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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대담] 전생연구가 vs 정신과의사
알고 싶지만 위험한 세계, 최면과 前生
전생체험론 강연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연예인들의 전생 체험들이 공개되고, 전생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곧 상영될 예정이다.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은 전생 열기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2명이 진단한 전생론의 모든 것.
대담자: 김영우(의학박사, 김영우 정신과 원장)
장순기(의학박사, 노원신경 정신과 원장)
사회: 안영배 [신동아] 기자 ojong@donga.com
장소: 서울 아카데미 하우스
일시: 2000년 10월 12일
'최면을 통한 전생(前生)체험론’이 우리 사회에 보급된 지 5년,
전생이란 단어가 이제 낯설지 않은 사회적 용어로 자리잡았다. 최근
들어서는 젊은층 사이에서 오히려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젊은이들을 주시청자로 하는 TV오락 프로그램에서 ‘전생 요법가’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등장해 최면으로 연예인들의 전생을 유도하는
장면이 심심찮게 방영되는가 하면, 최근 전생론을 집필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한 대학교수의 전생체험 강연회에는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대부분 젊은층이었다고 전한다.
이와 함께 전생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이 결성되고, ‘전생 요법가’로 자처하는 사람들도 우후죽순처럼 늘어가는 추세다. 전생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는 젊은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고, 전생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전문적인
치료기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최면으로 전생을 유도했다가 깊은
최면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하거나, 다른 의식이 주입돼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생에 깊이 빠져들 경우 현실생활을 소홀히 하거나 인간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신동아’에서는 우리 사회에 전생요법을 대중화시킨 장본인인
김영우박사와 기존 정신의학적 치료를 하면서도 최면치료에
밝은 장순기박사의 대담을 마련해, 전생체험 붐 현상을 점검해보고 그 긍정적 효과 및 부작용 등을 진단해보기로 했다.
젊은층의 전생체험 열기
사회: 김영우박사님이 96년에 ‘전생여행’이라는 책을 발간한 이후 전생론에 대한 찬반 열기가 한동안 뜨거웠고, 최근에는 우리 사회의 젊은층에서 전생에 대해 지대한 호기심을 갖고 전생체험을 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왜 젊은층이 전생에 대해 열광하는지
먼저 ‘전생 붐’을 처음으로 일으킨 당사자 김박사님께서 말씀해 주시지요.(웃음)
김영우: 제가 개설한 홈페이지의 ‘상담란’에도 질의자 대다수가
젊은층인 것을 보면 젊은사람들이 최면, 더 나아가 전생퇴행에 관심이 매우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처음부터 젊은층에 한정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사회에 그런 현상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책이 96년에 처음 나왔을 때 사회적으로 영혼, 전생 등 신비적 현상에 대한 호기심이 일기 시작하던 때였죠. 왜냐하면 90년대에 들어서서 사람들이 풍요로워지긴 했지만 행복과는 거리감이 있는 물질자본주의에 대한 회의, 사회주의권의 붕괴에 따른 이데올로기 해체 등으로 인해 정신적인 공백 상태를 경험하면서 그 대안을 찾는 욕구가
내재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 책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였고, 그 다음에는 그 비슷한 정보들을 찾다보니 의외로 이런 분야에 대한 연구가 여기저기서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우리 사회에 전생론이 점차 확산됐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윤회론이니 전생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개념이고, 심리적 저변이 확대된 상황에서 별로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전생체험과 현실도피적 태도
장순기: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을 좋게 볼 수도 있겠지만,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요새 젊은이들이 워낙 자기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고 줏대가 없으니까 새로운 걸 시도하면 호기심으로 몰리고, 또 호기심만으로 쫓아가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도 됩니다. 기성 세대가 보기에 요새 젊은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자랐기 때문인지 정신적인 측면에 대해 준비가 안돼 있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갈증을 이런 식으로 메우다 보면 기존의
건전한 철학이나 종교가 설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전생에 자꾸 관심을 가지다 보면 모든 현상을 그쪽으로만 돌려버리는 폐단이 있어요. 이런 식으로 현실 도피적인 사고를 할 경우 현재의 노력과 인간 관계의 중요성 등을 간과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사회 전체 구성원이 다 그렇게 되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과거 속에서 살 수 없는 것이고, 과거는 현재를 있게 한 요인으로서 참고 자료나 교훈 자료로 활용하는 선에서 그쳐야지요.
