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까리 동백꽃 2010년 3월 14일 오전 6시,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전설같은 존재였던 작곡가 한 사람이 세상을 떴다. 향년 80세, 그의 이름은 박춘석(본명 박의병)이었다. 장례식장에 모인 가수들 이름만 들어도 그의 영향력이 이해가 된다. 이미자, 패티킴, 남진, 하춘화 등등 우리가 너무나 즐겨 부르는 가요 <비내리는 호남선>의 작곡가 박춘석(1930 - 2010)이 평생 작곡한 곡은 국내 최다인 총 2700 여곡이나 된다. 이미자와 함께 한 발표한 곡도 500여곡이 된다. 국민가수 이미자를 <열아홉 순정>이라는 곡을 주어 발굴한 것이 <닐니리 맘보>의 작곡가 나화랑(본명 조광환, 1921 - 1983) 선생이지만, '엘레지의 여왕'으로 만든 사람은 박춘석 선생인 것이다. 패티김의 <초우>,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또한 박춘석 선생 작품 이다. 그가 작곡한 노래 중에 <아리랑목동>이 있다. 그렇다. 야구장 등 경기장에서 응원가로 불리는 바로 그 유명한 곡이다.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렀다. 그 가운데 하춘화가 부른 <아리랑목동>이 인기가 좋았다.
<아리랑 목동>의 가사는 이렇다.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 동네방네 생각나는 내 사랑만 하오리까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아리랑 콧노래를 들려나 주소 남치마 걷어안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조롱조롱 달륭개가 제아무리 귀여워도 야월삼경 손을 비는 내 정성만 하오리까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아리랑 콧노래를 들려나 주소 벌써 어깨가 들썩이지 않는가. 서로 어깨동무하고 몸을 앞뒤로 흔들고 싶지 않은가. 아리아리 동동~~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주고받는 재미가 많은 에너지 가득한 노래이다. 작사가 강사랑이 만든 <아리랑 목동> 노랫말은 사실 처음(1958년) 나올 때에 비하여 조금 정리된 것이다. 이 곡을 처음 노래한 가수는 박단마(朴丹馬, 1921 - 1992)라는 여가수 이다. 박단마는 <슈샤인 보이>를 부른 바로 그 가수이다. 일제 강점기에 데뷔 하여 1950년대까지 인기를 끌다 미국 사람과 결혼하고 나서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녀가 부른 <아리랑목동> 가사는 이렇다. 꽃가지 꺾어들고 소 맥이는 아가씨야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 몽매간에 생각思 字 내 사랑만 하오리까 아리아리 동동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아리랑 콧노래를 들려나 보소 남치마 걷어안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조롱조롱 달랑개가 제 아무리 귀여워도 야월삼경 손을 비는 내 정성만 하오리까 아리아리 동동 (아리아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쓰리쓰리 동동) 아리랑 쌍피리나 들려나 주소 가사가 토속적이지 않은가. 정말 70년 가까이 인기를 계속 이어오는 이 노래의 숨은 매력은 무엇일까.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고, 소 맥이는(소 풀 먹이는) 아가씨는 아마도 거의 한 명도 없지만 말이다. 이 노래 가사 중에 정말 지금도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 있다. 이것이다.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 동백나무 꽃이야 토속적 아름다움이 가득하지만, 아주까리는 여전히 다가오지 않는다.
