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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후초등학교32회동기회 원문보기 글쓴이: 인 내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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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내 딸 꽃님아!
밥상 앞에 혼자 앉을 어미가 안타까워 비린 것이라도 한 손 사둔다고,
네가 장터거리에 나간 새 다듬이돌과 마주앉아 있다.
다듬이질이라 하면,
둘이 앉아 가끔은 눈도 마주치면서 또닥또닥 박자를 맞춰야 제 맛인데,
너 없이 혼자 하는 지금은 헐겁기 짝이 없구나.
너 떠날 날 그리 머지않으니 이 다듬질 얼른 마쳐야 바느질 한 땀이라도 부지런히 할 텐데,
방망이 잡은 손이 신대라도 잡은 듯 이리 떨리니 황망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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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 날기를 촬영했습니다.
KBS 김나영 리포터의 삼 잎 터는 모습입니다. KBS 6시내고향 촬영(2008년)
찐 삼을 확인하는 장면입니다.
삼 삼기하시는 모습입니다.
세분이서 담화를 나누는 모습도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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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야, 꽃님아.
원앙금침이야 언감생심 꿈꿔본 적도 없지만,
햇솜 곱게 타고 천 넉넉히 끊어 이불 한 채 지어 보내는 것이 소망이었는데 그것마저도 못하는 어미가 되었구나.
헌 이불 홑청 벗겨 풀 먹이고 다듬질 질기게 해보지만 어찌 새 이불에 비하겠느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출 듯 부풀어 오르다가도,
옷 입은 채 물에라도 빠졌다 나온 듯 이리 까라지는 건 어인 까닭인지 모르겠다.
손가락 위의 모래처럼 흘러내리는 마음을 추스르려 애써도 눈물이 앞을 가려 일이 더디기만 하구나.
내 딸, 꽃님아!
세월이 시위 떠난 화살처럼 빠르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구나.
네가 세 살 나던 해였을 게다.
네 아버지 피를 한 말 가웃이나 쏟고 가버리던 날,
이 어미는 약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한에 몇 번을 혼절하였구나.
당장 쓰러져 죽어야 마땅할 것 같더니, 모진 목숨 스무 해 남짓을 또 살았다.
네 오라비 고등학교라도 가르친다고, 넌 기껏 소학교 문턱만 구경시켰으니 못할 일 참 많이 하였다.
헌데, 하늘은 우리 식구에게 왜 그리 가혹했단 말이냐.
네 오라비 역시 그 꽃 같은 나이에 데려가 버렸으니.
제대휴가를 나와,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신신당부하고 가더니,
며칠 뒤 도착한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라니.
그 곳 지리라면 손금 들여다보듯 할 네 오라비가 새삼 눈이 먼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연유로 지뢰를 밟았다는 것인지.
살아도 산 게 아니었구나.
이 한 많은 세상 떠나고자 양잿물을 마셨으나 그 또한 허락 받지 못했다.
내 딸, 꽃님아!
따뜻한 이밥 한번 실컷 못 먹인 네게 험한 일 참 많이 시켰다.
입에 풀칠이라도 해보겠다고 읍내 이불빨래를 도맡아 하다보니
어느덧 너도 ‘빨래처녀’가 돼 있더구나.
네겐 버거웠을 방망이를 쥐고 이 어미와 장단 맞춰 다듬이질을 하는 널 보며 어찌 안쓰럽지 않았겠느냐.
그런 날들 속에서도 5월의 바람처럼 부드럽고 순했던 너는 내게 불만 한번 말하지 않았다.
불만은커녕 항상 따뜻한 눈으로 어미를 위로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린 참 많은 대화를 나눴구나.
“엄마, 다듬이질은 왜 하는 거예요?”
“천의 주름을 펴주기 위해서 하는 거지.
이거 보렴.
다듬이돌 위에 놓고 두드리니까 다림질 한 거 보다 더 매끄럽게 되지 않니?
천을 빨래한 뒤 다듬질하면 올이 촘촘해져서 더 튼튼해지고 광택도 난단다.
