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외로워야 아름답다고 한껏 멋을 부려 글을 쓴 적이 있었다.
그 글에 끌린 이들이 석모도 섬산행에 대해 물어보는 인연으로 친해지기도 했고, 함께
그 섬에 가기도 했으니 내겐 나름 추억이 있는 석모도를 다시 찾았다. 봄 가을에 두 번
그 능선을 걷는데 늘 좋다. 이제는 모든 정보를 기계가 알려주는 시대라서 그런 낭만은
사라졌지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기 딱 좋은 화창한 가을날에 올가을 첫 걸음을 뗀다.
'Whisy on the rock' 을 틀고 출발한다.
적우가 부른 그 노래를 좋아하는데 최성수 노래에 된장을 풀어 놓은 양 느끼한 맛이
없어서 좋다. 사실 집에서 왕복 140km 를 혼자 갔다 온다는 건 내 소비 성향에 맞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다. 함께 산에 다니던 이들은 대개 무릎이 고장나 산행을 못하고
주변 친구들은 골프를 하거나 산행을 부담스러워 하니 어쩌겠는가.
커다란 다리 두 개로 육지와 연결된 강화도는 전혀 외롭지 않고 석모도 또한 다리로
연결되어 외롭지 않다. 배 위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과자를 던져주던 낭만은 사라졌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석모대교를 건너는데 다리에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하루만 더 살아보세요......." (정확하진 않다) 이 다리 위에서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있나 보다. 낭만이 사라진 바다에 사람이 뛰어들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하늘은 맑았고 석모도 등줄기를 걷는 사람은 나 하나였다. 짜릿했다.
달에 이끌린 바다는 멀리 달아나고 있었고 모진 폭염을 견뎌낸 들판에 벼가 익어가고
있는 풍경까지 더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으나 혼자 오래 있기엔 좀 멋적었다..
혼자 걸으며 살아온 날을 반추하며 반성하고 남은 날들을 어찌 살 것인지 생각하는데
세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하산길에 아직 힘차게 걸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만인의 사랑방인 카페에 올리는 글은 간결해야 한다고 믿기에 2024년 9월 24일 느낀
것들을 사진으로 보완한다.
2024.09.24 산행기
앵커리지
첫댓글
가을을 마중하는
앵커리지님의 석모도 산행기,
가을 공기처럼
청량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꼭 길어야 될 문장에서는
읽어주는 모험도 있어야 합니다.^^
사람이 제각기 다르니까요.^^
사진도 아주 시원합니다.
늘 수필방을 굳건히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성격 탓인지 글을 길게 쓰는 건 내키지
않습니다. 제가 문제지요 ^^
다음주엔 백운대에 갑니다.
우와 멋져요.
혼자 즐기는 산행은
배짱이 두둑해야 할듯요.
자연과 이야기 나누면서
내면의 나를 들여다 보기 좋은시간.
지나간 일은 다 무효니까
반성은 많이 하기 있기 없기?ㅋㅋ
석모도가 강화에 있나 봅니다.
이름은 들어 봤는데
이제는 섬 아닌 섬이 많아졌지요.
건강한 모습 보기 좋구요.
늘 안전산행 하시길요.^^
석모도는 강화도 옆에 있는 섬이에요.
강화도 서쪽에 석모도가 있고 북쪽에는 제법
매스컴을 타는 교동도가 있답니다.
강화 마니산과 함께 일년에 두 번 정도 찾는
석모도는 보문사라는 절과 노을로 유명해요.
제라님 댓글은 항상 마음을 가볍게 해 주네요.
제가 단점이 많아서 반성도 많이 하는데, 가끔
자책이 깊어지기도 해요 ^^;;;
별일 없으시죠?
게시판에서 자주 봐요.
석모도의 하늘과 바다 색이
넘 아름답습니다.
혼자서 석모도까지 가시고~
진짜 산을 사랑하시나 봅니다.
오늘은 이곳 동탄 하늘도 맑고 아름답네요.
전형적인 가을하늘입니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요.
시골출신이라
곡식이 익어가는 게 넘 보기 좋습니다.
옛날옛날에 영천 은해사에서
동화사까지 넘어 갔던 생각이 납니다
겁없던 때였지요.
산을 좋아한다기 보다는 숲속을 걷는 시간을
좋아해요. 이베리아님도 예전엔 활동적이었나
봅니다. 계속 하시쥬 ㅋ
동탄이면 서울 청계산에 한 번 가보세요.
가을이니까요.
남원도 햇살이 너무 좋아서
맑고 투명한 가을 볕이
마음속까지 스며들어
뽀송뽀송 해지는 날입니다.
이베리아님 반가워요.^^
저도 반가워요, 제라 님~ㅎ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9.25 14:31
서울에는 잘 안 가게 되네요.
지방에서만 살아서 그런 것 같아요.
시골로 가면 마음이 편한데
서울은 왠지 불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ㅎ
촌 아짐 ㅋㅋ
활동 영역을 넓히세욧 ^^
산보다 더 좋은 사람하고
산행을 하면
산에게 미안해야한다!
