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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차>>
Ⅰ. 서론
Ⅱ. 자질론에 대한 이론적 고찰 1. 자질의 중요성 2. 국가지도자의 자질 3. 한국 대통령의 자질 분석 4. 대선 주자들의 자질 비교
Ⅲ. 리더십에 대한 이론적 고찰 1. 리더십의 개념분석 2.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 분석 3. 한국 대통령의 플러스․마이너스 리더십 4.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 비교
Ⅳ. 제17대 대통령에 요구되는 자질과 리더십 1. 2007년 대선의 주요 현상 2. 새로운 대통령의 바람직한 자질 3. 새로운 대통령의 바람직한 리더십
Ⅴ. 결론 |
제17대 대통령에 요구되는 바람직한 리더십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행정학 박사
Ⅰ. 서론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2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새로운 국가지도자의 자질과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4년반 동안 끊임 없이 자질론 시비에 휘말리면서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리더십에 대한 실체적․학문적 열기가 높은 것 같다. 사실 미국이나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성격이나 스타일에 따라서 국가정책의 방향, 심지어 국가의 운명조차 엇갈릴 수 있으므로 지도자의 리더십 연구는 대단히 중요하다. 세 살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국가지도자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 성격은 훗날 국정운영 과정에서도 그대로 발휘되어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12월19일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대선 주자들의 자질과 리더십을 검증하는 작업은 국민들에게 올바른 선택의 잣대를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성공적인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본 연구의 주제는 제17대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바람직한 리더십이지만, 리더십을 형성하고 있는 자질의 중요성이 갈수록 점증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항목을 설정하여 다루고자 한다. 지도자의 결단력이나 추진력, 도덕성과 같은 여러 가지 자질이 결합하여 리더십 유형을 형성하게 되므로, 리더십 연구를 위해서는 자질 연구가 필요하며, 양자(兩者)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이처럼 국가지도자의 자질과 리더십을 분석하기 위해서 본 연구는 행태론적 접근방식을 적용하고자 한다. 행태론적 접근방식은 성장과정이나 성격, 스타일 등 개인적 특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학적 접근방법(psychological approach)이나 개인적 접근방법(personal approach)인 동시에 자질론 또는 특성이론이기도 하다.1) 이러한 접근방법을 위해 본 연구는 성장과정과 무의식세계를 중시한 프로이드(Freud)의 정신분석학과 성격, 집단 무의식을 연구한 융(Jung)의 분석심리학, 그리고 인간의 권력욕을 연구한 라스웰(Lasswell)의 권력이론을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프로이드는 유소년기 성장과정이 훗날 성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융은 성격유형이 리더십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라스웰은 그렇게 형성된 리더십이 국정운영 전반에 어떻게 발휘되는지에 역점을 두었지만,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고자 한다. 행태론적․심리학적 접근방식은 지도자 개인의 특징뿐만 아니라 지도자와 참모들간의 객관적 현실과 지적 능력, 개인적 이해관계 등에도 주목한다. 예컨대, 국가지도자의 성격적 결함과 불합리한 행동간에 어떤 인과관계(因果關係)가 있는지, 병리학적 측면을 관찰하기도 한다. 이런 접근방식은 상황의 중요성을 소홀히 다룬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도자의 개성과 퍼스넬리티를 연구하여 과학적이고 체험적인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많다. 대표적 학자로는 Lasswell(1950)과 Barber(1972)를 비롯해 Katz(1973), George (1974), Maccoby (1976), Blum(1980), Nelson(1988), Hargrove(1993) 등이 있다.
행태론적․ 심리학적 접근방법은 정치지도자의 본질적 측면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대중적인 연구방식이다.2)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인 연구방법인 법적․제도적 접근방식을 통해 대통령리더십을 분석했던 연구는 많지만, 개인적 성격 중심의 연구는 여러 가지 물적․인적 제약 때문에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3) 본 연구는 지도자의 성장과정이나 성격, 스타일 등이 리더십과 국정운영스타일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인데도 그에 대한 연구가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거듭 행태론적 접근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대통령 1인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서 국정운영의 틀(frame)이 크게 달라지는 나라에서 ‘인물 탐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Ⅱ. 자질론에 대한 이론적 고찰
1. 자질의 중요성4)
자질이란 ‘타고난 성품과 소질’이라는 사전적 정의에서 알수 있듯이, 국가지도자의 자질은 태어날때부터 지니고 나온 선천적 능력이다. 자질은 그러나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과 경험에 의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날 정설이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지도자의 자질이란, 특정인이 다른 사람에 비해 우월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개인의 독특한 특성을 의미한다. 그러한 개인적 특징에 따라서 지도자를 평가하는 방법이 자질론 또는 자질론적 접근방식이다. 