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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을 이렇게 정하게 된 이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생 처음으로 가는 일본 철도 체험 여행이었고, 이 여행에서 했던 경험이 너무나도 환상적이어서 이렇게 붙이게 되었습니다. 정말 한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지금도 3박 4일간의 길고 긴 꿈을 꾸고 온 기분이라서요...
이 여행은 원래 친구 두 명과 같이 가려고 했던 여행이었습니다. 행선지도 간사이가 아닌 큐슈였고, 철도가 아닌 일반적인 관광 여행이었습니다. 그중 친구 한 명이 일본을 꽤 잘 알아서 그 친구가 일정을 짜고, 또다른 친구와 저는 그냥 따라가는 여행이었죠. 물론 여행 도중의 이동은 대부분 철도로 할 계획이라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일이 생겨서 이 계획이 취소됩니다. 기대가 컸던 저는 실망도 컸고, 이렇게 된 바에는 혼자서라도 가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장소도 큐슈에서 간사이로 변경했습니다. 변경한 이유는 간사이쪽에 가고 싶은 곳이 가장 많았거든요. 그래서 첫 목표는 작년 12월 9일로 정하고, 일정은 2박 3일로 짜놓고 비행기와 호텔 예약까지 해 놨는데....
11월 30일에 넘어져서 팔꿈치에 금이 가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어쩝니까.... 예약 전부 취소했습니다. 비행기는 저가항공이라 취소 수수료를 크게 물고 돌려받은 금액도 얼마 되지 않았죠. 금전적인 손해가 컸습니다. 병원 가 보니까 그리 심각하지는 않고, 한두달 정도면 낫는다고 해서 다시 날짜를 잡았습니다. 달력을 잘 보니까 3월 초에 연휴가 3일 있더군요. 휴가 써서 월요일 붙이면 3박 4일을 다녀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다시 비행기표 예약하고, 호텔 예약하고, 일정을 에키카라넷(일본 철도 시간표가 다 나오는 사이트) 뒤져가면서 다 짜놓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2013년 3월 1일이 되었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9호선 신논현역에서 시작합니다. 오전 6시 24분에 떠나는 급행을 타고 인천공항으로 갑니다.
조금 기다리니 열차가 오고.... 이른 아침의 열차 안은 이렇게 한산합니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더 적은 느낌이더군요.
김포공항역에 도착, 이제 인천공항으로 가는 공항철도로 갈아탑니다. 여기까지 오니까 가방 끌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비행기를 타려면 거의 2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을 밟아야 하기 때문에 아침 비행기라도 해도 일찍 나올 수밖에 없죠. 거기다 그 전날 마음이 너무 설레어서 잠을 거의 설치다시피 했기 때문에.... 쓰러지기 직전입니다.
그리고 인천공항역 도착. 열차가 좀 늦게 도착했습니다. 영종대교를 건너는데 이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서행을 하더군요. 그래도 아직 늦지는 않았습니다. 얼른 지상으로 올라가서 터미널에 가서 보딩패스를 받고, 짐 부치고, 보안검색 받고, 출국심사까지 받은 뒤에 보세구역 진입! 면세점은 딱히 살 것도 없어서 그냥 통과해서 탑승동으로 가는 셔틀트레인을 타러 갑니다. (이용한 항공사가 저가항공이었기 때문에 탑승동에서 타야 되거든요)
터미널에서 탑승동으로 가는 셔틀트레인의 질주 모습. 인천공항 셔틀트레인은 전선 지하화 되어 있습니다. 선로가 2개이긴 한데 단선병렬이라 2대가 왔다갔다 합니다. 셔틀트레인을 타고 탑승동으로 이동한 뒤에 시간이 좀 남아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저가항공이라 기내식 그런거 없습니다.) 빵집이 있길래 빵 2개 사서 우유하고 함께 아침을 때우고, 비행기를 타러 갑니다.
저기 보이는 이스타항공 비행기가 제가 타고 갈 비행기입니다. 비행기가 상당히 작더군요. 시간맞춰 도착했기 때문에 여유있게 탑승했습니다. 비행기야 제주도 갈때도 타 봤고 회사일로 출장다닐때도 몇 번 타봐서 전혀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흔들리는 건 좀 무섭더군요. 거기다 이날 기류가 불안정해서 그런지 많이 흔들렸습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11시 30분 경, 간사이 국제공항에 드디어 내렸습니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는 2터미널에 내려주더군요. 덕분에 2터미널에서 1터미널로 가는 셔틀트레인을 타야 했습니다. 간사이 공항의 셔틀트레인은 중간에 이렇게 대피선이 있어서 선로 하나로 두 대가 왔다갔다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지상이라서 창 밖 보는 재미도 쏠쏠하더군요.
