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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
【해설】
황 순원이 1953년 [신천지]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학>은 1953년 6ㆍ25전쟁
이 막 휴전으로 치닫던 시기에 써진 작품이다. 단짝으로 같이 자란 두 친구가
6ㆍ25라는 민족적 비극에 의해서 서로 반대편으로 갈라지나, 결코 변하지
않는 인간미가 두 사람의 동질성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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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순원 특유의 서정적 감각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으로, 6ㆍ25라는 전쟁의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이념의 편에 서게 된 성삼과 덕재가 이념을 뛰어넘어
우정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즉, 이데올로기에 따라 적으로
맞서게 된 두 젊은이의 갈등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린 ‘학’을 통해 동질성의
회복은 물론 화해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황 순원의 휴머니즘이 짙게 나타난
소설이다.
【개관】
▶갈래 : 단편 소설, 전후 소설
▶성격 : 휴머니즘적, 심리적 사실주의
▶경향 : 휴머니즘
▶문체 : 간결체
▶표현 : 암시와 상징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
▶갈등 : 개인과 개인의 갈등, 인간과 전쟁과의 갈등
▶배경 :
- 시간적 배경 : 6ㆍ25 전후 무렵의 가을
- 공간적 배경 : 38선 접경지대의 어느 북쪽 마을
▶주제 :
-사상의 이질성(異質性)을 뛰어넘는 인간애와 우정(友情)
- 순수한 우정과 인간성의 회복
【등장인물】
▶성삼 :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농민. 덕재와 한 마을에서 자란
친구. 어려서는 38선 이북에 살다가 38선이 그어지기 2년 전에 이남으로
이사했다. 6ㆍ25 후에 남한의 치안 대원이 된다. 농가의 아들로, 농민적인
순박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며, 생각이 깊다.
▶덕재 : 여렸을 적에 성삼의 단짝. 공산치하에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을
지냈는데,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전쟁 발발 후 본인의 이념적 동조 없이 단지 빈농이라는
이유만으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 된 인물. 눈치가 둔한 편이지만, 순박
하고 선량한 마음씨를 지닌 농민.
☞ 이들은 각각 좌우익의 이념 대립 및 전쟁으로 인해 본래의 인간성과는
달리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로, 옛 우정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해
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혹부리 할아버지, 꼬맹이 : 독자에게 깊은 인상과 친근감을 주려는 독특한
명명법으로, 이들은 성삼과 덕재를 연결시켜 주는 매개적인 역할을 한다.
【구성】
▶발단 : 배경과 인물 제시 - 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마을에 공포 분위기가
감돈다.
▶전개 : 자청해서 덕재를 호송하면서 갈등을 느끼는 성삼 - 자신의 이념적
결백을 주장하는 덕재와 우정을 되돌이키려 애쓰는 성삼.
▶위기 : 성삼과 덕재의 갈등 고조
▶절정 : 학 사냥을 하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
▶결말 : 갈등의 해소 - 성삼이 덕재의 포승줄을 풀어 줌.
【사건】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공산당으로 몰려 죄인이 된 덕재와 그 죄인의 호송
자가 되어 나타난 성삼이가 학을 통해 잃었던 우정을 되찾고 참된 인간성을
회복해 가는 과정.
【줄거리】
『때는 6ㆍ25전쟁의 후반기. 주인공 성삼은 국군의 진격으로 수복된 고향 마을
에 치안대원의 사명을 띠고 오랜만에 찾아온다. 고향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지금의 고향은 옛날의 고향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모두 경계의 눈초리로 성삼을 본다. 뜻밖에 덕재가 농민 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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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으로 끌려 와 있는 것을 발견한 성삼은 몹씨 씁쓸해진다. 덕재는 성삼과
어렸을 적부터 같이 밤서리도 하고 동네의 여자 아이 꼬맹이를 골탕 먹이던
단짝인 것이다. 덕재의 호송을 맡은 성삼은 호송 도중 덕재가 부득이한 사정
으로 부위원장직을 맡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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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재가 꼬맹이와 결혼했다는 말에 웃음까지 나오려고 한다. 결정적으로 덕재가
도망을 안간 이유가, 아버지의 뜻을 따라 농토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에 성삼은 덕재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회복한다. 산길을 가다가 때마침
학 떼를 보게 된 성삼은 그 옛날 어른들 몰래 학을 풀어 주던 때를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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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재에게 학 사냥이나 하자며 은근히 도망치라고 한다.』 『한 마을에서 단짝
동무로 지냈던 성삼이와 덕재는 6ㆍ25가 나면서 이념을 달리하는 적대 관계로
만나게 된다. 치안대원이 된 성삼이는 덕재가 체포되어 온 것을 보고, 청단
까지 호송할 것을 자청하여 데리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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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송 도중 유년시절에 호박잎 담배를 나눠 피던 생각과 혹부리 할아버지네
밤을 서리하다 들켜 혼이 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내적 갈등을 느낀다.
