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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림도 아닌 서브프라임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작년 여름경이 었습니다.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던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전세계 증시를 강타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증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2007년 7월말 2000을 넘나 들던 종합주가 지수가 불과 20일 여일만에 20%나 빠지면서 1600p대 초반으로 주저 앉았습니다.
그 이후 서브프라임이란 단어는 우리 입에 자주 회자되기 시작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sub-prime mortgage)가 미국에서 집을 살때 융자를 받는 모기지 제도의 하나라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이것이 왜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를 속 시원히 설명해주는 보도를 찾아보기란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보도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결과인 금융 기관의 피해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었지, 그 발생 원인에 대해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어떤 보도는 과장이 심각하여 지나친 공포심을 유발한다든지, 어떤 기사는 한쪽 부분만 다룸으로서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보다는 그 결과만 과장되게 알려지게된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에서 기인합니다.
우리나라 신문에서 곗돈으로 인한 금융 사고가 났다는 기사가 나왔다고 가정해 보죠. 그 기사의 어디를 보아도 ‘계’라는 것 자체에 대한 설명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독자들이 이미 ‘계’에 대해 모두 알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정에 생소한 외국인에게 그 사건에 대해 설명할때 한국에만 있는 ‘계’라는 사금융 시스템에 대한 설명 없이는 정확히 그 내용을 전달할수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미국 여타 언론에서 보도된 서브프라임 관련 기사나 유수 증권사의 분석 레포트를 보아도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에 대한 내용을 찾기가 어려운 것은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해서 기사거리도 되지 않는 것’에 바로 문제의 핵심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자체보다 먼저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대해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경제를 전공한 사람들만 알아 듣는 복잡한 개념이 아니고, 우리 생활과 밀접한 쉬운 개념들입니다. 또한 서브프라임 사태의 발생 원인이 되는 미국 금융 시스템과 우리나라의 실정을 비교해봄으로서, 이 사태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수 있는 것입니다.
1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의 발생 원인과 영향
< 우리와 다른 미국 금융 시스템 >
미국은 한마디로 빚으로 유지되는 사회입니다. 나라 자체도 빚이 많지만 개인들도 은행의 잔고보다 빚이 더 많은 마이너스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빚을 많이 진다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빚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미국에서의 빚은 금융시스템의 하나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에서는 차가 필요하면 현금이 한푼도 없더라도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당일로 차를 출고 받을수 있습니다. 차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이나 가구등 값비싼 제품들도 빚으로 모두 살수가 있는 것입니다. 당장의 현금이 없어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새차를 가져다 쓰고 할부금을 갚지 않으면 자동차 판매상으로서는 낭패가 아닐수 없기때문입니다. 이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신용 점수제 (credit point)입니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사회보장번호 (social security number)를 가진 개인별로 크레딧 점수가 집계됩니다. 우리나라도 신용평가가 이루어 진다고는 하나 은행별로 관리되고 있기에 특정 은행과 거래가 많은 사람은 그 은행에선 점수가 높게 나올수있지만 거래가 없는 은행의 경우는 평가가 낮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별도의 독립기관에서 개인의 신용 정보를 관리합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세를 내지 않을 경우 은행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는 바로 신용관리에 영향을 받습니다. 쌓아올리기는 어렵지만 하루 아침에 무너지기 쉬운것이 미국사회에서의 신용관리입니다.
이렇게 관리가 되니까, 사회보장번호만 입력하면 그 사람의 신용도가 점수로 환산되어 나타나기때문에 자동차 판매상의 입장에서는 계약금을 받지않고도 안심하고 차를 내줄수가 있는 것입니다. 신용점수는 보통 400점에서 850점사이에 위치하며, 750점~850점 사이를 최우수 (Excellent), 660점~749점 사이를 우수(Good), 620점~659점 사이를 양호(Fair), 400점~619점 사이를 열악(Poor)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집을 사려면 최소 660점 이상의 신용 점수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일반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우수(Good)등급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은 대출을 받을 방법이 없을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중 은행에서 대출 받기 까다로운 영세 상인등은 신용금고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방법이 있듯이, 미국에서도 주류 은행은 아니더라도 620점 미만의 이들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인 것입니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사회 초년병등 자본이 축적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유리한 제도들이 많이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모기지 이자와 재산세등에 대해서 소득세를 낼때 그 금액 만큼 소득 공제를 해주는등 많은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자기돈 100%로 집을 산 사람보다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이 더 유리한 곳이 미국입니다. 이런 이유로 빚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되는 것이죠. 각 개인들이 미래의 소득을 당겨, 현재의 소비로 연결시킴으로서 경기를 활성화시키자는 것이 정부의 의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하에서는 자본 축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가 일어나기때문에 외부의 경제적인 충격에 취약할수 밖에 없습니다. 다시말해 모아놓은 순자산이라도 있으면 실직등 환경 변화에 어느 정도 버틸수 있지만, 빚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외부의 작은 경제적 변화에도 쉽게 무너질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금융 강국 미국이 서브프라임 사태에 취약성을 드러낸 이유이기도 합니다.
