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의 산
정선 고두산(913.4m)
심심산골에 숨은 약수 찾아 떠나는 길
강원도 정선군 동면에 있는 화암약수는 화암8경과 함께 소문이 자자하지만, 고개 하나 넘어에 있는 삼내약수는 심심산골에 숨어있는 탓에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한갓지다. 화암약수보다 탄산 맛이 더 진한 것 같은데 약수암의 법원 스님은 그렇지 않다면 고개를 젓는다. 허나 이 약수는 냉장보관하면 시간이 지나도 물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삼내약수를 품고 있는 산이 고두산이다.
정선아라리 노랫말에 나오는 '한치 뒷산에 곤두레 딱주기 아즈미 맛만 같다면 고것만 뜯어먹어도 봄 살어나지' 하는 해발 약 700m대의 한치 마을에 이르니 고두산은 아침안개에 덮였고, 늙은 느티나무들은 구름 속에 섰다. 구불거리며 제자리에 맴돌듯 하는 찻길도 정선아라리를 닮았다. '삼내약수 500m, 고병계곡, 약수암' 이정표 앞 삼거리에서 차를 멈췄다.
주위에는 민둥산 그림지도와 '민둥산 정상 5.5km, 2시간30분, 화암약수 7km, 한치뒷산펜션' 이정표도 있다. 이곳을 고두산 산행 들날머리로 정해놓고 이재학(블랙야크 삼척점), 삼척여성산악회 정선자, 이현정씨,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 회장, 안순란 총무는 9번 군도를 따라 미사리재를 향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길가에는 붉나무, 각시취, 개숙부쟁이, 흰까실쑥부쟁이, 노오란 산국, 참억새 같은 가을꽃들이 흐드러졌는데 덩달아 부채싸리꽃이 계절을 초월하여 붉게 피었다.
미사리재에서 시작, 고병골로 하산
산모ㄷ퉁이를 한 구비 돌아, '아살미길' 이정표를 지나 길은 한번 더 크게 휘더니 큰 공터를 소유한 미사리재다. 산속에서 풀뿌리나 열매로 생식하며 몸에 털이 많은 인간이 살던 미사리를 말하는 곳인가? 재말랑의 남남서쪽 풍광이 좋다.
미사리재에서 지금까지 따르던 9번 군도를 버리고 왼편 소나무숲 능선으로 올라선다. 잠깐 소나무숲이 끝나더니 참싸리, 족제비싸리, 가시를 엉크렇게 세운 산딸기나무들 사이를 뚫으며 20여분 고생하자 신갈나무숲이 나타난다. 뒤돌아보자 억새로 유명한 지억산과 민둥산이 줄곧 뒤를 받쳐주고 있다.
된비알을 20분쯤 올라치자 떡갈나무들이 들어찬 해발 900m 고지의 능선분기점 삼거리다. 왼편의 남쪽 능선으로 방향을 틀어 잠시 나아가자 길을 잃기 쉬운 작은 봉우리가 나온다. 여기서 직진하지 말고 오른편으로 방향을 꺾어 남남서쪽 능선을 찾아 내려가니 나무들이 하늘을 가린 숲터널에는 고라니들이 운동장을 만들어 놓았고 귀하신 몸 삵의 배설물도 보인다. 능선분기점을 떠난 지 40여분쯤에 두루뭉실한 두번째 봉을 만나 내려선 후 물박달나무 아래 안부에서 중식터를 잡았다.
점심을 접고 길쭉하게 생긴 정상을 올려다보며 길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급경사를 올라치니 나무들을 베어놓아 조망이 트인 삼각점(77.6 건설부. 402 재설)이 있는 고두산 정상이다. 북쪽 조망은 초당봉과 서운산, 동쪽은 지억산과 민둥산, 남쪽은 팔봉산, 산너울 뒤로 두위봉의 큰 품새로 나래를 폈다. 서쪽은 고려 유신칠현들이 산나물을 뜯어 생을 살았던 백이산이 험상궂다.
하산은 남남동 능선을 택했다. 첫머리 조팝나무군락을 헤치고 내려가니 칼등능선에는 소사나무가 들어찼다. 길은 없다. 슬그머니 남으로 방향을 트는 능선의 내리막을 따라 줄곧 고도를 낮추며 전형적인 신갈나무 숲을 지나 절개지를 내려서자 삼내와 아살미 마을을 잇는 넓은 산길이 반긴다.
왼편 길을 따라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곳에서 도로를 버리고 오른편 절개지 아래 컴컴한 숲으로 들어 삼내약수쪽을 잡아 내려가니 마을사람들의 족적이 끊긴 구불구불한 옛길이 숨어있다.
20분즘 소요에 물이 흐르는 고병곡이다. 10여분 휴식을 하고 계류를 건너니 텃밭과 밤나무가 서있는 외딴 농가를 지나니 삼내약수로 가는 포장길이다. 삼내약수를 수통에 채우고 되돌아 '삼내약수 500m' 삼거리에 이르렀다. 한치뒷산의 하늘이 점점 붉어가고 있었다.
*삼내약수 산화철분, 탄산수 등을 함유하고 있어 사이다 맛이 나며 위장병,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옛날 피부병 환자가 술을 마시고 길가에 쓰러져 자다가 깨어 물을 찾아 보로 옆에 샘물을 마시고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약수다. 삼내는 세 곳의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합수하는 곳이란 뜻이다.
*아라리촌 정선읍에서 화암동굴 방향으로 가다보면 우측에 자리잡고 있다. 2004년 10월 문을 연 민속촌으로 정선지역의 전통 가옥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박지원의 한문소설 <양반전>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곳곳에 <양반전>의 내용을 담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밖에 물레방아, 연자방아, 농기구공방 등이 조성되어 있다. 입장료, 주차비가 무료다(월간<사람과산> 2009년 8월호 참조).
*산행길잡이
삼내약수 삼거리-(50분)-미사리재-(40분)-900m 능선분기점-(1시간25분)-정상-(1시간15분)-삼내약수-(10분)-삼내약수 삼거리
*교통
산행들머리가 되는 한치 마을로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다.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증산콜밴택시 033-592-0321, 591-2525, 남면콜택시 591-8657. 남면에선 15,000원, 동면에선 10,000원 정도 나온다.
*숙식(지역번호 033)
삼내약수 삼거리의 유평2리 이장 유만성씨가 운영하는 한치뒷산펜션(011-9032-1734, 591-4999)과 한치멧돼지(591-2631, 010-6429-2631)가 있고, 고병계곡 입구에 있는 황토찜질방민박(591-0002)과 유림식당(591-8436)이 있다.
글쓴이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 태백여성산악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