젊은이들의 전생 등에 대한 호기심이 아직까지는 정신과 의사들이 걱정할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오히려 TV 등 매스컴에서 필요
이상으로 젊은이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는 듯합니다.
김영우: 사실 작년부터 TV가 중심이 돼 최면요법을 많이 소개했고, 그 과정에 드라마틱한 부분을 부각시키면서 전생요법이 저항감
없이 사람들에게 접근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프로가 너무 흥미
위주로 편성돼 있고,
현재 대중을 상대로 전생요법을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치료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최면에 대한 호기심를 가지고 접근한 사람들이라서 사실
전문 치료자인 저로서는 우려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전생요법이라는 것은 정신 치료 및 심리학과 전체적으로 연계된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따라서 전생요법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거나, 해결이 안되는 심리적 문제는 전부 전생에 원인이 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최면 과정에서
나오는 기억 자체를 무조건 전생의 기억이라고 못박아 단정하는 것도
큰 잘못입니다. 최면이라는 것이 그렇게 생각처럼 단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는 지금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사회: 장박사님께서 전생 체험에 너무 탐닉하면 현실 생활이나 인간 관계를 부정하거나 하찮게 여기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만, 실제 김박사님의 전생퇴행 임상에서 그런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습니까?
김영우: 제 환자들 중에서는 아직 그런 사람을 보진 못했어요. 정신분석치료라든가 일반 면담치료에서도 옛날 어릴 때 기억을 찾아내고
과거에 상처입었던 일들을 찾다보면 새삼스럽게 그 생각에 빠지거나
그때 감정들이 강하게 올라와서 일시적으로 괴로움을 겪는 경우는 있습니다. 전생퇴행에서도 인간관계의 갈등을 느끼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현실 속에서 다른 면담을 통해서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었고, 제 환자들은 거의 다 그렇게 해결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장순기: 제가 옆에서 보기에 김영우선생님은 정신과 전문의이다 보니까 비교적 조심스럽게 하는 것 같고 또 치료 전문가들이 하는 건 별
문제가 없다고 봐요. 그런데 남이 한다니까, 책 몇권 보고 너도 나도
최면한다고 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꼭 전생 치료가 아니더라도 잠재적인 정신병을 풀어헤치면
정말 정신병이 나오거든요. 그 사람이 현재 상황에서 잘 지내고 있는데, 그걸 분석한다거나 전생체험 한다고 흔들어 놓으면 진짜 정신병이 나온단 말이에요. 이런 걸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게 안되는 사람은 치료자와 치료 대상자 서로가 곤란하게 됩니다.
김영우: 건강한 사람들이 자기 생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 전생을
체험해 보겠다고 하는 것은 좋지만, 심각한 문제를 가진 환자들이 거기에 탐닉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생퇴행치료를 받겠다고 오는 사람들한테 저는 이 치료의 한계점이라든가 현실과의 조화, 이 치료로 인해 올 수 있는 생각의 변화들에 대해서 충분히
얘기를 합니다. 제가 지적한 문제점이 환자에게 조금이라도 보이면
기존의 보수적인 정신치료기법으로 상호 보완해 나가는 방법을 채택하지요.
그래서 기존의 정신치료 기법과 전생퇴행 기법을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치료자들이 해야지, 전생퇴행 기법 하나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누군가를 치료하겠다고 덤벼들 때는 상당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사회: 얼마 전에 TV를 보니까 전생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등장해 서로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들을 불러다놓고 한사람씩 전생퇴행
유도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연예인들은 최면상태에서 현재의 누구는 예전에 나랑 어떤 관계였다고 얘기하거나, 당시 감정에 사로잡혀 울거나 웃는 등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과연 최면상태에서 끄집어낸 과거의 기억들이 정말로 그들의 전생이었을까요? 또 공개석상에서 그런 식의 전생퇴행이 부작용은 없을까요?
공개석상의 전생유도는 곤란
김영우: 연예인들이 최면 상태에서 떠올린 것이 기억일 수도 있고,
환상일 수도 있고, 왜곡된 기억일 수도 있고, 주변 환경에 따라 각색돼
자기가 연기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치료자는 이 모든 가능성을 다
고려해야 합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기억을 치료자 입장에서는 신뢰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것이 왜 그렇게 나오느냐 하고 파고들어야 하는 데이터라고 할 수 있겠죠.