< 서브프라임 사태의 발생 원인 >
그러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어떻게 발생되었는지 흐름도(파워포인트 화일)를 따라 살펴보도록 합시다.
1.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것은 기록적인 저금리에 있습니다. 90년대말 아시아발 경기 침체와 2000년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가 침체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01년 3월부터 1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까지 낮췄습니다. 그 이유는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2. 금리 부담이 줄어들자 주택 보유 비용이 크게 줄기 시작했습니다. 예로 8%대였던 대출 금리가4%대로 떨어지게 되자 과거에 비해 절반 정도의 부담으로도 내집 마련을 할수있게된 것입니다. 물론 원금이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매월 지불해야 하는 지급액 (monthly payment) 자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되자 집값이 떨어진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3. 이러자 월세를 살고 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집을 사는 것이 월지급액(월세)을 줄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대거 내집 마련에 나서기 시작하였고, 초기에는 신용도가 높은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 형성되었습니다.
4. 이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되는데, 은행에서는 LTV(Loan To Value, 주택담보 비율)를 보통 80~90% 정도 적용해 주었습니다. 80%까지는 어느 은행에서나 쉽게 해주었고, 80%가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PMI라는 보험을 들면 대출이 가능 하였습니다.
5. 이렇듯 주택 보유 비용의 하락과 넘치는 유동성으로 대출이 쉬워졌기때문에 신규수요자의 주택 구입이 급증하게되었고 이는 주택 가격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오르게 된 것입니다.
6. 기존의 주택값도 따라서 오르게되자 기존 주택의 에퀴티(equity)가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총자산중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부분을 미국에서는 에퀴티(equity)라고 부릅니다. 50만 달러의 대출을 얻어서 산 집이 70만 달러까지 올랐다면 총자산 70만 달러에서 부채 50만 달러를 제외한 순자산 20만 달러가 에퀴티가 되는 것입니다.
7. 미국에서는 이 에퀴티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또 빌릴수가 있습니다. 한번에 일시불로 빌리는 방법도 있고, Line of Credit이라고 해서 한국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하게 필요할때만 돈을 빼서 쓸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인식은 쌓여있는 에퀴티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재테크에 대한 개념이 없는 어리숙한 사람으로까지 취급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많은 미국인들이 이 에퀴티를 담보로 빚을 얻어 차도 사고, 가구도 사고, 소규모 사업도 벌이는 것입니다.
8. 이에 따라 에퀴티가 증가한다는 말은 소비가 늘수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되었습니다. 부의 효과 (wealthy effect)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산이 늘면 ‘기분이 좋아서’ 소비가 따라 는다는 의미로 인식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는 자산의 증가가 바로 소비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이것이 지난 몇년간 미국의 소비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높았던 비밀인 것입니다.
9. 이러한 미국의 소비 증가는 전세계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10. 또한 신규 주택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주택 건설 경기가 역대 최대의 활황을 보였으며, 이러한 주택 경기의 활성화는 경기 활황에 일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린스펀 전임 FRB 의장이 예상한대로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선순환을 그리며 불경기에서 탈출을 했고, 그린스펀 자신도 영웅으로 뛰어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평범한 진리가 미국에서도 다시 한번 입증되었습니다.
11. 그동안 집을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인식이 팽배해지자 신용과 소득이 부족한 중하위 계층까지도 집을 사들이는데 동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매달 지급액을 지불할 능력도 없었기때문에 집을 계속 유지하려는 생각보다 단기 차익을 거두고 빠져나오려는 목적이 더 강했습니다.
12. 넘쳐나는 유동성을 주체할 수 없었던 금융회사들은 금리 인하와 대출 확대 경쟁을 통해 이들을 부추겼습니다. 은행들은 집값의 평균 80%가량이던 대출 비율 (LTV)을 90∼95%로 높였습니다. 미국의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되자 대출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업체간 과당 경쟁이 벌어지게되었습니다.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높은 대형 은행과 경쟁해야하는 소규모 대출업체의 입장에서는 이들과 차별화될수 있는 새로운 대출 상품을 계속 개발해 내거나 대형은행에서 취급하지 않는 틈새 시장을 노려야만 했습니다. 이 틈새 시장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라고 하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출 시장입니다.
