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넓은 길 양광모 살다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원망하지 말고 기다려라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요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 가장 넓은 길은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다 © marciomarim, 출처 Unsplash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 ‘했다’인지, ‘한다’인지, ‘할 것이다’인지. 서술어에 쓰인 동사까지 들어봐야 화자의 말을 온전히 알아들을 수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세운 계획도 최후까지 고민하며 내린 결정도 막바지에 전혀 새로운 결론이 날 때가 있다. 그러기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길이 보이지 않아 끝이라고 생각할 때, 시인은 말한다. “눈이 덮였다고 길이 없어진 것이 아니다. 어둠에 묻혔다고 길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묵묵히 빗자루를 들고 눈을 치우다 보면 새벽과 함께 길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새벽과 함께 나타난 길이 우리 마음에 길을 내고 있다. 우리 삶의 여정을 수천 번 수만 번 흔들어댄다 해도 그저 묵묵히 눈을 치우다보면 종국에는 ‘고단하였으나 가장 아름다운 꽃길’로 갈무리될 것이다.
※ 이 글은 한국성서대학교 <코코스>지에 ‘임경미의 토닥토닥 시’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임경미선생님의 단상(斷想)으로, 2023년 12월호의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