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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메이트 soulmate]
3화 Episode3. 난 사랑하고 있는 게 아냐...I'm not in love...
Episode4. 내게로 와요.. c'mon through
난 사랑하고 있는 게 아냐(I'm not in love)
S#1. 도로/차안(D)
차 안, 동욱과 유진이 기분 좋게 드라이브 중이다
카오디오에선 olivia의 fly me to the moon 전주가 나오고 있는데
유진 : 아,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랩니다!! 뭐더라...플라이...
동욱 : fly me to the moon이죠
유진 : 맞습니다! 들을 때마다 가사가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동욱, 대답 대신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를 말하듯 따라한다
동욱 : (Fly me to the moon에 맞춰) 날 달로 날아가게 해줘요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별들 사이를 누비며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목성과 화성의 봄은 어떤지 보게 해줘요
일부러 멋부리지 않고, 그냥 이야기하듯 가사를 번역해주는 동욱
그런 동욱이 멋스러워 보이는 유진,
차를 자연스럽게 대로변에 멈춰 세우고
동욱,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유진의 눈을 맞추고 있다
동욱 : (In other words, hold my hand 유진의 손을 잡고) 다시 말한다면, 내 손을 잡아주세요
(In other words, darling kiss me 키스를 할 듯 유진의 눈을 보면)
다시 말한다면, 내게 키스해주세요
유진, 노래의 마법에 끌린 듯 눈을 감고 키스를 기다리듯 입술을 내밀면
동욱, 유진의 입술에 닿을 듯하다가 샴푸를 내민다
S#2. 테이크아웃 커피숍(D)
테이블 가운데에 놓여진 샴푸통을 만지작거리며
도저히 모르겠다는듯 얼굴을 맞대고 심각한 추측에 빠진 유진, 수경, 미진
수경 : 하필 왜 샴푸를 줬을까 그 결정적인 순간에!!!
미진 : 입술이나 혓바닥을 쑥~! 내밀어야 정상인데 말이다!
수경 : 너랑은 별일 없을테니 정신 차리고 집에 가서 머리나 감으란 뜻인가?
미진 : 아님, 냄새 나니까 담부턴 머리 빡빡 빨고 나와! 그런 뜻인가?
유진 : 부장님!! 저 머릿결 하나는 프리미엄급 실급니다
미진 : (유진의 머릿결을 만지자마자 놓으며 억지로)...괜찮네 좌우당간~ 딸랑 샴푸가 뭐니 샴푸가!
그 남자 센스가 너무 구제불능이다
유진 : 그렇게 센스 없는 남자가 아니니까 더 궁금한 겁니다
(입은 옷을 만지며) 이 원피스도 그 남자가 선물한 거에요
수경 : 맞아, 이 정도 감각이면 센스지수는 A급인데 말야
미진 : 그렇다고 샴푸를 선물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생뚱맞잖아!
유진 : 그러니까 머리가 아픈 겁니다~ 그냥 생각 없이 이것만 줄 사람이 아니니까요
수경 : (뭔갈 알아낸듯) 아 맞다!! 저 샴푸 안에 뭔가 들어있는 게 틀림없어요!!
미진 : 그래! 무슨 금가루가 들어간 명품샴푸일지도 몰라!
유진 : (샴푸 뒤 성분표시를 보고) 아니에요, 그냥 쌀눈오일이 첨가됐답니다!
미진 : 그럼...뭐지?
수경 : 아니 그게 아니라~!! 제 남친도 그런 짓 잘했거든요
기념일마다 아이스크림이나 와인 같은데 선물을 숨겨놓고 제가 찾으면 좋아라 웃고 말이죠
미진 : 그래~! 남자들이 가끔 엉뚱한 선물로 여자의 관심을 끌곤 한다지!
나는 예전에 100일 선물로 H.O.T엽서를 받고 너무나 황당했단다!
수경 : 백일선물로 겨우 엽서 한 장을요? 말도 안돼 진짜!!
미진 : 왜 나한테 딴것도 아니고 H.O.T 엽서를 줬을까? 이게 뭘까! 이게 뭘까!
엽서 안에 무슨 암호가 숨어있나 문희준 머리카락 숫자까지 세면서
밤 꼴딱 새우다가 결국 알아냈단다!
수경 : 그래 그게 무슨 뜻이었는데요?
미진 : 에이치오티! 핫! 그게 무슨 뜻이겠니?
유진 : 뜨겁다?
미진 : 그래! 뜨겁다 아니니! 100일 기념으로 나랑 뜨거운 밤을 보내자는 뜻으로 보낸 거였단다!
어무나~!! 하하하하
수경 : 그래~ 분명 이 샴푸 안에는 뭔가가 들어있는 거야!
뚜껑 크기가 작으니 여기 들어갈 수 있는 건 반지나 목걸이?
미진 : 만난지 얼마 안돼서 벌써 반지를?
수경 : 왜~ 곧 화이트데이고 둘이 뭔가가 통했다며?
충분히 반지나 목걸이 같은 의미있는 선물을 줄 수도 있죠!
유진 : 정말 그러고 보니 이 속엔 작고 반짝이는 뭔가 들어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수경 : 맞아! 아니면 내가 커피값을 내겠어요!
미진 : 분명해! 아니면 내가 헌혈을 할테야!
수경 : 그런 일은 평소에 해도 좋은 일이거든요?!
미진 : 어서 샴푸를 들이붓자! 어디서?
수경,유진 : (합창하듯) 화장실에서!
S#3. 카페 화장실(D)
세면대에다 열심히 샴푸를 부어넣는 유진,
반지가 개수구에라도 빠질까봐 손바닥 위로 조심스럽게 붓는다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수경과 미진
유진의 머리엔 비누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수경 : (어이없어서) 이상하다 맹탕이야.. 뭔가가 있어야 되는데...
미진 :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농락해도 되는거냔 말이다!!
유진씨! 머리에 공기방울 달고 나가서 입에 개거품 물고 따져!!
유진 : (거의 울먹) 왜 이걸 나한테 준거야!! 진짜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야!!
동욱 : (Off) 재미있잖아!
S#4. 헬스클럽(D)
코치복을 입은 정환,
몸이 드러나는 운동복을 입고 동욱과 료헤이,덤벨을 들면서 얘기 중이다
동욱 : 처음에 비싼 원피스를 사줬으니까 이번에도 당연히 비싼 선물을 주리란 기대를 깨는 거지!
다음에 뭘할지 보이는 뻔한 남자는 재미없잖아?
정환 : 역을 찔러 그녀를 당황시킨다? 너 드디어 밀고당기기 게임을 시작했구나!!
료헤이 : 샴푸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동욱 : 샴푸 받고 지금쯤 별생각을 다하고 있을 걸?
그런 고민을 한다는 건 계속해서 내 생각을 하게 되는 거고 별거 없다는 걸 알고 나면
여자들은 오기가 생겨서 끌려오게 된다고나 할까?
정환 :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오기 전법!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신기루 전법! 슬슬 약올리자 이거지!
료헤이 : 뭐가 그렇게 복잡해 그냥 좋아하면 되는 거 아냐?
동욱 :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근데 좋아만 해주면 여자들이 금방 싫증을 내더라구
잘해주다가 못해줘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다시 잘해줘서 안심시키고!
그러면 이상하게 여자들이 더 좋아하던데
정환 : 너무 냉랭하게 굴었다 싶으면 살포시 안아주고 너무 힘차게 당겼다 싶으면 살짝 밀어 주고
적당한 힘 조절이 포인트지!
료헤이 : 그냥 마음 가는대로 하면 안돼?
정환 : 안돼 절대! 전에 내가 만났던 여자는 “전 오빠랑 같이 있는 게 좋아요” 그러길래
“오빠도 너랑 있는 게 너무 좋아” 그랬더니 뭐라는 줄 알아?
료헤이 : 도토리 키재기?
동욱, 료헤이를 슬쩍 째려보고
동욱 : 어휴, 말끝마다 도토리래!! 분명 그 여자 그 말 듣고 태도가 확 바꼈지?!
정환 : 맞아! 난 그냥 자기가 좋다길래 맞춰주려고 짝짜꿍해줬을 뿐인데
갑자기 담날부터 차갑게 굴잖아
동욱 : 여자들은 입으로는 착한남자, 매너좋은 남자가 좋다고 하면서도
이상하게 밀고당겼다~ 기술부리는 남자들한테 약하더라구
료헤이 : 아, 머리야! 진짜 힘들다~
정환 : (료헤이 덤벨을 들어 시범보이며) 료헤이! 근육도 이렇게 계속 펴고만 있으면 안생겨
이렇게 굽혔다 폈다 해야지 근육이 생기지 연애도 마찬가지야
동욱 : 단! 이 여자가 날 좋아하는구나 확신이 든 순간부터 시작해야지
무조건 처음부터 밀고 당기고 그러다간 완전히 튕겨나가기 십상이지!
정환 : 맞아, 바로 그 여자가 동욱이랑 키스를 하고 싶어서 입술을 내민 순간이 최고의 타이밍이지!
(동욱 보며) 넌 이번 화이트데이 때 어떡할거야?
동욱 : (멋진 작전이 준비됐다는 듯 웃으며) 화이트데이?!
만나서 초콜렛 주고 사탕 주고 그런 거 다 올드한거야!
그런 거 말고 확실한 감동을 선물하는 법 내가 선보여주지!
정환 : 야, 뭔데! 형한테도 좀 전수해줘~!
동욱 : 료헤이! 넌 그날 그 특별하단 여자 만나는 거야?
료헤이 : (당연하다는듯) 감동보다는 재밌는 걸 좋아하는 여자라서! 어디로 갈까 고민 중이야!
필립 : (OFF 머뭇거리며) 우리 저쪽으로 갈..까요?
