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보훈 성당 모습
"예수님께서 승천하심을 묵상합시다" 지난 13일 주일 서울강동구 둔촌2동에 있는 서울보훈병원에 들어 설 때 들려온 첫 소리다. 주일 미사를 앞둔 10시 10분전쯤 되는 시간이다. 해설자가 미사가 되기 전에 묵주기도 영광의 신비 2단을 바치는 소리다.
경당에 들어서니 제대 앞 양쪽에는 휠체어와 전동차에 앉아있는 환자 신자들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양쪽에는 20여명씩 모두 40여 명이 앉아 있다. 앉아있는 환자의 절반은 백발이었다. 환자 몇 사람에게는 보호자가 자리를 함께 하고 있었다. 휠체어와 전동차 자리 다음공간에는 철제 접의자가 좌우에 각각 20여 개씩 놓여있다. 빈자리는 곧이어 다 들어찼다. 좁은 경당에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입구 여기 저기 빈 공간을 꽉 채웠다. 환자와 가족 유가족 등 모두 200여 명은 될 것으로 보였다.
<찬양하라>가 입당송으로 울려 퍼졌다. "찬양하라 전능하신 창조주..."이어서 흰 제복을 한 주임 신부님이 들어왔다. 전례는 일반적이고 전형적으로 진행됐다. 주임 신부님이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아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중심으로 성체 성혈에 대한 강론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철제 의자 끌리는 소리와 함께 알아들을 수 없는 커다란 외침이 들렸다.
왼쪽 좌 중에서 벌떡 일어선 백발의 한 환자가 두 세 사람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앉으려 하지 않고 또 외치는 것이었다. 신부님은"견디시기 어려우면 병실로 옮겨 쉬시게 하라"고 했다. 그는 마다하며 자리에 앉아 강론을 다시 들었다. 그를 부축하던 사람들은 모두 누런 어깨띠를 두르고 있었다. 강론이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일이 생겼다. 제대 가까운 자리에 코에 호스를 끼고 휠체어를 타고 있던 환자가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밖으로 실려 나갔다. 신자들은 실려나가는 환자에게 성호를 그었다.
이어진 보편지향기도는 휠체어나 전동차에 앉아있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봉사자가 마이크를 입에 대주면 지향기도문을 읽었다. 4개의 지향기도가 이렇게 봉헌되었다. 예물은"내게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네..."성가 속에 봉사들이 예물 함을 가지고 신자 자리를 돌며 봉헌됐다.
<주님의 기도>에 이어진 사제와 신자 신자와 신자 사이 평화 예식은 퍽 다사로웠다. 신부님은 맨 먼저 환자들 자리를 찾아 '평화를 빕니다"며 일일이 악수를 했다. 대체로 제대에 있는 신부님과 신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신자와 신자들이 인사를 나누며 끝나는 평화예식이 보다 여유가 있고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신자들도 서로 자리를 찾아 인사를 나누며 악수도 나누며 평화를 빌었다.
"노래하자 성체 성혈 그 크신 신비..."성가 속에 영성 체가 시작되었다. 신부님은 환자 자리를 찾아 성체 하나하나를 환자의 입에 넣어주고 환자 처지에 따라 안수기도도 해주었다. 미사는 파견 성가 "은총의 샘인 성심 사랑의 바다여 성혈로 씻으시어..."로 끝났다.
신부님은 굵직한 허스키 목소리로 파견 성가를 1절까지 신자들과 함께 부르고 제대를 떠났다. 신자 200여명이 참례한 미사는 시작으로부터 1시간 20분에 걸쳐 넉넉하게 봉헌되었다.
미사가 봉헌되는 동안 경당 안 여러 곳에 누런 어깨띠를 두르고 지킴이 같이 우뚝 우뚝 서 있던 봉사자들은 환자들의 퇴장을 한 사람 한 사람 돕고 있었다. 성당 밖에는 보훈의 달 6월 화창한 햇살이 빛나고 있었다. (2004. 6. 16.)
첫댓글 내가 그 안에서 미사를 본것 같은 감동을 전해주는군 오늘날 내가 누리는 지금의 건강도 그들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 수준인가 저절로 감사를 알게 해주는 글이야 서울을 다녀가며 연락도 안하다니 함께 식사라도 할 기회 좀 줄것이지 ....
미사봉헌은 아니지만 나도 매주 목요일 오후에는 중증 장애인 20여명이 생활하고 있는 곳을 방문하여 그들과 대화도 나누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들에게서 오히려 위로를 받는 경우가 자주있어. 상경 하게되면 연락 좀 하지 그랬어. 본지 오래 되었구나.
보훈의 달에 보훈의 의미를 되새겨 보도록 하는 글 잘 읽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