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번역, <주홍 글씨>, 푸른사상, 2023년 4월 30일 간행.
『주홍 글씨』 재출간 후기
김수영 시인이 너새니얼 호손의 장편소설인 『주홍 글씨』를 번역해서 ‘창우사’에서 출간한 것은 1967년이었다. 세로쓰기로 편집되었고, 책값은 350원이었다. 김수영이 1968년 6월 16일 타계한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작업은 그의 번역 활동에서 후기의 산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김수영은 『주홍 글씨』 이후 1968년 3월 뮤리얼 스파크의 장편소설 『메멘토 모리』(신구문화사)를 번역해서 출간하는 것으로 그의 번역 생활을 마감했다. 그의 사후에 제임스 볼드의 장편소설 『또 하나의 나라』(신구문화사)가 번역되어 출간되었는데, 언제 번역을 마무리했는지는 알 수 없다.
김수영은 『주홍 글씨』를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죄를 형상화한 심리소설로 높게 평가했다. 심리 묘사뿐만 아니라 상징을 다루는 수법, 풍속과 역사를 담아낸 의식, 빈틈없는 구성 등도 주목했다.
『주홍 글씨』는 간통을 범한 헤스터 프린, 그의 상대인 딤스데일 목사,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펄, 헤스터 프린의 남편이자 의사인 로저 칠링워스 등 네 사람이 7년간 겪은 심리적 갈등을 담고 있다.
헤스터 프린은 불륜의 처벌로 ‘A’라는 주홍 글자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야 했다. ‘A’는 간통(Adultery)의 머리글자를 의미한다. 헤스터 프린은 주홍 글자로 인해 사람들로부터 경계와 외면당했지만,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자선을 베풀었다. 그 결과 그녀의 ‘A’라는 주홍 글자는 천사(Angel)와 Able(유능)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로저 칠링워스는 두 사람의 불륜 사실을 알고 딤스데일 목사에게 정신적 복수를 실행한다. 그것으로 딤스데일은 죄책감과 신경과민 등으로 시달려 쇠약해진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생각한 헤스터 프린은 딤스데일에게 로저 칠링워스의 정체를 알리고, 배를 타고 두 사람의 신분을 숨길 수 있는 곳으로 떠나기로 한다. 그렇지만 딤스데일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세상을 뜬다. 소설은 딤스데일 목사의 죄책감과 헤스터 프린의 순결한 마음을 대비시켜 종교와 사랑의 의의와 본질을 묻고 있다.
재출간하는 『주홍 글씨』는 김수영의 번역을 최대한 살리면서 맞춤법,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 등을 현대 맞춤법 규정에 따랐다. 편집상 명백한 오류가 있거나, 문맥상 수정이 필요하거나, 번역에서 빠진 부분은 바로잡거나 보충해 넣었고 그 사항을 밝혔다. 번역문이 평서문으로 되어 있지만 원문이 의문문이나 감탄문인 경우는 물음표나 느낌표로 문장 부호를 바꾸었다. 김수영이 단 각주는 그대로 살리면서 필요한 경우는 보충했다. 편집상의 오류로 각주의 위치를 찾을 수 없는 경우는 편집자가 임의로 넣고 그 사항을 밝혔다. 김수영이 단 각주에는 ‘역주’라고 표시했으며, 그 외의 각주는 편집자가 단 것이다. 단행본과 잡지 및 신문의 경우는 『』, 대화는 “ ”, 강조는 ‘ ’ 등으로 표기했다.
『주홍 글씨』는 김수영의 번역 목록에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는 작품이다. 독자들에게 소설의 내용을 정확하게 제공하려고 공을 들인 모습에서 시인 김수영이 대단한 번역가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주홍 글씨』가 번역 출간된 지 56년 만에 푸른사상사에서 재출간한다. 작업이 만만하지 않았지만, 올해 97세의 김현경 여사님과 함께했기에 매우 기쁘다. 늘 건강하시어 또 다른 작업을 함께하시길 응원한다.
맹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