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달동안 붕 떠버려서 이것저것 다 하고 있는데 마침 빅토리아 3 발매소식과 플레이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래서 마침 다이렉트 게임즈가 세일을 한다길래 가보니 빅토 2 총집본도 세일하길래 질러서 나흘정도 해봤습니다. 일단 하다보면 "내가 대체 뭘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랫동안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굉장히 심오한 게임이라는게 느껴졌습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찾아보면 빅토2는 인구(Population, POP)에 관한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렇다면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 빅토2는 결국 실업이라는 눈덩이에 쫓기며 정복을 하든 공장을 짓든 실직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몸부림치는 물건으로 다가왔습니다.
역설사의 다른 게임인 하츠 오브 아이언과 비교해보자면 하츠 오브 아이언에서 인력(Manpower)는 사실 그 국가의 인구 전체가 아니라 유저가 설정하는 징병기준에 해당되는 인원들만 의미하고, 국가경제는 모드가 아니면 많이 간소화되어 있습니다. 유저가 신경써야할 것은 국가경제를 빠르게 전시체제로 전환하는 것이었지 국가경제 그 자체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빅토2는 다릅니다. 빅토2는 국가경제 그것도 실물경제와 국가의 운명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수학의 언어를 거의 빌리지 않고 그려냈습니다.
빅토2에서 서구화되지 않은 나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셔널포커스를 이용해 인구중에서 clergyman 비율을 올려서 식자층을 늘리는 방식으로(= 문맹화률을 떨궈) 근대화 포인트를 찍는것 밖에 못합니다. 그냥 조세 슬라이더나 좀 만져가면서 국고에 흑자를 내던 균형재정을 유지하건 그냥 <Westernize>버튼을 누르지 않고 그냥 시간을 죽이면 됩니다.
POP들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래왔듯이 farmer는 farmer로 살고, craftman은 craftman으로 살거나 farmer로 전락하고, 부자는 부자로 살아가는 겁니다. 기계적 연대의 사회죠.
하지만 서구화를 택하고 버튼을 누르면 빅토2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열립니다. 바로 생산탭입니다.
제가 빅토2를 나흘동안 하면서 깨달은 것은 이 생산탭에서 잉여노동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국가의 정치체제로 인해 정치체제가 자유방임주의나 개입주의라면 간악한 자본가 놈들(= AI)이 공장 관리를 알아서 해주므로 유저는 손도 못대서 아예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실제로도 그러하듯이 빅토2에서도 잉여노동력, 다시 말해서 실업자는 사회에 온갖 문제를 일으킵니다(쓰면서도 뜨끔하네요). 게다가 이 잉여노동력인 Clark와 Craftman들은 대개 하류층인 farmer이었다가 교육을 통해 중류층으로 계층상승을 이룬 POP들입니다. 유기적 연대의 사회이죠. 마침 게임의 배경인 1836년에서 1936년까지는 맑시즘이 기승을 부리던 때입니다. 사회주의지지층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들에게는 어떻게든 자본을 끌어다 공장을 세워 일거리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전국에 드라군을 동원할 수도 있지만 반군이 계속 나오면 결국 겉잡을 수 없어집니다.
그리고 자본의 재투자도 충실히 구현되어 있습니다. 공장의 생산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들은 국가의 조세나 상류층인 Capitalist에게 흘러들어 갑니다. 그리고 그 국가의 정치체제에 따라 Capitalist가 알아서(AI) 자신의 자본을 투자해 공장을 짓던가 아니면 국가가 조세를 투입해서 공장을 짓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됩니다.
다른 게임들에서 수익은 무언가를 하기위한 수단으로 묘사되지만 빅토2를 하다보면 자본 그 자체가 목적이 됩니다. 국가지도자로써 유저는 조세수익 그 자체를 위해 자본을 재투자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잉여노동력들을 먹여살려 사회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를 계속 존속시켜 플레이를 이어나가기 위해) 잉여노동력의 증가와 맞춰서 재투자할 자본을 계속 추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빅토2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은 게임인지라 자유경제를 구현하는 빅토2의 AI가 유저가 수동으로 컨트롤하는 계획경제보다 효율을 뽑아내질 못하는 동시에, 유저가 경제에 손을 못대버려 게임의 차원에서 재미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HOI를 할때 선전포고도 못하는 민주주의가 버림받듯이 빅토2에서는 손맛없는 자유경제는 버려지곤 합니다. 이거 때문에 저도 일본 플레이를 다시 갈아엎었습니다.
빅토3에서는 국가자본주의에서 제발 자본가놈들이 지멋대로 공장을 못세우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수익 안나는 공장을 지멋대로 세워놔서 그거 지우는 작업이 너무 귀찮다 못해 공산주의의 계획경제가 마려워질 지경입니다. 게임의 차원에서요.
아직은 이해가 안되는 화면들. 인구탭과 정치탭.
잘 보시면 일본상원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의석을 20%나 차지하고 앉아있습니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사회개혁과 정치개혁이 있는데 제가 의석수를 컨트롤 하질 못해서 한번도 개혁을 한번도 못찍어 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서구화를 하지 않으면 이 모든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 서구화를 통해 산업국가로 거듭난 국가에게 정복당해 자원과 POP을 수탈당하고 맙니다. 제가 일본으로 플레이하며 조선에게 한 짓이 그거였죠.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근대화로 인해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그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충족시키기위해 스노우볼에 떠밀리다보면, 결국 침략을 택하게 된다는 겁니다.
마치 미국 서부시대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무법지대에서 총가지고 있으면 어떤 이유건 간에 결국 다른사람에게 쏘기 마련입니다. 빅토2에서 묘사하는 1836년에서 1936년의 전세계는 바로 그런 무법천지의 시대였던 셈입니다.
이러한 무법천지는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말 그대로 대량생산 되듯이 대량사망하고 나서야, 힘의 균형(현실주의)이건 규범(구성주의)이건 일정한 질서가 생겨나 이제까지의 평화가 아닌듯한 평화가 이어져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아무튼 이탈리아는 통일 공화정은 커녕 교황령과 시칠리아 독립세력이 투닥투닥...
첫댓글 이번거사면 흑우?
오오 빅토의 세계로 오셨군요.
교황령이 베네치아까지 확장하는건 처음보는 판도;;
더 현실적인 HPM모드도 깔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