이들은 주류 은행에서 거절당한 대출건에 대해서도 3%정도의 이자를 더 받고서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더욱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들을 중심으로 집값 전체를 빌려주는 노다운(No Down) 융자가 유행했고 2005~2006년 주택을 구입한 가구 중 40%가 이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2000년 무렵 1500억 달러 수준이던 서브프라임 대출 규모는 2005년 600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대출 상품 측면에서도 매월 원금과 이자를 합하여 일정액을 내야하는 30년 고정 금리 방식 일변도에서 벗어나 초기에는 저금리를 적용해주다가 3년 정도 지나면 고금리로 변환이 되는 변동 금리가 각광을 받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원금은 갚아나가지 않고 이자만 갚아나가는 방식이나 이자도 최소 금액만 지불하는 최소 이자(Minimum Interest) 방식등이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소 이자 방식은 매월 발생하는 이자보다도 적은 금액을 지불함으로서 당장의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들에게는 당장의 돈이 없더라도 집을 살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어차피 세를 살더라도 상당 금액의 월세를 계속 내야하는데, 월세보다 적은 금액의 이자만 낸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당장 주머니에서 나가는 월세가 줄어들뿐 더러 집값까지 올라준다면 상당한 시세 차익까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면 50만 달러 (한화 4억 9천만원)짜리 집을 산다고 하면, 자기 돈은 한푼도 없더라도 은행에서 전액 대출이 가능하고 이자는 1년에 5천 달러 (490만원)정도만 내면되는 것입니다. 취득가의 1%가 넘는 재산세를 감안하더라도 한달에 지출하는 돈은 1천 달러가 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규모의 주택에서 살려면 월 2천 달러 정도의 렌트비를 내야하기 때문에 당장에 들어가는 돈은 오히려 집을 사는 경우보다 많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식의 문제점은 매달 발생하는 이자와 실제로 지불하는 최소 이자의 차이만큼 원금이 계속 불어나는데에 있습니다. 즉, 원래 대출 금리와 최소 이자 1%와의 차이는 원금에 가산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원금이 늘어납니다.
13. 이렇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에서 판매한 대출상품이 유동화되어 세계의 여러 투자은행들에 팔려나갔습니다. 우리나라 사채시장의 어음 할인과 같은 원리라고 보면 됩니다. 어음 만기일에 원금을 회수할수 있다면 몇십%의 고수익을 거둘수 있지만, 만기일 전에 부도가 나게되면 원금조차 회수할수 없다는 점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론 유동화와 비슷한 원리입니다. 결국 이들 투자은행의 입장에서는 고위험 고수익 (High Risk High Return) 상품에 투자한 것입니다.
14. 이렇듯 대출 조건이 좋아지고 매수자들이 늘게되자, 주택 시장에서는 매물만 나오면 매수희망자가 여럿이 달라붙는 과열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도자가 희망 매도가를 내놓으면 제일 먼저 그 매물을 인지한 매수 희망자와 협상을 통하여 희망 매도가보다 약간 싸게 계약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반해 미국의 경우는 매도자가 희망 매도가를 내놓으면 매수 희망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가격을 써내는 일종의 입찰과 비슷한 절차를 거칩니다. 이렇기때문에 활황기에는 70만 달러에 내놓은 매물이 80만달러에 거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집니다.
15. 급격한 집값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어 FRB가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FRB는 2004년 6월부터 17차례에 걸쳐 금리를 5.25%로 올렸고. 당시 FRB 의장이 그린스펀에서 버냉키로 바뀐 것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감각적이고 예측을 중시하는 그린스펀에 비해 시장의 증거를 중시하는 학자 출신인 버냉키는 시장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올렸던 것입니다.
16. 금리가 오르고 이자 부담이 늘게 되자 이번에는 집을 사서 보유하는 비용이 렌트를 하는 비용보다 훨씬 비싸게 되었습니다.
17. 실수요자의 경우도 주택을 보유하는 것보다 렌트가 훨씬 더 유리한 시장 상황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더이상 추가 수요가 생기지 않게되었고, 주택 매매값은 상승세를 멈추게 되었습니다.
