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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움이 막 솟구치는구나 마음으로만 시간을 세고 있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년에 한 번 이런 여행 갖는 다는 거 살면서, 살아가면서, 살아가는 동안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 아닌가 싶다
형이나 영대 종피리 그리고 네게 미안한 일이다 노래방비가 뻑쩍찌근하기는 하다만 눈앞에 삼삼하게 그려지는구나 어쩌겠니 또 여름, 그리고 겨울을 기다려야지 건강하고 연락이나 가끔 하자 (행여나 병문안 오겠다고 빠듯한 시간 내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낯 모르는 곳에 있으니 맘 편하다)
추신: 사진 속에 네 얼굴도 몇 컷쯤 넣어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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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로 대학원 수업이 마무리되네
오늘은 학술대회가 있어 이른 아침 학생들과 버스를 타고
공주대학교에 다녀왔네
그러고 보니 주말 일이 꿈결처럼 느껴지네
간혹 모임에 빠진 벗이 있으면
함께 떠올려 이야기하고 약 올리고 했건만
이번에는 꼬치까리에게 전화도 못 했네
순천 어느 다리 밑에서 내복도 안입고 목도리도 없이
달달 떨면서 무릎이 시큰거렸다는 형을 보았을 때
함께 걱정하고 함께 웃지 못했네
벌교 거시기 식당의 거시기정식(진짜 상호가 메뉴가 그랬다네)
에서 꼬막과 피조개를 먹을 때
(피를 보기가 뭐해서 먹고난 껍질을 뒤엎어놨지)
남양면 월정리 망주산 아래 해맞이 민박(도 아니고 모텔도 이나고 펜션도 아닌)에
들어 백세주를 한 잔 나누고 고스톱을 때렸을 때
(생애 두 번째로 친 막가파 고스톱으로 무려 만원을 땄다!
이 돈은 절대 쓰지 않고 간직할 것이나 돌고 도는 돈의 속성상 장담할 수는 없음)
감기로 찡찡한 코 때문에 아직 자고 있는 종필이와
코 속에 세 사람이 살고 있는 형을 남겨두고
홍시기와 나는 선정마을의 마을숲을 보러 해변길을 걸었지
그때 동녘에서 떠오르는 새빨간 아침 해와
새벽녘부터 널을 밀어서 꼬막을 잡던 어부들
마을 숲의 늙은 나무들 그리고 그들 중
푸른 잎을 자랑하던 사철나무를 보았을 때
과역면 소재지 기사 식당에서 아침을 먹을 때
녹동항의 활어와 고기 말리는 아주머니들의 소금기 절은 몸빼 바지를
보았을 때
그 활어들을 전부 자연산으로 알고 있는 충호형의 순진함
배에 차를 싣고 소록도로 건너갔을 때
소록도 검시실과 수술대에서 절규하던 한 젊은이의
시 앞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던 때
중앙공원의 멋진 나무들이 하나도 멋지지 않게 느껴질 때
왜 좋던 날이 갑자기 으스스 추워져서 한기를 느껴야 했는지
나로도의 고기를 실은 이상한 유람선과
순천횟집의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회
회보다 좋은 벗들과 나누는 정담들......
광주로 돌아와 사우나에서 졸다
방송까지 해서 찾은 종필이
용봉동 뒷골목 얼씨구 학당 가보세의
보리밥
궁의 노래들과 그토록 많이 되돌려 보냈던 밤
무릎 걱정은 아무래도 꾀병 같아보이던
형의 원맨쇼와 사랑해 선영이!
혜리인지 해리인지 검은 옷 타래머리의 홍시기거시기
가명이 희진이라고 얼룩 무늬의 호탕한 웃음의 나의 거시기
이들의 이름도 머지않아 아련해 지겠지
그래도 여전히 젊은 연인이자 경영학박사인 고박사는 잊혀지지 않겠지
이 사람들 이 풍경들 이 먹을거리들 이 정다운 시간들에
꼬치까리가 없어 맛이 없었다네
이빨에 끼일 새도 없었다네
매운 맛도 없어 덤덤했다네
감기로 맛을 못느꼈던 종필이 입맛처럼
늦은 밤 연구실에서
영대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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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못다한 얘길세!
그토록 많이 되돌려보낸 밤
그리고 붙잡으려 했으니 사양하던 밤
충호형의 상담에 긴 시간
응해주던 종필이의 사랑학특강
이어지던 노래방의 여성학특강
그 진지하던 수강생들
사랑학특강을 수강한 충호형의
일보진전한 소득이 있기를
여성학특강을 수강한 아그들의
여성이 무구하기를
꼬치까리는 못다한 얘기가
더 자세히 듣고 싶겠지
쾌유 후에 들려주겠네
듣고 싶은 만큼 하루 빨리 낫기를!!!