ⓒ 김자윤, 동백나무, 카멜리아 야포니카 Camellia japonica L. ## 피마자(아주까리) # 피마자 꽃이름 아주까리의 정명 꽃이름은 '피마자'이다. 대극과(에우포르비아케아이 Euphorbiaceae) 피마자속(리키누스 Ricinus)으로 분류된다. 이 속에는 1종만 있다. 다만, 국가표준식물목록 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피마자에 '품종' 하나를 추가하고 있을 뿐이다. 피마자는 한해살이풀로 인도, 소아시아, 북아프리카가 고향이다. 원산지에서는 나무처럼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열대 지방에서는 10 - 13m까지 큰다고 한다.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 Otto Carl Berg & Carl Friedrich Schmidt, 피마자, 리키누스 콤무니스 Ricinus communis L. 출처 : http://www.meemelink.com/prints_pages/21904.Ricinus.htm Darstellung und Beschreibung sämtlicher in der Pharmacopoea Borusica aufgeführten offizinellen Gewächse by Otto Carl Berg & Carl Friedrich Schmidt. Leipzig, Arthur Felix, [1858-1863], 1. edition, volume 1, plate 1c. Hand-coloured lithograph (sheet 215 x 280 mm). Slight offset. Text enclosed. 피마자는 고대 이집트의 유적(기원전 4천년 경)에서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오래된 인간의 오래된 재배식물이다. 열매에서 뽑아낸 기름으로 불을 밝히고, 의약품으로 그리고 식품으로 전세계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2013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피마자 생산량이 약 185만 톤 정도 되는데, 인도가 174만 톤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중국과 모잠비크가 겨우 6만 톤 정도 생산된다. <조선식물향명집, 1937>에는 '피마자(아주까리)'로 꽃이름이 올라 있다. 아주까리의 의미에 대하여는 설명을 만나지 못했다. 이우철 선생의 <한국식물명의 유래, 2005, 일조각>은
중국 꽃이름은 위에 등록되어 있듯이 蓖麻(비마)이다. 아주까리 비(蓖)이다. 피마자는 한자로 비마자(蓖麻子)이다. 일본 꽃이름은 トウゴマ(토오고마)이다. 한자로 쓰면 唐胡麻(당호마)이다. 영어 꽃이름은 Castobean 또는 Castor-oil-plant라고 부르며, 줄여 Castor라고도 한다. # 피마자의 꽃과 열매 그럼 그 곱다는 피마자 꽃을 인디카 자료를 이용하여 한 번 살펴볼까요? ^^
ⓒ 장진권, 피마자, 리키누스 콤무니스 Ricinus communis L. 사진의 붉고 굵은 털 같은 것이 암꽃이고, 아래 희게 핀 것이 수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생겼다.
ⓒ 곰솔, 피마자(암꽃), 리키누스 콤무니스 Ricinus communis L.
ⓒ 海仁, 피마자(수꽃), 리키누스 콤무니스 Ricinus communis L. 암꽃은 수정 후 점점 열매를 만들어 간다. 피마자의 열매는 무슨 목적으로 저렇게 침 형태로 진화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겉보기만으로 위협적인 열매이다.
ⓒ 딤아, 피마자(열매), 리키누스 콤무니스 Ricinus communis L.
ⓒ 피마자(열매), 리키누스 콤무니스 Ricinus communis L. 출처 : http://www.levypreserve.org/plant-listings/ricinus-communis 피마자의 '자(子)'는 사실 '씨(종자)'를 의미한다. 꽃이름으로 쓰이는 또다른 이름 '피마주', '아주까리'도 마찬가지이다. 이 종자에는 약 40~60%의 기름이 들어 있다. 이를 압착하여 짜낸 기름이 바로 '피마자유'이다. 피마자 씨에는 리친, 리치닌이라는 독성 성분이 있어서 날로 먹으면 안되지만 열처리를 하면 독성이 거의 없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로 독성이 센 가 하면 어린이의 경우 씨 5~6개면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요즘은 피마자도 보기가 힘들어 그럴 일이 없겠지만 참고 하시기 바란다. 피마자 씨앗은 인디카에 자료가 없어서 네이버 블로거 유은상님의 자료를 옮겨 온다. 유은상님 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저는 이 피마자를 보면 어릴 때 기르던 암소의 엉덩이에 달려서 피를 빨아 먹던 진드기(작은소참진드기 Haemaphysalis longicornis) 생각이 난다. 피마자 씨앗에 다리만 몇 개 달아 놓으면 영락없는 곤충이다. 우리 속담에 '진드기가 아주까리 흉보듯 한다'는 말이 있다. 보잘 것 없는 주제에 흉을 본다는 그런 뜻이다. ^^
ⓒ 새여울-유은상(네이버 블로거), 피마자(씨앗), 리키누스 콤무니스 Ricinus communis L. 출처 : http://blog.naver.com/yes3man/20197869412 피마자도 품종이 제법 있다. 외국 자료를 통해 씨앗을 살펴보면 그 말을 이해할 것이다.
