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당찮은 무더위로 올해는 결코 오지않을 거 같던 가을이 며칠전 비로 급히 나 여기 있소
나타나니 길에서 길을 물으며 밥벌이 하는 저같은 야외용 인간에게는 더없는 하늘의 축복
올습니다
계절의 섭리와 자연의 엄정함은 가히 찬탄의 대상이지요
이 좋은 날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서늘한 바람이 반겨주는 곤고한 행상길을 배회타가 차
에서 졸음방지 음악 하나를 듣습니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3번 5악장 카바티나..
이 곡은 베토벤 후기 작품에 속하는데 고금의 많은 인간들이 찬사를 늘어놓는 바 '베토벤
의 이전 작품들은 후기 현악 4중주들을 쓰기 위한 리허설이다' '모든 기교들을 초월하여
베토벤만의 고고한 우주를 이룩하였다' 는 등의 극찬들이 이어집니다
특히 지금부터 200년전 작곡된 13번은 베토벤 작곡인생의 최후작이기도 한데 이 13번
에서 중요부분은 카바티나라는 이름이 붙은 5악장으로, 신비롭고 범상치않은 기운이 흘러
'베토벤이 드디어 신의 영역에 들어섰다' 는 불경스런 평을 듣기도요..
그런데.. 마음자리님이 보시면 또 서양음악 타령이냐 홧김에 악세레타를 더 밟으실지는
모르나 그건 아니고욥, 카바티나에 묻은 소소한 잡설이 생각나 점심 간짜장 막간에 몇줄
뚜디리봅니다, 용서하셔요
이 카바티나 악장은 1977년 발사된 보이저 우주선에 실려 지금도 우주를 항해중인데 언젠가
이 우주선과 마주칠 외계인에게 자구라는 별에 사는 인간이란 생명체의 음악으로 들려지게
된다 합니다
적막한 우주 암흑을 돌아올 기약 없이 외로이 떠가는 작은 우주선을 생각하매 이 카바티나
악장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음악은 없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곡이 실은 청각을 완전히 잃은 인간이란 동물에 의해 만들어졌다
는 것도 인간사 의미가 있다 여깁니다
여담으로, 당시 보이저호에는 지구 문명의 전 과정을 보여주는 118장의 사진, 엄마와 아기의
소리, 심장 뛰는 소리, 웃음소리. 새소리, 비와 바람 소리, 60여개 나라의 안녕하세요 인사말,
여러 나라의 민요와 재즈, 바흐 브란덴부르크협주곡 2번 1악장, 우리가 잘 아는 베토벤 운명
교향곡 1악장이 실렸다고 기록이 있습디다
먼 먼 훗날, 인간의 관심을 초월한 시간 동안 우주의 시공간을 정처없이 헤매던 보이저 우주선
이 드디어 저처럼 늙어 떨어진 어느 행성에 운좋게도 마침 ET류의 외계인이 있었고, 그들이
베토벤의 이 카바티나 악장에 감동하여 산넘고 물건너 어렵게 지구를 찾아왔을 때 시리도록
아름다운 녹색별 지구의 우리 인류가 생존이나 하고 있을까..
이 기름기 쪽 빠진 망상의 노인은 꿈을 꾸어 봅니다.. 히힛~
점심 맛있게들 드시고 ET가 올 때까지 우리 모두 근력좋게 버티어 보십시다요..
첫댓글
구봉님, 추석 명절은 잘 쇠셨으리라 생각하고
오늘 아침바람에 걷고오니 등에 땀도 나지 않았네요.
추석 근처에 와서 부터,
다들 고향으로 가셨는지 아니면 해외여행을 떠나셨는지
수필방 식구들이 좀 뜸하게 나오십니다.
그래도 수필방을 아껴주시는 여러분이 계셔
그럴 적마다 사람도 반갑고, 글도 반갑고...
또 반가운 것은
우주에 뛰워졌다는 음악(cavatina)이 있네요.
세상에서 가장 애잔하다는 것에 어울리는 곡으로도...
