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팔자 뒤웅박 팔자
1. 기생이라는 이름의 매춘부
기생 라합은 출애굽 하여 40년의 광야 생활을 끝내고 이제 가나안 복지에 들어갈 채비를 마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 진입 첫 머리에서 마딱드린 여리고 성의 이방여인으로 더욱이 술 팔고 몸 파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기생 매춘부였다.
성경에는 그들의 직업이 몸을 파는 여인으로 주로 묘사되고 있는 기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여인들이 간혹 등장한다.
창세기 38장의 죄짓는 유다 가정 얘기의 하이라이트는 시아버지 유다를 속여 창녀로
변장하여 성관계를 맺어 결국 쌍둥이를 낳는 며느리 다말의 경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사창가를 찾는 시아버지에게 얼굴을 수건으로 감싸 알아보지 못하게 하고 몸을 파는
창녀로 다가가 깜깜한 밤에 시아버지와 잠자리를 갖는 다말의 불륜 앞에 우리는 할말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기생이나 부정한 여인을 취하지 말 것이며 이혼당한 여인을 취하지 말지니 이는 그가 여호와께 거룩함이니라 (레위기 21:7)
창기의 번 돈과 개 같은 자의 소득은 아무 서원하는 일로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전에 가져오지 말라 이 둘은 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 가증한 것임이라 (신명기 23:18)
구약 성경 사사기에는 두 사람의 인물이 기생과 관련된 인연을 가지고 등장한다.
그 중 한 사람은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이방여인이자 매춘부인 기생을 좇다가 일생을 망치는 힘 장사 삼손이 그 한 사람이요, 그리고 길르앗이 기생과 바람 피워 생긴 아들로 더러운 자식이라고 어려서부터 배다른 형제들로부터 배척 받았던 입다가 또 한 사람이다.
지혜를 사모하는 자는 아비를 즐겁게 하여도 창기를 사귀는 자는 재물을 없이하느니라
(잠언 29:3)
그 유명한 탕자의 비유로 알려진 누가복음 15장 30절에는 아버지의 살림을 창기와 함께 먹어버린 이 아들이 돌아오매 이를 위하여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나이다 하고 큰 아들이 동생을 위하여 잔치를 벌린 아버지에게 이렇게 대들고 있다.
여기서 창기는 몸을 팔아 남자의 돈을 핥아먹는 직업의 여성으로 인용되고 있다.
잠언 7장 7절에서 22절에는 바람난 여인이 기생의 옷을 입고 밤 거리에서 어린 소년을
유혹하여 빔의 열락에 취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미 오래 전부터 기생이라는 직업에 속하는 여인들이 있어서 남자들에게 돈이나 대가를 받고 성을 파는 일이 이스라엘에는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창세기에 이미 몸 파는 창녀의 얘기가 유다와 다말의 불륜을 통하여 언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선 조의 기녀제도(妓女制度)를 살펴보건대 우리나라의 기생들은 성경에서 말하는
그런 매춘부로 일컬어지는 이스라엘의 기생과는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선시대의 기생에는 일패, 이패, 삼패가 있었다고 한다. 일패는 왕 앞에도 나설 수 있을 정도의 교양과 재주를 익한 기생, 삼패는 예능과는 무관하게 그저 몸만 팔던, 다른 말로 '갈보'라고도 불리어진 기생을 칭한다. 그러니 전적으로 몸을 파는 매춘부로서의 전업
기생이 따로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기녀의 종류는 여악(女樂), 의녀(醫女), 창기(娼妓) 등이 있는데, 원칙적으로 관기(官妓)를 뜻한다. 이들의 신분은 천인으로 국가에 소속된 공노비와 같은 존재였다.
기녀는 천인신분이지만 합법적으로 남성들의 접근이 허용된 미모와 재주가 뛰어난 엔터테이너로 자연히 남성사회의 관심 인물들이었다.
기녀들은 얼굴에 두텁게 분을 바르는 짙은 화장을 해서 본래의 얼굴도 알아 볼수 없게
하지만, 기녀가 지배층의 오락을 위해 시, 노래, 서예, 그림 등을 잘하였다고 해서 돈에 쉽게 넘어가는 값싼 행동을 하지는 않았음이 여러 명기들의 삶과 사랑을 통하여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2. 조국을 배신하여 영광을 얻은 여인
배신자여! 배신자여! 여리고의 배신자여!
나는 언 뜻 기억나는 어떤 유행가 가사를 이렇게 바꾸어 본다.
개인간의 배신이나 친구간의 배신 또는 애인간의 배신 그 어느 것이나 비난의 대상이
될지언정 칭찬 받거나 옳다고 인정 받지는 못한다.
그런데 여기 한 예외가 있다.
세상에 자기 조국을 배신하고도 복 받고 영광을 얻은 여인인 기생 라합의 경우이다.
여호수아 2 : 1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싯딤에서 두 사람을 정탐으로 가만히 보내며 그들
에게 이르되 가서 그 땅과 여리고를 엿보라 하매 그들이 가서 라합이라
하는 기생의 집에 들어가 거기서 유숙하더니
2 : 3 여리고 왕이 라합에게 기별하여 가로되 네게로 와서 네 집에 들어간 사람
들을 끌어 내라 그들은 이 온 땅을 탐지하러 왔느니라
2 : 4 그 여인이 그 두 사람을 이미 숨긴지라 가로되 과연 그 사람들이 내게 왔
었으나 그들이 어디로 서인지 나는 알지 못하였고
2 : 5 그 사람들이 어두워 성문을 닫을 때쯤 되어 나갔으니 어디로 갔는지 알
지 못하되 급히 따라가라 그리하면 그들에게 미치리라 하였으나
2 : 6 실상은 그가 이미 그들을 이끌고 지붕에 올라가서 그 지붕에 벌여놓은
삼대에 숨겼더라
얼마 후 도도한 물결처럼 이스라엘 군대가 여리고성을 함락시키고 성을 불사를 때 기생라합의 온 식구와 모든 재산은 고스란히 따로 이끌어 내어지고 살려졌다.