S#5.술집 앞(N)
막 술집에서 나와서 걷는 필립과 민애
기분좋게 살짝 취기가 오른 얼굴들이다
필립, 인적 드문 으슥한 골목길이 보이자
민애의 손을 슬쩍 잡으며
필립 : (머뭇거리며)...우리 저.. 길로 가요
민애 : 큰 길 놔두고 웬 캄캄한 길?
필립 : (잔뜩 긴장해서)...알고 보니까... 여기가.. 지름길이더라구요
필립 : (Na) 어두운 골목에서의 기습키~스를 기대하시라~큭큭
필립, 민애의 눈치를 살피며 보면
민애, 필립의 뜻을 다 파악한 듯이 웃으며
민애 : 그래요? 음~ 난 처음 알았네
S#6.어두운 골목길(N)
한적한 골목길을 걷는 필립과 민애의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린다
필립, 키스할 장소를 찾는지 어두운 골목길을 두리번거리고
민애,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걷는 필립을 귀엽게 바라본다
필립, 긴장을 삼키며 키스하기 위해 민애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는데
근육남 : (Off) 민애야!
돌아보면, 필립보다 키크고 덩치 좋은 반팔차림의 근육남이 민애를 반갑게 보고 있다
근육남 : 와~ 진짜 오랜만이다!! 쭉쭉빵빵은 여전하구나! 와! 어떻게 이런데서 다 만나냐!!!
민애 : (무덤덤하게 건성으로) 그럴 수도 있지
근육남 : 왜 내 전화 안받았어? 왜 피했어? 나 전화 많이 했는데!
민애 : (무심) 그랬어? 잘 지내지?
근육남 : 잘 못지내, 절대 잘 못지내!!
필립 : (대적하려고 몸을 풀듯이 용기를 내며) 으흠! 아니 저기 이봐요!.
근육남, 그제서야 한발짝 떨어져 선 필립의 존재가 눈에 거슬리고
근육남 : 뭐야!! 나랑 헤어지고 만난 자식이 겨우 이런 놈이야!!
그래! 너도 나랑 헤어진 충격이 컸었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되는대로 막 사귀면 어떡해!!
필립 :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아니 저기요...제가 어때서?
근육남 : 시끄러 넌!
필립, 약간 움찔하면
근육남 : 내가 무조건 잘못했어 응!! 돌아와라!! 나 잘할게!! 그때보다 백배 천배 더 잘할게!!
민애 : 우리 끝났어! 몰라?!! 내가 끝났다고 한 순간 끝난 거야 그냥!
근육남 : 안돼! 욱하는 마음에 저런 놈 만났나본데! 정신 차리고 우리 재결합하자!
저 놈이 나보다 괜찮은 데가 어딨어!!
필립 : 저, 저기요 자꾸 듣고 있기 그런데
근육남 : (인상쓰면서) 넌 가만 안있어!! 죽는다!!
필립, 근육남의 무서운 팔뚝을 보고 움찔 열받아서 입술을 깨무는데
민애 : 진짜 내 말귀 못알아 들어?! 나 이렇게 질퍽하게 구는 거 싫어한다고 했니!! 안했니!!
근육남 : (바로 꼬리내리고) 했~지!!
민애 : 그리고 이 사람 너보다 천배는 멋지고 괜찮은 사람이야
너 같이 머리에서 텅텅 소리나는 짝퉁 마징가랑은 비교가 안돼!
필립, 자신편을 들어주는 민애의 말에 은근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근육남, 필립을 향해 걸어오다 헛주먹질로 슬쩍 겁을 주면 약간 움찔 겁먹는 필립
근육남 : (뒤돌아서 멀어지면서) 나 기다린다! 꼭 전화주기다!!
민애 : 가요, 필립씨!
필립, 나름대로 눈에 포스를 집어넣는다고 민애를 보는데 약간 화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민애 : 필립씨, 지금 화났어요?
필립 : 아니요... .
하다가, 민애를 벽쪽으로 밀어대며 키스를 하려고 입술을 갖다대는데
민애 : 뭐야 필립씨!
멈칫하는 필립
민애 : (웃으며) 수컷들끼리의 세력 다툼에서 이겼으니까
이제 이 여자는 내 여자다 하고 침 발라놓고 싶은 거에요?
필립 : (찔린다) 아니 그게 아니고 원래부터 제가 이 골목길에 민애씨를 데리고...
민애 : 죄졌어요? 남들 눈에 띄지도 않는 이런 컴컴한데서 하고 싶지는 않네요 난!!
키스하고 싶으면 당당하게 해요!
필립, 자신의 감정을 들켜선지 무지 쪽팔려하고 있다
S#7. 명동대로/상점(N)
인파속에 있는 민애와 필립
울리는 민애의 핸드폰, 받아들면 료헤이다
료헤이 : 민애씨 어디야?
민애 : 일보고 있어! 왜?
료헤이 : (다정하게) 오늘 만날까?
민애, 옆에 있는 필립을 한번 보고
필립도 민애에게 걸려온 전화를 의식하고 있다
민애 : 어쩌지 오늘은 안될 것 같은데?
료헤이 : (아쉬운듯) 그럼 다음에 봐 (마음을 담아서) 난 민애 보고 싶어!
민애 : (중간에 끊듯) 료! 나중에 내가 연락할게
료헤이 : (당황하며) 응....그래
료헤이 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닫는다
민애, 약간 미안한 듯 핸드폰 폴더를 닫는다
필립 : 누구에요?
민애 : 왜? 신경 쓰여요?
필립 : 조금...
민애 : 걱정마, 오늘은 필립씨가 승자니까
필립에게 다가가는 민애
필립, 놀라서 약간 당황하다 이내 민애와의 키스에 몰입한다.
지나가는 인파들, 갑작스런 둘의 키스를 보며 지나간다.
민애 : 날 좋아하려면 좀 더 당당해져야죠! 이런 게 기습키스라는 거에요!
필립, 민애의 갑작스런 키스에 아직도 얼얼하다
수경 : (Off) 필립씨 너무하는 거 아냐?!
S#8. 교열부(D)
핸드폰을 들고 통화하는 수경
같이 들으려고 바짝 붙어 앉은 유진과 미진
수경 : (약간 실망) 무슨 일인데 못만난다는 거야!
필립 : (Off) 아니... 그냥 내가 약속이 있는 걸 깜박했더라고..
수경 : 무슨 약속? 내가 알면 안 되는 거야?
필립 : (Off)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대학모임이 있었더라고..
수경 : 대학모임? 자기 그런데도 나갔었나..?
필립 : (Off) 아..그게..친한 선배가 유학갔다왔다고..
수경 : (힘없이) 할 수 없지 뭐
필립 : (Off) 그러니까 다른 약속 있으면 일 보라구.. 모레 보든지 하자..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수경 : 알았어..자기 찌찌
하는데 끊어지는 필립의 핸드폰
수경, 폴더를 받으며 풀죽어서
수경 : (힘없이 혼자서) 뽕!
유진 : 내일 못 만난대요?
수경 : (기운없이) 그렇다네...
유진 : 그래서 나중에 연락한대요?
수경 : 다 들었잖아!
유진 : 선배, 자기 애인 만나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을까요?
수경 : (열받는다) 있겠지! 살다보면 없겠어!!
미진 : 5년이면 그럴 만도 됐단다~ 청혼했겠다, 수경씨가 예스라고 그랬겠다
이젠 다 잡은 고기인데 밑밥을 던질까?
수경 : (나름 심각하다) 그러니까 내가 다 잡힌 고기신세란 말이죠?
S#9. 신문사 휴게실(D)
물고기가 헤엄치는 수족관이 클로즈업되고,
멍하게 앉아있는 수경에게 미진이 자판기 커피를 내민다
작은 장식용 선인장이 놓여진 테이블
유진, 여성스럽고 예쁜 다이어리를 꺼내 펼치면
예쁜 여자글씨로 빼곡하게 연애기법이 적혀 있다
유진 : 선배, 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권태기랍니다!
‘권태기 때 잘하는 연인들의 거짓말 베스트5’ 중에서
방금 선배가 말한 1, 2위가 여기 다 들어가 있습니다!
수경 : 그게 뭔데?
유진 : 급한 약속이 생겼다 1위 연락한다 2위
미진 : 나머지 거짓말은 뭐야?
유진 : 3위는 너 정말 예뻐 4위는 너뿐이야 5위는 사랑해
수경 : 뭐야, 요즘 시대는 사랑한다는 말조차 믿을 수 없단 말이야?
유진 : 선밴 너무 극단적입니다~ 남녀가 알콩달콩한 연애를 위해선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그런 겁니다!
미진 : 나 때는 이러지 않았단다! 그냥 순수하게 사랑에 빠지고 순수하게 상처받고
순수하게 일기를 쓰면 그뿐이었단다~
유진 : 걱정마세요, 선배, 여기 치료법도 나와 있습니다~
권태기를 극복하는 데는 애교필살기가 젤 잘 먹힌답니다
미진 : 읊어봐~! 어떻게? 빨리!
유진 : 애교의 기술, 첫째! 남자를 만나면, 눈가에 주름이 잡히도록
할미꽃 같은 미소를 살짝 지으면서 혀 짧은 소리로 말하라!
수경 : 푸하! 할미꽃 같은 미소? 할미꽃이 어떻게 생겼지? 난 태어나서 한번도 본 기억이 없는데!
미진 : 혀 짧은 소리로 앵앵대는 거 딱 질색이지만 한뻔 따용해보까앙?
수경 : (도저히 못하겠다는듯) 아, 심지어 듣는 것도 불편해!! 혓바닥에 깁스한 것 같애요
정말 이런 걸 남자들이 귀엽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유진 : 다꾸 해보데요 뎐 할만하뎐데요!
미진 : (놀리듯) 암~ 괜찮은 남자를 잡기 위해서라면 유진씬 혓바닥에 진짜 깁스도 하고 다닐테야!
유진 : (찔리는지 못들은척) 둘째, 귀엽게 사물을 의인화해서 말해라
수경 : 초등학교 때 배운 의인화를 어디에 써먹나 했더니 결국 이런데 써먹으란 거였어!