이는 지도자는 일반적으로 보통사람들보다 우수하고 남다른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거나 발휘한다는 일종의 ‘위대한 사람이론’(great man theory)이라고 할 수 있다. ‘영웅들은 특별한 자질을 갖고 있다’는 영웅주의나 ‘역사는 위대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영웅주의적 역사관도 자질론에서 비롯된다.5) 모름지기 지도자는 △신체적 특성 △지적 능력 △개성 △업무수행능력 △사회적 배경 △대인관계에 있어서 보통사람들보다 우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질론은 1900년대 초부터 1940년대 중반까지 전기(前期)단계였다가, 1940년대 후반 Stogdill의 연구결과(1948)를 계기로 후기(後期)단계에 접어들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6) 전기와 후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후기에서는 지도자의 신체적 특징과 성격 외에 구성원들과의 관계, 활동과정 등 상황요인들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후기 자질론자들은 ‘지도자는 선천적이다(Leaders are born)’는 전제를 부정하면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상황요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질론의 대표적인 학자들로는 버나드(C. Barnard), 젠킨스(W. Jenkins), 테드(O. Tead), 데이비드(K. Davis), 기셀리(E. Ghiselli), 스토그딜(R. Stogdill) 등이 있다. 여기서 버나드는 지도자의 자질로 기술적 측면에서 △체력 △기술 △인식능력 △지식 △기억력 △인내력 △상상력을 꼽았고, 정신적 측면에서 △결단력 △지구력 △인내력 △설득력 △책임감을 제시했다. 영웅적 지도자를 배경으로 삼은 카알라일(Thomas Carlyle)의 영웅론, 베버(Max Weber)의 카리스마론, 마키아벨리(Machiavelli)의 군주론, 공자의 군자론, 소크라테스(Socrates)의 철인정치론도 자질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상황론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자질론이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라고 본다. 첫째, 지도자 개인의 능력을 측정할 수 있다. 특히 국정 최고책임자의 리더십이 유난히 중시되는 대통령중심제국가에서 지도자의 국정운영능력을 평가하는데 자질론은 필수적이다. 둘째, 국가지도자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지도자의 성장과정이나 성격, 리더십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과거와 현재의 행태를 토대로 미래의 행동방향을 전망할 수 있다. 셋째, 조직의 관리자 선발에 유용하다. 즉,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유용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대선 출마자의 자질—비전제시, 결단력, 도덕성, 조직능력 등—을 제대로 평가하면, 올바른 선택을 할수 있다.7) 다만, 지도자의 자질을 일반화하기 어렵고, 자질의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쉽지 않으며, 상황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맹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특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자질론은 지도자의 능력이 중시되는 오늘날 21세기에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2. 국가지도자의 자질
이제 성공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바람직한 자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국가지도자의 자질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덕목들이 있지만, 시대상황과 학자의 시각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우선 시대를 초월하여 불변의 진리로 통하는 지도자의 3대 자질은 △비전제시 △결단력 △도덕성이다. 어느 지도자든지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남보다 모범을 보이면서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지도자의 3대 자질은 리더십의 의미 즉, 공동의 목표를 향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도록 유도하는 설득력이라는 정의에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다만,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결단력이 중시되고, 편안한 정상상황에서는 도덕성이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는 성장과정이나 성격 등 개인적 특성에 맞추어 지도자의 자질을 평가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8)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지도자의 일반적 자질, 즉 리더십의 요건을 알아보기로 한다. 우선 시대별로 간략히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Perikles는 좋은 리더십의 네 가지 요건으로 탁월한 식견․설득력․도덕성․애국심을 들었다. 철학자답게 지적능력을 중요시했다. 반면, 공자는 백성들에게 믿음을 주고(도덕성) 배불리 먹이며(경제) 국가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국방력)을 지도자의 자질로 제시했다. 이는 굶주리고 전쟁이 많았던 당시 중국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Nixon 대통령은 저서〈지도자론〉에서 고도의 지성과 용기․노력․판단력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두루 겸비했지만, 워터게이트(Watergate) 사건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고 도중에 물러났다.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Max Weber는 정열․책임감․판단력을, Lasswell은 일에 대한 비범한 능력․업무집중력․체력․지식을 들었다. C. Barnard는 박력․지구력․결단력․설득력․책임감․지적능력을, K. Davis는 지능․사회적 성숙과 폭․내적 동기부여와 성취의욕․인간관계적 태도 등을 제시하였다. Bennis는 비전과 열정 외에 성실성․솔직함․성숙성․신뢰성․호기심․용기를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 가운데 어떤 자질이 지도자의 최적요건인지 일반적 법칙은 없다. 다만, 정치지도자들이 갖추어야 할 ‘좋은 리더십’을 언급할 때 대체로 △비전제시 △도덕성 △추진력이 공통으로 포함된다. 위의 세 가지 요건은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항상 강조되고 리더십의 다양한 개념에 내재되어 있는 키워드(key word)로서 역대 대통령의 자질을 평가할 때마다 우선순위로 설정되는 기준이다.9) 실제로 이러한 자질요건은 루스벨트(Franklin Roosevelt), 링컨(Abraham Lincoln) 등 성공한 대통령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10) 21세기 들어서는 열정과 변화, 배려의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표 1-3〉 지도자의 자질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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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질 |
공자(孔子) |
지(知), 인(仁), 용(勇) |
손자(孫子) |
지(智), 신(信), 인(仁), 용(勇), 엄(嚴) |
주자(朱子) |
관대함, 엄격함, 부드러움, 결단력 |
Plato |
질서와 이성, 법률교육(철인) |
Aristotle |
도덕적 행동 |
Homer |
정의감, 공명정대, 사리분별력, 기민성과 교활함 |
Perikles |
탁월한 식견, 설득력, 도덕성, 애국심 |
R. Nixon |
고도의 지성과 용기, 노력, 판단력 |
Plutarch |
