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이런 맛으로 하는가보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샌프란시스코 중심가를 나는 배낭을 메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때 한눈에 보아도 자유 분망한 히피풍의 젊은이들을 가득 태운 낡은 버스 한대가
신호대기에 멈춰 섰다. 순간 나는 버스 문을 마구 두들겨 올라탔다. 히피들이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박수로 나를 맞았다.
나는 히피가 됐다. 헐거운 대낮에 나의 신분이 바뀌었다.
그네들은 여러 나라에서 모여든 탐험여행을 하는 자유인들이였다.
바로 이거야!! 나는 무릎을 쳤다.
< 요세미티 그레이샤 해발2200m PT >
이 만화 같은 해프닝은 진짜만화였다. 낡아빠진 만화 같은 스쿨버스를 여행버스로
개조한 것이다. 탐험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Green tortois adventure travel Bus 다.
버스안의 의자를 모두 걷어내고 매트리스를 깔았다. 매트리스를 들어 올리면 그 밑에
여행자의 짐을 보관할 수 있도록 공간장치가 되어 있다. 짐 창고다.
식기, 버너, 취사도구와 식탁 등은 버스 지붕위에 캐리어 안전장치로 단단히 묶여있다.
이 버스를 소개한다.
Green tortoise adventure travel. Why Green tortoise?
Because there's nothing else like it. Our buses are beautiful, with names and
literally millions of miles of character. Our passengers are happy. They don't sit
up all night with their heads against the window, nor are they crashed in a heap
on dirty mattresses on the floor of an old school bus. They sleep lying down on
fitted sheets over thick foam on window high platforms and bunks-listening to
beautiful music as they doze off. They sleep for hours and in the morning they
are there, usually somewhere incredibly beautiful. We also have very low fares
and a regular schedule. We even do private charter trips occasionally.
나의 떨림으로 그네들을 느낀다.
버스여행자는 40명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네덜란드.
벨 지움, 덴마크, 뉴질랜드 사람이고 여자가 27명이고 남자는 13명이다. 운전기사는
남녀 한명씩 둘이다. 대학생을 위시해 학교선생, 회사직장인등 다양한 계층의 자유
분망한 젊은이들이 대부분이고 50대의 사람은 6명이다.
동양인은 64세 할아비인 나 하나뿐!!
< 요세미티 Hot Spring >
이 버스는 Yosemite 국립공원을 첫 여행지로 시작하여 미국서부의 6개 국립공원과
오지만을 17일간을 탐험하는 일정이다. 식사는 우리끼리 음식자료를 구입해 공동으로
해먹고 잠은 버스안의 매트리스에서 뒹구는 캠핑이다. 자리가 정해져있지 않아 아무
데나 앉고 눕는 곳이 내 자리가 된다.
여행비용은 449$이고, 식사대는 121$이며, 합해 570$이다. 아마도 이 세상에서 제일
싼 거지여행 비용이다. 하루에 33$ 꼴이다. 집에서 생활할 때의 식사대를 하루에12$
이라 치고 잠은 유스호스텔의 제일 싼 15$ 짜리에서 잔다고 가정하면 여비는 하루에
불과 6$ 밖에 안 든다는 계산이다. 이와 같은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서부의 국립공원과
호수와 사막과 Hot spring, 오지를 헤집고 다닌다니 이게 무슨 떡인가?
< 차 안에서 지압을 >
새로운 만남으로 젊은 그들과 여한 없이 놀아났다.
버스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벗어나 5번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Yosemite를 향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었다. 이때 30대 청년이 나에게 일본인이냐고 물었다. Korean이
라고 하니 플라스틱판으로 만든 접이식 바둑판을 내밀며 바둑을 두잔다. 어찌나 잘
두는지 연거푸 세 번을 졌다. 이번에는 일본어 회화 책을 내보이며 일본말을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Ok 했다. 내가 영어회화를 못하고 글로만 수화를 하는 처지에
생각지도 않은 일본어를 통한 개인영어통역이 생겼다.