(테이블 위 선인장을 들어) 그럼...이 선인장을 보면서
자갸, 이 선인장이 너무 불쌍해 눈물나는 사랑을 속으로 감추고
뾰족한 가시를 내밀면서 일부러 사랑 안하는 척하고 있잖아
유진 : 선배, 그건 귀여운 게 아니라 너무 서정적이고 감동적입니다
미진 : 그럼...(유진의 다이어리에 놓인 볼펜을 들고)
자갸~ 우리 볼펜이 하루종일 너무 심하게 과로해서 똥이 자꾸 나오네
내가 연습장에다가 싸라고 할게~ 그러란 말야!!
유진 : 부장님~ 초딩도 아니고 너무 분비물 개그에 심취하신 것 아닙니까?
셋째! 말 시작할 때 꼭 자기이름을 앞에다 붙여서 하라
미진 : (바로 적용) 미진이가 이제 잡담 그만하고 빨리 일해야 된다고 하네?
수경 : (웃으며) 수경이는 커피 다 마시고 시작했으면 한다는데요?
유진 : 유진이도 그렇다고 합니다
미진 : 미진이가 경고할게요 (혀짧게) 어더 일이나 하데요!!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며 의인화) 미스터 워치가 벌써 3시반을 가리키고 있단다!!
S#10. 발레교습소(D)
앞씬의 클로즈업된 3시반 시계 컷에서 디졸브되면
3시반 모양으로 다리를 벌리고 선 완선
은빛과 견습생 5명을 한창 지도 중이다
완선 : 자 다들 이렇게 해봐~
가방을 든 캐주얼차림의 동욱과 최대한 멋부린 수트차림의 정환이 들어서면,
정환, 완선의 모습만 봐도 좋은지 손을 흔들며 반가워한다
완선, 정환에게 손을 흔들지만 눈은 동욱을 향하고~ 입이 잠깐 벌렸다 닫히는 게 완전히 반했다
정환쪽을 향해 잠깐 기다려달라는 듯 인사를 하고 동욱을 의식하며 빙그르르 턴하는 완선
은빛과 견습생들 따라서 최선을 다해 턴하면
완선 : (우아한 말투) 아직도 두바퀴 반밖에 못도는 너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구나..
은빛 : (이유를 모르겠다는듯) 네?
완선 : 백조의 호수의 프리마돈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그러다간 백수의 호수는커녕 일산호수에서 청둥오리 역할도 못하겠어~
은빛 : (당황)...어제 분명히 두바퀴 반에서 멈추라고 하셨잖아요... 전 시킨대로 한건데요...
완선 : (잠깐 멈칫하다) 그러니까 지지리 발전이 없지! 기계처럼 내가 시킨대로만 하지 말고!
너의 크리에이티브와 드림을 그 위에 얹으란 말이야..
은빛 : (억울하다) 선생님...저는요..
말 자르고 학생들 보는 완선.
완선 : 손님이 계시니 다들 잠시 저쪽에서 다리나 좀 더 찢어보도록 해요~
은빛 : ...그건 초급클래스에서 마스터했는데요...
완선 : (작게) 얘가 지금! 그럼 매점에 가서 오징어 다리나 찢고 있든지!
완선, 아무일없다는 듯 유유히 턴하면서 동욱에게 다가가고
눈은 동욱에게 있지만, 인사는 정환에게 한다
완선 : (전혀 안미안해하며) 어머, 정환씨,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정환 : 아니에요. 오늘 눈이 호강합니다 정말 멋져요 완선씨!!
완선 : (하는데 말끊고 동욱을 소개시켜 달라는듯)...이 분이?
정환 : 네! 전에 말했던, 제가 강추하는 동생 신동욱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음악코디네이터죠
동욱 : (미소) 안녕하세요, 신동욱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손을 내밀면 수줍게 웃으며 얼굴은 옆으로 돌리고 손잡으며
완선 : (무표정하게 조곤조곤) 완선~ 김완선에요 잘 부탁드려요
현재 코스모스발레단 수석 발레리나로 활동 중입니다
정환 : 난 피트니스센터 수석 코치!
완선 : (하는데 말끊고 이름을 까먹은척) 동욱씨...라고 했나요?
동욱 : 네 신동욱입니다
형 말대로 미인이신데다 재능도 대단하시고 함께 작업하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완선 : (뜬금없이 불쑥) 전.. 아직 남자에게 관심 없어요.. 근데... 사랑은 조용히 다가온다고 하죠?
동욱, 무슨 소리냐는 듯, 황당하게 완선를 보고 있으면
정환 : (느끼하게 바라보며) 그럼 살짝 한발짝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완선 : (정환말 무시하고 동욱에게 바짝 다가가) 제가 이 춤을 출 거거든요
(벌써 발과 손을 올리고 내리는 예비동작을 하면서)
이번 작품은 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봤어요
음악도 호수처럼 잔잔하고 고전적인 게 아니라
백조가 막 호수에서 (강조해서)‘후드득!!’ 하늘을 날아오르는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동욱, 잘 못알아듣겠다는 듯 교습소에 있는 오디오에 시디를 넣고 버튼을 누르며
동욱 : 일단 제가 준비한 음악을 먼저 들어보고 컨셉을 잡아볼까요!
완선, 준비됐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갖가지 발레기교를 선보이며
완선 : 근데...이 음악은 ‘후드득!!’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훨~훨~’나는 느낌이랄까...
동욱, 완선의 말이 감이 안온다는 듯 ‘훨훨?’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다음 트랙을 누르면
완선, 다시 자기감정에 몰입해서 꿈꾸듯 발레동작을 선보이면서
완선 : (자기필에 취해서) 왜 마치 백조가 갑자기 확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하얀 깃털 백개가 하늘에서 눈송이처럼 눈부시게 흩어지는 느낌?
동욱, 다음 트랙의 다른곡을 누르면
완선, 조금 전과는 다른 발레동작을 하면서
완선 : 비슷하긴 한데 이건 ‘후드득!!’이 아니라 그냥 ‘쌩쌩’나는 느낌인데~
동욱 : (어이없다는듯) 쌩쌩요?
완선 : 있잖아요~ 쌩쌩이 왠지 기름으로 나는 비행기 같은 거라면
후드득!!은 바람을 맞으며 어떤 자연적인 느낌으로 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한편에서 다리를 찢으며 잔뜩 불만어린 표정의 견습생들과 은빛
완선의 발레쇼를 지켜보며
여자1 : 선생님, 또 왜 저렇게 오도방정이시니?
은빛 : 뭘 묻니~ 꽂힌거지 또!! 어떻게 좀 생긴 남자만 왔다하면 빙글빙글 도니!
여자2 : 이번엔 꽂힐 만한데! 지금까지 본 남자 중에 단연 수석이야!
은빛 : 그러게 완전 내 타입이야!
여자1 : 힘들걸~ 지금 선생님이 한창 침바르고 있는 거 안보이니~
여자2 : 봐봐, 저 환상적인 발레동작에 안 넘어갈 남자가 있을까?
은빛 : (이를 갈며) 내가 안넘어가게 해주지! 아무리 용을 써도 안되는 게 바로 나이거든!
기다려! 내가 한방에 저 남잘 캡쳐해올테니까!!
보면, 여전히 완선는 음악에 맞춰 다른 발레동작을 선보이고 있고
넋나간 듯이 보는 정환과
선곡이 힘들다는 듯한 표정의 동욱
정환 : 완선씨~ 잘한다 잘한다 더해봐요 한바퀴 더 돌아봐요
완선 : (필에 취해서) 맞아요, 이 느낌~ 이 음악이에요
이제야 이 후드득!!에 맞는 음악을 찾은 거 같애요
동욱 : (이해가 안된다는 듯 혼자서) 무슨 소리야? 계속 같은 음악이구만!!
완선, 여전히 도취돼서 한 마리 백조처럼 후드득춤을 보여주고 있으면
정환, 완선에게 한층 가까이 가서 보고 있다
은빛, 동욱의 앞에 멈춰서 당돌한 표정으로
은빛 : (당돌하게) 닮았어요
동욱 : ...지금 나한테 한 소리니?
은빛, 고개를 끄덕이며 동욱을 똑바로 쳐다본다.
동욱 : 너무 빙글빙글 돌아서 그런가? 왜 여기 여자들은 알 수 없는 소리만 하는 거지...
은빛 : 잠깐 나 좀 볼래요
은빛, 동욱의 손을 잡고 토슈즈 끝을 잔뜩 세워서 총총걸음으로 교습소 문을 열고 빠져나간다
완선, 빠져나가는 동욱을 뭔가 싶어서 보다가도 이미 턴에 가속도가 붙어서 멈추지 못한다
정환 : 완선씨 맞아요 후드득~~!! 너무 딱이네!
S#11. 발레교습소 휴게실(D)
음료를 마시는 은빛과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동욱
은빛, 아까의 당돌함과는 반대로 멈칫멈칫하면서
차마 말못하겠다는 듯 아련한 얼굴로 동욱을 보고 있다
동욱 : (무척 궁금하다) 닮았다니 누구랑 닮았다는 거야? 말해봐
은빛 : 그렇게 궁금해요?
동욱 : (속이 타서) 니가 궁금하게 했잖아!
은빛 : 사실은... 아니 모르는 게 좋겠어요..
동욱 : 난 궁금한 거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이거든!
은빛 : 아저씨 성격 대개 급하시다!
동욱 : 니가 자꾸 급하게 만들잖아
은빛 : 그럼...약속해주세요 절대 다른 사람한텐 말하지 않기로요..
