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제의 행사로 개최된 공룡능선 하늘길 걷기 대회참가 여부로 임시 임원진 회의가 소집됐다
기수형님, 기태형님 ,문종이가 확정된 상황에서 한명이 모자란상태 여기저기 연락해 보시더니
마침 상구씨 부부가 참석하겠다고 한다. 그럼 , 은주씨가 선수로 뛰고 상구씨는 동행하는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가는 중 이놈의 주둥아리가 실수를 한다.
" 저도 공룡가고 싶기는 한데..."
기회를 노리던 임원진들은 "그럼 두팀을 만들자!"
허거걱 이게 아닌데 싶은데 ,인숙누님이 전화 몇번하시더니 2명을 더 채워 팀이하나 더 만들어 진다.
저녁식사를 하다가 전화받고 얼덜결에 공룡에 합류하된 이도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나를 팀장으로 내정하시더니 명자누님,혁철형님, 상구씨로 팀구성이 된다.
이들이 누구들인가? 나를 비롯하여 산행에서 선두는 엄두도 못내고,
중후반에 서서 앞사람 쫒아가기 바쁘고 뒷사람에 치이기 바쁜 폭탄들이 아닌가...!
더군다나 두명은 장애자(6급)이고 한명은 준 장애자에 가깝고, 나머지 한명은 매번 무릎이
안좋다고 하는 그야말로 답이 안나오는 팀원들이다..
이렇게 폭탄들을 모아 팀을 꾸린다. 아 ~~ 꼴찌는 면해야하는데 걱정이네..ㅜ.ㅜ
일단 , 팀명을 정해야겠기에,
1팀은 문종이가 운영하는 노래방 이름을 따서 젠젠 팀 으로
2팀은 명자누님이 운영하는 가게명으로 아마데우스 팀 으로 정하고,
다음날 바로 1차 참가선수 소집회의 , 그후 몇차례 더 소집회의를 갖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공룡을 간다는생각이 선수라는 호칭이 찍히니 점점 일이 커진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사항들은 챙겨본다 ,단체장비와 개인장비들을 점검하고 ,선수명단도 작성하고,
운행계획서도 준비한다, 우리팀은 일단 완주가 목표로 잡는다.
여유있고,안전하게 11시간30분으로 산행계획을하고 조금 시간을 단축해 보자고 합의를 본다.
그리고 서로의 걱정을 해 준다 , 나 만큼이나 우리팀원들도 부담이 되는가 보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명자누님은 부담감에 잠도 못 주무셨다고 한다)
대회3일전 필기시험을 치룬다는 소식과 산행시간을 시간대(1시간단위) 별로 채점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전까진 젠젠팀의 기태형님과 정보를 공유하며 준비를 해 왔는데,
갑짜기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행시간이야 어차피 못 따라갈것이고 , 그 점수차이를 필기에서 따라잡기만 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그야말로 폭탄들의 반란을 일으킬수 있겠다라는 묘한 흥분이 일어난다.
그 후 젠젠팀에겐 미안하지만 홀로 필기시험을 준비한다.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의 쿠테타를 꿈꾸며......^^
대회당일이다.
야영준비를 하고, 장비점검을 끝내고, 순조로은 진행속에
기다리던 필기시험이다.
예상문제에서도 몇문제가 나온듯 하고, 얼추 한번쯤은 본듯한데
헷갈리는 2문제 정도는 운에 맡기기로 하고 제일 먼저 제출한다
저녁을 해먹고, 이제부턴 자유시간이다.
기태형님은 우리나라 최초로 에레베스트에 오른 인물은 누구인가...?란 물음에
성은 고씨이고....이름중에 돈 자가 들어가는데....
도무지 생각이 안나서 결국엔 고돈일 이라고 적으셨다고 넉살이신데,
분명히 정답인 고상돈 을 적어 내셨을 것이다
필기시험 결과는 아주 좋았다. 1차목표는 100% 달성이다 !! 이젠 산행만이 남았다.^^;
분위기가 한껏 오른 우리팀(아마데우스)은 산행시간을 애초 목표에서 1시간30 단축하여
10시간이내에 마치자고 의기투합한다.