18. 그러자 단기 차익을 노리고 뒤늦게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은 자기 집을 처분할 기회를 놓치게 된것입니다. 이들이 장기 보유를 고려했다면 30년 고정 금리등 전통적 대출 방식을 택했을 것이나, 단기 시세 차익을 거둔후 매각할 생각들이 많았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싼 변동 금리를 택했고 금리 인상의 타격은 더 심했습니다. 변동 금리의 경우, 처음 3년 정도는 이자가 상당히 싸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오히려 고정 금리보다 금리가 비싸지는 방식이며, 그런 이유로 단기 보유시에는 이자 부담이 적어 단기투자자들이 많이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원하는 가격에 집을 팔지 못하게 된데다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자 중저가 주택 보유자들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했습니다. 더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주로 이용했던 신용불량자의 경우, 과거에도 다른 빚을 갚지 않아서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기지 페이먼트를 갚지 않는 결정을 쉽게 내릴수 있었습니다. 시장 상황은 일반 모기지 이용자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용자나 똑같이 열악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러한 배경이 있는 것입니다.
19. 채무자들이 원리금을 갚지 않자 유동화된 채권을 사두었던 투자 은행들은 대규모 손실을 보게되었습니다. 그 손실 규모가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못할 정도지만 금융회사들이 현재까지 밝힌 피해액은 1200억 달러 규모입니다. 그러나 미FRB는 손실 규모가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독일의 페어 슈타인브뤼크 재무장관은 최대 4천억까지 그 피해액이 늘어날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0. 미국에서는 채무자들이 모기지 론 원리금을 보통 두달 정도 갚지 못하게되면 바로 채권 회수에 나서게 됩니다. 또한 채무자가 다른 금융 자산이 있더라도 담보로 제공된 집에 대해서만 채권을 행사할수 있기 때문에 차압이 늘어날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에 차압된 매물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21. 차압에 따른 매물증가로 주택 시장의 침체는 가속화되었습니다. 주택 보유 비용도 증가하고,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수요자가 줄어든 상태에서 시장에 매물이 증가하게되니 시장 상황은 더 악화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차압을 피하기 위해 미리 시장에 내놓는 급매물들이나, 차압이 진행되기 직전 채권 기관과 합의하에 매물화하는 숏세일(short sale) 매물들이 증가하면서 시장에서는 팔려는 매물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22. 시장에 매물이 넘쳐나니 신규 수요자로서는 당장 집을 살 이유가 없어졌고, 집값이 더 떨어지고, 반등의 기미가 보일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23. 이렇게 되자 그나마 모기지 론에 대한 원리금을 갚아가면서 어느 정도 버틸려고 했던 사람들의 2차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변동 금리를 택했던 사람들은 초기에 적용되었던 저금리에서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인내할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것입니다.
24~26. 18~20번 순서와 같은 경로를 거치면서 악순환을 이루게 됩니다.
27.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면 주택 가격은 하락할수 밖에 없습니다.
28. 이런 주택 가격의 하락은 기존 주택 소유자에게는 에퀴티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과거에 50만 달러의 대출을 얻어서 산 집이 호황기에 70만 달러까지 오른다면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에퀴티 20만불을 담보로 대출을 얻어 차를 사는등 소비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집값이 60만 달러로 떨어졌다면 에퀴티는 20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줄어든 것입니다. 추가 대출은 커녕 기존의 대출도 갚아야하는 것이죠. 더욱이 금리 인상으로 인하여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도 급증하였습니다.
29. 이에따라 차압를 피하려면 은행 빚부터 갚아야 하니까 다른 곳에 소비할 예산을 은행 빚 갚는데 우선적으로 쓰게된 것입니다. 이렇게 되니 일주일에 세번 갔던 외식을 한번으로 줄이게 되고, 새옷을 사려던 계획을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것이죠. 이런 결과로 소비가 줄게되고 경기가 침체되는 것입니다.
30. 신규 주택 구입자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다행스럽게 고정금리로 집을 샀던 사람의 경우 금리 인상의 타격을 받지 않을수도 있으나,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 금리를 선택했던 사람들은 급등한 금리로 인해 매월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급증하게되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용자들은 이미 신용불량자들이므로 포클로저(foreclosure저당물 유질 = 저당으로 잡힌 자기 집을 포기하는 것)를 쉽게 결정할수 있었지만, 신용도가 높은 이들은 그럴수도 없었습니다. 포클로저를 하게되면 7년간 신용도에 영향을 주기때문에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신용도를 지키기 위하여 울며 겨자먹기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은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하는데, 이 때문에 다른 부문의 소비가 줄어서 전체 경기가 하락하는 것입니다.