동욱 : 알았어 약속할게
S#12. 고속도로-비전(D)
은빛 : (Off 애잔하게) 그날은 화이트데이였어요 오빠는 저를 태우고 **호수에 놀러가자고 했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헬멧을 쓴 동욱과 헬멧을 안쓴 은빛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오토바이
은빛 : 오빠, 겁나 무서워, 속도 좀 줄여
동욱 : 알았어. 내 허리를 한번만 꽉 껴안아줘 그럼 줄여줄게
은빛, 허리를 꼭 껴안는데 속도는 그대로다
은빛 : 오빠, 진짜 무섭다니까 속도 좀 줄여줘
동욱 : 왜? 무서워서 그래? 그럼 내 헬멧 써
은빛 : 뭐라구? 이렇게 달리는데 어떻게 헬멧을 옮겨!
동욱 : 빨리 써봐 재밌잖아! 그래야 속도 줄여준다!
은빛 : 우씨! 가뜩이나 무서운데 어떻게 헬멧을 옮겨 써!
은빛, 힘들게 동욱의 헬멧을 옮겨 쓴다
그래도 전력질주하는 동욱의 오토바이
은빛 : 뭐야 진짜!! 나 농담 아냐!! 무서워!!
동욱 : 사랑한다고 말하면 줄여줄게!! 진짜야!!!
은빛 : 오빠 사랑해!! 많이 사랑해!!
줄기는커녕 더 높아지는 오토바이의 속도
은빛 : 사랑한다고 하면 줄여준다고 했잖아!! 줄여줘!! 무섭단 말야 무서워!! 빨리 줄여줘!!
-Jump-
굉음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있는 오토바이 잔해와
그 옆에서 헬멧을 안고 울고 있는 은빛
S#11-1 발레교습소 휴게실(D)
은빛 : (울면서) 오빠는 첨부터 알고 있었어요.. 브레이크가 고장났다는 것을..
그래서 제게 헬멧을 주려고 했던 거죠... 지금도 제가 살아있다는 게 너무 죄스러워요
동욱, 은빛의 말에 같이 눈물 글썽이며
동욱 : 무슨 소리야! 이렇게 예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 오빠도 좋아할거야
은빛 : (잠시 울음 그치고) 제가 예...뻐요?
동욱 : 그럼 예쁘고 귀엽지
은빛 : (다시 울먹) 우리 오빠도 그랬어요...
동욱 : (궁금하다) 근데 그 사람이.. 나랑 그렇게 닮았니?
은빛 : 아까 강의실에 오빠가... 제가 오빠라고...불러도 되죠?
동욱 : 그래 불러! 아저씨보단 듣기 괜찮은데!
은빛 : 아까 처음 문을 열고 오빠가 들어오는데 맘이 덜컹했어요
아...오빠다... 살아돌아왔구나... 아냐.. 그럴리가 없잖아....정신차려 이건 꿈이야....
미안해요, 아깐 그러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동욱 : (위로해준다) 괜찮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은빛 : (눈치살피며) 이제 다시 저...그 호수에는 못가겠죠....?
동욱 : 거기 가고 싶은 거구나?
은빛 : ....이번 화이트데이에 같이 가줄래요? 오빠라면 같이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동욱 : (약간 망설이며) 화..이트데이? 아님 내일은 어떠니?
은빛 : (다시 울먹) 내일은... 화이트데이가 아니라면 제겐 아무 의미가 없어요...
그날이 오빠가 제 곁을 떠난 지 1년 되는 날이거든요...
나 사실.. 오빠를 그 차가운 강에 뿌리고 나면
정말 오빠가 내 곁에 없구나 인정해버리는 것 같아서..
정말 다시는 오빠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 버리는 것 같아서..
아직 오빠를 보내지 못했어요
(동욱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함께 가준다면 이젠 오빠를 보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욱 : (결심 굳히고) 그래! 그날 같이 가줄게
은빛 : (반색하다가) 정말요?... 아니에요.... 이렇게 얘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제가 생각해도 그건 너무 무리한 부탁이에요...
동욱 : (달려준다) 아니야, 뭐 어렵나 오빠가 같이 가줄게
은빛 : 고마워요...오빠...
은빛, 동욱을 꼬셨다는 듯 눈물 속에서 언뜻 비치는 미소
은빛 : 오빠...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요...
동욱 : (생뚱맞은 말에 잘못들었다는 듯) 어?
S#13. 아이스크림 가게(D)
아이스크림이 보이는 가게 안,
초조한 표정의 필립, 수경이 문을 열고 들어선다
수경이 씩씩거리며 필립 앞에 서면
필립 : 차 많이 밀리지?
수경 : 아니 버스
하다가, 유진이 사무실에서 했던 말이 떠오르는 수경
(Insert)교열부의 유진, 첫째! 남자를 만나면, 눈가에 주름이 잡히도록
할미꽃 같은 미소를 살짝 지으면서 혀 짧은 소리로 말하라
수경 : 버뜨 말고 디하털 터규 슝 왔떠!
필립 : 뭐? 너 갑자기 말이 왜이래 (수경 입을 벌려보이며) 어디봐 혓바늘 돋았니?
수경 : 구니까아 내가 우웅우웅 아아앙앙 디하철 타고 그랬뗘
필립 : 입에 말벌 들어갔어? 왜 웅웅 거려!
수경 : (귀염 떨며) 웬만하면 맞춰주지 그냥!
필립 : 나야, 너가 애교 떨면 좋지만 수경이 너 원래 그런 거 싫어하잖아
수경 : (귀염 떨며) 싫어하는 게 정해져 있나 자기가 좋아하면 할 수도 있지!
필립과 수경, 아이스크림 주문대앞에 서면
필립 : 너 초코 할래? 초코 좋아하잖아?
수경 난
하는데, 유진의 말이 생각난다
(Insert)교열부의 유진, 둘째, 귀엽게 사물을 의인화해서 말해라
수경 : 난 초코가 불쌍해 까맣게 타버린 초코의 맘이 불쌍해서 못먹겠어
보면, 여점원, 계속 이상한 눈으로 수경을 보고
옆의 여점원2에게 낮은 소리로 인상 찡그리며
여점원 : 여자 왜 저리니? 나이 들어서 주책이다 진짜
들리는 소리에 한바탕할 듯 수경의 표정이 무섭게 변하는 걸 보고 긴장하는 필립
수경, 필립을 보면서 참는 듯 한번 웃고는
수경 : (귀염떨며) 난 바닐라~!
필립, 자신 때문에 참는 수경이 고마운지 감동을 받는 필립
필립 : (Na) 아 수경아.... (자신에게 말하듯) 맞아 맞아! 이러다 내가 죄받지
이런 여자를 놔두고... 정신차려 이놈아!
필립 : (수경을 맞춰주려 같이 귀염떨며) 바닐라 듀개!
수경, 자신을 맞춰주는 필립의 행동이 든든하고 뿌듯하다
여점원이 내미는 바닐라콘을 들고 건배하듯 부딪치며 문을 열고 나가면서
필립 : 마이???
수경 : 마이?? 마이??!
여점원들, 벙쪄서 바라보면
필립과 수경, 한손으론 아이스크림을 한손으론 다정하게 손을 만지작거리며 잡고 나가는 모습 위로
깔리는 유진의 핸드폰 벨소리(오페라 아리아)~
S#14. 유진집/동수방(D)
울리는 핸드폰을 얼른 받아드는 유진
민애, 유진의 통화를 듣느라고 귀를 바짝 붙어서있다
유진 : (반가움에) 동욱씨~?
동욱 : (Off) 어떡하죠 유진씨, 오늘 저녁약속 취소해야겠는데!
유진 : 아니 왜 그러십니까?
민애, 속삭이듯 낮은 소리로 ‘급한일이 생겨서’
동욱 : (Off) 급한일이 생겨서!
유진 : 급한 일? 그게 무엇입니까?
동욱 : (Off) 나중에 연락할게요
유진 : 나중에 언제할겁니까?
동욱 : (Off) 유진씨 나중에!
옆에서 듣던 민애, 놀리듯이
민애 : (웃으며 놀리듯) 나중에 언제 오려나~? 우리 유진이 말렸어 말렸어~
유진, 잔뜩 풀이 죽어있는데 다시 울리는 유진의 핸드폰
유진 : (민애 들으라는듯) 그럼 그렇지!! 그렇게 끊으면 자기도 찝찝할거야!!
(핸드폰 받으며) 미안했나봅니다~? 금방 전화하는 걸 보니!
동수 방 안, 옥돌매트에 비스듬히 누워 흥분한 유진모
동수 : (흥분해서) 무슨 소리야 나 너 엄마야~
유진 : (실망해서 바로 목소리 바꾸고) 엄마? 왜 전화했어요!
동수 : 이번 남자는 제대로더라!
유진 : 누구 말이야?
동수 : 누구긴! 신동욱! 좀전에 택배가 왔는데 그 사람이 옥돌매트를 보냈네
유진 : 정말? 동욱씨가?!
동수 : 엄마가 그럼 비싼 백반 먹고 헛소리하겠니~
유진 : 왜 그랬지...?
동수 : 왜 그러긴, 니가 다 맘에 드니까 엄마한테까지 이러는 거지
(옥돌매트를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글쎄 박물관에서 본 신라금관보다 옥이 더 많이 박혀 있다!
돈을 떠나서~ 밀려드는 감동에 가슴이 이렇게 떨리긴 몇년 만이구나
그 남자 꽉! 잡아라~ 이제 엄마 슬슬 결혼준비 들어간다~
유진 : 바쁘니까 좀 있다 얘기해요
동수 : 알았어 들어가!
유진, 감동받은 눈빛으로 핸드폰 폴더를 닫고,
약간 벙찐 표정으로 민애를 보면서
유진 : (진짜 궁금해서) 민애야? 이게 무슨 뜻이야?
나한테 방금 못만난다고 해놓고 우리집으론 옥돌매트를 보냈대!
민애 : 아니 이건! 일급 선수들만이 부린다는 오분 만에 냉정과 열정을 오가게 만드는 시간차 기술!
유진 : 야, 그 사람 그렇게 선수는 아니야~
민애 : 너 벌써 완전히 빠졌구나?!
유진 : 나 그 정도로 빠진 건 아니라니까!
정환 : (Off) 막! 빨려 들어가요...
