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6. 불날. 날씨: 날이 좋더니 오후 늦게 흐리고 덥다. 비가 오려나보다.
아침열기-수학(작도, 셈(고물상 값, 곱셈 가로셈과 세로셈, 스타돔)-점심-청소-대나무 별집(스타돔) 완성-마침회-5, 6학년 영어-교사회의
[대나무 스타돔이 뿌듯해요]
달날 하루 쉬어서 아침에 보자마자 아침 산책하며 아이들이 달날 지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읽기와 솔잎 따기가 어땠는지 보이는 듯하다. 모둠선생에게 미주알 고주알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니 마치 모둠선생에게 이르는 것처럼 재미나다. 어김없이 학교 안팎을 둘러보고 텃밭으로 가는데 텃밭 말고 마을을 걷자고 한다. 마을신문 취재로 곧 걷는다고 하니 텃밭으로 간다. 텃밭 들머리에 있는 감나무에서 떨어진 홍시를 주워서 먹는데 맛이 좋다. 아이들한테 주니 하동 자연속학교 가서 먹겠단다. 크기와 색이 마음에 들지 않고 땅에 떨어져서 그런듯 하다. 주말과 달날 따지 않아서인지 빨간 고추와 오이가 제법 있다. 학교 부엌으로 들어와 항아리 관찰 뒤 3층 쪽마루에 태양열건조기에 빨간 고추 넣고, 4층 다락에서 누룩을 관찰했다. 누룩은 예상보다 균들이 많이 모여들지 않았다. 태양광발전기 발전량을 기록하고 교실에서 피리를 분다. 새 곡으로 무지개를 불고 줄곧 불던 10월 곡을 불렀다. 내일 알찬샘 학교살이에서 재미나게 놀 계획을 짜느라 의견이 많다. 한가위 맞이 솔떡을 빚고 한가위 몸놀이를 한 뒤 학교에서 하루 자는 학교살이가 이어지니 정말 하루가 길겠다.
아침나절 수학은 먼저 콤파스와 자로 90도 그리기를 한 뒤 고물상에서 번 돈을 공책에 정리해본다. 곱셈이 필요함을 줄곧 연습한다. 구구단 뜻을 알고 익히는 과정을 거쳐 익숙하게 구구단으로 셈을 익힌다.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기에 천천히 자꾸 반복하며 셈 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헌옷 110키로가 33,000원을 벌었으니 1키로에 얼마인지, 고철은 1키로에 100 원이니 우리가 들고간 35키로로 번 건 얼마인지, 양은은 1키로에 600원인데 12,000원을 벌었으니 우리가 몇 키로 가져간 건지 곱하고, 나누고, 더하며 셈을 한다. 간단한 계산이라도 계산 할 게 많으니 자꾸 반복하게 된다. 두 자리 수 곱셈을 천과 만의 보수놀이처럼 가로셈과 세로셈으로 자꾸 익혀간다. 진도는 나가지만 다시 구구단을 또 암송한다. 구구단이 입에 붙을 때까지 활동수학과 셈 익힘을 자꾸 해야 한다.
11시 교실 수업을 마치고 숲 속 놀이터에서 대나무 별집(스타돔)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번 아이들이 삼등분, 오등분 해놓은 대나무활대를 다섯 개씩 들고 둘 씩 짝이 되어 작은 별을 만들어본다. 선이 희미해져 다시 삼등분 점을 표시해 어린이들에게 맡겼다. 어린이들끼리 작은 별을 만들도록 한참을 지켜본다. 종이활대로 만들어본적이 있어 차례는 기억하고 있는데 대나무활대가 워낙 커서 연결 지점을 찾아내 별 모양을 잡아내는 게 어렵나보다. 여러 번 도전끝에 잡은 모양을 선생이 연결점에 맞도록 도와주었다. 작은 별을 만든 뒤 큰 별은 선생 도움을 받아 차례대로 놓아 완성했다. 그런데 너무 단단하게 묶어 우는 모양이 나와서 점심 먹고 다시 풀게 됐다. 6학년이 포도로 물들이기를 하던데 매염제 명반, 삭산동, 황산철, 탄산칼륨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오는데 곱다.
