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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의 낭만에 대하여 |
프롤로그 prologue 미처 몰랐던 사실 때문에 가슴 그득하게 행복해지는 일이 있다. 새로운 여행지를 향하는 마음 역시 그러하다. 그런 이유에서 여행자의 마음은 소풍가서 보물찾기를 막 시작하는 유년의 마음가짐이 된다. 그리고 현지에 가서 직접 만지고, 느끼고, 냄새를 맡아 보며 오감으로 접하다 보면 되돌아 올때는 걱정부터 앞선다. 이 모든 걸 담아 낼 수 있을까 하는--다 털어 낼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곡성 어디든 봉황이 있다 곡성이 어디일까? 취재 장소로 곡성이 정해진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곡성군청에 전화해서 위치를 확인해 보는 것이었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요?' 도선기(道詵기)에 의하면, 곡성읍은 동악산이 진동하고 봉황이 날아가는 지형이라 묘사되어 있다. 곡성은 유난히 오.죽.봉(悟.竹.鳳)이라는 말이 들어간 지명이 많은데 모두 봉황과 관련이 있다. 봉(鳳)은 오동이 아니면 살지 않기 때문에 오지리(오지리)란 마을이 있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므로 죽곡(竹谷), 하죽(下竹), 죽산(竹山)등의 마을 이름이 있다. 또한 봉이 머문다 하여 봉정리(鳳停里), 대밭에 내려 앉는다고 하죽리(下竹里)등 범상치 않은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곡성은 남원과 순천 사이 구례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도에서 고도의 섬세함을 요구할 순 없지만 '구례에 딸린 곡성'이라 말하는 것처럼 그 경계가 모호했다. 기실 남원의 춘향이와 지리산 구례의 유명세에 우리의 관심밖에 밀려 있었다고 하는게 정확할 것이다. 그러나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500리 물길인 섬진강이 진안군에서 발원되어 광양 앞바다에 이르기까지 잠시 쉬었다가 가는 곳이 곡성인 것처럼 느껴졌다. 여전히 고요하게 흐르는 섬진강이지만 곡성에서는 그 편안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곡성에서 만나는 섬진강은 대체로 강너비가 좁고 멀리에서 보면 거북이 한 마리가 햇볕을 쪼이는 듯 강바닥의 암반이 많이 노출되어 있다. 강바람 따라 가다 보면 이르는 골짝나라 곡성은 들어서는 길목부터가 즐겁다. 곡성 순천간으로 이어지는 17번 국도는 유홍준 교수가 감탄을 자아냈던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한 편에 철길을 끼고, 다른 한 편에 섬진강과 보성강으로 이어지는 강변인데 철쭉이 진 자리엔 이름 모를 많은 꽃들이 대신하고 있다. 앞으로 내다 보이는 풍경은 산들이 차곡차곡 포개어져 있는 것마냥 겹겹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지리 교과서를 들고 줄줄이 외우던 노령산맥과 소백산맥의 지맥이 지나가는 곳이기 때문이란다. 또 하나의 왕궁, 골짝나라 '곡성'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17번 국도와 마주하는 길은 하이킹 장소로도 유명하다. 녹색농촌체험마을 가정마을에서부터 고달면 방향이 1코스이고, 청소년 야영장 방향이 2코스로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되, 섬진강의 실루엣을 그대로 따라 갈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하이킹을 약속한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는데 성인용에서부터 유아용까지 여러 종류를 갖추고 있다. 바람의 방향대로 자전거로 나아가다 보면 섬진강을 물줄기를 따라 잡을 수 있을 만큼 상쾌해 진다. 섬진강과 보성강의 낭만 '줄배' '곡성에서 팔아 먹을 것은 물과 공기밖에 없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두말이 필요 없는 살아있는 섬진강과 전라도 동부를 감싸 안은 보성강이 사이 좋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보성강은 보성과 장흥의 경계에 있는 제암산에서 발원, 보성을 거쳐 흘러 내려오는 강으로 섬진강만큼이나 보성강을 사랑하는 곡성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압록에는 여름이면 하루 1만여 명의 피서객이 모여 들만큼 유명한 곳이다. 나룻터라고는 찾아 보기 힘든 평범한 강가에서 만난 '줄배'는 이번 취재 중에 가장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강을 가로질러 줄을 놓고 그 줄을 의지해 건너가는 것인데 사공이 따로 필요 없다고 한다. 줄을 잡아 댕기니 꿈쩍하지 않을 것 같던 배가 너무나 가볍게 일행이 있는 곳으로 와 주었다. 물 속이 훤히 보이는 강이라고 하지만 쉽게 배 위로 발이 내디뎌지진 않았지만 그 안락함이란 줄배를 오르지 않고는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유용한 교통수단이 되고 있다는 줄배, 그 신기함에 낭만까지 긴 여운이 남았다. 철도공원, '태극기 휘날리며' 현장 속으로 전라선 직선화 사업으로 이용하지 않게 된 옛 곡성역은 한국 영화사의 신기록을 다 갈아치웠던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장소로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군청의 발빠른 준비로 더욱 알찬 '철도공원'으로 거듭난 옛 곡성역은 영화 초반 강제 징집된 두 형제와 농아 어머니가 이별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 관객들의 심금을 울었던 장면을 이끌어 낸 곳인 만큼 여전히 애닯다.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목조의자와 녹이 쓴 철길은 잠시 쓸쓸해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평일임에도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활기를 되찾았다. 21인승 1량의 꼬마 열차가 폐구간이 된 옛곡성역에서 압록역까지 9km(시속 30km)를 달린다. 10월까지 하루에 4회 운행되는데 약 1시간 10분이 걸린다고. 