따라서 공개석상에서 누군가를 전생퇴행해 기억이 나왔다고 해서 그게 그 사람의 전생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죠. 바로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전생치료가 하나의 심각한 연구기법이라는 점을 무시한 채 사람들에게 전생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가볍게 보도록 유도함으로써 부작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최면치료자의 덕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을 상대로 데몬스트레이션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치료 자료를 공개할 수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최면 시술을 하지 않게 돼 있습니다.
장순기: 저도 그 프로를 보았습니다만, 출연한 연예인들이 유명한
사람들이고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일반적으로 보아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연예인들은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최면이 잘 되고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전생이나 최면이
아니더라도 정신분석에서 보면 예술적인 재능이 있다든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은 더 잘 되고, 둔한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됩니다.
그 다음에 전생의 기억이라는 것이 제가 알기로는 자기의 상상력을
보태서 각색하는 부분도 있어요. 무의식에 있는 것이 나오는 것이니까, 마치 꿈을 꾸는 거나 같다고 봅니다. 꿈은 그 사람의 평소 생각이나 능력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농사짓는 사람은 농사짓는 꿈이 나올 것이고 정치가는 정치에 대한 꿈을 꾸듯이 연예인들도 주로 자기들의 관심사가 나오니까 괜찮을 수도 있겠죠.
사회: 최면 상태에서 나온 것이 환상일 수도 있고, 왜곡된 기억일
수도 있다면 그런 것들의 구별은 가능한가요?
김영우: 많은 경험을 가진 치료자가 그 사람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파고 들어가고 데이터를 가지고 나왔을 때는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지만,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그런 것을 알아챈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죠.
사회: 왜곡된 기억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영우: 기억이라는 것은 사진처럼 찍혀서 우리 머릿속에 보관돼
있다가 떠올라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과거를 회상할 때는 그 기억을 머릿속에서 재합성하게 돼 있어요. 그러니까 합성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의 의식이라든가 감정이 어느 정도 가미돼서 조금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최면상태에서 떠오르는 기억의 경우 그 중심 스토리는 변질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5살 때 내가 빨간 모자를 쓰고 파란 옷을 입었다고 기억해 냈는데 실제로 그때 찍은 사진을 보니까 색상이 그 반대로 나왔어요. 그럼 그 사람의 기억이 틀린 거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런 주변부의 기억은 약간 바뀌고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전생퇴행에서도 그 전생 장면의 시기가 천팔백몇년으로 나왔는데 나중에 따져보니까 연도가 틀렸다고 해서 그 기억이 다 가짜라고
단정할 수도 없고, 반대로 햇수가 맞았다고 해서 그것이 100% 정확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스토리가 그 사람의 내면에서 올라 왔다는 것이고, 그게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
“전생은 무의식의 표현”
장순기: 저는 정신과적으로 얘기할 때 최면에서 떠올린 것이 그 사람의 무의식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그것이 그 사람의 전생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봐요. 그리고 정신과 치료에서는 그러한 기억이 전생이냐 아니냐는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런 논쟁 역시 소비적인 것 같아요. 그런 논쟁 속에는 종교적인 면도
개입돼 있는 것 같고요.
어찌됐건 최면에서 떠올린 것이 그 사람의 무의식이든, 과거 생이나
어릴 때의 생이든 그것이 의미가 있다고 보면 이 치료법이 유용한 것이겠지요. 그걸 잘못 알고 호기심에서 전생이냐 아니냐, 맞냐 틀리냐는 식으로 하다 보면 부작용만 생기는 겁니다.
사회: 장박사님, 일반적으로 정신과 의사들은 최면에 의한 전생요법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김박사님이 5년 전에 책을 내던 때는 극단적으로 전생요법을 부정하는 정신과 의사도 있었습니다만.
장순기: 글쎄요, 제가 정신과의사 대표는 아니니까 무어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만, 처음에 전생요법이 나왔을 때 의사가 그런 것까지
하느냐 하는 분위기가 있었죠. 의학사를 보더라도 정신과 교과서에
전생요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거든요. 대신 최면은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면이 최근에 와서 유행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오래 전부터 있었어요. 학문의 흐름을 보면 정신분석 이론 전에 최면이 먼저
있었는데, 의사들이 최면을 하기는 좀 그렇다 해서 정신분석으로 대치됐다가 지금에 와서는 다시 최면이 리바이벌되는 시점에 왔어요.
