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으로 낚시, 그것도 갈치낚시에 점점 재미를 느끼던 중, 인터넷에 올라있는 조행기들을 보다가 문득, 다른 배를 타고 다른 포인트에서 낚시해보는 것도 괜찮겠다싶어 인터넷 히트수가 아주 많고 고객관리도 잘하는 것으로 보이는
'방주호'를 타보게 되었습니다. 철이 철이니 만큼 보름전에 예약을 했는데도 겨우 한자리를 얻어 지난 토요일에 출조를 나갔더랬습니다.
그리고, 갈치낚시에 관련된 웹서핑을 하다보니 큰 돈 들이지 않는 범위내에서 나름 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아래와 같은 소소한 것들도 준비를 했습니다.
-------------------------------------------------------------------
1. 낚시용 칼 : 이건 진짜 준비를 잘 한 것 같습니다. 꽁치를 이쁘게 썰어야 된대서 마련했는데, 평생 숫돌이랄지 칼가는 방법이랄지 이런 것들을 모르고 살아온 제가 인터넷을 뒤적여가면서 적당한 숫돌을 구입하지를 않는가, 열심히 칼을 갈지를 않는가..참 때늦은 보이스카웃이 된 느낌입니다..그리고, 실제로 제 칼로 꽁치를 써니 더 잘 썰어지는 느낌도..ㅋㅋ
2. 가위 : 풀치를 미끼로 썰 때 은분(?)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가위를 쓰는 게 낫다하여 대게용 가위를 사서 썻습니다. 훨씬 낫더군요.
3. 집어등 : 유선사에서 주는 혹은 파는 집어등을 쓸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준비해보자는 마음으로 샀는데, 가장 무난하게 쓰는 집어등도 밧데리를 4.5V쓰는 게 있고 일반 AA건전지를 쓰는 게 있다는 나름 훌륭한 교훈도 얻었습니다.
4. 앞치마 : 갈치낚시를 갔다오면 비린내가 아주 쩌는데, 처음에는 물반 페브리즈반인 물에 옷들을 뭉텅 담갔다 세탁하기도 했고 요즘엔, 본 것은 있어가지고 식초를 몇방울 떨어뜨린 물에 반나절 담갔다가 세탁기를 돌리고 있습니다. 비린내가 훨씬 효과적으로 없어지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비린내가 옷에 배는 걸 원천 차단하는 것만 하랴는 생각으로 앞치마랑 토시를 준비했는데, 이건 진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
그럼, 체험기를 본격 시작해 보겠습니다. 10월 20일 토요일, 시간에 맞추어 도두항에 도착해보니 방주호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 척 쭉 늘어서 있는 체험갈치배들중에서도 유독 커보이는 배가 방주호였고 사진상의 방주호 좌측에 보이는 배도 방주호처럼 9.77t이라고 쓰여 있긴 한데, 애초 배종류가 다른 건지는 몰라도 방주호가 훨씬 커 보였습니다.

바로 이 방주호를 타면서 좋았던 건, 선주님(?)이 아주 친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주도민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이것저것 챙겨주시기도 하고, 다른 분들에게도 그런 건지는 몰라도 특히 저에게 신경을 써주신다는 느낌(?)을 받으니 최소한 손님들을 태우는 기본 마인드만큼은 확실한 분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낚시할 자리는 방주호 까페에 올려진대로 추첨을 하더군요. 저에겐 뒷자리가 걸렸는데 까페에 나온대로 낚시대간 간격이 꽤 넓어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랬는데도 옆에 계신 분이랑 수차례 낚시줄이 엉키더라는..

출항하는 모습입니다. 도두봉이 보이고 멀리 한라산이 보이는데 다음번엔 좀 일찍 도착해서 도두봉에도 한 번 올라봐야겠습니다.

몇 차례 갈치낚시를 성산포항 인근에서만 다닌 터라 그곳 경치가 최고인줄 알았는데, 해지는 걸 구경하면서 포인트로 이동하는 도두항 앞바다 또한 최고의 경치를 보여주더군요..제가 제주도에 사는 게 참 축복받은 일이라고 새삼 느껴봅니다.
거금(?)의 장비를 아직 마련못한 터라 방주호에서도 전동릴,낚시대를 빌려서 썻는데요..좋았던 점은 미리 셋팅이 다 되어 있었던 점이구요, 아쉬웠던 점은 낚시대가 가이드대여서 끝부분이 몇 차례 조금씩 엉켰다는 것입니다. 방주호 사장님 돈 많이 버셔서 임대해 주는 낚시대도 인터라인대로 바꿔주시길 빕니다.

