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들어선다는 입추(立秋) 지난지가 어느덧 열흘째이고 내일이면 가을이 깊어간다는 처서(處暑)라는데 이넘의 더위는 종아리에 착 달라붙은 찰거머리맹키로 떨어질 줄 모르니...
옛날엔들 더위가 없었을까만은 어른들은 말씀하셨지, 그때 그 더위는 들판의 벼를 무르익게 하고 산자락의 짙은 녹색의 과일들을 먹음직스런 붉은 빛으로 물들여 준다고...해서리 풍년을 불러온다는 늦여름의 더위를 그 누가 탓했으랴만, 지금의 더위 역시 예나 다름없이 우리들의 삶에 풍요를 가져다 주는진 모르겠구만 그랴.
에어컨이나 냉장고는 커녕 선풍기조차 없었던 그 시절, 대지는 끓는 듯 불타 올랐지만 시골 우리들의 삶은 한가롭다 못해 적요(寂蓼)함 그 자체였으니...먼 데 개 짖는 소리 어쩌다 한 번 들릴까 말까 한 고요한 초저녁, 마당의 평상에 누워 어머니께서 삶아주신 옥수수 알들을 톡톡 씹으며 어둠이 내린 하늘을 올려다 보면 이윽고 펼쳐지는 광대한 우주의 잔치!
누이의 무릎 베고 옥수수 열심히 베어물던 아우가 어느새 잠이 들면, 문득 휘익하는 소리 들리는 듯 별똥별 하나 밤 하늘 훑고 지나가자 이윽고 동녘 청송 일월산 위로에 두둥실 떠오르는 달. 달과 무슨 웬수 졌다고 파르라니 얼음같은 눈빛 흘기면서 서산으로 사위어가는 개밥바라기 샛별. 그렇게 정겨운 늦여름 시골의 밤은 디킨슨(Emily Dickson)의 가장 다정한 어머니인 자연(自然)과 함께 깊어간다.
고흐(Vincent Van Gogh)의 그림을 노래한 맥클린(Don MClean)의 'The starry starry night'의 멜로디도 아름답지만, 여기 황우루 선생이 가사를 쓰고 김인배 선생이 작곡한 '밤의 찬가'(둘다섯의 앨범엔 '밤의 연가'로 편곡되어 있지만)를 김인배 선생의 트럼핏 연주를 시작으로, 박연숙(오리지널 릴리즈 버전), 김경희, 그리고 둘다섯의 음성으로 들어 본다.
밤의 찬가(김인배, 박연숙, 김경희 & 둘다섯)
재생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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