사회: 최근에 한 교수님께서 펴낸 전생 관련 저서에 부록으로 ‘전생유도 테이프’가 끼어 있었습니다. 혼자서도 전생 체험을 해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지요. 이것을 선전하는 광고문구에는 테이프에 ‘수호령’ 혹은 ‘보호령’이 설치돼 있으니까 혼자서 전생퇴행을 해도 안심할 수 있다고 씌어 있어요. 이 말을 거꾸로
해석해 본다면 전생 퇴행 중에 보이지 않는 영(靈)의 작용에 의해 방해라든가 부작용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데요.
김영우: 그 책을 쓰신 교수님이 전생퇴행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는지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가 어렵긴 합니다만, 빙의(憑依, 타인의 영혼이 옮겨 붙는 것) 등 영적인 부작용을 생각해 그것을 막는 역할로 수호령이니 보호령이니 하고 얘기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습니다. 또 어떤 수호령을 테이프마다 설치했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발상입니다. 설령 그런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전생체험자에게 병리적인 부분이 있으면 반드시 약점을 파고 들어오는 부작용은 생길 수
있는 것이죠.
사실 그 교수님이 하고 있는 전생퇴행이 제가 볼 때는 상당히 걸러져야 하는 부분이 많고, 거품이 빠져야 할 부분도 있고, 감별진단을 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전생퇴행에서 나오는 기억의 경우 다중인격의 성향이 있는 사람이나 작화적인 경향을 가진 사람, 이해할 수 없는 영매 체질 혹은 신기(神氣) 등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복잡하고 변주적인 내용들이 많이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걸
일일이 감별하고 진단하고 해결해주기 위해서도 전문적인 치료자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을 했다고 해서 그걸 처리할 수는 없거든요.
여자와 남자 오가는 다중인격 장애
사회: 다중인격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있긴 합니다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다중인격 환자들이 많이 있습니까?
김영우: 저는 비교적 그런 사례를 많이 보고 있는데요. 자기 안에서
자기가 아닌 다른 인격이 있는 것 같다, 자기는 이걸 원하는데 상반된
것이 속에 있어서 자기를 저리로 끌고 간다, 나는 이러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자기와 동떨어진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입니다.
현재의 우리 진단 시스템에서는 이런 증상을 대부분 정신분열증이나
성격장애, 정신분열에 가까운 정신증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만, 그걸
더 파고 들어가서 깊이 있는 면담이나 최면을 하다 보면 독립된 그 사람의 다른 인격이 올라와서 그 사람을 지배해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심한 경우 여자가 남자가 돼버린다든가, 남자가 여자가 돼버리는 경우가 있죠. 어떤 여자 환자의 경우를 보죠. 그 여성환자 안에 있는 남성의 이미지하고 대화를 하고 작업을 끝낸 뒤, 환자가 밖으로 나가 간호사와 다음 약속날짜를 정하는 순간에 남자로 변해 버렸어요.
간호사가 깜짝 놀라 “선생님 환자가 이상해요” 하고 진료실로 뛰어들어오고 그 환자도 간호사 뒤를 따라 들어오는데, 여자인데도 분명히 남자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었어요. 아까 얘기했던 퍼스낼리티가
주도권을 잡은 거죠. 그래서 다시 그 퍼스낼리티를 집어넣고 원래 얼굴로 바꿔서 집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경우들이 가끔 있어요.
이 여성환자만큼 적나라한 경우는 아니더라도 그런 장애를 느끼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걸 파고 들어가면 다중인격의 진단 범주에 다 들어가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그것이 전부 분열증이나 우울증으로 진단이 됩니다.
사회: 장박사님도 환자 중에 다중인격장애 환자를 많이 보셨나요?
장순기: 많이는 아니지만 분명히 있고, 다중인격장애가 아닌가 의심가는 환자들은 더러 있어요. 그걸 깊이 파고 들어가면 밝혀지겠죠.