상구씨가 미리 테이핑을 하라고 해서 내 무릎에도 난생 처음 테이프를 붙여본다.
이를 지켜 본 젠젠 팀이 견제가 들어온다. " 이팀 독을 품었는데..."
지금부터는 같은 산악회라기 보다는 당당한 경쟁 상대로 인정해 주는듯 하다.
응원차 야영장에 오신 백명기 회장님과 김인숙 사무국장님, 남석 형님등과 화이팅을 외치며....취침
다음날 밤사이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모두들 잠을 좀 설친듯 하지만 분주하게 아침준비를하고 짐을 정리한다.
간단한 새벽식사 후 산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서 소공원 출발점에 집합.
중간지점에서 해결할 문제지들을 교부 받은 후,
5시5분 공룡능선으로 출발 !
다른팀들은 앞서 나가고 우린 10시간내 완주를 목표로 조금은 뒤쳐져서 산행이 시작됐다.
비선대 40분 , 귀면암 30분 , 양폭 50분 , 무너미 고개 40분
양폭으로 가는 도중 혁철 형님이 넘어져서 등산복이 찢어질 정도로 부상을 입었지만
팀원들에게 부담을 안 주시려 내색을 안하시고 묵묵히 일행들을 뒤따르신다.
뒤따라 가며 절뚝이는 모습을 보니 왠지 안쓰럽다.
순조로운 출발 이다. 이대로 라면 9시간 내도 가능 하겠다 !
선두 와의 시간차이는 30분 정도
무너미 고개에서 출발점에서 받은 문제지를 제출하고 중간점검을 받는다.
진행요원을 맡은 재수 형님도 우리팀의 선전에 조금은 놀라우시듯 연신 응원을 해 주신다.
공룡능선에 접어들면서는 날씨가 사나와 진다 , 비바람이 불고,
몸을 못 가눌정도의 돌풍이 몰아 치기도 하고, 일부구간은 시야가 흐릴정도로 비가온다.
내 상태도 안 좋아져 일행들과 조금씩 뒤쳐진다.
열이 많은 나는 산행중 일부러 목 부위를 열어 최대한 열을 배출시키는데
이때 잠시 저체온증이 온듯하다. 일행들이 내 복장부터 점검해주고 물도 챙겨준다.
잠시후, 안정이 된 나는 준비해둔 비상약을 먹어가며 부지런히 뒤따라간다
모두들 지쳐가지만 서로를 격려하면서, 잘하고 있다는 응원의 목소리로 힘들을 낸다.
일반단체산행에서는 볼 수없었던 특별한 팀웍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힘들게 1275봉에 도착. 잠시 휴식과 대책회의 갖는다.
점심을 어디서 해결하느냐...??
체력이 떨어지는 지금 바로 식사를 하자는 의견과 원래 계획되로 마등령에서 하자는 의견이 오고간다
결론은 마등령까지 가서 먹기로 한다.
( 이 선택이 계속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벽밥을 먹으것을 감안하면 좀 더 일찍 식사를 했어야 한다.)
행락객들과의 마주침으로 자꾸 페이스를 놓치고 일행들과도 떨어지는 등
예상치못한 상황도 있었고 , 뒤에서 묵묵히 일행들은 돌봐주던 상구씨도 지쳤는지
나한봉이 보일 무렴 연신 한숨을 토해내며 너무하네! 너무하네! 공룡 너무하네를 외친다.
그 소리에 잠시 웃을 수 있었다.
바닥난 체력과 배고픔을 참으며 간신히 마등령에 도착해 보니 다른 팀들과는 1시간이상 차이가 난다
점심으로 주먹밥을 먹는데 진행요원들이 불쌍해 보였는지 라면국물을 나눠준다. 뜨거운것이 들어가니
비로소 몸이 녹는듯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예쁜처녀들에겐 라면까지 주었다고 하던데??