불혹의 나이엔 반반이었던 것같은데
지금은 어디를 가던
제대로 된 풍경을 보게 되더이다
석모도
왠지 이름만으로 고즈넉한
산그늘 내려오는 해질녘이 더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ㆍ
석모도 등줄기 따라 가셨다는
앵커리지님 표현에
부실한 제 허리 훑어 내리면서
석모도가 어! 시원하다 ㅎㅎ
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멋진 수필 한 편 보고 갑니다
사진도 굿입니다
말 통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걷기 딱 좋은
곳입니다. 예전에 한 번 갔어야 하는데...
허리가 부실해도 걸음이 시원찮아도 갈 수
있는 곳인데, 이젠 동행할 사람이 없어요 ^^;;
짧은 가을에 공연히 마음이 부산하네요. ㅋ
앵커리지님의 글을 따라갔더니
전 이미 석모도에 와 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석모도를...
글도 사진도 간결한거시 보기 좋습니다
추천도 해부러요
가리나무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살아있는 역사박물관 이라는 강화도와 함께
옛 정경이 그대로 살아 있는 교동도, 조용한
석모도 까지 한 번에 둘러보기 좋답니다.
석모도, 차와 같이 배를 타고 건너서 한바퀴 돌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납니다.
바다와 섬이 많은 우리나라, 즐기기에 따라 천국 못지 않습니다. ㅎ
예전엔 그랬지요.
강화 외포리 까지 차를 타고 가서 페리호를
이용해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주며 건너갔지요.
세계에서 섬이 네 번째로 많은 나라이니 섬만
다니며 여행을 하는 이들도 많답니다.
석모도 등줄기를 혼자 걸으셨군요.
저는
석모도 등줄기는 고사하고,
낙가산위에라도
올라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올해에만
보문사
네 번 다녀왔습니다.
낙가산 마애미륵상앞에서
보는
석양이 아름답더군요.
그 석양을 보러
늦가을에
한 번 더
가볼 예정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보문사 마애미륵상에 자주 가시는군요.
흔히 눈썹바위 라고 부르지요.
예전엔 낙가산에서 바로 눈썹바위를 거쳐서
보문사로 하산했는데 요즘은 막았더라구요.
산에 오르시기 힘들면 전득이고개에서 조금
올라가 보는 것도 좋습니다.
석모도 일몰 풍경은 언제나 일품입니다.
@앵커리지 다음에 갈땐
전득이고개에서
석모도 일몰 풍경을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화도에 일년에 한 두 번 가는데 고려산밑에서만 놀다 올 뿐 다른 곳은 가볼 생각도 안했네요.
석모도를 가보고 싶게 만드는 글,
잘 읽었습니다.^^
석모도 종주산행 꼭 해보세요.
'전득이고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등줄기를
타고 두 시간 반쯤 걸으면 보문사가 나옵니다.
예전에 배를 타고 건널 때부터 산행 매니아들
사이에선 유명한 곳이랍니다.
혼자 섬을 산행한다? 대단한 용기이고 실천입니다. 하기사 몇년전 암투병을 하며 100대명산을 오르고 섬기행을 이어서 한 59년생 처남생각이 납니다. 통영앞바다섬들을 혼자 2박3일다니다가 어두워져 식당들이 문을 닫고 숙박집도 없어 불켜진 개인집서 노모와 징성한 아들이 밥먹는게 보여 무조건 들어가 인사했더니 밥도 주고 잠도 재워 주었답니다. 섬여행은 어찌보면 고독한 행군이죠.. 요새 시골이고 섬이고 사람이 없어요.
처남께서 대단한 의지를 가진 분이네요.
저는 그렇게 다니지는 못하고 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는데, 이젠 겁이 나기도 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혼자 다 해결해야 하니 주변
사람들이 그만하라고 말립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을 호젓하게 즐기는 식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가을은 혼자 걷기 참 좋은
계절입니다.
부담 갖지 않고 산행을 할 수 있는 건강
혼자의 시간을 오롯이 즐길 줄 아는 인생의 내공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맞지요?
맞습니다 맞고요... ^^
평범한 삶이지만 그래서 늘 감사하며 삽니다.
하나 더하자면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자꾸 눕고 싶고 스마트폰에만 손이 가는데 그걸
깨고 일어서서 움직여야 하거든요.
감사합니다.
석모도?
강화도도 아직 못 가봤어요~~~
우리나라 가 볼 곳 많군요.
다리 힘 좋을 때 가 봐야 하는데..
다리 힘 빠질 때 까지 일해야 할 듯 하고,
뭣 보다 여자 혼자 숙박 하면서 까지 다니기는
만만치 않겠어요.
늘 그런 생각들을 합니다.
여자들이 살기 편한 세상이라 하지만
여자들이 세상 밖으로 돌아다니기는
아직은 무서운 세상이라고...
남장을 하고 다닐 수도 없고.
석모도는 대개 알고 있는 강화도 서쪽에 있는
섬입니다. 강화도 북쪽엔 교동도가 있구요.
강화도는 물론이고 교동도도 티비 프로그램에
자주 나옵니다.
여자들이 조심해야 하는 건 맞아요.
남자들도 방심하고 다니면 안 되는 세상인데
여자들은 더욱 조심해야지요.
커쇼님이 어디 사시는지 모르지만 수도권에
산다면 봄에 고려산 진달래 축제로 유명한
강화도와 함께 교동도 석모도를 둘러보세요.
이제 나들이 하기 참 좋은 때지요.
잘읽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