그런데 대개의 정신과 의사들은 그런가 보다 하면서 그냥 덮어두고
다른 치료법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영우: 아직은 국내에서 그걸 치료하는 기법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장순기: 다중인격, 이중인격은 과거에는 기준이 엄격해 독립된 질환명으로서 그런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한 사람에게 인격이 2∼3개 있는데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은 정상적인 다중인격이고, 그것이 충돌해서 갈등을 느끼면 우울증이니 강박증 등의 병으로 생각했어요. 인격이라는 건 어떤 면에서는 치료될
수 없는 부분이고, 또 다를 수 있는 것으로 봤거든요. 어떤 사람이 이중인격자라고 할 경우 어떤 때는 아주 선한 모습으로 복지 사업을 하면서 살고 또 어떤 때는 도둑놈 같은 모습으로 실제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경계선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출세하고 잘
살기도 해요. 그러면 정신과 의사 입장에서는 그냥 두는 거죠. 생긴 대로 사는 거니까.(웃음)
김영우: 장선생님이 얘기한 대로 상반되는 성향을 가지거나 다중적인 측면을 가진 사람들을 꼭 장애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상반되는 성향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사는 경우가 있거든요.
문제는 다중인격장애 즉, 그걸로 인해 장애가 생기는 경우를 의미하지요. 그리고 지금은 진단명이 바뀌어서 미국에서도 다중인격장애라는 말 대신에 ‘해리성 인격장애’로 부르고 있습니다. 해리성 인격장애란 원래 그 사람의 인격에서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와서 통합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작용하면서 그 사람에게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사회: 해리성 인격장애와 빙의 현상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김영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해리성 인격장애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애써서 빙의의 가능성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최면치료를 해보면 다중인격의 기본이론은 그 사람의 인격 일부가 떨어져 나온 것이라고 얘기하는데, 떨어져 나왔다고 추정되는 인격하고
대화를 해보면 자기는 안에서 떨어져 나온 존재가 아니라 그 환자의
밖에서 들어왔다고 말해요. 그러니까 이 사람(환자)의 부분이 아니고
“나는 완전히 딴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인격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주장에 따라서 치료를 했을 때 확실히 치료가 빠르고 신속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또한 많이 나타나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주장대로 밖에서 뭔가 들어올 수 있다면, 이것이 우리가
전통적으로 얘기하는 ‘귀신들림’이다, ‘빙의’다 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도 있다는 거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빙의라는
것과 다중인격이라는 것의 경계가 매우 애매한 상태에 있습니다.
내 전생 아닌 빙의된 영의 전생
사회: 이를 전생의 문제로 되돌려보지요. 외부의 무언가에 의해서
빙의돼 있는 환자가 전생퇴행을 할 경우 그 떠올린 기억이 환자 본인의 것이 아니라 빙의된 존재의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그렇다면 전생퇴행이 매우 복잡해질 수도 있을 테고….
김영우: 놀랍게도 그런 경우가 대단히 많이 있습니다. 전생퇴행요법이 필요한 환자가 있어서 최면에 들어갔는데, 그가 떠올린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보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는데도 이 환자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거예요. 대개 떠올린 것이 자기의 기억일 때는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가 보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에게 오염되어 있는, 다중인격으로 형성된 다른 인격이라든가 혹은 외부에서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인격이 나타납니다. 그러면서 최면에서 떠올린 것은 이 사람(환자)의 기억이 아니라 자기(외부의 인격)의 기억이라고 주장합니다. 환자 자신도 그 장면들이 자기하고 거리가 있다고 말하는 분들이 꽤 많이 있어요.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예도 있어요.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을 굉장히 사랑했는데 파고 들어가 봤더니 자기가 사랑한 게 아니고 자기 안에 있는 다른 인격이 사랑한 것이었어요. 이 환자를 치료하고 났더니 좋아하던 사람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싹 다 없어져 버렸어요. 참 묘한 영역이죠. 바로 이런 여러 가지 복합적인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훈련 받고 많은 환자를 본 전문가들이 통합적으로 전생을 연구해 나가야 된다는 거죠.
사회: 빙의된 환자들도 최면으로 분리해낸단 말씀이죠?
김영우: 분리해내거나 무력화시키거나 어쨌든 병적 장애를 일으키지 못하게 하는 작업들을 하죠.
장순기: 저도 전문으로 하는 건 아니지만 최면요법을 사용합니다만, 의사나 환자가 빙의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은 다른 정신과적 진단명을 붙여서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이런 거창한 이름을 붙여서 환자한테 겁을 줄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서 정신병 환자들은 얼마든지 빙의 같은 귀신 얘기를 많이
해요.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 빙의로 이름을 붙여버리면 빙의 진단이
너무 많아진단 말이에요. 또 요새는 약이 좋아서 웬만하면 약으로 치료됩니다. 저는 치료에 있어서 좀 보수적인데, 영이니 귀신이니 하는
이야기는 보류해두는 편이거든요.
