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미초아칸은 세계에서 아보카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다. 무장 카르텔, 부패한 경찰과 지역 정치인들, 국제 사모펀드 등이 얽혀진 추출 경제가 미초아칸 주를 온통 아보카도 플랜테이션으로 만들었다. 아보카도를 재배하느라 하도 지하수 물을 퍼대서 계속 지진이 일어나고, 살인과 고문 등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그런데 미초아칸에서 아보카도를 금지하는 유일한 도시가 있다. 체란Cherán이다. 마체테를 든 여성들이 이 도시에서 혁명을 주도했다.
퓨레페차Purepecha 선주민 2만여 명이 살고 있는 가난한 도시 체란. 이곳에도 2006년경부터 무장 카르텔의 폭력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다. 보호를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약탈을 일삼다가, 이내 공유지 숲에서 나무를 벌채해 목재용으로 팔아넘기기 시작했다.
체란의 공유지 숲은 소나무가 많다. 지역 주민의 상당수가 숲에서 송진을 채취하고 그걸로 공예품을 만들어 내다판다. 그런데 카르텔은 하루에도 수백 그루의 소나무를 베어내며 그곳에 아보카도 나무를 심었다. 2006년에서 2011년 사이에 공유지 숲의 3분의 2가 파괴됐다. 마을의 송진 채취자들은 살해 위협 때문에 숲에 들어가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시장과 경찰에게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무장 카르텔과 연루된 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렇게 공유지 숲이 모조리 파괴되면 송진을 얻을 수도 없고 아보카도 때문에 극심하게 물이 부족해질 것이었다. 체란의 여자들이 무장한 카르텔의 벌목꾼을 설득하기 위해 애썼지만 번번이 쫓겨나기 일쑤였다.
그러다 2011년 4월 15일, 여섯 명의 여자들이 벌목꾼 두 명을 어깨 숄로 꽁꽁 묶어 교회로 데려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노한 여성들이 참다참다 벌목꾼을 잡아왔던 것이다. 교회 종이 울렸고, 폭죽이 쏘아지자 사람들이 교회로 달려왔다. 그게 봉기의 시작이었다.
마체테를 휘두르는 여자들, 빗자루와 야구 방망이를 든 노인들, 돌을 던지고 불꽃을 쏘는 청년들이 무장한 벌목꾼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카르텔에 의해 학살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지만, 체란의 주인들은 그에 굴하지 않았다. 벌목꾼과 카르텔뿐만 아니라 급기야 시장과 경찰까지 모두 도시 바깥으로 내쫓았다.
그날 밤, 도시 전역의 교차로에는 약 200개의 모닥불이 피워졌다. 혹시나 있을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 '포가타fogatas'라 불리워지는 이 모닥불은 그날 이후 체란 봉기의 상징이 되었다. 뒤이은 카르텔의 공격으로 사망자가 나왔지만, 모닥불은 밤마다 타올랐다.
여자들이 피워올린 모닥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마을의 운명과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재구성할지를 의논하기 시작했다. 의회와 경찰 등을 자치화하고, 공동체 숲을 복원하며, 여성과 어린이와 노인을 존중하는 수평적인 정치를 구성하자는 합의가 여성 주도의 이 모닥불 회의에서 도출되었다. 생태주의와 자치에 대한 흥미로운 시민 실험이 모닥불 불빛 속에서 빚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4년 긴 소송 끝에 체란은 마침내 자치권을 얻어냈고, 자체적으로 자경단을 조직해 도시를 지키고 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모닥불이 타오른다. 그사이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재조림되었다. 카르텔과 추출 경제가 물러가니 공유지 숲이 점차 되살아났다. 도시 한 켠의 묘목장에는 계속 나무 씨앗이 발아하는 중이다. 체란의 사람들은 숲에 속한다는 그들 삶의 원칙이 다시 자라나는 것이다.
현재 이곳 주민들은 정치를 자치화하고, 이자가 없는 연대 대출solidarity loans로 지역 공동체의 경제를 돌보며, 아보카도를 금지하고, 자체적인 기율을 세워 삶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렇게 살인과 폭력이 얼룩졌던 지역인데 봉기 이후 범죄율이 물에 쓸려나가듯 급감했다. 만약 절도 사건이 발생하면, 붙잡힌 사람 손에 '나는 도둑질을 좋아합니다'라는 팻말을 들려 동네를 돌게 한다. 응보적 정의보다 회복적 정의를 중요하시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 기술을 배척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곳의 청소년들은 라디오, 인터넷, 페이스북, 틱톡 등의 기술적인 자원을 토지 방어를 위한 네트워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추출 경제에 의해 핏빛으로 물든 미초아칸 지역에서 체란은 그렇게 희망의 오아시스를 일궈낸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책에 작게나마 체란의 봉기를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안 치룬다. 선거하자고 와도 번번이 쫓아낸다. 그들 스스로 정치를 구성하고 자율적으로 살아간다. 그 덕에 공유지 숲이 살아나고, 그들도 자기 삶을 스스로 건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