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박하 런던 미술관 여행기 9
지극히 영국적인 미술관 테이트브리튼
일요일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섭니다.
계획했던 곳이 있었는데 버스정류장에 노선을 보니 테이트브리튼에 바로 가는 버스가 있었어요.
88번 버스, 순간 다른거 생각안하고 버스에 올라탑니다. 땅속으로 가는 지하철타는걸 싫어하는 박하는
웬만하면 버스를 타는데요, 런던에서 버스타는건 정말이지 멋진 경험이예요. 가는 길 모두가 화보처럼 멋지거든요.
테이트브리튼에 가려면 큐브로 빅토리아라인의 pimlico역에서 내려 좀 걸어야 하는데 버스는 거의 바로 앞이예요.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원래가 그런건지 동네가 넘 조용하고 평화롭게 느껴져요. 아 진짜 영국스런 동네다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었어요. 미술관 앞에 도착하니 아직 개관하기 전이예요. 아시겠지만 미술관은 모두 10시
정도에나 열잖아요. 늦게 열고 빨리 닫는 미술관이라 여행객이나 그 시간대 외 활동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운 점이예요.
미술관 정문이 무슨 커다란 성같이 웅장해요. 저처럼 일찍 온 관람객들 몇몇이 총총 기다리고 있어요.
1. 명예스러운 그 이름, 테이트
터너컬렉션으로 유명한 테이트갤러리는 영국미술의 육성과 보호를 목적으로 1877년 설립되었어요.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테이트 모던(영어: Tate Modern Museum),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
테이트 세인트이브(Tate st.Ives), 테이트 온라인(Tate Online)은 모두 테이트 그룹의 미술관이예요.
1897년 헨리테이트라는 갑부가 소장한 2만점이 넘는 작품을 국가에 기증한 것이 박물관의 시작이었고,
국립박물관에 버금가는 현대 영국 회화미술관으로 1500년 이후 지금까지의 영국작품을 주로 전시해오고 있어요.
진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런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의 모기업도 엄청난 컬렉션을 갖고 있다 알고 있는데요.
언급은 따로 안할께요. 암튼 테이트씨는 그 이름을 후세에도 널리 남기는 위대한 분이 되셨네요. 저런게 진짜 명예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테이트브리튼에는 라파엘전파의 작품과 세잔,고갱 등의 작품을 눈여겨봐야하고
터너, 호가스, 게인즈버러 등을 비롯해 프랑스 인상파와 큐비즘의 작품도 다수 전시되어 있어요.
터너가 기증한 작품은 별관에 따로 전시되어 있어요.
2.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의 특별전
제가 갔었을때 특별전의 주인공은 '메르츠'의 창간자이며 독일의 다다이스트이자 시인인 쿠르트 슈비터스(Kurt Schwitters)였어요. 영국에서의 슈비터스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어요.우리가 잘아는 팝아트의 선구자 리차드 해밀턴과 에드와르도 파올로지부터 지금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에 기까지. 그가 죽기전 8년여의 시간을 영국에서 보냈었고, 20세기 초반 유럽아방가르드에서도 아주 중요한 인물이예요. 그는 1차세계대전 직후 기존 미학적 가치의 파괴를 추구하면서 새로 등장한 허무주의적인 다다이즘에 심취하여 1919년 하노바에서 다다이즘 운동을 일으키고 메르츠(Merz '상업'이라는 뜻의 독일어 Kommerz의 2번째 음절에서 따온 무의미한 단어)라는 잡지를 수년간 발행하게 되어요. 그의 작품들이 나치로부터 퇴폐(degenerative)적이고 타락한 예술로 비난받게 되어 독일에서 노르웨이로 도망갔고, 노르웨이도 나치 점령하에 들어서게 되자 1940년 영국으로 건너가게 되지요.
영국에서도 새로운 메르츠를 구성했지만 끝내 미완성으로 그쳤고 다다에서 출발해 추상이념을
흡수하고 다양한 콜라주 작품들을 내놓았어요.콜라주 및 릴리프(부조) 기법의 구성물로 가장 잘 알려져있고,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활동한 시대별 거주 장소별 작품성향별로 총 room8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슈비터스의 생애를 총 망라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회고전이라 할 수 있어요. 작품의 양도 엄청나고 워낙 작품들이 생생하고 임팩트있어서 사실 브리튼의
다른 작품들이 거의 생각이 안날 정도예요. 특별전시는 사진촬영이 안되었었나 봐요.
특별전시 장 내부 사진이 없는걸 보니.(이게 오래 지나서 쓰려니 기억이 가물해요ㅠ. 기억력 좋을때 젊었을때 여행많이
다니세요 여러분)