기존 의학계가 정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진단 명으로 아무리 갖다
붙여도 잘 안들어맞고, 지금까지의 약물치료법에도 별 반응이 없는
특이한 경우, 또 환자가 영이니 귀신이니 하는 문화에 젖어 있는 경우는 커뮤니케이션의 방편으로서 빙의라는 말을 사용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니까 기존의 치료법으로 하다 하다 안되면 그쪽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지, 빙의를 먼저 염두에 두고 그쪽으로 치료를 하게 되면
정신과 의사로서 기본적인 것을 놓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김영우: 지금 장박사님이 얘기하신 건 사실상 굉장히 중요한 지적입니다. 빙의나 다중인격장애에 대해 전혀 인식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그런 용어 자체를 아예 쓰지 않아요. 다만 그 문제를 파고 들어가
증상을 해결하면서 이 사람 스스로가 자기를 찾아가게 해줄 따름이지요. 빙의, 다중인격, 전생, 이런 것은 치료에서 우리가 필요할 때 쓰기는 하지만 그걸 전면에 드러내놓고 그걸로 모든 걸 다 해결하거나 진단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한테 찾아온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 약물요법 등 정통적인
치료법으로 해결이 안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묘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병원보다 조금 비율이 높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좀 특수한 경우지요. 자기는 분명히 귀신이 들었다고 주장을 하는 환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인정하고 얘기하는
것이 그 사람의 속을 털어놓는데 도움이 될 때도 물론 있습니다.
사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샤머니즘적 전통이 강하기 때문에, 보통
귀신에 씌었다고 할 경우 무속인 혹은 심령술사한테 찾아가 무속적인
행위로 치료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의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무당의 무속행위는 일시적 효과
김영우: 저를 찾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그런 과정을 거친 뒤에도 문제 해결이 안돼 온 사람들입니다. 무속적인 행위가 일시적으로 그런
증상을 호전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그 사람의 문제를 정말로 해결하는 경우는 없다고 봅니다. 옛날에 민간신앙에서 하는 것들이 때로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저희 같은 전문적인 치료자가
볼 때는 치료로서 인정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질환의 내면에는 그 사람의 심리적인 갈등, 옛날에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 타고난 성격 중의 약점, 그리고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불행했던 과거의 충격 등이 복합적으로 가미돼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치료 행위로 환자에게 붙어 있는 무언가를
떼어낸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정신분석적이고 면담,
심리적인 방법들이 따라가 통합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환자가 완전히 완치됐다고 할 때까지는 가야 할 길이 여러 단계 남아 있는 거죠.
사회: 김박사님이 말한 무속적인 행위에 의한 일시적인 도움이라는
건 어떤 의미인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시지요.
김영우: 무속적 행위로 빙의된 것을 떼어내는 작업을 마친 사람들의 속에는 여전히 그러한 것이 숨어 있어요. 최면과정에서 제가 그 숨어 있는 것에게 “왜 나간 척했냐” “왜 숨어 있느냐”하고 질문을
던지면, “나는 나간 척만 하지 숨어 있지는 않았다. 조금 눈치를 봐서
다시 이 사람을 지배할 것이다” 이렇게 얘기해요.
대개들 환자가 증상이 없어지면 그 치료자들은 나갔다, 해결됐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끝내게 마련인데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서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그대로 지내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저는 그러한 치료가 무가치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해서 다 나았다 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되고,
그러한 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그러한 질병을 빙의라고 이름붙여 두려워하게 만들어서 환자가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케 해 오히려 더 위축되는 경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장순기: 외부의 영적 존재를 설정하는 ‘빙의’ 같은 얘기는 매우
정서적이고 종교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기존 의학계로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함부로 그걸 얘기하기에는
어떻게 보면 불경스러운 것도 같고, 어떻게 보면 믿음의 대상일 수도
있는 문제이거든요. 따라서 최면요법을 하는 정신과 의사들 중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하는 기류도 존재합니다.
명상의 위험(단전호흡의 부작용에 대한 글은 [수행관] 게시판의
'단전호흡'에 관한 글을 참고 하십시요)
사회: 요즘 들어 활발해진 명상, 기공 수련 중에 부작용으로 빙의가
된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요?
