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영향으로 침수가 예상된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신문사는 지대가 높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하에 가보았더니 외부에서 빗물이 들어왔고, 지하실에 물이 고였습니다. 다행히 하수가 역류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벽에 성당 미사가 있어서 갔더니 수녀님과 교우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간밤의 비바람으로 성당의 지하에도 물이 스며들었다고 합니다.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제게 그러시는 것 같았습니다. ‘신문사만 지하에 물이 들어온 것은 아니란다. 하느님의 머무는 성전에도 물이 들어왔단다.’ 미사를 마치고 산보를 갔습니다. 여기저기 간밤의 비바람으로 차들이 멈추어서 있었습니다. 모두들 지하에 고인 물을 빼내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신문사에 물이 들어온 것은 그나마 적은 양이었습니다. 배수가 잘 되어서 오후가 되니 물은 대부분 빠졌습니다.
지난 8월입니다. 20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있던 미군이 철수하기로 하였습니다. 미국은 탈레반과 협상하였고, 탈레반은 철수하는 미군에게 협조하기로 하였습니다. 미국이 철수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현지에 있던 자국민들을 철수 하였습니다. 한국은 철수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협조하였던 아프가니스탄의 협조자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대부분의 협조자들은 고향을 떠나서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탈레반에게 받을 불이익을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관들은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고, 한국으로 오기로 했던 협조자들 모두를 무사히 한국으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철수 작전의 이름은 ‘미러클(Miracle)'이었다고 합니다. 위험하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철저한 보안과 완벽한 소통으로 모두를 데리고 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 사람들을 난민이 아닌 한국을 도와준 특별기여자 신분으로 대하였습니다.
이분들의 직업은 대부분 의사, 약사, 간호사, 행정요원들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은 아프가니스탄 바그람에서 병원을 운영했고, 이 사람들이 그 병원에서 함께 일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의 격리가 끝나면 한국에서 일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정부도 특별기여자인 이분들에게 법적, 행정적 도움을 줄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분들이 머무는 숙소가 진천에 있었습니다. 진천의 주민들도 적극 환영하였다고 합니다. 낯선 땅에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내는 사람들에게 한국 정부, 한국의 외교관, 진천 주민은 천사의 모습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가난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가장 아픈 사람에게 해 준 것이, 가장 굶주린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종교가 달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지금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지금 아픈 사람의 이웃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레고리오 성인은 ‘천사는 본성이 다른 것이 아니라, 직무와 직책에 따라서 구분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권세를 드러내는 사람이라면,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천사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내가 전하는 따뜻한 말과 친절은 고통 중에 있는 이웃에게, 절망 중에 있는 친구에게 위로와 힘을 줄 것입니다. 수호천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를 위해 기도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기도 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수호천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얼굴을 늘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