우리도 비상식량으로 가지고있던 누룽지를 나눠주며 서로에게 응원을 보낸다. ^^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지금까지 힘들어 하시던 명자누님이 갑짜기 선두에 서서 우리일행들은 몰아 내려가신다.
무릎이 아프다는 사람이 우리가 못 따라갈 정도로 내치기 시작한다.
왠일이레...?? 뭔 힘으로...??
이 또한 나중에 안 일이지만 명자누님께서 화장실이 급하셨단다.
인적드문 곳에서 먼저 일를 해결하려 했지만 자꾸 단풍객들과 마주쳐서 할수없이 비선대 까지 내려 갔다고...ㅋㅋ
허긴, 양폭에서 화장실을 간 후 지금껏 먹어덴것이 있으니 오죽 급하셨을까.
덕분에 제일 난코스를 무난히 내려 올수 있었으니 화장실 못 간것에 감사해야하는건가??
공룡에서의 시간보다 비선대로 향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지금껏 잘 버터주시던 혁철 형님도 많이 힘드신듯 자꾸 뒤로 처지신다.
바닥난 체력을 마지막까지 쥐어짜며 , 비선대 도착해서 시간을 본다.
2시 30분을 지난다 조금 무리이지만 ,소공원까지 30분 안에만 도착하면 순위권에 들수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부턴 행락객들이 더욱 많아져 자꾸 앞길을 막는다
다들 맘이 바빠진다 . 순위 보다는 우리도 9시간대에 도착 할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들이 빨라진다
상구씨는 발바닥에 불이 난다고 하고, 혁철형님은 발목이 안좋다고 하신다.
두명은 일단 뒤 따라오게 하고 명자누님과 같이 길을내어 내달려본다.
정신없이 소공원에 도착해보니 3시5분 이다.
아쉬운 생각에 괜히 접수처의 구노형님에게 약간의 항의를 해보지만,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다.
나도 안다! 그래도 또 해본다 !! 혹시나 하면서
우리팀의 공식기록은 정확히 10시간....!!
아 ~~ 5분만 빨랐어도.....
모두들 아쉬워 했지만 최초 계획 11시간 30분을 1시간 30분 까지 단축하며
2차 목표도 100% 달성한것에 만족하고 행사장으로 향한다
버스를 타고 시상식 장에 도착하니 산악회 회원님들이 반겨주신다.
회원들과 인사를 하고 , 젠젠팀과도 인사를 하고나니
해냈다는 안도감에 비로소 긴장이 풀린다.
팀원들과의 목표 200% 달성 자축의 건배를 할때는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잠시 자리를 피해야 했다.
시상식이 시작되면서 내심 3위까지 기대했지만 결과는 장려상 이다
시상식 이후 우연히 체점표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3위와는 1점차, 우승팀과는 5점 차이였다.
폭탄들의 반란은 이렇게 끝이 났다!
우리팀은 산행사진이 없다. 사진기를 챙길 여유도 없었고 오로지 완주가 우선이었기에
장려상이 우리팀 아마데우스와 내 개인에겐
1위 못지 않는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대회 출전준비하고, 야영을 하고, 산행을 하는 과정에서 느낀 팀원들의 끈끈한 동료애 와
우리 나름대로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성취감 때문일까....??
회고하면 팀명을 잘 지은것 같다
볼트강 아마데우스 모짜르트 (음악의 천재)
우리들은 천재를 따라 잡으려 했고.... 결국 해냈다!!
아마데우스 팀원 , 명자누님, 혁철형님, 상구씨 모두들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또한, 전폭적으로 후원해주신 임원진들과 응원해 주신 회원님들 모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한 마디만 더............... 우린 이제 폭탄 아닌 것 맞지...??
에필로그 : 등반대회는 누가 일찍 산행을 마쳤는가? 이것이 중요하긴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처럼 단순히 산행이 빠른사람만 1등을 할 수있는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준비하고 노력했느냐는 것도 감안해 준다면 참가자 모두에게 뜻깊은 대회가 되지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산행을 하는 이유가 단순히 빨리만 가는것이 목적이 아닌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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