김영우: 저한테 뿐만 아니라 이런 저런 병원에 기병(氣病)이라 해서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들 합니다. 제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심리적으로 잠재적인 불안이나 약한 부분이 있는 사람들이 기공을 하거나
호흡훈련을 할 때 뜻하지 않게 환각 환청 망상 등 정신분열증의 급성증상 같은 것들을 경험하고 신체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하게 그것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생하는지는 아직까지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기라고 불리는 에너지 응용 과정에서 그 사람의
안정을 해치고, 그 사람의 정신적인 안정에 타격을 줌으로써 생기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어요.
장순기: 단전호흡을 하다가 부작용을 앓은 사람의 사례가 있어요.
어떤 사람이 단전호흡을 하다보니까 뭔가 느껴지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자기에게 능력이 생겼으니까 다른 사람을 치료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설치게 됐지요. 정상적인 생활을 제쳐놓고 그 방향으로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그 방향으로 자신이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건지 헷갈려서 찾아왔어요. 마치 종교적으로 그런 은사를
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그것을 베풀어야 한다는 압력이 온다는 겁니다.
김영우: 호흡수련 이론이 제대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정확하게
이끌어줄 지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그냥 마구잡이로 수련할 때 분명히
부작용을 낳을 위험이 많습니다. 자기의 재능이나 특성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특히 저는 민감한 사람들이 그런 수련을 한다고 할 때는 일단 중단시킵니다.
장순기: 맞습니다. 명상 같은 것도 어떻게 보면 건강을 증진시키고
영혼을 맑게 하는 방법일 수 있겠는데, 정신적으로 취약점이 있는 사람은 그 방법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볼 때 약간
취약점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런데 관심이 더 많아요. 오히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별관심이 없어요.
사회: 그런 기병은 어떤 원리에 의해서 치료되는 건가요?
김영우: 그 사람의 약해진 방어기제를 원상복귀시키거나 내면에
쌓인 에너지를 뽑아내줌으로써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여러 가지 기법들이 있습니다.
사회: 심리학을 공부한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누구나 최면을 배워서 다른 사람에 대해 전생을 유도할 수 있는 건가요?
김영우: 비유로 말씀드리지요. 자동차를 타고 엑셀을 밟으면 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서고 하는 건 운동장에서는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차를 몰고 어떤 목적지를 향해 찾아간다고 할 경우 대단히 복잡한
상황을 만나게 되는 겁니다. 그냥 최면을 시도하는 것하고 최면으로
치료하는 것은, 운동장에서 차를 몰고 앞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만큼 다르다고 보면 됩니다. .
사회: 최면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같습니다. 그런
분들이 최면 자체를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나요?
김영우: 최면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다른 사람에게 최면 걸기를 배우는 것은 어렵습니다.
자기 최면을 걸어서 긴장을 풀어주고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강좌를
하지만 남에게 최면을 거는 것은 건강을 관리하는 전문가가 아니고는
교육을 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누군가 이걸 시도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숨어 있는 정신병적인 요인, 불안 요인이
있는 사람에게 최면을 걸었을 때 그것이 활성화돼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저한테도 그런 환자가 몇 번 온 적이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너희들, 내가 최면을 걸어줄게” 했는데, 그 부작용으로 이 학생이
굉장히 고생하고 학교도 휴학하고 결국은 저한테 와서 치료를 받고
고친 경우도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무책임하게 최면을 하는 것은 항상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고 보아야죠.
장순기: 아주 건강한 사람들끼리 재미로 하는 건 괜찮은데, 누가 건강한지 안 한지 겉으로 봐서 알 수 없으니까 잠재적인 정신병 위험성을 가진 사람은 염두에 둬야 돼요.
사회: 건강한 사람들이 하는 것은 괜찮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요?
장순기: 건강한 사람이란 의식이나 무의식, 정신적으로 자기를 방어하는 기제가 역작용을 차단할 수 있고 불편한 것이 오는 것에 대해
완전히 자기를 보호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죠. 그런 방어기제가 약해져 있는 사람의 경우 쉽게 깨지면서 없어져야 될 것들이 위로 피어올라오고, 그로 인해서 부담을 느끼고 불편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생테이프의 부작용
사회: 김박사님께서 전생관련 책을 내시면서 전생유도 테이프를 내셨고, 최근에 다른 분도 비슷한 테이프를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테이프를 혼자 들으면서 자기의 과거를 찾아갈 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이 삶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까?