도덕성과 덕성 |
Machiavelli |
안정감, 강직함, 권위유지, 권력, 명령 |
R. Michels |
웅변, 의지력, 정열, 지력, 도덕성, 체력 |
H. Lasswell |
비범한 업무능력, 업무 집중능력, 체력, 지식 |
L. Moore |
민주적 태도, 박력, 적극성, 신뢰성 |
Max Webber |
정열, 책임감, 관찰력 |
C. Barnard |
결단력, 인내력, 설득력, 책임감 |
O. Tead |
육체적․정신적 에너지, 목적의식과 지시능력, 정열 |
R. Stogdill |
판단력, 결단력, 지식, 자신감, 창의성 |
전두환 |
건강, 결단력, 신뢰감, 표현능력, 인내심, 안보지식, 인간적 매력 |
이한빈 |
비전, 상황판단과 정책구상, 개혁의지와 추진력 |
3. 한국 대통령의 자질 분석
우리나라 대통령 7인의 자질을 분석해보면, 성장과정과 성격과 밀접한 심리학적 연관성을 갖고 있다. 대부분 어린시절에 가난과 정치적 격동기를 지내온 탓인지 공격적인 ‘결단력’이나 ‘추진력’ 등이 돋보이는 반면에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포용력’이나 ‘설득력’은 부족한 편이다. 특히 쿠데타로 집권한 군인 출신 대통령들은 국민들에 대한 봉사의식보다는 지배의식이 강해 오랜기간에 걸쳐 국가적 갈등을 초래했다. 여기서는 이승만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국정운영스타일을 중심으로 자질의 특징적 측면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이승만 대통령은 비교적 넉넉한 가정환경과 오랜 해외생활 덕분에 대인관계와 국제관계를 다루는 외교력(diplomatic capability)이 돋보였다. 외교력은 대외지향적․귀족적․엘리트주의적․타협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대통령은 해방 이후 혼란한 국내외 정세를 유효적절하게 활용하여 남한 단독 정부를 수립하였고, 집권 12년동안 국내 정치보다는 미국 등 대외관계에서 외교력을 발휘하였다. 이어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추진력(propulsion)이 돋보였다. 추진력은 목표를 설정하고 장기간에 걸쳐 용의주도하게 밀고나가는 속성이 있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엄격한 일본군 시절에 체득한 그의 추진력은 훗날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 10월 유신 등에서 유감없이 발현되었다. 박대통령은 Lasswell의 권력이론처럼 참모들간의 역학관계를 교묘히 활용하여 통치권력을 유지하였다. 12) 역시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은 결단력(decisiveness)이 단연 돋보였다. 결단력은 위기상황에서 곧바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어릴 때부터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전대통령은 10․26과 12․12 사태의 와중에서 드러났듯이 생사의 기로에 설 때마다 과감하게 결단정을 내려 상황을 반전시키는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났다. 전대통령의 후계자였던 노태우 대통령은 인내력(endurance)이 강했다. 인내력은 어떤 고난이나 모욕조차 감수하며 묵묵히 제 갈길을 가는 스타일이다. 그는 내성적인데다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던 성장과정 때문인지 감정표출을 자제하고 큰 흐름을 뒤따라가는 대세편승형이었다. 그는 인내심 덕분에 성질 급한 전대통령으로부터 무사히 권력을 넘겨받았지만, 집권 이후에는 우유부단함과 무원칙으로 갈팡질팡했다. 이어 3당 합당으로 권력을 장악한 김영삼 대통령은 돌파력(breakthrough)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돌파력은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일거에 허물어뜨리고, 복잡한 상황을 단숨에 단순화하는 특징이 있다. 김대통령은 특유의 자신감과 낙관주의로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 구속, 하나회 척결, 금융실명제 등을 통해 돌파력의 극치를 보여주었다.13) 그러나 국민들은 김대통령의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포퓰리즘(populism) 정치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출하면서 문민정부는 점차 힘을 잃었다. 이어 등장한 김대중 대통령은 기획력(planning)이 돋보였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선거 캐치프레이즈가 말해주듯이 김대통령은 국정을 짜임새있고 꼼꼼히 챙겼다. 국민의 정부에 정책기획, 정책기획위원회 등 ‘기획’자(字)가 들어간 직함과 회의체가 유난히 많았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기획력을 발휘한 국정운영 덕분에 그는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과 함께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이어 노풍(盧風)을 일으키며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은 파괴력(destructive)이 뛰어났다. 파괴력은 이미 세워져 있는 틀을 허물어뜨리는 속성이 강하다. 그는 ‘탈권위주의’와 ‘혁신’을 양대 모토로 내세우고 기존의 낡은 제도와 관행과 문화를 과감히 파괴함으로써 변화지향적 리더십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그러나 파괴에는 능했지만 파괴 이후의 창조에는 무능력함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창조적 파괴가 아니라 파괴를 위한 파괴라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파괴력은 크게 △ 시스템 파괴 △부유층 아성 파괴 △보수언론 기득권 파괴의 세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 정부혁신의 기치 아래 이루어진 시스템 파괴는 낡은 제도와 관행의 개선 못지않게 부작용과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고, 부동산과의 전쟁을 벌여 격렬하게 몰아부친 부유층 아성 파괴는 별무 성과로 그쳤으며, 마지막 보수언론 기득권 파괴는 언론사 취재제한조치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노대통령의 파괴력은 어린 시절 박대와 소외속에 살아온 삶으로 인해 형성된 마이너리티 콤플렉스(minority complex)와 기존의 권위를 전면 거부하는 반(反)권위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이 7명의 역대 대통령의 자질을 보면, 겉으로 불규칙하게 보이지만, 내부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다. 즉, 이승만(외교력)→박정희(추진력)→전두환(결단력)→노태우(인내력)→김영삼(돌파력)→김대중(기획력)→노무현(파괴력)으로 이어지면서, 마치 불규칙한 파도처럼 저마다 다른 자질적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그 원인을 간단히 설명하면, △성장과정과 성격에서 비롯된 자질론적 특징(프로이드) △외향형과 내향형의 상호작용(융) △전임 지도자와 다른 면모를 보이려는 후임 지도자의 차별화 전략(라스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그와 같은 파도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지도자와 참모간의 관계, 권력기반, 대외정책 등 리더십과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14)
