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집 잃어버렸을까
집지킴이 구렁이 배나무 속에서
살았던 집
기침소리 으흠, 아버지 넘어가던 살림
바로세우다가
막걸리 반 되씩 새벽 약단지가 되어갔던
아버지 왜 민화로 내려앉지 못했을까
그곳엔 참기름 소금장이 있고
커다란 술독 무허가 주막이 있었지
낭창낭창 아버지 시조가 넘어가
낮 다람쥐 주둥이를 쳐다봤지
삐라가 하늘에서 내리면
와르르 염소 똥처럼 동네에서 아이들
굴러 나와
까르르한 보리밥 밀어 넣던 그 시절
물레방아 어휴 삐거덕삐거덕 돌았지
장날이면 곤드레만드레 장씨 한밤중
귀신씨름 매일 졌지
옛날 오래도록 묵어 짚단처럼 썩고
불 쇼 하던 도깨비 야담으로 가버리고
비녀바위 벼락 맞고 산은 사나운 비가
물어뜯어버렸다
산 피 흘리는 민둥산 밑으로
무녀 촛불은 오래전 꺼지고
천년에 누워버린 아스발트 위
쪼르르- 학 대신 자동차가 간다
노을 풀풀 던지며 힘없이 지리산 내려와
먹을래! 싸갈래! 낯선 식당 간판 밑
흘러가 오지 않는 뱀장어 찾고 있다
부족한 저의 시혼(詩魂)이 걸어갈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신 경남일보에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詩의 길에서 부족하기만한 저의 작품을 選해주신 심사 위원님, 영원히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시 저의 詩에 날카로운 正評을 해주시는 김선학 교수님 고맙습니다. 강희근 교수님, 마경덕 시인님, 박노정 시인님, 따스한 情들 그립습니다. 눈물겹도록 도와준 아내와 조카, 강원도 동생, 그리고 딸들과 아들에게도 고맙기만 합니다. 마산의 강선덕 형님, 우무석 시인, 이서린 시인, 또는 두루두루 따스한 마산문인 情님들 고맙습니다. 옥종에 계시는 나를 아는 모든 분, 정호철 국장님, 하동 우체국 모든 분, 왜 이리 마음 빚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도움을 준 김륭 시인과 정경화, 최장식, 권갑점, 박종철, 곽실로, 박행달, 문복주, 표새명, 구경희, 권덕상, 노점섭, 전영순, 김남희 시인님들, 지리산 문학, 함양문학 두루 고맙습니다. 함양 군수님을 비롯하여 예총회장, 문화원장님, 여러 기관단체장님과 유지님들 저를 아는 모든 분께도 지면으로 고맙다고 고개 숙입니다. 가수 이남이씨와 心友會 공진포, 임채호 씨도 고맙지요.
한줄기 영혼에서,떨고 있는 그 詩친구에게 잔술 한 잔 하고픈 밤입니다. 지리산이 그립습니다.
아득히 먼 길로 가야할 배 지금 修理하고 있습니다.
<당선자 약력>
경남 함양 출생
지리산 문학. 현대 불교 문인협회 회원
공무원 문예대상 입선
선시집(禪詩集) 흙파도. 허수아비 보약먹네
2007.경남일보 신춘문예 당선
현재 진주시 망경북동에서 시작(詩作中)
최종 선에 남은 작품은 정유흔의 ‘종이가 지나간 자리’ 황의선의‘비단길’ 권경식의‘봉선아’ 문길의‘운학정’등 이었다. 전반적으로 볼때 서울, 경기, 경북, 부산 등 타지역의 원고들이 많았고 그 원고들 중에서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그러나 개별 작품으로 들여다 보면 상투적인 시어에 신춘문예의 눈에 잘 띄는 수사들이 감동의 폭을 줄이고 있었다.
마지막에 남은 4편은 모두 당선작으로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개성이 있는 작품이었다.
정유흔의 ‘종이가 지나간 자리’는 ‘종이’가 갖는 이미지를 상상력을 통해 드러내 주고 있는데 구조에 탄력이 있다. “종이가 지나간 자리”라는 시상의 기초가 매우 온건하여 시 전체의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의선의 ‘비단길’은 걸어서 가는 길이 아름답다는 점을 환기시켜 준다. 시상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기법이 어쩌면 의식의 흐름에도 닿아 있을 것이지만 그런 표정에서 무관한 것처럼 읽히게 하는 것이 하나의 능력일 터이다.
권경식의 ‘봉선아’는 꽃에 대한 속성을 이미지로 끌어내는 작품인데 일상과 내면을 관통해 흐르는 정서를 잘 포착해 내고 있다.
문길의 ‘운학정’은 산골마을이 개발붐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을 자별나게 그려내고 있다. 역사와 민족적 측면, 전설과 시속 변화의 과정 등이 한 편의 시속에 상당량으로 포괄되고 있다. 말의 운영이나 진행 또한 아주 활달하다. 그 만큼 시 창작 연륜이 깊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작품을 쓴 사람은 산골체험에서 어떤 체득된 줄거리를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시의 전개가 도도하고 어떤 대목에 이르러서는 거칠기까지 한 것이다.
네 사람의 작품 이 각기 개성이 있음을 보았는데 특별히 ‘운학정’을 쓴 사람에게 신뢰를 더 보낸다. 시가 갖는 포괄성이나 기량이 보다 더 확실히 잡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선작으로 ‘운학정’을 뽑고 당선자의 장래를 지켜보기로 한다. 대성하기를 바란다.
/강희근 정일근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