S#15. 민속주점 방안(N)
피막골 같이 오래되고 조용한 민속주점
정환, 완선의 눈에 빠질 듯 뚫어지게 눈을 바라보고 있다
동동주를 마시고 조금 취기가 오른 정환과 완선
정환 : (감탄) 어떻게 완선씨 눈속엔 블랙홀이 있는 것 같아요...
완선 : 치, 다 뻔한 말~ 그래도 여자는 남자의 칭찬을 먹고 산다죠...
정환 : 완선씨...저 발레리노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요?
완선 : (정환 말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기 필에 몽롱하게)...발레는 영혼이 꿈을 꾸는 작업이죠~
동욱, 화장실에서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는 모습 보이면
정환, 도저히 완선의 말을 못알아듣겠다는 듯
정환 : 완선씨, 그럼 전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정환, 방안을 나가 화장실로 걸어가면서 동욱에게
정환 : 완선씨, 너무 심오해서 내 수준으론 맥이 안짚혀
동욱, 완선의 맞은편에 앉으면 취기가 오른 완선
완선 : (동욱을 빤히 보며) 어, 칼라가 접혔네..
완선, 몸을 기울여 동욱 목덜미를 스치며 칼라를 만진다.
동욱 : 완선씨 나 좋아해요?
완선,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완선 : ...제 칼라는 화이트에요 손이 닿으면 때가 타죠 하지만 빨강을 만나면 로맨틱한 핑크가 되죠
동욱 : (Na) 도대체 뭔소리야!
동욱 : 완선씨, 좋으면 좋다고 그냥 말을 해요
완선 : (당황하며) 저 그렇게 쉬운 여자 아니에요~
하면서, 말과는 달리 새초롬하게 일어나 동욱 옆에 가 앉는다
완선, 몸을 살짝 옆으로 틀고 시선은 아닌척 먼곳을 향해 있다
동욱 : 좋아한다는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워요? 솔직히 저 연애 많이 해봤거든요!
근데 그게 그래요..밀고당기기도 어느 정도 감정이 생긴 후에 시작해야지
처음부터 하면 상대쪽 마음이 그냥 튕겨나가거든요~
혹시라도 완선씨가 다른 사람한테 마음이 생기면 그땐 한번 솔직하게 말해봐요..
그게 더 좋은 방법일 수 있으니까요..
완선 : (약간 정색하며) 치...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완선, 다시 새초롬하게 일어나 원래 자기 자리로 가 앉는다
동욱 : (당황) 삐졌어요? 에이~ 완선씨 그렇다고 삐지면 어떡해요?
완선 : (나른하게) 완선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불행하게 돼요
완선이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은 빨리 문을 닫고 완선이가 좋아하는 음료는 금방 단종되죠...
동욱 : 화났으면 화풀어요~ 난 그냥..저 같이 모든 걸 다 아는 남자한텐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나니까
다음엔 참고하라고 뭐 그런 의미에서..
완선 : 치, 남잔 다 똑같애... 안아주지도 않을 거면서~
동욱 : (진짜 황당하다) 네?
하는데 정환, 화장실에서 돌아와 완선 옆자리에 앉는다
완선 :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두 분 다 너무 좋으신 분들 같아요~ 우리 2차는 노래방갈까요?
정환 : 좋죠! 동욱아! 완선씨 노래할 땐 조수미를 능가하는 천상의 목소리야!
완선 : (부끄럽다는듯 손을 쓱 저으며) 쑥스러워요~!
하면서 나가려는 듯 일어나는 완선
완선 : (소프라노로 톤으로) 아~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밑을~
S# 한강 전경
S#16. 한강 둔치(D)
한강이 보이는 둔치
정환, 멋지게 인라인복을 입고 개폼을 잡는 정환
정환 : 아~ 여자가 없으니까 뭘해도 꿀꿀하네~
인라인을 타며 수경 옆을 쌩하고 지나가는 정환
인라인복과 모자, 장비를 갖춰 입고 곧 넘어질듯 아슬아슬 초짜처럼 타고 있는 수경과 부딪친다
넘어진 수경을 일으켜 세워주며
정환 : (발견하고 놀라서) 어? 펄?
수경, 정환과 또 만났다는듯 골치 아픈 표정을 지으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수경 : (목소리 변조해서) 저...펄...아닌데요
정환 : (혼자 반가워서 손바닥 내리며) 왜 아냐, 펄! 너 펄 맞잖아!
수경 : (도저히 안되겠다는 듯 손떼며) 나 펄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것도 아니라구요
정환 : (재밌다는듯 웃으며) 거기서 일안해도 돼 여기서 그냥 나랑 놀아주면 돼!
수경 : (버럭) 진짜 무슨 말인지 제 말귀 못알아들어요?!
정환 : (웃으며) 알아듣지! 결론은 술집에서 일하는 게 아니고, 이름도 펄 아니라는 거잖아!
그래도 좀 땡기지 않아 이런 우연! 우리 벌써 몇번째 마주친 거잖아!
수경 : (관심없다는 듯 툭내던지며) 두번째요
정환 : 봐! 자기도 관심 있잖아!
수경, 말이 안통한다는 듯 찡그린 표정지으면
정환 : 그때 그 반지는 잘 지내?
수경 : (자기 손을 보며) 아 반지~ 접땐 고마웠어요! (꾸벅 인사하고)...그럼
정환 : (서있기도 벅찬 수경을 잡으며) 걸음도 제대로 못 떼면서 어딜 가!!
(웃으며) 우린 또 말로 때우는 건 용서 못하지! 차 한잔 사요!
S#17. 한강둔치 벤치(D)
인라인복을 입고 앉은 수경과 정환
수경, 뻘쭘하게 할말이 없어 자판기 커피잔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런 수경에게 반한 듯 찬찬히 얼굴을 바라보는 정환
정환 : (수경 얼굴을 보며) 어떻게 이렇게 순수한 선이 나오지?
수경 : (뭔소리냐는듯) 네?
정환 : 모나리자 이후에 최고로 맑은 라인이야 영혼을 뒤흔드는 폭퐁 같은 라인! 역시 매력이 철철해!
수경 : (직업정신 발휘돼서 민감) 철철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말을 쓰려면 제대로 쓰든가요
철철은 부사라서 그렇게 단독으로 쓰면 안되거든요!
넘친다가 같이 붙어서 철철 넘친다 이런 식으로 써야 맞거든요!
정환 : 아~ 수경씨 또 파고드는 매력이 있네~
수경 : 원래 항상 말할 때 이런 식이에요?
정환 : 이런 식 말고 다른 식도 있는데 어때? 귀 좀 바짝 들이대볼래요?
수경 : (일어나려는듯) 갈게요! 저 그쪽한테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이제 커피까지 대접했으니까
정환 : (하는데 말 끊고) 나랑 결혼해줘요!
수경 : 뭐에요 진짜!! 장난쳐요!
정환 : 장난 안치고 영원히 사랑만 할게요
수경 : (화난다) 제대로 미치셨군요! 저 일어설게요
하는데, 일어서는 수경의 손을 잡으며 달래듯
정환 : 아~ 농담이지! 수경씨 또 한없이 심각한 스타일이네! 내 눈엔 수경씨가 쑥맥 같아서 그래~
그 청혼반지를 잃어버린 걸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는 건 분명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거든!
수경 : (인정하는지 더 들어보자는듯) 그래서요?
정환 : 남자가 결혼하자고 할 땐 지금 당장 너랑 날 잡자! 이런 게 아니거든~
보통 이 말을 던지면 여자들 백이면 칠십 정도는 꼼짝없이 걸려드니까
일단 밑밥을 던져 내 여자로 만들어 놓자는 거지!
나중에 뭐 결혼할 때 되면 진짜로 할 수도 있고!
수경 : (버럭) 뭐에요! 여자는 그 말을 들으면 종일 머리가 붓도록 고민하면서
그때부터 정말 이 남자의 부인이 되는 걸까 온갖 심각한 상상에 빠지는데!
정환 : 아, 미안! 이렇게 여자들이 한마디 던지면 덥썩 물어서 휘둘리니까
남자들이 이 맛에 재미붙는 거거든!
수경 : (버럭) 이보세요! 모든 남자들이 다 당신 같은 줄 알아요!
난 그 사람과 5년을 사겼어요 우린 머리 같은 거 안쓰고 진지하게 사랑했다구요!
정환 : (웃으며) 5년? 둘다 대단들하네. 지금도 처음처럼 한결같이 좋아 죽어요?
수경 : (약간 자신없다)...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정신차리고) 내가 왜 이런 걸 정환씨한테 말하고 있어야 하죠?!
정환 : 난 수경씨 바짝 끌리는데!
수경,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
정환 : 뭐 불편하면 친구라고 생각해도 좋고! 조언 비슷한 말 하나 할테니 잘 들어요 그냥!
낼 모레가 화이트데인 건 알죠? 선물 받기만 기다리지 말고 이번엔 먼저 줘요! 오케이?
선물만 틱 안겨주고 그냥 일있다고 돌아오면 더 좋고!
수경 : (모르겠다는듯) 선물?
정환 : 이왕 조언해주던 거 선물도 하나 골라줘요?
수경 : (툭 던지듯) 그러시든지!
정환 : (웃으며) 까칠까칠 사포스러운 매력도 있네~! 그래요 그럼!
뭔가를 서로 알콩달콩 가꿀 수 있는 거.. 강아지 어때요?
부부가 자식을 키우면서 이혼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
이때, 정환의 핸드폰이 울리면
바로 저음의 작업 목소리로 바뀌면서
정환 : 어, 오빠야!!
S#18. 유진집/동욱집(D)
얌전 빼고 핸드폰을 받아든 유진
민애는 소파에 앉아 손톱 손질중이다
(동욱집, 동욱이 막 샤워를 마치고 창가로 가 선다)
유진 : (다소곳하게) 동욱씨~ 유진입니다
동욱 : (진짜 미안) 유진씨 미안!