〈표 7-8〉 자질의 특징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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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
박정희 |
전두환 |
노태우 |
김영삼 |
김대중 |
노무현 |
리더십유형 |
플러스형 |
마이너스형 |
플러스형 |
마이너스형 |
플러스형 |
마이너스형 |
플러스형 |
특징 |
외교력 |
추진력 |
결단력 |
인내력 |
돌파력 |
기획력 |
파괴력 |
성격 요인 |
대인관계 대외지향 미국생활 |
빈곤생활 오기, 뚝심 엄격한군인 |
저돌적성격 위기전환 일도양단 |
내성적 절충주의 우유부단 |
자신감 단순성 과시욕 |
치밀한성격 실용주의 계산적 |
반권위주의 창조적 파괴 예측불허 |
4. 대선 주자들의 자질 비교
현재 여야 통털어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게 가장 돋보이는 자질은 추진력이다. 지도자의 추진력은 목표를 향해 비가오나 눈이오나 쉬지 않고 달려가는 끈질긴 노력을 의미한다. 추진력은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 등에서 잘 드러났듯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집념과 권력의지를 동반한다. 이후보는 학창시절 공부할때나, 현대건설에서 일할때나 하루 4-5시간 수면을 취하며 앞만 보고 달려가 오늘날의 지도자적 위치에 도달했다. 추진력은 J. Hornaday와 C. Bunker 등 리더십 전문가들이 지도자의 중요한 자질 덕목으로 꼽고 있다. 이후보의 과업지향적 리더십, 대세주도형 리더십, 성과지상주의, 불도저 스타일에 들어있는 자질 제1호는 추진력이다. 그러나 추진력은 목표달성에 집착한 나머지 과정이나 절차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도곡동 땅투기 의혹이나 BBK 등도 추진력의 부산물일 것이다. 그래서 이후보가 비판받고 있는 자질공세의 표적이 도덕성이다. 지도자의 권위는 도덕성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후보가 도덕성 공세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이후보가 자질과 관련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또하나의 과제는 ‘언행의 절제력’이다. 이는 리더십의 덕목 가운데 하나인 성숙성과도 관련성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적잖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막말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듯이, 이후보도 경제리더십의 이니셔티브 선점에도 불구하고, 부시 미국 대통령 방문파동, 감정적 발언 등 언행의 미성숙성 때문에 곤욕을 치를 위험성이 있다. 이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국민들에게 가장 호감을 주는 자질은 안정감이다. 그는 18년동안 청와대에 살면서 권력의 생리를 체득한 덕분에 여성답지 않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경선 룰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원칙준수, 절제된 언어 구사 등은 지도자의 또다른 덕목인 신뢰성을 깊게 심어주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가슴에 쉽게 와닿도록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는 국가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21세기 현대 국가지도자의 중요한 자질로 제시되는 변화지향성도 미흡한 것 같다. 이후보와 박 전 대표의 자질을 비교해 보면, 서로 반대되는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보면, 그의 자질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은 대중친화력이다. 기셀리의 표현에 의하면, 작업집단 친숙도이다. 사람들에게 친밀감과 호감을 주는 친화력은 대중정치인에게 매우 중요한 자질이 아닐 수 없다. 앵커 출신으로서 잘 생긴 얼굴과 세련된 옷차림, 깔끔한 언어는 다른 후보들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자질이다. 친화력 못지 않게 발휘된 자질은 결단력이다. 그는 정계입문 이후 권노갑 2선 후퇴 주장,열린우리당 창당,노대통령과 차별화,대통합신당 창당, 경선 승리 과정에서 고비고비마다 결단을 내려 10월1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후보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그는 두 차례의 대권 도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가슴에 와닿는 비젼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또한 지도자로서 중요한 자질로 꼽히는 신뢰성도 경선과정의 조직동원 논란으로 인해 적잖게 훼손됐다. 앞으로 대국민 신뢰성 회복과 당내 화합력은 그의 최대 자질론적 과제로 다가왔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 손학규후보는 뛰어난 유연성에도 불구하고 치고 나가는 결단력의 부족으로, 이해찬 후보는 뛰어난 업무능력에도 불구하고 포용력 부족 이미지로 인해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경우, 대권을 노리는 정치지도자에게 필요한 권력의지가 보통 강하지 않다. 그가 탈당과 복당을 반복하면서 홀로 견디어내는 독립성도 지도자의 자질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97년 대선때의 독자 출마, 2002년 대선때 이회창 지지 등 정치궤적으로 볼때 그는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잦은 출마와 당적 변경으로 인한 신뢰성 회복문제도 그에겐 무거운 짐이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의 경우 신념과 개혁성은 강하지만 진보정당의 한계를 뛰어넘는 창의성을 어떻게 보여줄지 의문이다. 10월 중순에 출마를 선언한 이수성 전 총리는 마당발이라는 별명답게 계파와 지역성을 초월하는 포용력이 최대 장점이다. 그의 애국심과 국정경험도 좋은 자질로 꼽힌다. 그러나 상황을 냉철하게 돌파해나가는 과단성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문국현 전 유한 킴벌리 사장은 CEO형 지도자 출신답게 직무성취능력과 열정이 눈에 띈다. 그는 나름대로 경제적 비젼을 제시함으로써 후발 주자답지 않게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Ⅲ. 리더십에 대한 이론적 고찰
1. 리더십의 개념분석
바야흐로 리더십의 전성기라고 할 만큼 최근들어 너도나도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리더십의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흔히 말하는 리더십(leadership)이란 지도자와 구성원, 즉 사람과 사람의 인간관계(human relations) 속에서 존재 의의를 갖는다. 그래서 리더십의 개념을 설명할 때 반드시 주목해야 할 것이 사람의 말과 행동을 유발시키는 마음 곧 심리상태이다. 특히 행태론적 접근방식으로 볼때 인간의 심리상태는 리더십의 본질이며,16) 리더십의 개념에는 반드시 심리학적 요소가 포함된다. 리더십의 핵심요소인 ‘목표달성’, ‘영향력’, ‘설득력’은 인간의 마음(심리상태, 무의식)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요컨대, 리더십이란 사람(구성원)의 마음을 움직여 특정목표를 향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영향력 또는 설득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제 리더십의 개념을 간략히 정리해보자.