그는 독일의 뮌헨 대학에 다니는 Business/Engineering를 전공하는 Meimolf Heptner
이다. 일본말은 배우는 중이라고 했지만 쉬운 말은 제법 했다.
그러는 중에 미모의 젊은 Debra Ledecer 라는 미국여성이 지압의 경락 포인트를 사람
몸에 표기한 그림을 내보이며 ‘Massage(지압)를 할 줄 하느냐고 묻으며··· ’시아쓰
(지압의 일본어 발음)’ ‘시아쓰’? 한다. 그러기에 손과 어깨와 목을 정성을 다해 한참
동안 지압을 해주었더니 좋아서 호돌 갑을 떨며 일어서서 여기 ‘Oriental 지압
a Taoist'가 왔다고 고함을 지르며 방방 뛰었다.
< 차 안에서 지압을 >
나는 바로 지압 스타가 됐다.
그 당시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사람과 BOBOS 족들에겐 지압이 심령치유를 위하여 대단히 좋다는 유행이 돌던 때인 것 같다. 동양의 인도, 태국, 중국, 일본식 마사지가
스트레스의 이완작용을 한다며 무척 신비스러워하는 눈치다. 여러 날을 버스 안에서
뒹굴며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한 모양이다. 심지여는 버스 안에 이런 로거가 걸렸다.
“17 days on a bus!? Are you crazy?"
"After 10 hours on a bus, I need a psychiatrist and a chiropractor." This may be
many peoples first reaction to the idea of a long bus ride.
새벽 5시까지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나는 녹초가 됐다. 모두 밤잠을 자지 않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30대 젊은 나이 때에 등산스트레칭과 몸 건강을 위해 일본에서 가장 유명
하다는 安部俊雄 교수로부터 경희대학워크숍을 통해 지압을 제대로 배웠다. 그 실력이 이런 곳에서 스타가 되다니? 이 여행이 얼마나 극적인가? 요컨대 내 삶이다.
삶은 통념을 거스르는 것이다. 첫눈에 반해 미칠 것 같은 그것!! 서로 미처 버렸다.
<요세미티 폭포 >
말은 공해다. 말없이 스스로 눈을 감게 했다.
말 따위는 필요 없다. 손끝이 죽여주는 말이다. 나는 서양 사람들을 천하통일 했다. 부드러운 터치로 단단한 몸뚱어리를 흐물 흐물 대는 낙지로 만들었다. 내 손끝이 문드러질까 싶어 평상시에도 손끝을 대신 하는 소도구를 갖고 다니며 손끝과 교대로 사용한다. 지압이 끝날 무렵에는 새털 붓으로 목덜미나 귀가를 살살 그림 그리듯 근지러 주면 낙원이
절정에 이룬다. 잠에 골아 떨어져 쿨쿨 코 고리를 한다. 팔은 내 쪽이고 손끝은 코골이
쪽이다. 손끝이 그와 나를 연결시켜 새로운 이야기거리 로 꽃을 피운다. 여행은 이 맛으로 하는 가보다.
< Sierra 산맥 해발 3000m를 넘으며 >
하여튼 만화경으로 새벽을 맞았다.
NEVADA 동쪽에서 해가 막 떠오르고 도착한 곳은 Yosemite Village의 남쪽에 치솟은
해발 2200m나 되는 Glacier정상이다. 이곳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그 유명한
해발 2696m나 되는 Half Dome의 위용이 찬란하다. 이곳은 Sierra 산맥의 남쪽 지역으로 해발 3000가 넘는 거대한 산들이 즐비하며 한여름에도 스키의 천국을 이룬다. 나는 이
여행 전에 RENO에서 Lake Tahoe를 경유해 NEVADA 사막을 장장 3일간이나 주파하여
120번국도로 Yosemite를 탐험한 적이 있어 무척 새롭다.
이제 아침식사를 공동으로 해먹고 계곡 길을 걸어서 6시간을 버스가 미리 가서 기다리는 Yosemite Village를 향하는 첫발을 내 딛는다.
박 상 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