유진 : 네? 미안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동욱 : 나 내일 못만나겠는데... 갑자기 홍콩에서 런칭쇼 출장이 잡혔거든요 쇼 끝나고 바로 올 거에요
유진 : (당황) 아니 그러시면 우리의 화이트데이가 얼룩지는데...
동욱 : (웃으며) 미안! 올 때 선물 사올게요!
유진 : 네....(하는데 동욱 전화 끊어지면 혼잣말처럼) 비싼거...
유진, 폴더를 닫고 취소된 약속에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얼굴이 상기되고
소파에 앉은 민애를 향해 달려오며
유진 : (방방 뛰면서 하늘이 무너진 듯 울먹) 나 어떡해 어떡해!! 어쩜 이럴 수가 있니!! 큰일났어 진짜!!
민애 : (또 시작이냐는듯) 왜 또 호들갑이야! 잘하면 4차선 도로에 바로 뛰어들겠다!
유진 : 장난 아냐!! 진짜 심각하단 말야!! 동욱씨 화이트데이날 홍콩 출장 잡혔대!
민애 : (경악) 아니 그건!!
유진 : (미리 겁먹고)...겁나게 왜그래!!
민애 : 연애백서 ‘내공편’의 절정이라고 불리는, 보통 남자들은 들킬까봐 엄두도 못낸다는,
‘미워도 다시 한번’기술!!
유진 : 그건 또 뭔데!!
민애 :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듯 또박또박)
남자는 기념일 하루 전에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약속을 취소하고
꿈에 부푼 여자들의 가슴에 펑크를 내지!
실망한 여자는 밤새 남자를 원망하고 한숨짓고 미워하다가 눈물 속에 잠들게 되지!
유진 : (듣다가 감정몰입) 맞아 맞아~ 그럴 거야~! 얼마나 힘들겠어~ 다음날 얼굴이 풍선만 해지면!
민애 : (이야기를 들려주듯) 다음날 남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런 하찮은 일 따위가 뭐람! 내겐 사랑이 2억배는 더 소중해!’
라며 여자 앞에 꽃을 들고 나타나지!
유진 : (이야기에 완전 동화돼서) 아~ 이왕이면 노란 튤립이면 좋겠다~~
민애 : 미워하던 여자는 결국 그 남자 품에 안겨 순정을 허락하고 만다는,
드라마틱 신파 연애기술의 하이라이트!!
유진 : (호들갑) 아!! 내 입맛엔 너무 딱이다!!
민애 : 쫌!! 개꼬리 흔들듯이 무조건 팔랑팔랑거리면 안된다고 내가 했니! 안했니!
유진 : (꼬리내리고) 했지!
민애 : 다 끝난 거 아니야! 정신차리고 바짝 들어!
유진 : (겁먹고) 나머진 부정적인 거지? 그건 안들으면 안될까...?
민애 : (바로 시작) 그 남자는 화이트데이날 양다리를 걸치고
다른 여자에겐 꽃 대신 반지를 줬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들려오곤 하지!!
유진 : (못참겠다는듯) 너무 잔인해!! 나한텐 꽃 주고 그 여자한텐 반지를!!
(다시 절실하다) 그럼 이제 나 어떡해? 겁만 주지 말고 대책을 같이 줘!!
민애 : 일단 그 남자에게 전화를 해!
유진 : 그래서?
민애 : 그 비행기 몇시행인지 다른 이야기 끝에 살짝! 물어봐!
유진 : 음.. 이건 어때? (다소곳 말투로 빠르게) 홍콩행 비행기가 몇시에 떠나는지 호텔은 어디에 있는지,
런칭쇼 시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살짝! 궁금합니다~
민애 : 그게 살짝이니!!! ‘당신이 만일 다른 여자랑 홍콩에 바람피러 가는 거라면
그 여자 대신 절 데려가주세요 플리즈~‘랑 뭐가 다르니!!
유진 : (자신을 안심시키듯) 아냐, 일하러 가는 거 맞을거야!
민애 : 니가 못하겠으면 내가 친구들 풀어서 알아봐?!
유진 : 아니 안할래!! 만일 진짜라면 내가 얼마나 비참하겠어!!
민애 : 비참할 땐 확실히 비참해져야지! 그래야 주먹 쥐고 일어서 그 자식 코뼈라도 부러뜨리지!
유진 : 넌 매사에 너무 똑똑 부러져~ 융통성을 좀 발휘해줘
(한숨짓다 자기를 변명하듯) 그래...세상에 남자가 다는 아니지...
민애 : 맞아! 남자에 목숨 걸지 말고 그날 쿨하게 나랑 놀자!
유진 : (바로 말바꾸고) 싫어! 여자들끼리만 있는데 어떻게 쿨해질 수가 있니!!
머릿속으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심란한 유진의 얼굴 위로
영혼남 : (Off 공손얌전하게 조곤조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S#19. 고급 레스토랑(N)
잃어버린 반쪽을 찾은 듯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는 유진과 영혼남
서로 먼저 앉으라는듯 일어서서 자리를 권하고 있다
유진 : (깊은 목례) 먼저 앉으십시오
영혼남 : (유진처럼 다소곳한 말투) 여자가 앉기 전에 먼저 앉으면 제 맘이 불편하고~
제 맘이 불편하면 여자분이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유진 : (앉으며) 그럼 제가 먼저 자리에 앉겠습니다 (다소곳하게 두손 모으고) 전 홍유진이라고 합니다
영혼남 : 전 홍석봉이라고 합니다
유진 : (놀라며) 그럼... 혹시 동성동본이십니까?
영혼남 : 제가 이미 알아봤습니다 홍유진씨는 남양 홍씨, 전 홍주 홍씨입니다
(썰렁한 농담) 홍씨라고 해서 절대 감은 아닙니다
유진 : 칼로 감을 깎듯 참으로 정교한 개그이십니다!
말도 안되는 썰렁한 개그에 둘이 좋아라 웃는다
영혼남 : (감동받아)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습니다
유진 : 우리 어머님이 둘이 닮으면 잘산다고 하셨는데...
영혼남 :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말에 놀라는 유진과 영혼남
무드가 고조되며 주거니받거니 척척 말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유진 : 그럼 하시는 일은 어떻게 되십니까?
영혼남 : 국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진 : 그럼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시겠습니다
영혼남 : 유진씨는 어떤 일을 하십니까
유진 : 신문사 교열부에 몸담고 있습니다
영혼남 : 그럼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을 얻어먹겠습니다
너무나 정확한 반응에 허걱하는 유진
유진 : 부모님과는...
영혼남 : (물어볼게 뭔지 다 안다는듯 줄줄이) 부모님과는 따로 살 계획입니다
결혼할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자녀는 엄마를 닮은 첫딸을 놓는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유진 : (Na) 아~ 이 남자 나랑 닮아도 너무 닮았어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운명의 짝?
당신을 이제 영혼남이라 부르겠어요!
유진, 얼굴을 붉히다가 순진남의 손에 찬 고급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유진 : 패물이 참 잘 어울리십니다
영혼남 : 칭찬의 말씀 아로새기겠습니다 유진씨... 혹시 실례되는 질문이라는 건 알지만...
교제하시는 분이 따로 계시는 건 아닌지
유진 : (약간 찔린다) 어머, 전 평생 화초만 키우면서 살아왔습니다
진정 그렇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영혼남 : 너무 불안해서 물어본 겁니다 유진씨처럼 너무 완벽한 사람이 나타나니까 불안해서요
유진, 기대하지도 않았던 영혼남이 너무 맘에 드는지
방망이질하는 맘을 진정시키는 듯 가슴에 손을 얹는다
S#20. 와인바(N)
필립, 초조한지 진정시키려는 듯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민애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려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와인만 계속 마시고 있다
필립 : (Na) 민애씨 우린 더 이상 안되겠어요 민애씨 헤어져요
필립 : (조심스럽게 말을 떼며) 민애씨 헤어..
민애 : 제 머리요? 끝을 조금 다듬은 거뿐인데 어떻게 그런 걸 다 알아봐요?
여자들은 사소한 거 알아봐주면 좋아하는데 인기 많았겠어요 필립씬!
필립 : (어색한 웃음뒤에) 제가 좀 그랬었죠...
이때 울리는 민애의 핸드폰,
료헤이 와이퍼 파지면서
료헤이 : 민애? 바빠?
민애 : 어..좀..
료헤이 : 회사 늦게 끝나?
민애 : 미안! 나중에 연락할게..
전화를 끊고 다시 필립을 보는 민애,
민애 : 필립씨도 어제랑은 좀 달라보인다 멍하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필립 : (Na) 민애씨 헤어져요
필립 : 민애씨...
민애 : 난 필립씨가 이름 불러줄 때 기분 참 묘하더라
강의실에선 늘 강사님이라고 깍듯이 대하다가... 필립씬 학교 다닐 때도 우등생이었죠?
필립 : 네? ...(머쓱해서) 뭐 선생님들이 많이 예뻐하셨죠
민애 : 참, 필립씬 군대 어디 나왔어요?
필립 : 해.. 해병대요
민애 : (좋아서) 귀신 잡는다는 그 해병대?
필립 : (약간 기살아서) 팔각모에 빨간명찰 달고 전투복바지에 칼주름 내고 나가면 각 제대로 나왔는데!
필립 : (Na) 지금 무슨 얘기를 주절대는 거야? 얼른 헤어지고 고백해 최필립!
민애 : 그 빨간 명찰에 필립씨 이름 쓰여 있는 거 ... 멋있었겠다
필립 : (으쓱하며) 사실 해병대 들어가기가 절대 쉬운 게 아니거든요 요즘은 경쟁률이 5대1이 넘어요
민애 : (웃으며) 정말요?
웃는 민애를 보며,
흥분해서 계속 톤이 높아지며 떠드는 필립
필립 : (한창 기분 좋아서 약간 뻥이 들어가) 한번은 전투수영해서
막 5킬로미터를 헤엄쳐서 한창 가는데 뭐가 발끝에 물컹해서 보니까!