C. O’Donnell은 ‘공동목표 달성을 향해 따라오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예컨대, 박정희 대통령은 5․16 쿠데타라는 목표를 위해 군인세력을 규합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IMF 사태 극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국민의지를 결집했다. K. Davis와 J.M. Pfiffner는 각각 ‘정해진 목표를 추구하도록 타인을 설득하는 능력’, ‘목표달성을 위해 개인이나 집단을 조정하고 동작시키는 기술’로 보았다. 리더십의 요인과 관련하여 Pigors는 의지․감정․통찰력을 중시하였고, Alford와 Beatley는 자발성을, Sargent는 인간 상호관계를, Allport는 집단 상황변화를 강조했다(유종해, 1982). Neustadt는 ‘설득력’을 리더십의 핵심요소로 보았다.17) 이처럼 리더십의 다양한 개념 속에는 인간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핵심변수로 작용함과 동시에 ⓐ 목표 ⓑ 구성원 ⓒ 영향력의 3대 요소를 갖고 있다.18)
〈표 1-1〉에서 보듯이 리더십에 대한 의미와 해석은 다양하지만, 리더십의 본질적 측면은 대동소이하다. 우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는 공통점이 있고, 개개인의 사고를 중시하는 점에서 프로이드(Freud)의 정신분석학적 측면이 있으며, 개인의 사고유형, 즉 성격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융(Jung)의 분석심리학적 측면이 있다. 또한 인간과 권력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라스웰(Lasswell)의 권력이론과 맞닿아 있다. 리더십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 Freud와 Jung과 Lasswell이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표 1-1〉 리더십의 정의19)
학 자 |
정의 내용 |
Davis |
정해진 목표를 정열적으로 추구하도록 설득하는 능력 |
Pfiffner |
목표달성을 위해 개인이나 집단을 조정하고 동작시키는 기술 |
Hersey & Blanchard |
목표달성을 위해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 행사과정 |
Stogdill
|
특정상황에서 목표달성을 위해 구성원에게 영향을 주는 과정 |
Koontz & O’Donnell
|
한 개인이 공동목표를 위해 구성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이나 기술 |
Tannenbaum, Fleishman
|
구체적 목표달성을 위해 커뮤니케이션과정을 통해 대인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의지) |
Hemphill & coons
|
집단의 활동을 고유한 하나의 목표로 집중시키려는 개인 활동 |
Jenda
|
독특한 형태의 권력관계로서 집단의 한 구성원이 자신의 행동 패턴을 다른 구성원에게 규정할 수 있는 힘 |
Katz & Kahn
|
기계적으로 조직의 일상적 명령을 수행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하는 영향력 |
Peter & Austin |
리더십은 비전이요 우렁찬 응원가며, 열정 |
Amitai & Etzioni
|
한 개인이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으로서 강제력과 구별되는 개념 |
앞서 언급했듯이 리더십에 대한 개념을 분석해 보면, 인간의 내면과 성격, 권력관계가 포함되어 있다. 예컨대, Hersey와 Blanchard는 리더십을 ‘개인과 집단활동에 영향을 행사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고,20) Fleishman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라고 정의했으며, Tannenbaum은 ‘목표달성을 위해 행사되는 대인적 영향력’이라고 규정했는데, 한결같이 Freud의 정신분석학적 요소가 담겨있다. 이는 상대방의 마음을 조정하고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심리학적 요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Koontz와 O’Donnell이 리더십의 의미를 설명할 때 강조한 ‘자발적 노력’이나 ‘기술’은 Jung의 성격유형과 연관성을 지닌다. 사람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노력이나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기술(skill)은 각자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21) 그런가 하면, Jenda가 리더십을 정의하면서 강조한 ‘독특한 권력관계’나 Smidt와 Decottis가 강조한 ‘목표와 일치한다고 여길 때 발생하는 힘’, 그리고 Etzioni가 강조했던 ‘사회적 영향력’은 모두 Lasswell의 권력이론과 일맥 상통한다. 이는 Lasswell이 Freud의 정신분석학을 토대로 삼아 인간 상호관계를 분석해 권력관계를 규명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므로 Freud․Jung․Lasswell의 이론을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리더십의 개념은 ‘서번트 리더십’, ‘배려의 리더십’, ‘팀장 리더십’, ‘여성 리더십’ 등 갖가지 명칭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2.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 분석
1) 역대 대통령 리더십의 주요 특징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유형을 행태론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성장과정-성격-리더십-국정운영스타일간에 밀접한 심리학적 상관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유소년기에 겪은 체험이 성격을 형성하고, 성격은 다시 리더십 형성에 영향을 주고, 이는 국정운영과정에 영향을 줌으로써 성장과정→성격→리더십→국정운영스타일의 단계별 발전모델로 나타난다. 이러한 접근방식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의 리더십을 간략히 분석해보자. 우선 이승만 대통령은 조선왕조의 후손으로 6대 독자(獨子)로 태어난 탓에 자기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하다. 해외에서 30년 넘게 독립운동을 했던 덕분에 국제감각은 있었으나 집권 이후에는 숭미 사대주의적 대외정책을 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로서 국가건설에 이바지하였으나 갈수록 유아독존적인 통치스타일이 강해져 4․19 혁명을 자초하고 말았다. 결국 이승만 리더십은 완고한 가부장적 권위주의형((authoritarianism)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공화국의 혼란기를 틈타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은 어린 시절 극도의 가난을 겪고, 군대에서 일본식 군사문화를 체험하며 빈곤 극복의지와 무인 기질을 몸에 익혔다. 특히 절도와 강인함이 베인 사무라이 정신은 박정희 리더십의 핵심을 이룬다. 박대통령은 군인정신을 국가경영에 활용하여 근대화와 경제건설에 크게 기여하였다. 박정희 리더십은 한마디로 강직한 개발독재자형이라고 할 수 있다. 10․26 시해사건과 12․12 사태라는 국가적 변란을 이용하여 정권을 잡은 전두환 대통령은 전형적인 군 출신답게 공권력을 비롯한 물리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통치권을 행사하였다. 결국 전두환 리더십은 저돌적인 야수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은 노태우 대통령은 초등학교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가세(家勢)가 기울어 친척집에서 눈칫밥을 먹고 자랐기 때문인지, 이눈치 저눈치 살피는 처세술에 통달한 것 같다. 