스페셜 땡스:
만년 총무이자 사진사인
홍식에게 사랑을!
우리들의 영원한
형에게 존경을!
우리들이 체어맨
베스트터드라이버
(밤운전은 아껴가며 하시게!)
종필에게 우정을!
이제 슬슬 퇴근하네
< >
함께 한 시간들이
아직도 따듯한 여운에 메아리치고 있는데
영대의 글을 읽으니
더욱더 새록 새록 돋아나는구나.
거쳐간 흔적과 재잘거림을 잘도 표현했구나
한 벗이 없어 서운했지만
행복한 여행길이였다.
이번 여행을 기획 실행하고
살림살이까지 도맡아 수고했던 홍식이
몸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로서 강의와 상담까지 해주던 종필이
초보 고돌이로 화투판을 놀라게 하고
나보다 여자보기를 한 수 위인 (과연그럴까?) 것처럼 간간히 설파하던 영대
고맙고 기쁘게 미소짓는다.
부끄럽기도 하였지만
사랑의 느낌에 대한 속마음 털어놓아 후련하기도하다.
종필의 상담!
열심히 들었지만 아직도 이해는 할지언정
행동은 손에 잡히지 않을것 같다.(정말 많은 시간과 인내와 전력이 필요한 듯)
다음에 만나면 또 평가하고 상담해주기를....
아직도 가끔씩 실존의 허무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 자신에게 만남은 소중한 것이였다.
가보지도, 위로해 주지도 못한 태현이에게 정말 미안하구나.
미리 알았더라면 서울쪽으로 여행계획을 짜서 함께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넘 어려운 일을 당해서 무척 힘들었을텐데......
힘내시고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
시간내서 함 얼굴보도록 하자구나.
모두들 언뜻 언뜻 힘든 살이도 있겠지만
밝은 얼굴 보아 반가웠고
웃는 얼굴 보아 즐거웠다.
얼른 다시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
벗들이여! 건강에 유의하시고
미소 가득한 날들만 계속되기를 기원한다. 안녕!
< >
작년 남해 금산과 쌍계사쪽 답사가 얼마나 마음에 오래 남았던지
이번 여행도 잔뜩 기다리고 있었더랬습니다.
일정표를 보니 홍식이 거사인 것 같은데 고흥쪽도 오래 가보지 못한 미답지라
마음이 설레고 설레였습니다.
차마 병상에 있는 마누라를 두고 나 혼자 놀러간다는 말이 안 나와서 그랬지
마음은 벌써 형님이랑 벗들이랑 함께 떠나고 있었습니다.
벌교 거시기 식당의 거시기 정식도 신선했을 거 같고
영대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널을 보자니 시가 금새 튀어나올 것 같고
병중이라는 종필이, 그리고 목도리를 두른 형님을 보니
여전히 실존과 실용의 경계에서 헤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겨울이 오면 2박 3일 동안 우리들만의 시간
뻑쩍찌근한 노래방비를 보면 " 이거 과용이다. 일탈이다. 퇴폐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이렇게도 해보지 못하고 인생이 육십고개로 넘어가면 우짤꼬" 하는 어리석은 중생이 되기도 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살아간다는 것이, 아직도 어려운 난제인데
형님과 벗들을 만나면
난 늘 살고 있다는 위안이 되고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새록새록해집니다.
운조루 툇마루에서 느꼈던 겨울볕의 따사로운 질감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번 고흥의 푸른 바다와 해변마을을 보지 못한 것이 더없이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다음 영대의 거사를 기약해야지요.
마누라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시간이 해결해주는 일이라 병원에서 치료하는대로 참고 기다릴 수 밖에 다른 방도가 없네요.
단지 남편으로서 공장으로 마누라를 내몬 나의 처지가 슬프다면 슬픈 것이고
자기의 팔자라면 팔자인 것이겠지요.
이번 방학은 학교와 집과 병원으로 오가며 다 보내고 있습니다.
이 삼각형 구도 같은 생활이 나에게 어떤 핍박이 되는 건 아니고 한번은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얻는 것도 있겠지요.
그나 늘 뒤치닥거리하는 홍식이에게 감사하고
오랫동안 보지 못한 종필이, 영대, 그리고 형님 사진으로나마 인사 나누었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요번 사랑학은 형님이 아니라 종필이가 강의를 했다니까 풍부한 실증적인 자료들로 인해 훨씬 감명 깊었겠습니다.
형님의 사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