점심 때 대나무활대 두 개를 연결해 원을 만들었다. 스타돔 받침대로 쓰는데 크기가 꽤 크다. 높은 학년이면 원주율과 원의 면적과 파이 공부를 하기 좋은 스타돔이지만 3학년은 곱하고 나누고 원의 기본을 알면 그만이고, 서로 위아래 놓이며 힘을 분산시키고 잡아주는 지지구조와 선이 면이 되고 면이 공간을 구성하는 경험이면 된다. 낮 공부는 헤엄인데 시민회관 수영장이 공사중이라 가지 않아 줄곧 스타돔 만들기를 했다. 이제 우는 지점을 찾아 느슨하게 묶어 우는걸 고치고 바닥 원과 연결해 스타돔을 세운다. 숲속에서 모든 어린이들이 스타돔 기둥을 잡아 양말목 실로 연결하는 모습이 그림같다.
와 예상대로 선생도 수그리지 않고 들어갈만한 제법 큰 대나무 별집(스타돔)을 완성했다. 마지막 옆으로 활대를 넣어 튼튼한 구조를 만드니 옆에도 별이 보인다. 교실에서 종이활대로 만들어보고, 대나무를 잘라 사포질해서 연결하고, 삼등분 오등분으로 재서 표시하고, 천천히 셈과 도형을 익히며 수학과 과학을 만났다. 공간과 예술을 창조하는 일놀이교육은 그 속에 푹 빠져 집중과 협력을 키우고 교과통합으로 다시 살아난다. 긴 과정을 거친 까닭에 다들 한마디 한다.
'시원해요.'
'뿌듯해요.'
완성된 스타돔 안에서 대각선을 그려 교차점을 찾아 원의 중심을 표시해서 반지름과 지름을 다시 확인한다. 이제 완성된 스타돔을 꾸미며 예술과 수학을 연결하는 활동이 이어지겠다. 동생들과 형들도 큰 스타돔에 놀라며 좋아한다. 동규는 안에 통나무 조각을 가구처럼 놓는다. 지난해 6학년과 만들어놓은 작은 스타돔은 얼마전 지나가던 중학생들이 부셨다던데 이번엔 관리를 해야겠다.
5,6학년 영어수업은 시간이 늘 부족하다. 겨울왕국 노래를 부르고 익힐 수 있는 단어와 표현을 같이 찾아본다. 집에서 날마다 해야 하는 영어사전 만들기와 영어동화책 듣고 따라말하기를 안한 어린이들이 많아 수업 준비 태도 이야기를 하게 된다. 심지어 시디를 잃어버리거나 사지 않아 영어 공부 으뜸으로 잡은 영어 동화책 듣고 줄줄 따라 말하기를 줄곧 못해 오고 있다. 부모님들께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영어 선생이 형편없으니 그런건지 이럴때면 참 더 철저하게 챙기지 못하는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선생이 하라는 방법대로 하면 좋겠지만 아이들 삶이 어디 그런가. 다만 날마다 영어로 만나지를 못하니 집에서 날마다 듣고 말하고 정리해가는 숙제를 내주게 되는데 아이들은 해오지 않거나 해올 수 없는 조건이 있고 난감할 때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영어 교육의 정신을 다시 살핀다. 다른 나라 문화를 언어로 알고 말을 배우는 과정은 모국어 배우는 과정 같이와 외국말을 배우는 더하기가 있다. 그런데 학교 영어 공부 으뜸으로 잡은 영어 동화 날마다 듣고 따라 말하기가 안되고 있으니 선생에게 문제가 있는 셈이다. 아이들마다 즐거운 일놀이 영어는 어려움 없이 재미나 하지만 읽고 쓰는 건 배울 규칙과 표현이 날마다 쏟아지니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주어진 시간에 진도를 빼고 재미를 같이 찾아내려고 하지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수업의 수준과 계획에 맞게 아이마다 처한 어려움은 선생이 더 챙기더라도 영어동화책과 시디는 부모님들이 챙겨주시면 좋겠다. 영어교육에 대한 부족함을 지적하는 분들이 있어 함께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다른 어린이들과 견주어 스스로 영어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린이들도 있다. 수학, 그림, 글쓰기, 책읽기, 운동, 그밖 모든 교과에서 다른 어린이들과 스스로를 견주어 판단하는 나이가 되면 당연한 모습이기도 하다. 부족한 선생 탓도 먼저겠지만 다른 어린이가 집에서나 다른 경로로 뭔가를 더 배우고 온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학교에서 스스로 노력에 더해 함께 해결할 생각보다는 그탓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언제나 선생이 아이들이 더 자신있게 만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더 애쓸 일이 먼저임을 안다. 시간도 더 필요하고 정성도 더 필요하고, 안정되게 다른 나라 말과 글을 만나도록 재정을 마련하는 일도 같이 찾아야할텐데 쉽지 않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린이 삶을 가꾸는 교육 정신을 살찌우되 방법을 풍부하게, 현실은 인정하고, 저마다 더할 것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