그는 6․29 선언이라는 극적인 민주화조치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나 집권 이후 북방정책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결단성 부족과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일관하였다. 노태우 리더십은 소극적인 대세편승형이라고 할 수 있다. 3당 합당이라는 극적인 방법으로 집권한 김영삼 대통령은 어린 시절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잣집 외아들로 자란 탓에 자신감과 보스기질이 많았다. 그는 매사에 열정적이고 공격적이었으나 영웅주의(heroism)에 집착한 나머지 합리성과 일관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았다(한국정치체계론, 1999). 요컨대, 김영삼 리더십은 물불 안가리는 감성적 투사형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의 영원한 경쟁자인 김대중 대통령은 저항적인 섬 하의도에서 자라나 정치입문 이후 30년 넘도록 군사정권의 이념공세에 시달리다가 천신만고 끝에 이른바 DJP 연대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다. 민주화 투쟁 시절에는 역사의식을 강조했던 그는 그러나 집권 이후에는 실용주의적 국정운영스타일을 발휘하였다. 김대중 리더십은 역사성을 중시하는 개혁적 행정가형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학창시절 극도의 빈곤, 동네 사람들의 박대, 반항적 청소년기를 보낸 탓인지 기득권층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함께 권위 자체를 반대하는 반(反) 권위주의적 성향이 어느 대통령보다 강하다. 노대통령은 또 청년기의 공사판 하류생활로 인한 언어습관과 공격적인 성격이 어울러져 투박한 막말을 끊임없이 쏟아냈고, 임기말에는 언론사 취재제한조치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노대통령은 좋은 나쁘든 이슈의 복판에 서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자기현시성이 유난히 강하다. 이른바 노무현 리더십은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예측불허의 검투사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 7명의 전현직 대통령들의 리더십을 살펴보면, 부드러운 '소프트 리더십‘(soft leadership)은 찾아보기 어렵고 한결같이 딱딱한 하드 리더십(hard leadership)이라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오늘날 21세기 선진사회에서는 투쟁적이고 공격적인 하드리더십보다는 화합적이고 포용하는 소프트 리더십이어야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다.
3. 한국 대통령의 플러스․마이너스 리더십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리더십에는 서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자 행태론적 접근방식을 통해 성장과정과 성격에 포커스를 맞추어 국가지도자의 리더십을 유형화한 것이 플러스리더십과 마이너스 리더십이다. 여기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요점만 제시하자면, 플러스형은 융의 외향형과 라스웰의 선동가형의 특징을 결합한 리더십 유형으로 △활발하고 △말수가 많고 △외부지향적인 동적(動的) 스타일을 의미한다. 반대로 마이너스형은 융의 내향형과 라스웰의 행정가형의 특징이 결합한 리더십 유형으로 △조용하고 △말수가 적고 △내부지향적인 정적(靜的) 스타일을 의미한다. 물론 인간의 리더십 유형을 어느 한쪽으로 단정지을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그 지도자의 리더십 유형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에 의하면, 플러스형 대통령은 한마디로 정신적 에너지(psychic energy)와 신체적 에너지(physical energy)가 동시에 충만한 지도자이다. 이들은 다섯 가지 특징인 외향적 대중연설가, 적극적 승부사, 감성적 명분주의, 낙관적 모험주의, 마이너스형 참모 선호 특징을 나타낸다. 미국의 케네디(Kennedy) 대통령이나 레이건(Reagan) 대통령처럼 항상 밝고 적극적인 플러스형 리더십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대통령은 이승만․전두환․김영삼․노무현 대통령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 상대적으로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정신적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여성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22) 이들은 또 10대와 20대 초반까지 학교생활에 애를 먹었지만, 이후 20대 중반부터 출세가도를 달리게 된다. 마음속 깊숙이 상승욕구에 가득찬 이들 4명의 대통령은 공격적 에너지(aggressive energy)가 강해서 목표를 향해 질풍노도처럼 맹렬히 달려가는 스타일이다.23) 이들은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운동을 좋아해서 매사에 적극적이고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선동가적 기질이 강하다. 이승만․전두환․김영삼․노무현 네 대통령은 성장과정과 시대상황은 저마다 다르지만 본질적인 정신세계의 특징, 즉 성격유형이 비슷해서 국정운영스타일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매사에 정열적이며 화끈하고 친화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나며 개혁성향이 강한 장점이 있다. 반면,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며, 정치성향이 너무 강하고 모험을 즐겨 불안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들의 성장과정과 성격, 리더십행태는 겉으로 달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유사한 점이 많다.24)
우선 플러스형 대통령은 어린 시절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여성적 세계관을 갖고 있다. 6대 독자로 태어난 이승만 대통령은 어머니와 누나와 부인의 과보호 속에 성장하였고, 전두환 대통령은 자식의 운세(運勢)를 위해 앞니 세 개를 뽑을 정도로 억센 어머니의 영향을, 김영삼 대통령 역시 자식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했던 부잣집 여장부 어머니의 영향을 각각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변이 좋고 생활력이 강한 어머니로부터 가난과 멸시의 설움을 보고 들으며 자라났다. 아버지는 내성적인데다 사업실패로 기죽어 지낸 탓에 어머니의 입김이 더욱 거셌다. 플러스형 대통령은 또 마이너스형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문(家門)이 좋거나 가정형편이 여유로운 편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아버지는 쇄락한 왕가(王家)의 후손으로, 전두환 대통령의 아버지는 한의업(韓醫業)으로 보통 수준이었고, 김영삼 대통령은 거제도에서 첫손 꼽히는 부자(富者)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록 빈한한 가정환경이었지만 조선 선조 때 고관대작을 지내다가 쫓겨난 벼슬아치의 후손이라고 한다. 네 지도자의 학창시절을 보면, 처음에 우여곡절을 겪다가 점차 빛을 보게 된다.25) 이승만 대통령은 과거시험에 일곱번이나 낙방했는데도 나중에 미국의 명문대학을 섭렵했고, 전두환 대통령은 육사(陸士) 학업성적이 저조했지만 군대에서는 남보다 앞섰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학창시절 성적이 보통이었지만 서울대를 졸업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등학교만 졸업했지만, 당시로서는 극히 드물게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일약 신분상승하게 된다. 이것은 어린 시절에 학업성적이 탁월했지만 정상적인 학력을 쌓지 못했던 마이너스형 대통령들(박정희, 김대중)과는 대조를 이룬다.