뽕똘을 던지자마자 우두둑..첫 수를 올렸습니다. 바로 온 신호에 낚시줄을 올리다보니 한마리만 올라왔네요..아주 조금 섭섭..ㅎ ㅣ ㅎ ㅣ

요즘 드물게 바다가 잔잔한 날이어서 멀미없이 낚시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요, 초반에는 풀치급이 많이 올라왔고 9시경을 넘어서니 3지급 이상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웬만큼 고기들이 잡히자 선주님이 일일이 인증샷을 찍어주셨습니다. 
전문 갈치낚시꾼이 아닌 저에게 이번 낚시에서 가장 흥이 났던 건 갈치아닌 큼지막한 고기들이 잡히고 손맛도 느낄 수 있었단 거였습니다. 삼치가 이렇게 생긴거였구나 줄삼치라는 게 이렇게 포동포동하구나..참 신나더군요..사진을 보니 숏다리인 제게 앞치마가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쿨럭..

드디어 고대하던 100마리 이상 잡은 낚시였습니다. 아이스박스에 담으며 세어보니 갈치 120, 삼치 6, 줄삼치 2, 고등어 2, 정신없는 전갱이 1..일요일 아침에 갈치를 드리려고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면서 다소 거만한 목소리로 통화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더랬습니다..ㅎㅎ

이제 우리 막내에게 저는 '낚시의 신'입니다. 막내가 커서 세상물정을 다 알아가지고 아빠가 허당이란 걸 눈치채기 전에 얼른 낚시 달인이 되는 게 좋을 듯 한데, 그럴러면 다음 낚시일을 빨랑 잡아야겠습니다.
첫댓글 글 참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마지막 사진이 막내인가 보군요. 많이 닮은거 같고 너무 귀엽습니다.
저도 20일 출조하여 좌현 맨 앞자리에서 낚시하였습니다.
대박 조황을 축하드립니다.
담 출조에서 혹 뵙게되면..서로 준비한 간식이라도 나눠먹으며 정담드리면 좋겠네요..님께도 축하말씀 드립니다..
재미있는 조행기 감사드립니다..
블로그도 보았는데 앞으로 협력할(?)것도 있을것같고요..
즐낚,열낚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참~!!
낚시대는 인터라인대 보다는 가이드대가 훨~좋습니다..좋은이유의 설명은 긴글이되니까 전화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ㅎ
흠..그러면 이제는 옥션에서 가이드대를 눈팅해야겠군요..갈박님의 글을 쭉 읽다보면 품위가 있달지 뭐 그런게 느껴지는데 앞으로 많은 지도부탁드립니다..말씀 감사합니다..
아주 재미나고 이해하기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방주호 한번 출조에 모든것을 다 알아채신거 같으시니...대단하십니다!
낚시는 자주 다니지만 꼼꼼한 성격이 못되어 미리 준비하는게 거의 없는 제게 귀감이 될만한 분이신거 같습니다.
앞으로 방주호 종종 타실거 같아요^^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이 까페에 있는 세비지님의 글을 읽은 덕분에 갈치낚시에 관해 알아가고 있는 거 뿐이랍니다..근데..궁금한게..'세비지'는 'savage'인가요..? 그렇다면 참 의미심장한 닉네임이네요..
네 스팰링 맞습니다.
주로 서울에서 학교 다니고 직장 생활 하고 있지만...마음은 항상 자연속에 있습니다.
세비지가 좀 투박한 용어지만...전 그게 좋아요.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주 도구로 일해서 먹고살지만...사람들과 악수할때 제 손이 거칠다는 이야기를 들을때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람들이 그래요...원시시대 추장, 족장 했으면 잘했을거라구^^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우리나라 어느 외딴 바다가에서 갈매기 벗삼아 조용히 살고 있을거 같습니다.
배타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요?
약 17시~담날 약 06시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