31. 여기에 주택에 대한 신규 수요가 급격히 줄게 되면 건설 경기도 침체기로 들어서게 되면서 전체 경기 침체에 일조를 하게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원인과 그 영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기관들이 입은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내에서는 그 금융기관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인들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몇년에 한번씩 터지는 대형 금융 사고의 하나 정도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내에서의 시각도 이들 피해 금융 기관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지불 능력이 적고 투기적 의도를 가진 신용불량자들에게 뒷돈을 대줘 집을 사게한 대출 업체들의 과당 경쟁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가져온 것으로 보는 것이죠. 물론 그 뒤에는 보다 높은 수익율을 거두려는 투자은행들의 탐욕도 한몫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피해를 입은 업체들을 직접적으로 구제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 나아가 FRB 의장 버냉키가 조기에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은 배경에는 이들 투기적 수요와 업체들에 대한 징벌적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를 선제적으로 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서브프라임 사태가 표면에 등장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신 투기적 수요자와 그들에게 뒷돈을 댄 일부 금융기관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었다면 서브프라임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서브프라임 사태의 발생 원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지만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어 주택값이 계속 올랐다고 가정해 봅시다. 제임스씨는 친구들이 주택으로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뒤늦게 집을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자기 돈은 한푼도 없었고, 신용도도 좋지 않았지만 서로 돈을 꾸어주겠다는 대출 기관들이 줄을 섰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30만 달러를 대출 받아서 산 30만 달러짜리 집이 다행히 2년만에 20만 달러가 올라서 50만 달러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집이 몇채라도 2년만 실거주를 하면 1인당 25만 달러, 부부 합산 50만 달러까지 양도 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니, 양도차익 20만 달러는 세금 한푼 없이 고스란히 제임스씨의 이익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제임스씨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어쩌다 20만 달러의 횡재를 얻었으니 그 돈을 은행에 넣거나, 자신의 지불 능력에 맞는 작은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할까요? 아니면 맨처음60만 달러짜리 집을 샀더라면 40만 달러의 차익을 거둘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상황을 아쉬워하고 있을까요?
제임스씨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의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주택 시장에서 빠져 나가지 않고 더 많은 대출을 일으켜 더 비싼 집을 사게되는 것이죠. 그러므로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부실의 위험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금리 인상과 같은 외부의 충격에 쉽게 무너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국 주택 시장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우리나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같이 금리가 올랐거나 집값이 내렸기 때문에만 발생된 것이 아니라 주택을 사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대거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게되었고, 대출 기관의 과당 경쟁으로 이들에게 뒷돈을 대주었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인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날씨가 추워서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고, 자기 통제가 안되는 아이가 추운날 밖에서 너무 뛰어 놀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린 것이죠.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자기 통제를 못하는 아이,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된 경우에만 감기가 걸리는 것입니다. 원인을 날씨에서만 찾는다면 밖에서 뛰어 놀았던 모든 아이가 감기에 걸려야 하는 것인데, 다시말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일부 투기적 수요자와 그들에게 뒷돈을 댄 일부 금융 기관의 손실로 나타난 서브프라임 사태가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소비 감소에 따른 경기 침체의 가능성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는 대량 실업 사태를 예고하고, 대량 실업 사태는 구매력을 약화시켜서 더 큰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을 가져옵니다.
< 미국 정부의 대응책 >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미국 정부에서는 두가지 대응책을 내놓았습니다.
첫번째 대책은 1680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경기 부양을 위해 긴급 투여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빠르면 오는 5월부터 1억 3천만명 이상의 개인들에게 세금 환급의 형태로 이 자금을 나누어줄 예정입니다. 4인 가정의 경우 최대 1800달러 (한화 171만원) 정도를 받을수 있습니다. 1680억 달러라는 규모는 미FRB가 추정한 서브프라임 사태의 피해액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미국의 경우 세금 환급등 현금이 생기면 바로 소비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자금 지원은 한달 정도의 모기지 페이먼트 금액에 불과하므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수는 없습니다. 이에 따라 두번째 대책인 금리 인하를 병행하는 것입니다.