플러스형 대통령은 또 마이너스형 대통령에 비해 신체가 건강하고 활동성이 강한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70세가 넘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청장년 못지 않게 왕성한 대내외 활동을 펼쳤으며, 전두환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은 육사와 고교시절에 프로선수 못지 않은 축구실력을 과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중학교 때는 복싱에 뛰어난 자질을 보였고, 변호사가 된 뒤에는 바다 위를 달리는 요트를 즐길 정도로 활동적인 스포츠를 좋아한다. 아울러 네 사람은 정치성향이 유달리 강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부모로부터 왕손의 옛영광을 되찾도록 가정교육을 받았고, 전두환 대통령은 군대시절부터 북극성회와 하나회와 같은 사조직을 통해 야심을 키워왔으며, 김영삼 대통령은 중학교 때부터 대통령의 꿈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26) 노무현 대통령은 초등학교 때 뛰어난 호소력으로 전교학생회장에 당선되었을 정도로 일찌감치 정치가적 기질이 강했고, 중학교 때는 고시공부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릴 만큼 상승욕구도 강했다. 이러한 유사성으로 인하여 플러스형인 네 지도자는 대체로 외향적 성격에 선동가형과 인간중심형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표 7-1〉 플러스형 대통령의 공통점
대통령 구 분 |
이승만 |
전두환 |
김영삼 |
노무현 |
성장과정 |
․어머니의 과보호 ․과거 7회 낙방 ․미국 명문대학 ․왕손 자긍심 |
․강한 어머니 ․학업성적 저조 ․군대 승승장구 ․선두 욕구 |
․어머니의 편애 ․보통 성적 ․서울대 졸업 ․대권의 꿈 |
․어머니의 한 ․일탈행동 ․판사, 변호사 ․출세욕구 |
성격유형 |
․외향형 ․가부장적 ․설득가형 |
․외향형 ․보스 기질 ․진두지휘자형 |
․외향형 ․독선적 ․웅변가형 |
․외향형 ․반항적 ․개척가형 |
리더십유형 |
․플러스형 ․선동가형 ․인간중심형 |
․플러스형 ․선동가형 ․인간중심형 |
․플러스형 ․선동가형 ․인간중심형 |
․전형적 플러스형 ․선동가형 ․인간중심형 |
※ 성장과정-성격유형-리더십행태가 서로 유사성을 보이며,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침.
한편, 내성적인 성격의 마이너스형 리더십을 지닌 정치지도자는 다섯가지 특징인 내성적 토론주의자, 소극적 협상주의, 이론적 실리주의, 비판적 안정주의자, 플러스형 참모 선호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27) 박정희․노태우․김대중 세 대통령과 같은 마이너스형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대체로 내향적이며 꼼꼼하고 차분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아버지의 영향을 더 받아 남성적 세계관이 강한 편이다. 이들은 어린 시절에 두각을 나타냈지만 학력이나 경력은 취약하고, 가정형편은 어려웠으며, 관료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이너스형 리더십은 안정적이며 체계적이고 신중하며 행정력이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답답하고 우유부단하며 친화력이 부족하고, 개혁을 추구하기에 다소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들 세 사람의 성장과정과 성격유형, 리더십행태는 겉으로 달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유사성이 많다.28)
〈표 7-2〉 마이너스형 대통령의 공통점
대 통 령 구 분 |
박정희 |
노태우 |
김대중 |
성장과정 |
․부친 삶과 유사 ․빈농 ․뛰어난 성적 ․사범학교 입학 ․군관료주의 |
․숙부의 보호 ․편모슬하 ․우수한 성적 ․육사 입학 ․반관반민 |
․지식인 부친 ․외딴섬 농가 ․탁월한 성적 ․상고 졸업 ․전문가 중시 |
성격유형 |
․내향형 ․남성적 세계관 ․과묵, 치밀 |
․내향형 ․남성적 세계관 ․여론수렴형 |
․내향형 ․남성적 세계관 ․꼼꼼, 기획성 |
리더십유형 |
․마이너스형 ․행정가형 ․과업중심형 |
․마이너스형 ․행정가형 ․과업중심형 |
․마이너스형 ․행정가형 ․과업중심형 |
※ 성장과정-성격유형-리더십행태가 서로 유사성을 보이며, 국정운영에 영향을 미침.