김영우: 그런 경우도 있죠. 예를 들어 테이프를 듣다보면 긴장을 풀고 잠을 잘 잘 수 있어서 불면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사례를 많이 봤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테이프를 들으면서 무의식이 최면의 암시로 인해 활성화되니까 꿈을 통해서든 명상을 통해서든 그 사람의
내면의 필요에 따르는 영상들이 나타납니다. 그것이 전생의 기억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걸 보고 인간관계나 문제점을 해결한 경우도 있습니다. 테이프가 그런 좋은 작용도 한 반면에 잠재적인 불안이 있는 사람이 테이프를 들을 때 불편하다든가 안정이 안 되든가 하면 즉시 중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장순기: 일반인은 잘 모르겠지만 잠재적인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잠재적인 정신질환이라는 것은 겉은 말짱해
보이는데 조금 얘기해보면 무언가 다른 사람, 쉽게 얘기해서 성격에
변동의 폭이 심한 사람들입니다.
김영우: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전문적인 치료자가 하면 모르겠는데, 집단으로 한다든가 혼자서 열심히 할 경우에는 의외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장순기: 덧붙여 말하면 전생체험에 큰 기대를 가지고 맹신하는 사람 역시 위험할 가능성이 많고, 반대로 이런 쪽의 말 자체도 꺼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중립적인 태도를 가지고
건전한 호기심을 가진, 선의의 의욕을 가진 사람과 치료자가 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고 너무 매달리면 틀림없이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회: 논외의 얘기이긴 합니다만, 김박사님 이전에 정신과 의사들
중에서 최면요법을 하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그때는 전생 얘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최면을 하다 보면 그 사람의 어릴적 시절, 더 거슬러
올라가면 태어나기 전의 생의 모습 등도 있었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김박사님이 책을 낸 이후로 전생이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퍼지고, 그러면서 느닷없이 전생 전문가들이 많이 나오게 됐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김영우: 그 점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 최면을 많이 했던 분하고 한번 토론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도 최면을 하면서 옛날 어린 시절로 유도하다 보면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서 발설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러다가 제가 책을 낸 뒤에 그
분도 전생 얘기를 했어요. 책을 보고 이제는 말을 해도 안전하겠다 싶어서 한 것이지요.
요즘 들어 전생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전생’이라는 것을 너무 단순하게 여겨 쉽게 접근한다는 점이 있고, 두 번째로는 이 분야가 상술과 연결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어요. 대중들의 호기심에 편승해 상술로 접근할 경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생겨날 위험이 앞으로도 많다고 저는 우려하고 있어요.
전생체험자들의 삶의 변화
사회: 이제 마지막으로 환자든 정상적인 사람이든 전생의 기억을
떠올려 주변의 인간관계에서 저 사람은 전생에 나하고 어땠다 하고
느낀 사람들이 현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십니까?
김영우: 수많은 환자들이 최면작업을 하고 치료를 종결하면서 자기 삶이 변했다고들 말합니다. 세상을 보는 태도, 세상을 사는 아량,
주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의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졌다고 하지요.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 사람이 더 깊고 넓고 신학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장순기: 건강한 사람도 전생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의 정신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본능적인 욕구라고 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식욕 성욕 같은 것만 본능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근본을
알고 싶고 사후(死後)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욕구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욕구를 가졌을 때 그것을 억눌러서도 문제가 되지만, 욕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그대로 표출했을 때도
역시 문제가 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전생요법이 잘못하면 젊은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에 들떠서 현실을 등한시하게 한다든가 전생에서의 인간관계만 중시하고 지금의 인간관계는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이게 할 수도
있어요. 또 전생론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나 그런 욕구가 없는 사람한테 억지로 강요하거나 유생시키는 분위기 역시 사회 전체적으로 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거꾸로 분명히 전생요법이 필요한 환자나 그룹이 있을 거예요. 그러면 거기에 맞게 적절한 전문가가 나타나서 가이드를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두고 전생요법이 기존의 메디컬 모델이다 아니다,
전생이 있냐 없냐 하고 따지는 것은 제가 볼 때는 소모적인 논쟁에 불과합니다.
김영우: 이러한 논의들이 기존의 여러가지 훌륭한 치료법과 정신의학을 발전시킨 많은 이론들이 있는 가운데서 이해가 되고 그 지평을
넓혀가야지, 기존의 과학이나 의학에 배치되고 모순되는 것으로 봐서는 절대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의학자들이나 심리학 분야에 있는 분들이 이러한 시도를 하고 모임을 만들어서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작업이, 미래에 좀더 완전한 치료 기법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히기 위한 방법으로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장시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