2006년도 중반 5.25%까지 올랐던 금리는 2007년 하반기 이후 점차 낮아져 2008년 3월 현재는 2.25%로 낮추었습니다. 이는 지난 2002년도부터 2004년도까지 지속되었던 저금리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리가 최고 수준으로 올랐던 1년전에 비하면 이자 부담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는 원리금 부담으로 인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것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월 미국 주택 판매량은 전월에 비해 2.9% 증가했다는 미국 모기지 은행 연합의 발표가 있었으며, 금리가 0.75% 인하된 이후 주택 융자 신청이 그 전주보다 48.1% 늘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라고 포괄적으로 표현되는 위기의 실체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모기지 원리금 체납에 따른 금융위기이며, 둘째는 경기 후퇴 (recession)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만을 주목하는데 비하여, 미국에서는 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인 경우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공적 자금을 투여하여 몇몇 금융 기관을 구제하는데 사력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러면 서브프라임 사태를 촉발한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가 제거된다면 현재의 문제나 미래의 위험성은 모두 사라질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기곰의 결론입니다.
물론 금융위기의 위험성은 많이 사라질 것이나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금리 인하로 해결될수 없습니다. 금리가 인상된만큼 인하가 되어도 문제가 해결되어 질수 없는데에는 ‘신용의 위기’라는 또 다른 문제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전까지, 미국의 대출 기관에서는 주택 감정가의 100%까지 대출해주기도 했고, 일부 금융회사는 일종의 주택담보대출인 이퀴티론을 통해 집값의 120%까지 대출해 주기도 했습니다.
적은 돈이나 심지어 자기 돈 한푼 없이 신용으로만 집을 살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다보니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신용불량자를 중심으로 원리금을 갚지 않는 사례가 늘기 시작하면서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된 것입니다. 포클로저라고 부르는 채무불이행 사태가 와도 본인의 돈이 처음부터 들어간것이 없으므로, 신용의 손상을 제외하고는 경제적으로 손해볼 것이 없기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45만 달러의 대출을 받고 5만 달러의 자기 돈을 합해 50만 달러짜리 집을 산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런데 이 집의 시세가 40만 달러가 되었다고 하면, 이 집을 팔아보았자 대출금도 갚지 못하기 때문에 원리금을 갚지 않고 집을 포기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LTV를 너무 높게 인정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놀란 미국의 금융 기관들은 LTV를 기존의 100%에서 80%로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20%라도 자기 자본이 들어가야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성실히 원리금을 갚아나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미 금융 기관들의 판단은 정확했고, 신규 대출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1차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채무 불이행의 위험성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규정이 새로 집을 살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리파인낸싱(refinancing)이라고 불리우는 재융자 시장에도 적용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LTV를 80%로 적용한다는 의미는 앞으로 20%의 에퀴티는 담보로서 인정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즉, 에퀴티가 20% 이상 쌓이기 전까지는 더 이상 집을 담보로 추가 대출을 받을수 없다는 의미가 됩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융자은행인 컨트리와이드 사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홈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HELOC) 융자를 해주지 않고 있으며, 최근 12만2000명의 HELOC 기존 고객에게 더이상 에퀴티 라인 오브 크레딧을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우편을 발송했습니다. 또 일부 융자 회사의 경우 현재 90%까지 인정해주고 있는 에퀴티 한도를 70%로 축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금리가 인하되어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하여도, 담보 부족으로 대출을 받을수 없으므로, 저금리 시대가 다시 와도 과거와 같이 소비가 살아날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나 가구등 목돈이 들어가는 부문은 전반적으로 소비가 줄거나 성장율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2007년도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2006년(1천650만대)보다 적은 1천600만대를 겨우 넘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08년도에도 2007년도의 수준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올해 1~2월 미국에서는 소형 자동차만 전년 동기 대비 4.9% 판매가 증가했을뿐, 대형 자동차는 17.6%, 럭셔리 카는 8.9%, 픽업은 12.4%가 판매가 줄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크라이슬러사는 올 여름에 2주간 회사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을 일감 부족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소비 침체로 이어지는 2차 서브프라임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1차 서브프라임 사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미 금융 기관들이 내놓은 해법에서 발생될수 있는 것입니다. 과거 100% 적용되었던 LTV를 80%로 적용하는 것은 금융 기관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담보가치를 적게 인정함으로써 대출금이 줄게되고, 이것은 결국 소비에 쓰일 가용 자금이 과거보다 부족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부작용때문에 금융기관의 대출 정책의 변화는 미국 경기 후퇴의 가장 큰 원인이 될것으로 아기곰은 전망합니다.