그러나 시체 말로 보면 기생라합은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처벌 받아야 마땅한 국가 반역죄를 저지른 여인이다. 적군의 정탐군 즉 간첩을 밀고 하는 대신 오히려 숨겨주고 도망 시켜 잡히지 않고 무사히 이스라엘 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멸망 당할 수 밖에 없는 저주 받은 자신의 조국 여리고 땅을 버리기로 한 여인…
적군 안에 내통자를 두고 가치 있는 정보를 얻는다는 것 전쟁의 승리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다. 결국 기생라합의 도움으로 이스라엘은 여리고 성 내부의 취약점이 어디 있는가
파악하여 수월하게 여리고 성을 함락 시킨다는 그런 얘기는 성경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여리고 성 점령의 날이 다가올수록 이스라엘 백성은 북치고 장구치고 나팔 불며 보무도 당당하게 매일 한 차례씩 성을 한 바퀴 휘 돌곤 한다. 마치 성안 사람들을 완전히 기 죽게 만들기라도 하듯이 이러기를 엿새 동안이나 계속한다. 그러다가 이레째 되는 날은 여섯 바퀴를 종전과 다름 없이 보무 당당하게 행진하며 성을 돌고 일곱 째 성을 돌면서는 나팔 소리에 맞추어 모든 이스라엘 군사가 돌격의 함성을 외치며 진격하는 순간
여리고 성의 성벽이 무너져 내린다. 마치 이스라엘 군대의 큰 함성의 울림에 절로 충격을 받아 그만 성벽이 금이 가고 허물어지기 시작하다가 무너지는 것처럼…
그런데도 여호수아는 정탐꾼을 여리고 성에 보냈고 여리고성 함락 작전에 별 도움을
받은 바 없는 것 같은 기생 라합의 식구들을 살려 내고 있는 이 얘기는 예수의 족보에서 이스라엘 다윗왕계의 핏줄을 낳는 이방여인으로 등장하는 점을 빼 놓고 보면 여리고성 점령에 큰 도움을 주는 그런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녀의 배신 때문에 여리고성이 이스라엘 군에게 점령당하고 있지도 않다.
사건 : 라합이 그들을 창에서 줄로 달아내리우니 그 집이 성벽 위에 있으므로 그가 성벽
위에 거하였음이라 (여호수아 2: 15)
결과 : 여호수아가 그 땅을 정탐한 두 사람에게 이르되 그 기생의 집에 들어가서 너희가
그여인에게 맹세한 대로 그와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어 내라 하매
정탐한 소년들이 들어가서 라합과 그 부모와 형제와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이끌
어 내고 또 그 친족도 다 이끌어 내어 그들을 이스라엘 진 밖에 두고
무리가 불로 성읍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을 사르고 은금과 동철 기구는 여호와
의 집 곳간에 두었더라
여호수아가 기생 라합과 그 아비의 가족과 그에게 속한 모든 것을 살렸으므로 그
가 오늘날까지 이스라엘 중에 거하였으니 이는 여호수아가 여리고를 탐지하려고
보낸 사자를 숨겼음이었더라 (여호수아 6: 22-25)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여리고 성 함락 사건으로부터 1,400년의 세월을 껑충 뛰어 이스라엘의 한 작은 곳 베들레헴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마리아에게서 태어
나신다. 이렇게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명기하고 있는 마태복음 1장은 기생
라합의 얘기를 기록하고 있는 여호수아 2장으로부터 약 1000 페이지를 건너 뛰어와야
한다. 하여튼 마태복음 1장 5-6절에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롯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 이새는 다윗왕을 낳으니라 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어쨌든 자기 조국 여리고를 배신한 여인 기생라합은 예수님의 족보 한 가운데 버젓이
그 이름이 오르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결국 여기서 이스라엘 정탐꾼을 살려준 이방여인 라합은 이스라엘의 가나안 점령 후
이스라엘인 남편을 만나 낳은 아들이 다윗 왕의 고조부(高祖父)가 되는 보아스 였으니….
이방여인이자 하찮은 기생의 천한 신분이었던 여인이 한번 선택을 잘 하여 점령군인
이스라엘 사회의 일원으로 신분 상승이 되고 나아가서는 좋은 이스라엘 혈통의 남편을 만났더니 그 후손 중에서 왕이 나오고 종내에는 그리스도가 탄생하는 가계에 이름을
올리는 복을 받게 되었으니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 라는 말에 새삼 수긍이 된다.
뒤웅박이란 원래 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만 동그랗게 도려내고 그 속을 파낸 바가지를 말하는데 끝에 끈을 달아서 사용한다 이 뒤웅박은 부잣집에서는 그 속에 쌀이나 곡식 꽃씨등을 넣어두고 사용하지만 가난한 서민들은 잡곡이나 소에게 주는 여물 같은 것을 넣어두곤 하였다. 즉 뒤웅박이 어느 신분의 집안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듯 여자도 시집을 간 집안의 신분에 따라서 귀부인도 천민도 될 수가 있다는 뜻으로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리 보면 기생 라합 만큼 이 비유가 적절하게 딱 들어맞는 여자도 드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