하며, 하찮은 계급의 관리들도 시종을 거느리기를 원한다. 31
시완은 떨리는 손으로 답을 적었다. 31페이지 14번째 줄. [이 세상은 개구리처럼 어리석은 사람들로 차 있다.] [발신번호 : 0000]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보이는 것 으로부터. 15 : 55 . 강교남보 ] 시완은 그 문자가 도착하자 마자 손이 떨려 놓쳤다.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왜 문제의 답이 우리 학교 도서관. 그것도 인문계열 800번 대 31페이지 14번째 줄이. 어째서 정답인 거지? 어떻게? 그리고. 정답인 책인 '라퐁텐 그림우화'가 대출번호가 0005855인 건 전부 어떻게. 왜 어째서 아는 거지? "그냥, '그 번호'같아서.800번은 도서분류 끝은 대출번호 중간은 도서 정리할 때 써진 거...알잖아 그거. 근데 도서부가 형식이 딱 맞다더라고. 그래서 알려주는 거야. 답. 책에 있을 지도 모르잖아." - 시완은 경수에게 달려갔다. 그리곤 정신없게 덜덜 떨면서 말했다. "야 이거 랜덤으로 오는 거 아냐." "뭐?" 경수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말하자, 시완이 찢어지듯한 비명을 지르듯 말했다. "미궁 전 답이 우리 학교 도서관 책에서 나왔다고!!!!! 문제는 그걸 정확하게 찝었고!!!!" "야 일단 진정하..." "이 문자 보내는 사람. 내 모든 걸 알고 있지 않는 한... 이게 가능해?" 눈을 크게 뜬 시완의 눈을 마주치고 경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시완은 지하철을 타고 이모댁으로 가려던 차에, 9호선과 2호선이 환승노선이 애매해 그냥 신논현에서 내려서 쭉 걷기 시작했다. 2호선인 강남역 입구가 있는 큰 일은 휴일인지라 수많은 사람들과 외국인들까지, 인파가 섞여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의 웅성이는 말소리... 시완은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쌤?" * 카페 한켠에 앉은 시완과 요한은 잠시 길에 마주친 탓에 요한은 그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시완은 해야할 얘기가 있다고 말하자 일단 실내로 들어가자고 말하면서 그런 시완을 카페로 데려 왔다. 요한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입을 축였다. "쌤 첫날. 기억 나죠?" "응."
"경수는 자고 저는 폰으로 미궁 게임하고 있었잖아요." "기억나." "그 .'미궁게임'이 이상해요." "왜?" 요한이 의아하게 말했다. "정답이. 학교 도서관 책 안에 있더라구요.그것도 대출번호나 책분류번호가 문제였어요" 시완은 약간 격앙된 어조로 중간중간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래서, 선생님도 그런 문제를 겪었는지가. 그게 궁금해서..." "흠 진짜 이상하네....진짜 이상한데 선생님은 Earth다음으로 폰을 바꿔서. 문자가 안오더라고. 번호도 바뀌는 바람에." 아니야. 그거랑 문제가 근본적으로 다른데 어떻게...어떻게 하면...