민애 : (눈동그랗게 뜨며 놀라서) 시체?!
필립 : 물개더라니까요!!! 민애씨 고래수염 본 적 있어요 혹시?
민애 : (신기하다는듯) 아니!! 고래가 수염이 있어요!
필립 : (완전 신났다) 그 놈이 한번씩 숨쉬려고 얼굴을 물위로 들이미는데...
- JUMP -
잠깐 시계를 보는 민애, 11시 59분 30초를 지나고 있다.
여전히 군대얘기에 심취에 떠들고 있는 필립
필립 : (톤 높아져)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왜 그런 말이 나왔는 줄 알아요 민애씨?
그게~ 전쟁이 일어났다 하면 해병은 삼육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바로 현역으로 투입되거든요
그래서...
민애 : (하는데 말끊고) 미안 잠깐만! 먼저 축하해줄래요?
필립 : (영문을 몰라서) 뭘..요?
민애 : 우선 말해줘요 축하한다고..
필립 : 축..하해요...근데 뭘..?
민애 : 방금 12시가 지났으니까 오늘 내 생일이에요
내 생일 제일 먼저 축하해줘서 고마워요! 필립씨가 처음이야!
필립 : (감동먹은 듯 떨며) 미리 말하죠.. 생일 선물도 준비 못했는데...
민애 : 어린앤가? 그냥 이렇게 같이 있어주는 게 선물이죠 뭐.. 정 불편하면 담에 하세요 하하
웃는 민애가 필립의 눈에는 잠시 수경으로 보이면
시계를 보는 수경, 12시를 막 넘고 있다.
수경 : (빠르게 쏘아붙이듯) 뭐야, 아직도 모르겠어? 진짜 모르겠어!? 자기 눈치를 어디다 맡긴 거야!!
꼭 오늘이 내 입으로 내 생일이라고 말해야 돼! 그리고 선물은?!
필립, 다시 보면 수경이 민애로 바뀌어 있고
민애가 더 감동적이고 예뻐보인다
필립 : (Na) 아..이 여자랑 도저히 못끝내겠다 수경아, 미안해 못난놈! 못난놈!
료헤이 : (Off) 민애?
보면, 료헤이가 친구(남자)와 들어오다 민애와 필립쪽으로 걸어온다.
민애 : 료헤이?
필립과 멋쩍은 듯 눈인사하는 료헤이.
료헤이 : (웃으며)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 일행이 있어서..
살짝 미소지으며 인사하고 자리로 가는 료헤이
민애 : (Na) 하필 여기서 만날게 뭐야..
어느새 신나서 민애를 보고 있는 필립의 바스트 위로~
영혼남 : (Off)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S#21. 유진집 앞(N)
유진집 앞에 세워진 최고급승용차
영혼남과 유진, 헤어지기 싫은지 애절하게 서로를 바라보며
영혼남 : 유진씨도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진 : 제가 더 즐거웠습니다
영혼남 : 아닙니다, 전 너무 즐거워서 힘들 정도였습니다
유진 : 마지막 말은 제가 하게 해주십시오 전 너무너무 즐거웠습니다
영혼남 : 네, 그럼 화이트데이날 뵙겠습니다 그 레스토랑에서!
유진, 돌아서려 하는데
영혼남 : 유진씨, 이마에 뭐 묻었습니다
유진, 이마에 묻은 걸 떼달라는 듯 가만히 있으면
영혼남, 유진의 이마에 뽀뽀를 한다
유진 : 아,아니 오늘 처음 만났는데 이러시면...
영혼남 : 이마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을 남겼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유진 : 너무 빼는 것도 예의라 아니라고 배웠습니다 (자신의 입술을 가리키며) 여기도 묻었습니다.
영혼남 : (엄지손으로 유진 입을 누르며) 그 부분은 다음을 위해 아껴 두고 싶습니다...
유진 : 그날이 내일인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영혼남 : 그럼 그날까지 보고 싶어도 참겠습니다
영혼남과 유진, 차마 헤어지기 힘들다는 듯 발걸음을 서로 못떼고 있다
영혼남의 차가 떠나면 돌아서며 미소짓는 유진.
유진 : 봤냐 신동욱! 세상에 남자가 어디 너 하나뿐이게? 칫!
멀어지는 영혼남의 최고급 승용차
- JUMP -
필립의 승용차, 필립 차에 올라타며 다정하게 웃으며
민애와 손을 흔들어 보인다
떠라는 필립 차를 보고 민애, 돌아선다
한귀퉁이에서 료헤이가 촛불을 켠 생일케익 들고 서있다
민애 : (놀라며)...여기서 뭐해 료헤이?
료헤이 : (미소지으며) 민애 생일이잖아
민애 : (필립이 간 쪽을 눈짓하며) 나한테 화 안내?
료헤이 : 그럼, 촛불 끄면서 소원 빌어줘... 내가 화난 거 풀어 달라고...
민애 : 료, 바보 아냐?.
료헤이 : 촛불 다 녹겠다... (노래를 불러준다)생일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민애의 생일 축하합니다...
민애, 촛불을 불면서 고개를 들면,
료헤이 따뜻한 웃음으로 민애를 바라본다.
민애, 그런 료헤이에게 미안하고 사랑스럽다
S#22. **호수(D)
호수(나룻배가 있는 곳으로 섭외부탁),
나룻배를 젓고 있는 블랙수트 차림의 동욱과 까만 상복차림의 은빛
뼛가루가 든 통을 들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 은빛,
동욱, 은빛을 한없이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다
은빛 : 이제야 오빠를 여기에 놓아줄 수 있겠어요
동욱 : 그래, 이젠 다 잊어 이렇게라도 내가 도와줄 수 있다니 다행이다
은빛 : 오빠 고마워요 하늘에 있는 우리 오빠가 고맙다고 할 거에요
동욱 : 훌훌 털어버려~
은빛 : (허공에 대고 감정몰입해서 뼛가루를 뿌리며) 오빠! 이제 나 잘살게
오빠를 잊고 나 잘살아도 되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무 많이 사랑해서 미안하고 너무 오래 잊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런 은빛을 보면서 감동받은 듯한 동욱
완선 : (Off) 너무 삽질해서 미안하지!!!
보면, 급하게 나룻배를 저어서 동욱쪽으로 오고 있는 정환과 완선
완선 : (우아한 모습은 간데없이) 죽긴 누가 죽어!! 어떻게 인터넷에서 퍼온 얘기를 몇년째 우려 먹니!!
같은 얘기! 같은 장소! 그러니까 지지리 발전이 없지!! 동욱씨 그거 다 개뻥이에요!!
은빛 : 오빠 아니에요!! 진짜에요 선생님이 오빠를 좋아하더니 약간 실성하셨나봐요
정환 : 완선씨! 뭐에요!! 저 말고 동욱이한테 꽂힌 거에요?
동욱이 너!! 완선씨한테 어떻게 한 거야!! 나한테도 가르쳐줘!!
동욱 : 형! 오해야~ 나 완선씨 같이 발 가벼운 여자 아닌 거 알잖아!!
완선 : 동욱씨!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말하라고 했죠!
저 동욱씨 좋아해요! 너무너무 좋아해요! 좋아해서 미치버리겠어요!!!
은빛 : 오빠 들었죠!! 자기 입으로 미쳤다고 하잖아요!!
정환 : 완선씨! 지금까지 날 갖고 논거에요? 어떻게 남자의 순정을 짓밟을 수 있어요!!
동욱 : 형! 아무래도 우리가 말려든 거 같아!! 이 여자들 정상이 아니야!
완선 : 동욱씨 뭐야! 좋아한다고 말하니까 꽁무니를 빼!!
남잔 다 똑같애!!! 봐!! 막상 좋아한다고 말하면 달아나잖아!!!
은빛 : 오빠! 믿어줘요~ 전 안달아나고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게요
정환 : 난 남자도 아니냐!! 나 놓고도 좀 싸워줘!
동욱 : 형! 어서 노 저어!! 여길 빠져 나가야해!
은빛 : 오빠! 안돼요! 뿌리던 건 마저 뿌리고 가야죠!
정환 : 둘다 뭍에서 싸워!! 이러다 진짜 빠져 죽겠어!!
완선 : 이것아! 뽀록났어 그만해!! 그거 밀가루잖아!!
은빛, 열받아서 통에 든 뼛가루를 완선의 얼굴에 획하고 뿌리면
완선의 얼굴에 허옇게 묻은 밀가루를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며
정환 : 음, 밀가루네! 밀가루 맞네! 백조푠가... 짭조롬한 게...
하얀밀가루를 뒤집어쓴 완선의 얼굴 위로
민애 : (Off) 올화이트로 쫙 뽑았구나!!
S#23. 유진집(D)
영혼남을 만나기 위해 올화이트로 차려입은 유진, 거울앞에 서서 디테일을 점검 중이다
민애는 소파에 앉아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다.
유진 : (기분 좋아서) 오늘이 화이트데이잖아 컨셉에 맞게 화이트로 골라봤어~
민애 : 웨딩드레스 같기도 하고! 내가 세트로 어디 가서 부케라도 훔쳐줄까!
유진 : (얼굴 만지며) 내 얼굴이나 좀 봐줘! 좀 부은 거 같지 않니? 무슨 할인마트 행사풍선 같지?
민애 : 아냐, 충분히 작아. 새대가리 같다!
이때 울리는 유진의 핸드폰, 액정에‘영혼남’이라는 표시가 뜬다
영혼남 : (off 간절하게) 유진씨~
유진 : (간절하게) 네, 석봉씨~
영혼남 : (off) 지금 차 보내드렸습니다
유진 : 안 그러셔도 되는데...
영혼남 : (Off) 그 레스토랑으로 나오시기만 하면 됩니다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진 : 네, 그럼 사뿐사뿐 걸음을 옮기겠습니다
전화 끊으며, 유진이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때, 전화벨이 다시 울린다. 보면 동욱이 전화다.