ⓒ W. Welch, 피마자(씨앗), 리키누스 콤무니스 Ricinus communis L. 출처 : http://www.phytoimages.siu.edu/imgs/paraman1/r/Euphorbiaceae_Ricinus_communis_66.html # 피마자 '카르멘시타' 피마자 중에 아주 특별한 품종이 있다. 바로 열매가 붉은색으로 달리는 아이이다. 품종명은 '카르멘시타(Carmencita)'를 쓴다. 일종의 교잡종으로 Carmencita의 Carmen은 라틴어로 '노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cita는 작다라는 의미이다. '작은 노래'라고 번역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붉은 열매가 부르는 작은 노래라, 재밌는 이름짓기이다. 학명을 이렇게 쓴다. 리키누스 콤무니스 '카르멘시타'(Ricinus communis 'Carmencita')
ⓒ 채병수, 피마자 '카르멘시타', 리키누스 콤무니스 '카르멘시타' Ricinus communis 'Carmencita'
ⓒ 알토랑, 피마자 '카르멘시타', 리키누스 콤무니스 '카르멘시타' Ricinus communis 'Carmencita' 우리 조상들은 피마자를 정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였다. 피마자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다시 우리나라로 전래된 식물로 보고 있다. 시기는 고려 시대 이전이다. 그때부터, 피마자 씨앗에서 뽑아낸 기름(oil)은 불을 밝히는데, 여인네의 머리에 바르는 화장용으로, 한방 에서 약용으로 여러 용도로 사용되어 온 재배식물이다. 한방에서는 피마자 기름을 변비 치료용 설사약으로, 볶은 기름은 식중독, 급성 위장염, 이질 등에 쓰고, 무좀에는 바르는 약으로 쓰고 있다. 시골 집 화단 구석에서, 밭 바깥쪽에 꼭 한 두 그루 정도는 심어서 활용하였다. 요즘은 기름도 화장품도 흔해서 쉽게 보기 힘든 추억의 식물이 되었다. 피마자의 연한 잎도 정말 좋은 묵나물이 된다고 한다. 삶아서 말려 보관하였다가 쌈채로 활용하였다. 피마자잎, 피마자잎, 상추잎 쌈밥, 벌써 배가 고파온다. 여름은 된장, 고추장만 있으면 세상에 먹거리를 널려 있는 행복한 계절이다. 아주까리를 보고 꽃, 열매, 씨앗에서 '고와도' 할 구석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노래는 '고와도' 라고 계속 부르고 있다. [Bonus 1] 피마자 '레드 자이언트' 국가표준식물목록은 피마자 '카르멘시타' 하나의 품종만 올려 놓고 있지만, 피마자의 품종은 좀 된다. 그 중 피마자 품종인 '레드 자이언트' 하나만 더 소개하기로 한다. '레드 자이언트'답게 붉은 열매와 붉은 잎까지 한 번 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 피마자 '레드 자이언트', 리키누스 콤무니스 '레드 자이언트' Ricinus communis 'Red Giant' 출처 : http://www.plant-world-seeds.com/store/view_seed_item/2480 [Bonus2]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보너스 두 번째는 제목처럼 도대체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가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는 이야기다. 이 보너스는 최문철님과 바람소리님의 댓글 덕분에 만든 것이다. 댓글을 읽고서 제가 기초자료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풀어 본다. 작사가 강사랑의 <아리랑 목동>의 위 가사는 사실 <강원도 아리랑>이라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민요 가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강원도 아리랑>의 옛날 가사를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찬속곡집, 이상준, 1923년> 열나는 콩팟은 안이 열고 아지깔이 동백은 웨 여느냐 아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띄여라 노다노다 가게 아주까리가 '아지깔이'라고 채록되어 있다. ^^ '아주까리 동백'이 붙어 있다. <강원도 아리랑> 의 전체 가사를 보면 '아주까리 동백'이 여자의 화장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주까리와 동백 열매에서 짠 기름을 머리에 발라 화장하고 결론은 임과 사랑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전체는 17절 정도 된다고 하는데, 앞의 두 절만 한 번 뽑아 본다. ①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 마라 누구를 괴자고 머리에 기름 (제창)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랑 얼씨구 놀다 가세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②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여는가 (제창)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 아리랑 얼씨구 놀다 가세 (아리랑 고개로 넘어 간다) '괴다'는 말은 '사랑하다'는 말이다. 아주까리 동백을 보면 임이 생각난다는 그런 얘기다. '열지 마라', '왜 여는가', 왜 아주까리 동백이 보여서 떠난 임 생각이 나도록 하는가 하는 그런 말이다. 워낙 입으로 입으로 만든 가사라 더 심한 가사도 있다. ^^ 아주까리 동백(冬柏)아 열지를 마라. 건너집 숫처녀 다 놀아난다. <강원도 아리랑>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민요에서도 '아주까리 동백'이라는 가사는 흔히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여자들에게는 '아주까리 동백' 기름이 너무나 친숙한 화장품이었던 것이다. 이 민요 가사를 작사가인 강사랑이 따와서 가요 가사로 전환한 것이 바로 '아주까리 동백꽃이 제 아무리 고와도'인 것이다. 제 아무리 고와도 '내 사랑만 하오리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