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 찬가
창원이 계획도시로 출범된 지 사십여 년 흘렀다. 동서로 가로지른 창원대로 남쪽으로는 생산기반인 기계공업단지다. 창원대로 북쪽으로는 택지를 비롯한 상업지구와 업무지구다. 도시 연령이 장년에 이른 만큼 거리의 특색 있는 가로수도 나이테를 보태어 아름드리로 자랐다. 시내 거리는 벚나무를 비롯해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메타스퀘어 등 여러 나무들이 줄을 지었다.
창원대로를 비롯해 공단거리와 교육단지 일대는 봄날 벚꽃이 피면 분홍색 꽃구름이 일어나는 듯하다. 진해 벚꽃이 알려졌다만 창원 벚꽃도 진해 못지않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이면 아무래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도계동에서 정우상가에 이르는 거리를 비롯해 사파동 법원 근처 등 시내 곳곳에는 녹음이 무성한 느티나무가 있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가을을 대표하는 가로수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샛노란 은행잎이 눈에 선하다. 명서동이나 봉곡동 주택가를 비롯해 신월동 관공서 거리와 성산아트홀 일대는 은행잎이 떨어지면 황홀경이다. 암모니아 냄새가 나긴 해도 잎보다 먼저 열매를 보기도 한다. 창원의 겨울 가로수는 하늘 높이 솟구친 메타스퀘어를 꼽을 수 있다. 용호동 옛 도지사 관사 일대와 사격장 오르는 길이 선하다.
계절별로 창원을 대표하는 가로수를 넷 가려보았다. 길거리에 심겨지는 나무는 몇 가지 기능이 있다. 보행자나 운전자에게 쾌적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태양열을 흡수하거나 바람세기를 조절하여 기후변화에 적응하게 한다. 미세 먼지를 차단하며 공기를 정화하고 소음을 막아주는 방음벽 기능도 있다. 가로수는 또한 도시 조형물의 일부로써 미적 아름다움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가로수에 꼽히지는 않았지만 창원 길거리에 인상적인 나무가 있어 하나 더 소개하련다. 이는 배롱나무로 한자어로는 지미화(紫薇花 )라 한다. 장마철 꽃이 피기 시작하면 서리가 내릴 때까지 백일 동안 붉은 꽃이 계속 피고 지고 이어진다고 해서 백일홍이라도 한다. 일부 지역에선 나무껍질을 긁어주면 가지 끝이 한들한들 흔들거린다고 해서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배롱나무는 추위에 약해 수도권에서는 귀한 낙엽활엽소교목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궁궐에도 아름다운 수형의 나무가 있을 법한데 아쉽게도 궁궐 안에 자라는 배롱나무는 드물다. 우리 지역에선 어디서나 흔한 관상수다. 배롱나무는 남녘 일대 재실이나 무덤가에 조경수로 많이 심어 가꾼다. 배롱나무는 대나무 북방한계선과 거의 일치해 동해안에선 강릉 오죽헌까지는 볼 수 있다.
안동 병산서원과 의령 충익사에 수령이 아주 오래된 배롱나무가 있다. 담양 명옥헌 정원과 순천 송광사 법당 뜰에도 수형이 아름다운 배롱나무가 있다. 경남도청 뜰에도 모양이 기이한 배롱나무가 있다. 이 배롱나무가 창원의 거리거리에 아주 많이 심겨져 있다. 유월 하순 장마가 올 무렵부터 배롱나무에선 붉은색 색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 꽃은 여름 내내 피고 지길 반복한다.
창원의 배롱나무는 가로수 기능보다 길거리 관상수 기능을 톡톡히 한다. 창원역에서 도계동으로 이어진 도로 중앙분리대에 가지런히 심겨져 있다. 도계동에서 명곡로터리 거쳐 시청로터리까지나 도청 앞을 지나 대방동 가는 길에도 마찬가지다. 시청로터리에서 남산동 시외버스터미널로 나가는 길에도 볼 수 있다. 창원의 여름 한철은 아름답게 핀 배롱나무 꽃이 맵시를 자랑한다.
웬만한 꽃은 비가 내리면 꽃잎을 닫거나 볼품없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배롱나무는 억수 같은 장맛비 속에도 고운 자태를 보여준다. 뙤약볕이 내리쬐어도 시드는 기색이 없다. 질주하는 차량의 매연에도 아랑곳 않고 꽃송이가 달린 나뭇가지가 하늘하늘 흔들거린다. 칠월팔월이 가야 찬바람이 분다. 구월에도 배롱나무는 여전히 꽃을 피운다. 시월이 오고 서리 내릴 때까지도…. 1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