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교구 소속 부개동 성당 신자들이 성당 단체활동비 등을 절약해 1억5천 만원을 지진피해를 입은 네팔 초등학교를 재건하는데 지원한다. 사단법인 올마이키즈 이사장 김영욱 신부(가운데)가 성금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제공=(사)올마이키즈)
천주교 인천교구 소속 부개동 성당 신자들이 평소 성당 단체활동비 등을 절약한 돈 1억5천만 원을 네팔 대지진 이후 붕괴위험 속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학교 재건사업에 기부했다.
신자들은 16일 오전 11시 인천 부평구 부개동 성당에서 봉헌된 교중미사에서 기부증서 전달식을 갖고 해외어린이 교육후원회인 사단법인 올마이키즈에 성금을 전달했다.
부개동 성당 호인수 주임신부는 “사목회와 신자분들이 오랜 논의를 거쳐, 그동안 아껴서 모은 성당 재정 중 일부를 지진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네팔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쓰게 됐다”고 말했다.
▲ 호인수 신부는 오랜 논의를 거쳐 그동안 아껴 모은 성당 재정 중 일부를 지진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네팔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 쓰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부개동 성당)
두 학교 역시 대지진의 여파로 안전진단에서 모두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 초등학교까지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네팔은 지난해 4월 25일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해 8천400명 이상이 사망하고, 도로와 학교 등 대부분의 건축물이 파괴됐다. 이후 여러 국가와 비정부기구가 지진 피해복구를 지원했지만, 지원이 미치지 못한 일부 지역은 아직도 복구가 미진한 상황이다.
부개동 성당의 후원으로 재건사업이 시작될 두 학교는 지진의 피해가 가장 컸던 신두팔촉 지역의 쉬리 덕신칼리 초등학교와 카브레팔란촉 지역의 쉬리 돌랄레숄 초등학교다. 이 두 학교 역시 대지진의 여파로 안전진단에서 모두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 지역 초등학교까지 복구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학교가 붕괴위험에 놓여 아이들은 공사 중인 마을회관에서 5개 학년이 함께 수업을 받았다. 안전한 교육환경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1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협소한 마을회관 공사장 한 켠에서 배움의 끈을 이어갔다.
▲ 네팔 대지진으로 인해 붕괴 위험에 처한 초등학교 (사진제공=(사)올마이키즈)
사단업인 올마이키즈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영욱 신부(인천교구)는 이번 후원이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해 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복음의 가르침을 실천한 좋은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특히 “부개동 성당 신자들은 가난한 네팔 어린이들이 교육을 통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과 기회를 준 것”이라며 “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물질적인 도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 가난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실천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올마이키즈 관계자는 “주민들이 학교 재건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위원회와 마을위원회와의 다각적인 논의를 요청했다”라며 “이번 후원은 일회적인 원조가 아니라 협력을 통한 재건에 그 의미가 있다. 학교 재건이라는 단순한 건축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고, 두 학교의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꾸준히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본당 단체 활동에 지원했던 돈을 선별하고 집중한 결과, 성당 재정이 튼튼해졌다”
부개동 성당 김원태 사목회장에게서 본당재정 절약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본당의 결정권자인 주임신부가 ‘본당에서 무보수로 봉사하는 것’과 ‘밥 주는 곳’의 개념을 철저히 분리해 본당 재정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김원태 사목회장은 “성당에서는 단체 활성을 위해 무보수로 성당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활동비를 보조해주고 밥값을 지원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하지만 우리본당 신부님은 봉사의 의미와 밥을 주는 곳에 대한 의식이 확고했다”라며 “사목회 임명장 수여식이 있던 점심 회식도 나온 밥값을 인원수에 나눠 돈을 냈다”고 말했다.
