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둔 주에 모처럼 마니산 참성단 수호바위 도깨비 아재가 있는 산길로 길을 잡았습니다.
추석이래 봐야 어디 찾아가 볼 곳도 없는 타향에 살다 보니, 그나마 안면이라도 익혀둔 도깨비 아재에게 명절 인사나 하고 가자는 심사였지요.
바위들이 즐비한 그곳 입구의 고원지대엔 도깨비 아재가 도깨비방망이 대신 쓴다던 여호와 나무들이 천년을 쓰고도 남을 만큼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며 각자 개성 강한 모습으로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맘자리 왔나~~'
높은 산길이라 트럭 통행이 거의 없는지 새벽이가 헐떡이며 고원지대에 들어서자마자 알아본 아재의 반겨주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 멀리서 손 흔드는 모습이 보였는데, 뿔은 한층 더 생기 있게 반짝였고 오늘은 수염까지 길렀는지 코 아래가 허옇습니다.
'오늘 인물이 훤하시네요.
어데 이쁜 아지매 바위라도 만나로 가는교?
그동안 저 보고 싶었지요?'
'흠... 무슨 시덥잖은 농이고~
반갑기야 하지... 쪼매 기다맀다 아이가. ㅎ'
'한가위 인사도 할 겸 들렀심다.'
'여서 내하고 한가위 보름달 같이 보마 참 좋은데...'
'저야 바빠 이래 콧빼기만 보여드리고 가지만 아재 혼자라도 한가위 달 실컷 보이소~'
'나도 참말로 이뿐 마야 바위하고 함 사귀봐야겠다. 심심해서 못 살겠다. ㅎ'
'아재요. 참, 뭐 하나 물어볼 끼 있는데...'
'뭔데? 얼릉 물어봐라. 내... 돌이라 물어도 안 아푸다. ㅎ'
'ㅎㅎ 저쭉에 눈 뻐꿈한 바위가 저번에 저를 한참 꼬라보던데, 혹시 그 바위 압니까?'
'알다마다. 글마 원래 성질이 좀 고약하다.'
그때부터 아재의 사설이 시작되었고 저는 귀 열고 그냥 듣기만 했습니다.
'글마는 이집트 미이라 바위라 카는데, 내가 처음 여기로 왔을 때 바위대장질을 해묵고 있더라꼬.'
'내 기죽일라고 그캤는지 내를 삐딱하게 쳐다보미 <니는 어데서 굴러먹다 온 똥떵거리고?> 이카는 기라.'
'내가 누꼬? 내가 참성단 수호 도깨비 아이가. 기가 탁 막히가 콧방구만 펑펑 낐더니 글마가 분을 못 참고 씩씩거리미 다시 이카더라꼬. <난 저 멀리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집트의 미이라 바위다. 니 어서 무릎 안 꿇고 뭐 하노!>'
제가 잠시 끼어들었습니다.
'아재요. 요새 바위들은 다 경상도 말로 합니까?'
'웃기제? 내가 도깨빈데 못 하는 게 뭐 있겠노. 내가 팔도 사투리에다가 제주도 말, 심지어 만주 요동 말까지 다 할 줄 안다. ㅎ 니 듣기 좋으라고 오늘은 갱상도 버전 함 가꼬 와 봤다. 각설하고...'
'<이집트 문명이라꼬? 난 너거보다 훨씬 일찍 홍산문명을 일으킨 배달국의 수호도깨비 바위다. 무릎 꿇을 바위는 너다 이 어리석은 놈아!> 내가 호통을 쳤지.'
아재의 사설이 너무 길어 다 옮길 수는 없지만 그 사설의 골자는, 결국 역사적인 사실들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그 말들이 다 증명되었고, 이제는 미이라 바위가 고분고분 아재를 형님으로 모시면서 공손해졌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되자 도깨비 아재가 당부하듯 말했습니다.
'고구려에 다물정신이라고 있었다. 옛 조선이 사라지며 부여가 있었고 뒤이어 고구려가 생겼지. 다물정신은 그 뜻이 고토회복이야. 광개토태왕이 결국 옛 조선의 고토를 회복했고 그의 아들 장수태왕이 그 강역을 안정시켰어.'
'누가 최근에 그랬다더라. 이제 남북이 두 나라 체제로 서로 인정하며 살자고...'
'그러면 안 된다. 절대로 안 된다. 어떻게 조상 대대로 이어온 한 나라 사람들이 따로 산다 말이고. 온 세상 살아있는 생명들을 이롭게 해서 서로 화합하며 잘 살라고 가르쳤던 조상들의 얼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일단 통일부터 하고 고토회복의 꿈도 잊으면 안 돼. 난 고토회복이 다 되고 서로 화합하며 잘 사는 그 땅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 내 오랜 소원이야.'
아재 눈에 눈물이 비치는 것 같아 손 꼭 잡아드리며 대충 인사 마치고 떠나오던 길.
미이라 바위가 보이길래 한마디 해주었습니다.
"아직도 노려보네. 담부터 내 보면 눈 깔아. 알았어!"