섬진강변의 숨은 볼거리와 소박한 곡성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은 덤이요, 자연과 조우할 수 있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된다.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방문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라고 검게 그을린 기관사의 당부가 무리는 아니다 싶었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은 곳으로 살짝 가보니, 페달을 밟으며 철길을 오가는 레일자전거 타는 재미가 한창이다. 간단한 요령만 배우면 남녀노소 누구나 타 즐길 수 있어 인기라고 귀띔해 주었다. 곡성 알림이, 심청을 만나다 곡성알리기의 도화선은 바로 '심청'이다. 효녀로 몇 천년동안 여러 사람 불효녀로 만들었던(?) 심청. 곡성군 오산면 선세리 성덕산 기슭에 백제 때 창건된 고찰 관음사의 '사적기'에 실려 있는 원홍장의 설화가 국내에서 심청전 원전과 거의 흡사하다는 학계의 발표와 원전에 나오는 지명이 곡성 곳곳에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 심청의 고을이 되었다. 곡성군은 관광지 개발은 물론 효 고장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진행형~ 관음사는 이러한 효심이 깃든 사찰이어서 그런지 소원하는 바가 잘 이루어져 효험이 좋다하여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한다. 심청의 지극한 효심이 많은 이들을 복되게 하고 있었다. 매년 10월에는 심청축제가 열리는데, '효와 환경이 미래를 연다'는 슬로건으로 섬진강 자연생태공원에서 마련된다고 한다. 올해는 10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자연의 향기 머금은 '섬진강 자연학습원' 1995년 57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폐교된 설산 자락의 옛 옥수초등학교 부지 1만3000㎡에 세워진 섬진강 자연학습원은 주차장에서 학습원 정문까지 다다르기 위해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개울에는 갖가지 생물과 심청연못 등이 있고, 발처럼 엉기 성기 묶여진 나무 다리는 자연을 한층 더 가깝게 만들었다. 학습원의 화단에는 다양한 야생화와 함께 우측에는 화분갈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도예교실, 조각교실, 천연염색교실, 짚풀공예교실까지 체험학습원으로는 손색이 없는 규모를 자랑한다. 야생화로 다양한 색을 만들거나 황토로 색을 내어 옷감을 만들어 보는 천연 염색 교실과 짚, 풀을 이용하여 생활도구를 직접 만들어 보는 짚풀공예교실이 인기라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체험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지난날을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선 풀과 흙냄새, 귀뚜라미 소리 등 자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는 데 의미 있다. 고즈넉한 태안사에서 만나는 자연소리 자연의 소리는 어떤 연주곡보다도 장엄하고 맑다. 태안사에 들어서며 더욱 자연의 소리에 심취하게 된다. 태안사는 신라 경덕왕 원년에 이름모를 신승 세 사람이 세웠다.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초까지 오랫동안 영화를 누렸던 사찰로 혜철선사, 도선국사가 득도한 곳이라고. 태안사에 잡목숲 터널은 사계절 내내 방문객들을 정겹게 하고, 뜻하지 않은 진풍경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고려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삼층석탑을 복원해 놓은 연못이다. 삼층석탑을 바라보며 연못가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세상을 좀 둥글게 둥글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반추하게 된다. 태안사 창건주인 혜철스님의 부도탑으로 오르는 계단은 겸손함을 일러주듯 낮은 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세월이 녹아 있는 부도탑(적인선사조륜청정탑 보물 제 273호)앞에서는 더욱 숙연해 질 수밖에 없다. 5량 구조 맞배지붕 형태의 누각인 능파각은 보기 드문 옛 나무다리로 계곡의 맑고 시원함으로 세속의 모든 업을 깨끗이 지울 수 있다고 한다. 뒤돌아 가는 방문객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듯 풍경소리가 들려온다. 인근에 경찰충혼탑과 조태일시문학관이 있다. 에필로그 epilogue 숨가쁘게 눈으로 곡성을 경험하였다. 마지막으로 곡성에 가기전 자연 호흡법을 꼭 익히길 권한다. 코 끝으로 세포 하나 하나 스며드는 공기의 청량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테마와 낭만과 체험이 있는 곡성의 아름다움에 한동안은 매료되어 있을 것 같다. 그 휴유증은 깊고 진하다. |
첫댓글 곡성의 낭만,,,, 동악산의 낭만.... 섬진강의 낭만,,, 종방 미루나무밭의 낭만이 제격인디......
종방 하면, 보리쌀 한 되박 씩 퍼 갖고 원두막 누런 남포불 아래서 복숭아 먹으며, 벌레까지 먹어야 미인된다고(우리 오마니 말씀) 재잘거리던 시절이 그립슴다...그리고 모래 밭의 땅콩 맛!
노암님...방가...늘 행복하시죠?
이맘때가 되면 섬진강 미루나무 밑에서 장구치며 노시는 화전도 잊지 못하고 모래찜질 또한 한여름을 이기는 지혜였는디...^^*
모레찜질은 신경통 관절염에 여전히 유효한 우리 전통의학이라고 알고 인는디... 추억의 섬진강이 공업화의 깃발에 무참히 짓밟혔으니.... 아아 통제라....
부지런히 일해서 그 공장을 사고, 그 공장을 헐고...... 섬진강변을 새로 복원하고,,,,,, ㅎ꿈이여 멀어서 아름답구나!
구... 구...절절 하나 하나가.. 다그립군요........노암님은 복숭아 벌레를 모르고 드셔서 미인이신가여......^^***
탑동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청계천만 복원하라는 법 없지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