천을 매끄럽게 해주면 때도 덜 타고 찬 기운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고….”
별처럼 빛나는 네 눈을 보며 더 가르치지 못한 이 어미가 부끄러워 속울음 운 적이 한두 번 아니란다.
베날기는 보통 4인일조로 하시는것 같더라구요.
두 분은 모래를 덮어놓은 삼실이 엉기거나 떨어지거나 할까봐
잠시도 시선을 삼에서 떼지를 못하더군요
이 분이 제일 운동을 많이 하시는것 같더라구요.
한새에 20자 길이를 8번 왕복해야 되니 열두새 같으면...
어휴~ 몇번을 왕복해야 되나요?
그걸 하루에 보통 일고여덟필씩 하신다니...
삼을 다 삼은 뒤 씨올은 바로 '꾸리'로 감지만 '날올' 은 날아야 합니다.
'난다'는 것은 정해진 길이와 새에 따라 올 수를 정해
날 올을 조직하는 것을 말합니다.
'날상이(날틀)'을 마당 한쪽에 세워두고 그앞에 베꽂이를 놓습니다.
날상이에는 날 올이 빠져나오는 구멍이 열 개 뚫려있고,
그 구멍을 통해 들어온 날 올을 받아 올과 올이 서로 교차되도록 새를 '쪼아'줍니다.
쪼아진 새를 베꽂이에 걸면 한사람이 그것을 받아 쥐고
마당을 왔다갔다 돌면서 정해진 길이를 만듭니다.
이렇게 열 올씩 여덟 번을 반복하면 한 새, 즉 80올이 됩니다.
새가 많을수록 올 수가 많아지고 올의 굵기는 가늘어지며 짜내는 베는 고와집니다
내 딸, 꽃님아!
네가 어느덧 자라 처녀꼴이 나고,
나보다 더 힘 있게 방망이질을 하게 되면서 또 다른 가슴앓이가 시작되었구나.
어서 혼처를 정해야한다는 생각에 속이 바짝바짝 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범절이나 살림살이는 누구 못지않게 가르쳤다고 자신한다만,
시집장가 가는 일도 사람보다는 돈이 하는지라….
그런데 마침 성실하다고 소문난 네 신랑감을 보내주었으니 하늘도 끝까지 무심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가난하고 나이 좀 들었으면 어떠냐.
사람 하나 진국이고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면 그만 아니겠느냐.
혼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절대 시집 안 간다고,
어머니 모시고 평생 살 거라고 울며불며 매달리는 너를 달래는 게 가장 어려웠느니.
내 어찌 네 마음을 모르겠느냐.
하지만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내려면 그렇게 한 가지만 생각해서는 아니 된다.
이 어미야 언젠가는 네 곁을 떠날 테고,
그 때 네 곁에 든든한 서방이라도 있어야 안심하고 눈을 감지 않겠느냐?
너도 가시버시 이뤄 살면서 소생도 보고 서방 사랑도 받아봐야지 않겠느냐?
네 시집 역시 가난이 골수에 배었다니,
손바닥의 굳은살이 사라질 날은 없겠지만 그래도 새 봄에 꽃밭 일구듯 네 삶을 가꿔 보거라
꽃님아, 꽃님아. 내 어여쁜 딸 꽃님아.
이제 몇 날 뒤면 네가 떠나겠구나.
숟가락 한 벌에 헌 이불 한 채 들려 시집을 보내는 이 어미 심정이 찢어져 펄럭거린다.
하지만, 내 딸아.
잘 살아야한다.
다듬질 마디마디 배인 이 어미의 눈물은 오간데 없이 털어내고
희망과 기쁨을 서리서리 담아 이불 한 채 꿰매리니.
아아, 왜 이리 자꾸 눈물이 흐르는지 모르겠다.
이 다듬질 얼른 마쳐야는데….
안동 영호루에서 삼베의류 패션 대회
첫댓글 다듬이 방망이 소리 정겹네요 우리 동네에도 삼나무 삶던 숯가마도 있어고 우리도 삼나무 농사하고 우리 어머님 배틀에 앉아 삼배도 짰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