버스 정류장 표시예요. 지하철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르죠.
저기 자세히 보시면 표지판 아래 노란 표지 옆에 누가 절묘하게 쓰레기 구겨놓은거 보이시죠, 여기서도 양심 흘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있는거 같아요. 혼자 보며 웃었어요, 사람사는데는 다 똑같은가 보다며. 겨우 저거 하나 발견하고선 ㅎ

정류장에 내리면 사실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잘 안되요. 구글앱을 켜니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걸로 나왔고
조금 가니 누가 봐도 브리튼이다 알겠는 깃발들이 나와요.

같은 테이트미술관들의 각종 포스터들이 있어요. 저번에 테이트모던에서 봤던 비거스플레쉬 전 포스터와 다음전시인 리히텐슈타인의 포스터도 보이네요.

제가 한 세번째로 일찍 갔나봐요. 문이 안열린걸 모르고 입구를 찾고 있었는데 먼저 오신 분이 아직 문 안열었다고 알려주셔서
기다리니 어느새 한두명씩 부지런한 분들이 몰려들었어요. 나중에 정시에 더 커다란 성문이 활짝 열리는데 저게 옆으로 밀어야 열리는데요 그야말로 어느 성의 요새를 들어가는 기분이예요. 미술관 들어갈때가 가장 흥분되고 기쁘다죠 ㅎ

입장료 구입하는데 창구 언니가 자꾸 학생이냐고 묻는거예요. 학생이면 할인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아 저 학생아니라구요. 그냥 어른표 달라고, 나도 학생이고 싶다구요. 서양사람들은 동양인의 나이 가늠이 잘 안되는거 같아요. 암튼 기분은 좋아서 들어갑니다 ^^ 무려 10파운드. 내셔널도 공짜로 봤는데 이 정도면 감사합니다.



미술관 내부는 내셔널갤러리 비슷한 분위기였어요.
아치형 천정에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그리고 진짜 전시관 내부가 조용했어요. 고요한 일요일 아침 딱 그 분위기이고.
관람객들은 좀 연배가 있는 어르신들이 많았고, 외부 관광객이 많이 없어서 좋았던거 같아요.






어느 공간은 좀 생뚱맞게 모던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었어요.