그런 돈들이 쌓여 4년 후 3억8천만 원이 됐다. 김 사목회장은 호 신부가 오기 전 5천만 원 정도였던 성당 예금 자산이 4년 후인 현재 4억3천만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성당에서 돈을 써야 할 곳에 안 쓰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노인 단체는 100% 다 지원한다. 나바위성지에 가족 단위로 기차를 타고 성지순례를 다녀왔을 때도 전액 다 성당에서 지원했다. 보통은 개인부담금을 책정하지만 800여명 신자 모두 성당 지원으로 소풍을 다녀왔고, 2,600만 원을 지원했다. 그 돈을 사용하고도 남은 돈이 3억8천이다”라고 덧붙였다.
▲ 부개동 성당의 김원태 사목회장. 그는 “본당 단체 활동에 지원했던 돈을 선별하고 집중한 결과, 성당의 재정이 튼튼해졌다”고 말했다. ⓒ 최진
그는 성당 단체 활동에 지원했던 돈을 선별하고 집중한 결과, 성당의 재정이 튼튼해졌다고 말했다. 수입을 늘리기보다는 지출을 줄인 것이다. 정체 혹은 감소 추세에 놓인 한국 천주교가 더는 ‘헌금 많이 내기 운동’을 신자들에게 강요할 필요가 없어졌다.
김 사목회장은 “재정이 좋아졌다는 의미가 꼭 헌금 액수가 늘고 신자 수가 늘었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쓰는 비용을 아끼면 된다”라며 “우리 본당 신부님은 같이 맥주를 마셔도 과하게 하지 않고 꼭 본인의 돈을 내고 일어난다”고 말했다.
“교회 밖으로 나가라”는 말씀의 의미
본당 재정이 늘자, 부개동 성당은 이를 바탕으로 연간 30여 개 봉사단체에 기부를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챙길 수 있었다. 김 사목회장은 이번 올마이키즈 기부 이전에도 부개동 성당이 연간 5천만 원 정도를 기부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당의 기부 활동에 모든 신자가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 성당이 오래됐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돈을 모아놔야 한다는 의견과 해외 말고 본당 관내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의견이었다. 그들의 주된 생각은 성당의 미래를 위해 여유자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 사목회장은 “‘교회 밖으로 나가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 ‘교회 테두리 안에서 너희끼리 기도하고 너희끼리 먹고 살지 마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교회밖에 훨씬 더 어려운 사람에게 봉사하라는 의미로 다가왔다”라며 “그래서 우리 성당 관내의 아이들만을 찾기보다는 국가적인 의미에서 어려운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성당에서 1억5천만 원을 기부하기 위해 신자들은 돈을 얼마를 내라’는 것이 아니고, 사실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모인 돈이다”라며 “당장 성당의 보수공사는 계속하고 있다. 그중 일부를 기부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건물과 땅이 아닌, 사람에게로 향하는 부개동 성당… “참 행복한 성당”
▲ 부개동 성당 (사진제공=부개동 성당)
김 사목회장은 “성당 모든 신자가 100%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당장 무너질 수 있는 건물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위한 좋은 뜻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뜻에 보탬이 되고자 그 역시 천만 원을 개인적으로 기부했다.
왜 어린이와 교육으로 기부의 뜻을 펼치게 됐을까. 그는 “교육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우리나라도 어려웠을 때 도움을 받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국사회가 발전했다”며 “또한 네팔 학교와 교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우리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 또한 미래에 대한 투자다”라고 설명했다.
▲ 주일학교 복사단 아이들과 함께 하는 부개동성당 호인수 주임 신부. (사진제공=부개동성당)
김 사목회장은 “현재 성당을 보면 젊은 사람은 없고 고령화가 눈에 띄게 진행 중이다. 앞으로 천주교 신자 수는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성당을 신축하는데 6~70억이 드는데, 신자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것을 어떻게 갚겠는가. 이제 성당 신축은 본당 신자들에게 큰 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당 사목회 활동을 하면서 평신도가 바라본 한국 천주교의 미래에 대해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국 천주교의 미래를 위한 투자를 건물과 땅이 아닌, 사람에게 향하는 부개동 성당을 “참 행복한 성당”이라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