동욱 : 유진씨, 지금 만나요! 출장 취소됐어요
유진 : 네..취소요??
동욱 :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랐을까봐요?! 섭섭했죠? 그럼 지금 카페‘빨리 걷기’에서 봐요!
끊어진 핸드폰을 닫고 유진
안절부절 못하고 방안을 이러저리 걸어다니며
유진 : (흥분해서 방방 뛰며) 나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니!!
민애 : 그만 방방 뛰어! 왜 또 온몸이 진동 모드니!!!
유진 : (정신없이 방방 뛰면서 나오는대로 주저리주저리) 돌발사태야!! 동욱씨가 지금 만나재!
영혼남은 어쩌지! 방금 차 보냈다고 했는데!! 동욱씨는 왜 온거야! 출장 간다고 해놓고!!
민애 : (놀라서) 아니 그건!!! 연애기술의 완성이라 불리는,
가만히 앉아서 상대방 마음을 껐다켰다 맘대로 컨트롤한다는 원격 리모컨 기법!!
유진 : 정답을 줘!! 겁만 주지 말고!! 판결봉을 두드려달란 말야 쾅쾅쾅!
민애 : 어차피 결혼식에서 입장할 때 남자의 손을 잡는 건 두손이 아니라 한손이야!
유진 : (급하게) 진짜 나!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하는 거야?!
민애 : 지금처럼 결정적인 순간엔 본능이 중요해!
이성은 그냥 그 본능이 결정한 것을 변명하는 것에 불과해!
유진 : 영혼남 만날까? (확신) 맞아! 왜 안돼! 출장간다고 갑자기 말한 건 자기였잖아!
아냐, 동욱씨 만날래! 영혼남은 겨우 한번밖에 안봤잖아! 아냐아냐!
민애 :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애들한테 물어보면,
그냥 바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애기하잖아
유진 : 요즘 애들은 영악해서 머리 굴리던데!
민애 : 그럼 순진한 애들로 했다 쳐!!
유진 : 자, (준비됐다는 듯 숨고르고) 그럼 나한테 물어봐줘!!
민애 : 동욱씨가 좋아? 영혼남이 좋아?
유진, ‘동~’ 하다가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멈칫하면
민애 : 절대 두 번 생각하지 말라니까! 맨처음 떠오른 남자의 이름을 확 캡처해 그게 정답이야!!
유진 : 아! 하느님! 차라리 나한테서 결정권을 박탈해주세요!!
이때, 울리는 현관 벨소리
당황하는 유진의 얼굴이 극대화되고 벨소리 점점 커지면서~
S#24. 공원(D)
타이틀샷으로 포장된 선물상자가 벤치위에 놓여있고,
수경과 필립, 나란히 벤치에 앉아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초조해하는 필립
수경, 준비한 큰 상자 하나를 필립쪽으로 쓰윽 내밀며
수경 : 선물이야! 풀어봐
필립 : 선물? 화이트데이는 남자가 여자한테 주는 날이잖아!
(수경이 화났을까 약간 겁먹고) 이거..설마 폭탄 같은 건 아니지?..
미안하다니까...담부턴 안그럴게
수경 : 괜찮다니까~ 나 자기한테 늘 받기만 했잖아 오늘은 그냥 내가 주고 싶어 어서 풀어보라니까
필립, 제법 큰 상자를 열면 목에 리본을 단 하얀 조그만 마르티스다
필립 : (당황스럽다) 이쁘네...
수경 : 이쁘지? 우리 둘이 잘 키워서 새끼도 낳고 그러자
필립 : 그래...
수경 : 자기, 혹시 좋은 이름 떠오르는 거 있어?
필립 : 어, 글쎄...!
수경 : 그럼 다행이다 내가 생각해놨거든. 필순이 어때 필순이! 자기는 필립, 이 강아진 필순!
필립 : 필순이? 방금 들었는데 오래 안 거처럼 정감가고 좋네...
수경 : 필순아! 앞으로 필립씨 말 잘 듣고 무럭무럭 자라서 새끼도 낳고 그래야 돼~~~
나 먼저 일어날게!
필립 : (놀라서) 뭐야 그냥 간다고?!
수경 : (장난처럼) 그럼 찌찌뽕?! (웃으며) 아냐, 자기 그동안 많이 바빴잖아 오늘은 푹셔!!
우리 결혼하면 어차피 매일 같이 있을 거잖아 나도 해야 할일도 있고!
이렇게 짧게 보면 그리움이 길어진대~! (약간 진지하게) 필립씨 우리 노력하자! 알지? 내 마음
일어나서 쓸쓸하게 걸어가는 수경의 뒷모습을 보고 기분이 아련해지는 필립
강아지를 안아서 보면 다시 어쩔줄 몰라 난처한 표정이다
S#25. 주택가 골목(D)
어색하게 하얗고 작은 마르티스를 줄에 묶어 끌고 가는 필립,
가다 멈춰서는 마르티스
쭈그리고 앉아서 마르티스를 쓰다듬으며
필립 : (자기 신세를 친구에게 털어놓듯이) 왜 필순아? 가기 싫어? 너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구나
나도 그렇다...수경일 두고 멀리 갈 수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 왜 이렇게 바보 같지...
하는데, 끙~하는 소리와 함께 보면
변(모자이크 처리)을 보고 있는 마르티스
필립, 전혀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해서는
필립 : (난처해서) 야..여기다 똥을 누면 어떡해.. 말을 하지 말을! 참 넌 말 못하지..
어쨌든 신호를 줘야지 준비를 하지 휴지도 없는데...아 어떡하냐
하면서 품안을 뒤지면 나오는 손수건
필립, 어쩔줄 몰라하다가 손수건으로 변을 덮어려는데
이때,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오는 주인집 아줌마
놓여진 똥을 덮는 필립을 보고
아줌마 : 이봐요~! 똥을 그렇게 놔두면 어떡해 치우고 가야지
필립, 아줌마 한번 쳐다보고 똥 한번 쳐다보다가 어쩔 줄 몰라 슬슬 눈치보면서
강아지를 품안에 안고 냅다 도망치는 필립
아줌마, 힘차게 쫓아가면서
아줌마 : (쫓아가면서) 저놈 잡아라!! 똥 놓고 도망간다!!!
주택가 일각, 걷고 있던 학생들, 필립을 향해
학생1 : 저 아저씨 진짜 엽기다, 어떻게 남의 집앞에다 똥을 누냐!!
학생2 : 잡아라!! 똥 싸고 도망간다!!
학생들 합세해서 필립을 쫓고, 마르티스를 안고 숨차게 도망가는 필립
S#26. 노천카페(D)
노란 파스타를 노천카페에 앉아 포크로 먹고 있는 유진과 동욱
유진, 숨기려고 하지만 은근 기분이 좋고
동욱, 그런 유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다
동욱 : 어때요? 이 집 파스타 입에 맞아요? (웃으며) 너무 제 입맛대로 고른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유진 : 동욱씨 입맛은 항상 너무 정교하십니다
동욱 : 아깐 좀 놀랐죠? 제가 갑자기 전화해서?
유진 : 괜찮습니다. 마음에 경종을 울리면서 잠시 바빴습니다
동욱 : 유진씬,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참 보기 좋아요
유진 : 칭찬의 말씀 아로새기(말 끊어지고)
유진, 레스토랑에서 영혼남이 말했던 ‘칭찬의 말씀 아로새기..’가 떠오른다
유진 :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닦으며) 잠깐 빠르게 실례하겠습니다
S#27. 카페 화장실(D)
세면대 앞에서 조용히 핸드폰을 열어 영혼남에게 전화를 거는 유진
목소리와 자세를 가다듬으며
유진 : 저 홍유진입니다. 많이 기다렸습니까? 그 자리에 못나간 거 정말 실례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많이 놀라시고 섭섭했겠습니다
영혼남 : ...
유진 : ...불쑥 다가온 인연이라 저도 많이 고민하고 고민했습니다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대신 이마에 지울 수 없는 자국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영혼남 : (Off) 미친* (삐하는 경고음소리) 다신 전화하지마!!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욕을 먹고 벙찐 유진
약간 뻘쭘한지 자신의 이마를 살짝 만져본다
S#26-1. 느리게 걷기(비오는 날)
유진이 영혼남에게 전화하러 화장실 간 사이,
카페안에서 비내리는 창밖을 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흘러나오는 노래(fun lovin' criminals의 I'm not in love)
동욱 : (Na) 내 전화 한통에 웃으며 달려온 그녀 승자는 나 인 것 같다
왜냐하면 난 사랑을 믿지 않으니까 역시 연애는 밀고당기기의 연속일 뿐이다
이때, 창밖으로 걸어오는 솔메이트 수경
수경과 동욱이 스쳐지나간다
I'm not in love, so don't forget it It's just a silly phase I'm going through
자막 - 난 사랑하고 있는 게 아냐, 그러니까 잊지마 나는 그저 좀 멍한 상태일 뿐이야
S#27-1. 카페 화장실(D)
화장실에서 벙찐 표정으로 서있는 유진
And Just because I call you up Don't get me wrong, don't think you've got it made
자막 - 그러니까 내가 너에게 전화를 했단 이유만으로 날 오해하진마, 네가 해냈다는 생각은 말라구
S#28. 유진집앞(N)
료헤이와 민애, 생일케익 들고 선 장면 플래시백
I'm not in love, no no it's just because
자막 -난 사랑하고 있는 게 아냐, 아니라구, 그건 단지 말이야...
S#29 거리 일각(D)
개를 안고 쓸쓸하게 걸어오는 필립
쓸쓸하게 걸어오는 수경
S#26-2. 노천카페(D)
수경, 혼자 앉은 동욱의 곁을 스쳐지나간다
I like to see you, but then again That doesn't mean you mean that much to me
자막 - 널 보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네가 내게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란 뜻은 아니야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