테이트 브리튼의 관람을 마치고 나왔어요. 빨간 벽돌집이 주욱 늘어서 있는 영국마을이예요

"건축은 기능과 같은 감각을 인식하여 이를 수용하는 것이다. 이 기능은 필요와 영혼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지나는 길에서 만난 거킨빌딩! 런던이 나은 세계적인 하이테크 건축가 노먼포스터(Norman Foster)의 작품이에요.
런던시청, 밀레니엄브리지 모두 그의 손길이 닿은 것들이예요. 가장 진보적인 건축가로 꼽히는 그는 첨단 기술을 건물의
구조, 설비, 시스템에 반영하는 건축으로 유명하고, 단순하고 합리적인 형태로 인간과 자연을 조화시키는 건축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30 세인트 메리 액스 30 Saint Mary Axe'
라고 하는데요 다들 '거킨'이란 별명으로 불러요. 일종의 오이지라는 말인데요. 당시 보수주의자들과 언론에서도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해요. 클라이언트인 스위스 르 재보험회사는 주변건물과 비교해 디자인면에서 튀면서도
효율적인 걸 요구했고, 노먼포스터는 반복되는 파사드 디자인으로 건물전체의 공기 흐름을 최대화 하는 방향으로 개발했어요.
두겹의 유리면사이로 6개의 커다란 수직통로를 설치해 사무실 각 층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며 자연통풍을 유도하고
이 통로를 통해 각 층의 자연채광면적이 최대화 되면서 인공조명에 드는 비용도 크게 절감하도록 했어요.
시간이 여유있었다면 시청도 그렇고 제대로 찬찬히 봤으면 좋았을텐데요. 나중을 기약해 봅니다.
전에 건축영화제에서 이 건물 제작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상영됬다고 하는데 기회되면 그 영화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아 여기는 생각만해도 침이 고이는 곳이예요
프렛은 홈메이드 샌드위치를 지향하는 일종의 건강샌드위치집인데요. 각종 샌드위치와 스프, 초밥류, 샐러드 등
건강식 메뉴들을 파는 곳이예요. 나중에 보니 체인점이었고 가는 곳곳에 있었어요. 내셔널 갤러리 옆 초상화박물관 맞은편에도
있고, 요즘 싱글족들을 위한 소비패턴이 많잖아요, 여기 가게는 혼자 무얼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라서 넘 좋았어요.
샌드위치가 빵도 그렇고 진짜 건강해질거 같은 빵에 재료도 넘 신선했구요, 같이 주문한 버섯스프는 뜨끈한게 정말 맛있고
든든했어요. 자 식사도 맛있게 했으니 다음은 화이트채플로 가볼께요.
그야말로 영국 현대미술의 산실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예요.
여기서 열린 전시 포스터만 봐도 입이 딱 벌어지실 거예요. 그럼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첫댓글 커다란 성문이 열리고 ...... 설레임, 설레임, 심장이 뜨거워 졌을 듯 합니다.
월요일 영국이야기로 기분좋게 시작합니다. ^^
넘 오랜만에 올려요, 얼른 올려야지 기억이 넘 가물가물해요, 맞아요, 무슨 영화에서나 본, 사람키보다 훨씬 큰 성문이 드르륵 열리는데 감동이었어요. 추운 겨울날 총총 기다린 보람 아 그때 그 설레임이 새삼스럽네요, 떠나고 싶어져요 ^^
박하님 기다리는 저희를 위해서 애쓰신 게 느껴집니다
언젠가 꼭 이 여행기를 따라 하고픈 마음으로 봅니다
특히나 저 버섯 스프까정~
감사히 읽고 갑니다
이렇게 고마운 답댓들 써주셔서 힘되요. 마네님 감사드려요. 늦어도 끝까지갈테니 지켜봐주세요. 저 머쉬룸스프는 정말 맛있었어요^^
오랫만에 읽으니 더 새롭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든게 마음 어떻게 먹느냐에 달린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듯요^^
박하님 오랜만이예요~ 여행기를 보니 같이 따라서 갔다온 느낌이 드네요^^
네 오랜만이세요 작가님 잘 지내시죠? 같이 계속 여행가는 기분으로^^
물고기자리님~ 반갑습니당~~~^^*
유익한 글~ 감사해요^ 글구 부러버요^
부러우면 지는거라고 ㅎ 저랑 먼저 여행해보시고 나중에 꼭 가보시면 좋겠죠^^
네~ 다음 화이트 채플도 기다려져요!!!!
화이트채플은 정말 하루종일 놀아도 좋을 만큼 좋았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과천현대1,2전시관 정도를 합쳐놓은 규모에 아트샵은 아기자기하고 아트서적들도 많구요 아 스포일러 다음편에 줄줄 말씀드릴께요^^
영국. 아름답죠.... 그런데 누가 돈줘서 가면 더 아름답고, 내돈으로 가면 좀 덜 아름답고 그렇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