< 미국 경기 침체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
미국발 불경기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의 경제 규모는 G7의 나머지 여섯 국가의 경제 규모의 합에 버금갈만큼 큰 규모입니다. 특히 소비 시장면에서 보면, 세계 경기를 좌우할만한 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미국 소비 시장이 위축된다면 가장 피해를 입을 나라는 어디일까요? 바로 중국이죠.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우는 수출 대국이 바로 중국이기 때문입니다. 인구에 비해 내수 시장이 작고 수출 위주의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에 경기 침체에 가장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의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판로가 줄어드는데 생산만 많이한다고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상식에 비춰보면 2008년도 중국 기업들의 매출 증가세는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고유가나 중국내 인건비의 상승 추세까지 맞물리면,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크게 나빠질 것입니다. 이것이 2008년도 중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는 아기곰의 판단 근거입니다.
물론 베이징 올림픽을 맞이하여 중국 내수 시장의 성장을 기대할수도 있지만, 중국 내수 시장이라는 것이 내구재의 경우 미국 소비 시장의 1/10 규모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호재보다는 악재가 우세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경기 축소는 시장의 규모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때문에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과의 시장 쟁탈전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이런 과열 경쟁은 장기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보호 무역주의 부활을 불러올 가능성까지 있습니다. 물론 FTA 체제하에서 과거와 같이 노골적인 무역 제재를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지적 재산권 분쟁등을 통한 간접 규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역사적으로 볼때 미국 경기가 불경기일때 특허 분쟁이 잦았고, 미국 기업의 승소 판결이 많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향후 특허 소송이 늘것으로 예상합니다. (미국은 배심원제를 택하고 있으며, 일반인중에서 선출되는 배심원들은 자신들의 고용 불안을 외국 기업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있기때문에 미국 내수 경기가 어려울때는 외국 기업의 패소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렇듯2007년 중반 증시를 강타했던 1차 서브프라임 사태(금융 위기)를 쓰나미에 비교한다면 앞으로 닥쳐올 2차 서브프라임 사태(경기 침체)는 밀물에 비교될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몰려오는 쓰나미는 공포스럽지만 바위나 나무등을 꽉 붙잡고 있으면 살아남을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서히 차오르는 밀물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죽음으로까지 몰고갈 수 있는 것입니다.
<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
서민의 대표적인 음식, 자장면 값이 대폭 올랐습니다. 그 원인은 원재료인 밀가루의 국제 시세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밀가루의 국제 가격은 갑자기 왜 올랐을까요?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흉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인구가 갑자기 늘어서 밀 수요가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가루가 부족하여 밀가루 값이 오른다고 합니다. 그 많던 밀가루는 누가 다 먹었을까요? 밀가루와 같은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밀가루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가격만 오른 것입니다. 공급이 줄지도 않았고, 수요가 늘지도 않았는데 가격이 오를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실수요는 늘지 않았지만, 가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원인은 달러화 약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주요 원자재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던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이자, 원자재 수출국의 입장에서는 원자재의 수출 가격이 떨어진 것과 같은 결과가 되었습니다. 달러화로 표시된 수출 가격 자체에는 변화가 없으나 자국 통화 기준으로는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어떤 광물 1Kg의 수출 가격이 1만 달러였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환율이 1달러당 1천원이었다면, 광물 1Kg을 수출하면 1천만원의 매출이 생기게됩니다. 이 1천만원으로 광부들 월급도 주고, 채굴에 필요한 비용도 지불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환율이 1달러당 9백원으로 내려갔다면 달러로 표시되는 수출 가격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9백만원에 불과한 것입니다. 달러화가 약세라고 광부들의 월급을 10% 깎을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부득이 수출 가격을 올릴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듯 달러화 약세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고자 원유나 식량등 대체품이 없는 원자재를 중심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움직임이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갔던 것입니다. 이러한 인상 움직임이 원자재 수출국에만 국한된 문제라면 달러화 하락분만큼만 원자재의 가격이 인상되었을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이상의 원자재 인상이 되어왔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서는 국제 투기 자본의 원자재 투자에 기인합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금 선물 거래의 70%, 옥수수 선물 거래의 40% 이상이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목적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었다고 합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을 하고, 선취매를 하는 것입니다.
투기 자본에는 헤지펀드 및 연기금, 국부펀드 등 주요 기관 투자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수 있습니다. 우리가 증권회사에서 가입한 원자재 펀드들이 바로 이런 투기 자본의 재원이 됩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자장면 값을 올린 것은 다름아닌 바로 우리들인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우리나라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요?
첫째,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내수 침체가 우려됩니다. 밀가루 값이 오르면 자장면 값이 오르는 것 처럼,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물가는 당연히 오르게됩니다. 그러나 소득도 따라서 오르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소비는 줄어들수 밖에 없고, 이는 내수 침체를 가져오게됩니다. 그동안 펀드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거둔 사람이야 억울하지 않겠지만, 펀드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던 진짜 서민들까지 물가 상승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게되는 것입니다.