농민동맹 부위원장까지 지낸 덕재에 대해 심한 적대감을 품기도 했으나,
대화를 하면서 점차 감정이 누그러지고 그의 진실을 알게 된다. 덕재는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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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에의 동조 없이 빈농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용당했을 뿐, 실은 땅밖에
모르는 순박한 농민이었던 것이다. 덕재는 아버지가 병석에 있고, 농사에 대한
고집스러운 애착으로 인해 피하지 않고 남았음을 이야기한다. 성삼이는 자신이
피난 가던 때를 회상하면서 농사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피난하기를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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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덕재의 처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증오의 마음이 점차 우정으로 바뀌면서 고갯마루를 넘는다. 성삼이는 고갯길을
내려오면서 전처럼 살고 있는 학 떼를 발견하고 옛일을 회상한다. 어린 시절,
학을 잡아 얽어매 놓고 괴롭히다가 사냥꾼이 학을 잡으러 왔다는 소문을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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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서 학 발목의 올가미를 풀어 준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에는 제대로 날지
못하다가 자유로워진 학이 푸른 하늘로 날아가던 추억. 성삼이는 덕재의 포승
줄을 풀어준다. 덕재는 성삼이가 자기를 쏘아죽이려나 보다고 생각하나, ‘어이,
왜 맹추 같이 게 섰는 게야?’ 하는 성삼이의 재촉에 무엇을 깨달은 듯 잡풀
사이로 도망친다. 때마침 단정학(丹頂鶴) 두세 마리가 가을 하늘을 날고
있었다.』
【감상】
이 작품은 한 마을에서 소꿉친구로 자라는 두 인물, 성삼과 덕재가 좌ㆍ우익의
대립으로 말미암아 갈등을 일으키나, 유년의 기억을 반추(反芻)하면서 화해를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옛 친구 사이인 성삼과 덕재는 6.25 전쟁에 의해
남쪽의 치안 대원과 북쪽의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라는 적대 관계에 놓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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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그러나 성삼과 덕재는 분열 이전의 공동 생활체의 경험을 회고하여 분단
의 비극을 감싸는 인간애의 정신을 회복한다. 즉 혹부리 할아버지의 고함
소리, 밤나무, 꼬맹이 등 어렸을 때의 삶을 통하여 인간적 애정을 확인하고 좌
ㆍ우로 분열된 정신적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분단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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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나타나는 소재는 고향의 밤나무, 담배, 고갯길, 아버지, 꼬맹이,
학 등으로 향토성이 짙은 것들이다. 이 소재들의 의미는 이념을 초월하는
향토, 농사, 혈육 등에 대한 깊은 정이다. 더구나 그러한 소재와 연결되는
사건들이 시간적 순서를 뛰어넘어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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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학’은 주제를 암시하는 매개물로서 절정 부분에 나타난다. 소년들이
학을 풀어주었던 과거의 에피소드는 이념에 왜곡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은
인간의 순수한 마음밖에 없다는 작가 의식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성삼은 학 사냥을 하자는 제의로 덕재를 놓아주겠다는 암시를 표출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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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데, 여기서 학은 ‘흰옷을 입은 사람들’로 비유되는 우리 민족을 나타내는
것이고, 학을 놓아주는 것은 결국 우리 민족 고유의 심성을 표출한 것으로,
이 역시 이념을 초월한 인간 본연의 심성인 우정의 회복을 상징하고 있다.