첫댓글 요즈음 홍산문명 이야기를 간간히 볼수 있더군요
오늘 뉴스에서는 통일 보다는 북쪽의 2국론을 수용하자는 정치인들도 보이고,
잊혀지는것 같아서 주목을 끌고 싶은 것인지 ~~
갱상도 분들 대단하지요 ㅎ
앞에 있는 사람이 물건을 떨어뜨리자
경상도 남자가 주워주면서 '니 끼가? 아나 요기잇따아 가가라' 라고 했더니
물건 주인이 'Sorry, I can't speak Japanese' 라고 했답니다.
네. 아무래도 예전보다 역사 고증이 쉬워지고 과학적 기법도 가세하니 잃어버린 고대사들이 슬슬 제 모양을 찾아갈 모양입니다. ㅎ
사투리도 한 세대만 더 지나면 거의 잊혀지지 않을까 싶어 제 글에나마 억지로 넣습니다. ㅎㅎ
재미있습니다.
경상도 버전 넘 좋고요.ㅎ
도깨비 아재가 어느 말인들
못하겠습니까.
마음자리 님 이야기를 손주 자는 틈을
이용해서 퍼떡 잘 읽었습니다.ㅎ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주 돌봐주시다가 체력 다 고갈 되셨다더니... 또 가셨군요.
이번에는 체력 관리도 하시면서 손주 돌보세요. ㅎ
내를 삐딱하게 쳐다보미..
이 말에서 진정한 경상도 사투리를 느낍니다.
이념으로 둘로 나눠진 남한에 사는 우리 보다 해외에계신 동포들께서 오히려 더 통일에 대한 염원이 깊습니다.
통일에 대한 찬 ㆍ반 여론조사를 신문에서 본 적이있습니다.
분단의 시간이 길어 질수록 젊은세대들의 통일에대한 부정적 생각이 깊어짐을 봤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정치적인 문제가 커다고 생각되어지네요.
수호바위 도깨비 아재나 마음자리님과같은 조국에 대한 사랑과 통일에 대한 염원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저도 태어나 쉰 살이 되도록 산 땅이고, 어릴 때부터 국민교육 헌장을 달달 외우며 산 곳이니... 그 땅이 쪼그라든 채로 고착화 되어가는 그냥 지켜보기가 참 안타깝습니다.
글로나마 이렇게라도 작은 소리 내어보고 싶었습니다.
맘자리님, 추석이 오는 주에는 고국 생각이 많이 나시나 봅니다.
다행히, 도깨비 아재 바위를 만나, 땅 넓었던 그시절 이야기도 하시고요.
우째,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있어야 할 미이라가
거기에 언제 이민 왔다능교?
인류문명 4대 발상지 보다, 앞섰다는 우리 고조선 이야기를
도깨비 아재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미이라 바위를 호통도 치시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요즘은 민족이나 국가관 보다,
이념에 더 큰소리를 내니 어지럽네요.
도깨비 아재가 호통 좀 쳐야겠습니다.^^
다음에 도깨비 아재 만나면 한번 부탁드려 봐야겠어요.
호통 좀 쳐달라고요. ㅎㅎ
상상이 자꾸 이야기를 지어내게 합니다. ㅎ
째려보는 게 아니라 지긋이 아래를 내려다 보는
느낌인 건 저만 그럴까요 ^^
그렇지 않아도 가을에 꼭 한 번씩 가는 마니산에
가려고 달력을 보는 참인데, 이번에 가면 도깨비
바위가 있는지 살펴 보겠습니다.
아... 그렇게 보이시나요?
ㅎㅎ 제가 요즘 심사가 좀 꼬였는지 ㅎ 괜히 시비를 한번 걸어보고 싶더라구요. ㅎ
자세히 다시 보니 목을 쑥 빼고 기가 죽어있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네요. ㅎㅎ
마니산에 워낙 바위가 많으니 잘 찾아보시면 보일 겁니다.
참, 마니산을 함허동천쪽에서 오르시면 바위 무지 많습니다. ㅎ
잘 압니다.
정확히 말하면 정수사(절)에서 오르는 길이
절경이지요. 거기가 좋아서 가끔 갑니다.
어쨌든 도깨비 아재 바위에게 이쁜 도깨비 아줌마 (여친)가
생겨야 될것 같습니다 .
마음자리님께서 물색해 보셔요 .
두 도깨비 바위께서 우리나라에게 힘을 불어 넣어 주면
아마 화합이 잘 되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도깨비 아재가 동생 바위들을 부추키며 열심히 힘을 불어 보내고 있을 겁니다. ㅎㅎ
도깨비 아재이야기가 아주 흥미롭게 전개되는군요.. 즐거운 이야기 다믐편이 기대됩니다.
다음에 또 만나면 소식 전하겠습니다. ㅎ
저는 무서워 다리 후덜덜할 것 같은
도깨비 아재와 정겨운 대화도 나누시고
역시 후덜덜 무서울 것 같은 미이라 바위한테는
“눈 깔아” 큰 소리도 치시니
마음님 담력이 어마무시 하십니다.
ㅎㅎㅎ
든든한 도깨비 아재 믿고
큰소리 한번 쳐봤습니다. ㅎㅎ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타고난 이야기꾼입니다. 스마트폰 으로 이 긴글을 쳤어요?
대단합니다
전 이제 스마트폰으로 글 쓰는 게
더 편합니다.
장소불문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어서요.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