"그럼 제작자에 대한 건 뭐 아시는 거라도...." "글쎄...시완이 너 이모댁 간댔나? 선생님이 차로 태워다 줄게. 내려가자." "어 저기..." "쌤은 교보문고에 볼일이 있어서 온 거였거든." 요한은 낡은 책 한권을 흔들며 말했다. "썜 볼일은 다 끝나서 시간이 남아서 데려다 주겠다고 한 거야." 호의를 무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닐테니까. 하고 고개를 돌린 곳에. 시완의 시선은 문득 한 곳에 머무른다. 큰 건물 위 벽면에 부착된 전광판이었다. 늘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 시완은 서둘러 눈을 돌리다가, 자신의 손목시계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15:55
15:55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한 둔통이 머리를 싸하게 뒤바뀌어 놓았다. 강교남보라는 건, 강남 교보타워를 뜻했고 15:55는 시간을.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보이지 않는 건, 언제나 보이지만, 언제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아무도 상관하지 않다는 걸 뜻하는 것 일터였다. 전광판. 답은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 대로변 건물에 붙어있는 전광판을 뜻하는 것이었다 15:55....3시 55분. 3분 후 였다. 놓쳐야 맞는 걸까? 답을 봐야 할까? 그 순간, 강남에 있던 모든 옥외 전광판들이 꺼졌다. 새카맣게 변한 스크린이 되어 있었을 땐. 정확히 15시 55분. 오후 3시 55분이었다. 시완은 폰을 들고 한자 한자 치면서, 요한의 차에 탔다. 곧 얕은 진동과 함께 문자 한통이 도착한다. [발신번호 : 0000] [숫자. 영원히 끝나지 않을.] 탄식이 나온다. 문제의 정답은 다름이 아닌 '암흑'이었다. 칠흑처럼 꺼진 전광판들이 생각났다. 전광판을, 끈거야? 그 한 순간을 위해?대체....대체 누가? 그때 즈음, 요한이 입을 열었다. "문제. 온 거야?" "네." "뭔데?" "...숫자인데. 영원히 끝나지 않는 거래요." "쉽네. 8아냐? 뫼비우스의 띠랑 무한대 기호 세워 놓은 모양이잖아." "문제는 그게 답이 아니에요. 1부터 9까지. 8부터 8을 여덟 번 쓴 거 까지 다 해봤는데 전부 아니래요." "의외로 쉬운 데서 놓치고 있는 거 아냐? 끝없이 그릴 수 있는 거라고. 상징적인 거 말고 쉽게 생각해봐." 시완은 단발마의 탄식을 내뱉었다. "아." "답은 '0' 네요." 시완은 요한을 응시했고, 요한은 운전을 하느라 차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넌센스 문제야 상식을 깨버리는. 창의력 문제라고 해야 하나 '8'이라는 흔한 상식에 억매여 있으면 풀 수 없는." "숫자지만 수가 아니기도 한 '허수'....0도 8처럼 어디서 시작하고 어디서 끝난다는 법도 모양도 아니니까요. 쉽게 생각하면 너무 쉽고 어렵게 생각하면 정말 딱 어려운 문제였어요." "그거 처럼, 제작자도 근처에 있는 사람일지도 몰라. 혹시 알아? 같은 반일지. 언제는 책 문제 그런 거 까지 냈는데. 뭐 그런 거 아냐? '같이 있지만 알지 못하는 사람이 제작자'일지.그게 누구 인지를 알아내는 게 미궁 게임의 마지막 문제일 수도 있을지 누가 알겠어" 시완은 탄식도 잠시 무거워진 눈꺼풀로 차 시트에 잠들었다.
* 시완이 눈을 뜬 곳은, 새카만 밀실 안이었다. 작은 초 한개로 방안을 미약하게 비추고 있었을 뿐이었다. 시완은 촛대 앞 작은 쪽지를 눈으로 읽는다. 빛나지만, 동시에 꺼져 가는 그것을 소년은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소년은 촛불이 잘 꺼지지 않게 손으로 움직이면서 생기는 바람을, 막으며 촛불에 의지해 사위도 분간할 수 없는 미궁같은 어둠 속을 둘러보았다. 어딘가엔, 원하는 정답이 있을 것 이므로. .... 소년의 촛불이 꺼졌다. 소년이 웃음 짓는다. 소년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은 작은 메모지와, 노란 싸구려 연필 뿐이었다.
-------- 깨작깨작 쓰다가 드디오 다썼네여ㅕㅇ!!!!!!!!!!!!!!!!!!시완이는 곧 처음 미궁게임에서 문자로 받았던, 밀실에서 정답을 찾는 '소년'으로 (쿨럭<) 아 미안 오글거린다 쏴리 세번째 메모지와...의 답은 연필. 미궁게임의 답을 쓰기위해 쥐어진 '연필'입니다. |
첫댓글 진짜 장편연재 한번 해봐!!!! 아이디어가 일단 장난 아니야!!! 잘봣어
결말이 뭐야? 나 바본가봐ㅜㅜ이해를 못하겠다..설명 좀 해주시떼
처음 문자를 보낸 사람은 누구야?
@샤이니즈빽 그건 열린 결말로ㅎ없진 않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존재하지도 않게
아 드뎌 이해했엉ㅠㅠ고마워!!
아...아아아.....아아.....아아.....나 정말.....어떻게.....와.........게녀야 정말......게녀야....와......
헐 진심 쩐다 분위기 개쩔어 후..잘봤어!!
와 무서워ㅜㅜ
진짜 완잔 집중해서 읽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