즉, ‘학’은 우정 회복의 매개체가 되어 손상된 우정을 회복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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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구성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전개해 나가면서 중간 중간에 과거의
사건들을 삽입하는 방식을 통해 우정을 회복하여 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삽입되는 에피소드는 담배와 밤서리, 학에 관한 것으로, 이것은 모두
과거에 덕재와 나누었던 추억을 회상시키는 것이며, 우정을 회복하게 하는
매개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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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재를 호송해 가는 도중 성삼이 연거푸 피워대는 담배는 자신의 착잡하고
초조한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특히, 어릴 때 덕재와 함께 태웠던 호박잎 담배
에 대한 추억에, 새로 피워 문 담배를 내던지는 것은 덕재에 대한 우정을 형상
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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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부분에 가서 고개를 중심으로 성삼과 덕재의 우정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고개라는 것의 상징적 이미지를 이용해 고개를 넘어섬으로써
이념이라는 갈등을 넘어서고 우정이 회복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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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짤막한 단편으로, 자신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적대 세력으로
갈라섰던 두 친구가 화해를 하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6ㆍ25동란으로 되어 있다. 전쟁이 남기는 상처로서 가장 큰
것은 인간성의 상실, 인간 존엄성의 포기, 상호 불신 등이라고 한다면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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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해후는 일단 그런 부정적 입장에서의 만남이 될 수밖에 없다. 옛
모습을 잃은 마을, 적대적인 위치에 있는 친구와의 만남 등이 안타까운 현실로
서 제시되는데, 이것은 하나의 갈등이자 비극이다. 6ㆍ25라는 민족상잔의 비극
이 몰고 온 인간관계의 상실은 가장 소중한 것의 상실을 의미하며,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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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터 문제가 제기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열어 가고 있다. 자주 과거를 회상
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서 우리는 두 사람이 화해하게 되리라는 예감을 갖게
되는데, 성삼과 덕재 사이의 인간관계는 곧 우정이므로 그 둘 사이의 화해는
우정의 회복을 의미한다. 나아가서 그들의 우정의 회복은 인간 상호 신뢰의
회복으로 연장되고,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단계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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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두 사람의 우정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민족적인 비극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할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성과 인간 존엄성의
회복, 인간관계의 화복을 통해 민족적인 비극을 극복해 보고자 하는, 일종의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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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팔선 접경의 북쪽 마을. 단짝동무였던 성삼과 덕재는 6ㆍ25 동란 중 연행
자와 피연행자의 처지로만난다. 그러나 성삼이는 덕재가 지금 이용당하고 있는
것일 뿐,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음을 깨닫는 순간, 어린 시절 학 사냥의 기억
을 되살리며 포승줄을 풀어 준다. 이념의 장벽이 우정이나 순수한 인간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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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할 수 없다는 작가의 휴머니즘이 밀도 있게 그려져 있다.
황 순원의 초기 작품들이 대부분 시간이나 공간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음에
비하여 <학(鶴)>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시간적ㆍ공간적 배경 즉, 6ㆍ25로
인해 쓸쓸하고 삭막한 분위기로 변해 버린 마을을 작품의 발단부에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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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국토 분단과 동족상잔의 참화를
겪은 비극의 현장으로서 '마을'은 이 나라 강토를 대유(代喩)하고 있다. 여기에
6ㆍ25라는 비극의 시대가 무한한 자유를 동경하던 유년 시절과 대립되어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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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면에서 보면, 현재의 순차적인 진행 속에 몇 개의 과거를 삽입시키는
역전의 질서로 되어 있어서 결말을 위한 예시ㆍ주제의 암시ㆍ현실과의 대조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 또, 고개를 중심으로 한 공간의 변화에 따라 갈등이
고조되고 이완되는 구조도 독특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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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삼과 덕재의 성격을 해설하거나 논평하지 않고 압축적인 서술과
간결한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한 것도 구성의 긴밀성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황 순원의 문체상의 특질이 잘 드러난다. 각 문장이 짧고
수식어가 적으며 사실적인 세부 묘사를 대담하게 생략하는 등 상황이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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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전달에 주력하고 있다. 생각하는 부분이나 대화 부분에 따옴표를
생략한 곳이 있고 자유 간접 화법으로 처리한 곳이 많다. 학(鶴)은 주제적 사물로
서 절정 부분에 나타난다. 소년들이 학(鶴)을 풀어 주었던 과거의 에피소드는
‘이데올로기에 왜곡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은 인간의 순수한 마음 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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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작가 의식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즉, 학(鶴)은 우정 회복의 매체가
되어 손상된 우정을 치유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은 고결함 때문에
길조(吉鳥)로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별한 애착을 받는 '학(鶴)'을 중심으로,
이념적 갈등이 빚은 인간성의 파괴와 상실을 사랑의 힘으로 회복하고자
하는데 주제 의식을 두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