카바티나, 잘 듣고 가네요.^^
게으른 제가 어쩌다 수필방에 무심코 올리는
잡글 하나에도 진심의 댓글로 반겨주시는,
십여년이 넘는 긴 세월 콩꽃님의 한결같으심
에 수필방에의 깊은 사랑은 물론 삶을 대하는
자세는 이런 것이다 말없는 가르침을 마음판에
깊이 배웁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곡...
간밤에 좋은 꿈을 꿔서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듣게 되나 봅니다.
베토벤의 카바티나.
참 애잔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눈물 한방울 뚝 떨어질 것 같습니다.
구봉 님 덕분에 집에서도
가을을 마음껏 즐기네요.
구봉 님, 전 아직도 제가 서있는
자리를 잘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나이는 분명 노인인데
이런 음악 듣고 있노라면
대구의 유명했던 음악감상실 녹향의
한 구석에 앉아 있는
소녀로 돌아가곤 합니다.ㅎ
음악과 글, 감사드립니다.
판정을 누가 하는지는 의심스러우나 서양인간
들이 만든 무지 슬픈 음악에 비탈리 샤콘느와
바흐 샤콘느 그리고 이 카바티나를 꼽습디다
잘은 모르지만 저도 동의하고요..
녹향출입자시면, 지금도 취미가 서양고전음악..
이라면 분위기가 썰렁해지는데 당시 용어로
우리는 녹향 패밀리였습니다ㅎ 반갑습니다~
과연 베토벤 을 악성이라고 할 만 합니다.
우리 아라가 7살때 베토벤 음악을 듣고 하던 말 ㆍ 베토벤 음악은 힘이 있으면서도 슬프고 아름답다고 하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베토벤은 영웅 운명 분위기의 무겁고
장중한 작곡가로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도 부드러운
인간이었습니다.. 바이올린 소나타 봄, 로망스 등을
들으면 같은 사람인가 의심이 듭니다ㅎ
그의 그 넓은 스펙트럼을 알아채다니 일곱살 아이가
음감이 대단했었구만요..
ㅎㅎ 아시다시피 베토벤은 알지만 카바티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1977년 8월과 9월에 각각 발사되어 태양계를 벗어나 우리 은하계를 열심히 달리고 있는 보이저 1, 2호에 대해서는 관심이 큽니다. ㅎㅎ
요즘도 미약한 신호와 적은 데이터이긴 하지만 간간이 지구로 살아있음을 알려온다고 하네요.
그들을 통해 지구 이외의 별에 살고있는 ET들과 꼭 조우하고 싶습니다. ㅎ
제 당대에 외계인을 볼 수 있을지는 오리무중
이나 먼 어느 별에 ET는 반드시 존재하리라
이 인간은 믿습니다.. 언젠가 콘택트 대사에
공감해주셨는데 다시 기억합니다 '이 넓은
우주에 지구에만 인간이 산다면 이 우주는
너무 지나친 공간의 낭비가 아닐까..'
기름기 쪽 빠진
노인네가 되었지만,
시리도록 아름다운
녹색별에
여행와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일어나기전
따뜻한 전기장판위에 누어,
구봉님의 글 읽고
음악들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즐거우시길 바랍니다.
어느 시인처럼 소풍 끝내고 가서 아름다웠더라
말 할 수 있는 지구에 산다는 게 저도 참 다행으로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우리는 하늘을 날고 물위를 걷는 걸 기적이라지만
따스한 전기장판에서 누워 잘 수 있고 문득 수필방
을 들러볼 수 있다는 게 실은 기적이지요
아,구봉님
댓글에 앞서 구봉님께 사과의 마음이 앞섭니다
그간 삶의방에는 몇편의 글을 올렸는데 제글이
수필방보다는 삶의 이야기라
이방을 외면하다보니
오늘이야 님의 글과 아름다운 음악을 접합니다
내일 글올 올리며
이 연옥에서 벗어난 님에게
승리의 기쁨을 나눕니다
좀은 가볍게 들릴 수 있는 다른 방과 달리 적당한
긴장과 자기검열이 함께 하는 수필방은 올리는 글
도 아무래도 차이가 나는 거 같습니다
저도 그리 느끼는데 선배님께서도 그러시다니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동지애의 안도를 느낍니다
늘 칭찬에 감사드리며 이 가을도 건겅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