둘째,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일부 산업의 경우 수출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해외 시장도 물가가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기때문에 거시적으로 수출 가격의 인상은 수요의 감소를 가져올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됩니다.
제조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주요 경쟁국으로 중국을 들수있습니다. 제조품질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앞선다고하나 13억 인구를 내세운 중국의 저임금 공세 앞에 가격 경쟁만으로 이길 가능성은 적습니다. 그러나 그 환경이 지금 서서히 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하여 원가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봅시다. 수출가격이 10달러인 어떤 제품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했다고 가정하고, 재료비가 50%이고, 인건비가 30%, 판매 관리비등 기타 비용이20%라고 해보지요. 같은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한다면 재료비나 기타 비용등이 같다고 하여도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수출 가격을 8달러 이하로 낮출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수출선을 중국 경쟁사에게 빼앗겼던 것입니다.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 품질은 높지만, 20%나 저렴한 중국 제품에게 시장을 잠식당한 것입니다.
그런데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게되면 원가 구조에 변화가 옵니다. 원가에서 재료비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의미는 중국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인건비의 비율이 적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즉,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 가격이 원자재 가격의 인상으로 10달러가 올라서 20달러에 팔리게 될때, 중국 제품도 10달러가 올라서 18달러에 팔리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에는 고품질의 한국산과 저질의 중국산의 가격차가 20%였지만, 이제는 10%로 줄어들게 된것입니다. 해외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와 ‘메이드 인 차이나’의 브랜드 가치의 차이는 존재합니다. 새우깡 파동의 예를 들것도 없이 품질에서 ‘차이나’는 것이 ‘메이드 인 차이나’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 돌렸던 바이어들의 발길이 한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자재가 폭등으로 인해 시장 규모는 줄어들겠지만,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 동안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했던 일부 업종에서는 ‘불황속의 호황’을 누리게 될것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 동네 슈퍼마켓도 ‘원자재 폭등’이라는 폭우로 인하여 피해가 발생하였지만, 옆 동네는 홍수가 나서 슈퍼마켓 자체가 문을 열지 못하자, 고객들이 우리 동네 상점으로 몰려온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경제 환경의 변화가 예상될때,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부동산 시장의 측면에서, 원자재가 상승은 신규 주택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철근 가격이 오르고 시멘트 가격이 오르는데 분양가를 올리지 않고서는 적자가 나기때문입니다. 시멘트 가격의 경우 작년보다 30%나 올랐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철근, 레미콘 가격을 그대로 반영할 경우 올 9월부터는 112㎡(33평) 기준으로 분양가격이 가구당 1000만원 정도 오를 전망이라 합니다. 신규 주택 분양가의 상승은 기존 주택가격을 자극하게됩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낡은 아파트보다는 새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지만, 그 가격차가 벌어진다면 새아파트보다는 기존 아파트로 수요는 돌아서게 됩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까지 가세하게된다면 수지가 맞지 않는 새아파트 공급은 대폭 줄어들수 밖에 없습니다. 주택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어 신규 분양 주택의 수요가 줄든, 기존 아파트로 돌아서서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가 없든, 또는 미분양 아파트가 소화될때까지 분양 사업을 중단하든 원자재 가격 상승은 신규 공급을 줄이는 원인이 될것입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주택 수급의 문제로 연결되어 기존 주택값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자재가 상승 à 분양가 인상 à 수요 축소 à 공급 축소 à 주택수 부족 à 주택 시장 수급 불균형 à 주택 가격 상승의 사이클이 예상됩니다. 이에따라 무주택자의 경우, 내집마련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기존 주택 시장에 주목해야 할것입니다.
둘째, 주식 시장의 측면에서는 중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주목해야 합니다. 작년 4사분기 이후 중국 증시가 많은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정은 지난 몇년간의 급등후 나타나는 거품 제거 현상에 불과하며, 중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에 따른 조정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봅니다. 앞서 지적한 원가 구조의 변화에 따른 생산지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하반기 이후에는 또 한차례의 조정이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해외 펀드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중국, 인도, 동남아등 저임금을 수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국가는 어려움에 처할 것이기 때문에 브라질, 호주, 러시아등 자원 보유국 펀드로 갈아타기를 하든지 국내 펀드로 갈아타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모두에게 고통이 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수출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런 변화에 맞는 재테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