간사이 공항 1터미널의 모습입니다. 꽤 괜찮지만 첫 인상은 좁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인천공항이 워낙 널찍해서 눈이 높아진 탓이죠.... 그래도 오래 안 걸어서 좋더군요. 있을 것도 다 있고...
호텔이 3시부터 체크인이라서 시간이 많이 남았길래 공항에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맥도날드가 있길래 점심은 그냥 무난하게 빅맥으로 해결! 점심을 먹은 후 공항 1층의 안내 데스크에서 간사이 쓰루 패스를 구입합니다. 이 패스는 1,2,4일에만 사용하고, 3일에는 JR웨스트 간사이 패스 1일권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다시 2층으로 올라와서 Railways라는 표지를 보고 화살표을 따라 이동하면....
일본에서 만나는 첫 기차역, 간사이공항역이 보입니다. JR 니시니혼과 난카이 전기철도의 로고가 양옆에 붙어 있네요. 간사이 공항 근처로 오는 노선이 JR과 난카이 두 가지가 있기 때문에, 간사이공항역에도 이 두 회사가 동시에 들어와 있습니다. 간사이 공항 벗어날 때까지는 두 회사가 한 선로를 공유하다가, 각자의 노선으로 갈라지게 되죠.
간사이공항역에서는 JR 니시니혼 매표소에 들러서 JR웨스트 간사이 레일 패스 1일권을 구입합니다. 구입하면서 사가노 토롯코열차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구입 가능하다고 해서 얼른 샀습니다. ^^; 일본어를 거의 몰라서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긴 했지만, 그나마 조금 아는 영어로 어째저째 하다 보니 원하는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사가노 토롯코 열차 이야기는 3일차 여행기에 공개됩니다)
난카이가 운영하는 개찰구입니다. 난카이는 난카이 본선을 공항 근방에서 운영하는데, 공항 전용열차로 난바역까지 가는 특급 라피트를 운영합니다. 간사이 쓰루 패스로는 그냥 이용이 안되고, 특급권을 500엔 주고 추가로 구입해야 탈 수 있습니다. 대신 공항급행이라는 등급도 운영하는데, 이건 패스로 그냥 탈 수 있습니다.
JR이 운영하는 개찰구입니다. 난카이에 비해 좀 썰렁한 느낌이네요. JR 니시니혼은 공항 근방에서 한와선을 운영합니다. 역시 공항 전용열차로 특급 하루카를 운영하면서 난카이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건 JR웨스트 간사이 패스를 사면 특급권 없이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고, 오사카순환선과 교토선을 경유, 신오사카역을 거쳐 교토역까지 직통으로 이어줍니다. 물론 쾌속과 보통열차도 운행하죠.
간사이 쓰루 패스 때문에 난카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원래 일정대로라면 1일차에 JR의 특급 하루카를 타고 교토를 갈 계획이었는데 전날에 오사카 지역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어서 계획을 급 수정했습니다. 교토에서 가볼 곳은 전부 비가 오면 치명적인 곳이라서요.
13:05 특급 라피트는 제끼고, 13:14 공항급행 난바행 열차를 탑니다.
이게 난카이의 간판열차인 특급 라피트입니다. 모양이 꽤 우락부락하게 생겨서 "철인 28"호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마침 색깔도 철인 28호하고 같고요. 그러나 오늘은 이 열차를 타지 않습니다.
옆 승강장에 이렇게 공항급행이 있거든요. 특급보다 서는 역은 많아서 난바까지 45분 정도 걸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찌감치 사라진 롤지 행선판을 아직도 쓰고 있네요. 여행 내내 탔던 열차가 거의 대부분 롤지를 쓰더군요.
내부는 이렇게 롱 시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반 전동차하고 다를 바 없는 구성이죠. 특이한 점이라면 저 끝에 크로스시트 좌석도 있습니다. 짐 많은 사람이 타기에는 좀 힘든 구조죠. 저야 가방 작은 사이즈로 하나에 배낭 하나라서 그냥 탔습니다만...
간사이공항역을 떠난 열차는 난바역을 향해 달립니다. 일본 열차의 좋은 점이라면, 운전실이 이렇게 개방된 열차가 많다는 거죠. 난카이 공항급행도 그런 열차였습니다. 한국에서는 돈 주고도 구경 못할 부분이죠. 덕분에 이 구경 정말 실컷 했습니다.
45분의 운행 끝에 난바역에 도착했습니다. 역명판에 무려 3개 국어가 쓰여져 있습니다.
난카이가 운영하는 난바역은 거대한 두단식 승강장의 역입니다. 거기다 내리는 승강장, 타는 승강장이 따로 있어서 한쪽 문을 열고 그쪽으로 승객을 내려준 뒤, 다시 반대쪽 문을 열어 승객을 탑승시키는 그런 구조입니다.
거기다가 난바역 주변은 오사카 남부의 번화가라서, 사철 회사와 JR이 하나씩 발을 걸치고 있습니다. 킨테츠가 오사카난바역을 운영중이고, 한신도 오사카난바역에 들어옵니다. 거기다 JR도 인근에 JR난바역을 운영중입니다. 오사카지하철도 예외가 아니라서, 무려 3개의 노선이 난바역을 지나갑니다. 이건 북쪽의 번화가인 우메다도 마찬가지죠.
이제 호텔이 있는 신오사카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탑니다. 오사카 지하철은 여러 개의 노선이 있는데, 난바와 신오사카를 이어주는 노선은 미도스지선입니다. 여행 도중에 이거 무지 많이 탔습니다. 실제로 이용객도 지하철 중에 톱을 달립니다. 노선이 JR과 각종 사철의 터미널 역을 다 들르거든요. 색상은 빨간색이고, 역 번호 앞에 M이 붙습니다.
미도스지선 열차 내의 풍경입니다. 난바역 출발할때는 사람이 꽉꽉 들어찼는데, 우메다역을 출발하니 이렇게 사람이 줄어드는군요. 열차 구성은 1량당 문이 한쪽에 4개 있는 4비차에 롱시트인데, 롱시트 하나당 6명씩 앉습니다. 1량 길이가 서울지하철보다는 좀 짧은 셈이죠.
우메다역 지나서 조금 더 가면 강을 건너기 위해서 이렇게 지상으로 나옵니다. 선로는 표준궤를 쓰더군요. 잘 보면 전차선이 없는데, 선로 옆을 나란히 따라가는 제3궤조에서 전기를 공급받습니다. 이 때문에 천장이 낮은 편이죠.
신오사카역에 도착했습니다. 열차는 신오사카역에 사람을 많이 내려주고 다음역을 향해 계속 갑니다.
역명판이 노선도와 세트로 구성되어 있더군요. 현재 위치를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신오사카역을 나가서 호텔로 향합니다. 1박에 5천엔 정도 되는 비지니스 호텔을 예약해 뒀거든요. 3박이니 1만 5천엔.... 사실 이것보다 더 싼 숙소도 구할 수 있었지만, 처음 가는 거고 예산도 넉넉한 편이었기에 좀 괜찮은 곳에서 머물자는 마음으로 예약했습니다. 호텔에는 딱 3시 되어서 도착했는데, 아직 방이 준비가 안 되었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요. 5분 기다리니까 방이 준비되었다고 열쇠를 줍니다.
올라가서 방에 짐을 풀고 난 뒤의 모습.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3박 4일간 혼자 머물기에는 깔끔하고 좋은 방입니다. 좀 비쌌지만 그래도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짐을 푼 뒤에 본격적으로 오사카 철도 관광(...)을 시작합니다.
-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 철도 이용 요금
난카이 전철 간사이 공항선 : 간사이공항→난바 890엔
오사카 시영 지하철 미도스지선 : 난바→신오사카 270엔
총계 1160엔
누적 사용 요금 1160엔 (간사이 쓰루 패스 티켓 요금 23.2% 사용중)
첫댓글 다음 편도 기대하겠습니다 ^ ^
예~ 얼른 올리겠습니다. ^^
토요코인이 신오사카역에 구관, 신관이 있지요?...^^
예 맞습니다. 두개가 서로 붙어 있죠. 제가 묵은 곳은 구관인데, 구관도 상당히 깔끔했습니다.
잘 읽었고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칸사이를 함 가봐야 될텐데..
꼭 가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철도와 관련된 것도 볼거리가 많은 곳인 듯 합니다. 3박 4일 일정으로 갔는데 놓친 것이 많아요...
잘 읽었습니다! 1월달에 저도 JR 니시니혼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패스를 이용해서 7박 8일동안 칸사이 지방을 갔는데 이 여행기를 보니 또 가고 싶어지는군요 ㅎㅎ 다음에 가실 땐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패스도 써 보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