우선 마이너스형 대통령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남성적 세계관(male world view)29)이 두드러진다. 박정희 대통령은 돈이 없어서 관직(官職)에 진출하지 못하고 동학(東學)에 가담했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아버지의 인생(人生)과 흡사하고, 노태우 대통령은 7세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작은 아버지 집에서 성장하였으며, 김대중 대통령은 소작쟁의에 앞장섰던 지식인 아버지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이들의 가정형편은 플러스형 대통령과 비교하면 극히 곤궁한 편이다. 박대통령은 6남매의 식솔(食率)이 딸린 빈곤한 농가(農家)에서 자랐고, 노대통령은 가난한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를 했으며, 김대통령은 외딴섬의 소농가에서 성장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우수한 두뇌와 학업성적만큼 학력이 화려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박대통령은 초등학교 때 항상 1, 2등을 다투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이 면제되는 사범학교로 진학하였고, 만주군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할 정도로 우수했지만 군대 진급은 느렸다. 노대통령은 당시 우수한 인재(人材)들이 모였던 경북고등학교에 입학하였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해 육군사관학교로 방향을 돌렸고, 김대통령은 목포상고에 수석 입학할 정도로 수재(秀才)였지만 한국전쟁 와중이어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심리학적으로, 머리가 우수한데도 학력이 취약할 경우 그에 따른 콤플렉스(complex)와 보상심리(compensation)가 보통 사람보다 강하고, 제3의 탈출구를 모색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마이너스형 대통령은 또 플러스형 대통령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동반경이 좁은 운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예컨대, 마이너스형에 해당되는 박정희 대통령은 검도를, 노태우 대통령은 수영을, 김대중 대통령은 맨손체조를 각각 좋아했지만, 플러스형에 속하는 전두환․김영삼 대통령은 운동반경이 넓고 공격적인 축구를 즐겨 대조를 보인다.30) 정치가적 성향보다 행정가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마이너스형의 특성으로 인해 박대통령은 군관료주의, 노대통령은 반관반민(半官半民), 김대통령은 전문가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 사람은 이러한 성장과정상의 특징으로 인해 내향적인 성격과 더불어 행정가형․과업지향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4.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 비교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은 이미 유소년기부터 형성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쉽게 변형할 수 없다. 이들은 국민들의 호감을 얻기위해 일시적으로 리더십의 외형적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노력하지만, 본질적인 내용은 숨길 수 없다. 평소에 말을 많이 하는 웅변가 정치인이 갑자기 말수를 줄이고 조용하게 지내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검증은 곧 그들의 실체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이번 대선에서 올바른 대통령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예비 후보들의 성장과정과 성격, 스타일을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명박 후보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자기현시성이 강한 ‘대세주도형’(event-making)31)
그가 대표적인 정책공약으로 제시한 대운하 공약은 한마디로 ‘이명박 리더십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대운하 사업은 이후보가 청장년기 30여년간의 건설회사 경험 과정에서 체득한 주특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운하에 대한 공방전은 오히려 더많은 사람들에게 대운하사업을 알리는 이른바 ‘대운하 인지도 확산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대운하사업이 쉽게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적은 이유는, △국민들의 경제발전 희구심리 △청계천 성공사례 △결정적 하자의 입증 어려움 때문이다. 또한 대운하를 둘러싼 공방은 자칫 2002년 대선때 ‘노무현=행정수도이전 ’공방의 재판으로 연결되면서 결과적으로 이후보에게 득이 될 수 있다. 다만, 대운하 공방 과정에서의 대응방식이 문제이다. 한나라당 경선에 이어 본선에서 범여권 후보가 공격할 때, 이후보가 흥분한 나머지 과잉 대응하거나 무리수를 두면 치명적인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이명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은 가벼운 언행으로 인한 ‘리더십의 불안정성’이다. 그의 유소년기와 초중고, 대학때까지 장터를 드나든데다, 감성적 기질 탓이 강하기 때문에, 자칫 국민들에게 ‘노무현 리더십의 오버랩 현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X파일이나 대운하 공방 자체보다 거기에 대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앞으로 본선에서 TV토론과 인터뷰 등 외부 노출이 빈번할수록 말실수로 손해보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대중앞에 나설때 각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들의 리더십 또는 정치스타일을 간략히 살펴보자. 먼저 정동영 후보는 개혁적 신사형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시절 유신반대투쟁과 민청학련 사건, 그리고 정풍운동과 함께 깔끔한 외모는 정 후보가 개혁지향적이고 신사적인 정치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한 면모는 특히 여성층에 인기를 모으며 대중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정후보는 또 두차례의 당 의장을 지내면서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인 조직관리능력을 발휘하여 9,10월 당내 경선과정에서 탄탄한 조직동원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의 조직동원력은 ‘구태 정치인’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그의 ‘개혁적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이번 경선에서 패배한 손학규 후보의 리더십은 낭만적 기질과 선비 정신을 갖고 있는 ‘낭만적 지사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지도자는 대체로 친화력과 정의감이 있지만, 정면으로 맞서는 투지가 약하다. 아울러 여야를 초월하여 거부감이 가장 적지만, 열성적인 추종세력이 적고, 위기가 닥치면 회피하거나 우회하려는 경향이 있다. 역시 경선에서 패배한 이해찬 후보는 운동권 출신답지 않게 정책마인드가 뛰어난 ‘정책적 투사형’에 해당된다. 이런 지도자는 국정능력은 높지만 국민적 호감도 확보 측면에서 불리하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의지가 강한 대권지향형으로서 3차례의 대선 출마 덕분에 많은 선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지만, 구(舊)정치인의 이미지를 어떻게 벗을지가 관건이다. ‘경륜 있는 행정가형’에 해당하는 이수성 전 총리는 그의 주특기인 포용력과 풍부한 국정경험을 험난한 대선정국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주목된다. 경륜 있는 행정가형은 안정적 국정운영에 유리하나 변화지향성에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 개혁적 CEO 리더십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아직 낮은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짜 경제론’이 이명박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견주게 될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개혁적 CEO 리더십은 서민중산층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만, 방대한 국정운영과정에서 정치력 발휘여부가 미지수이다.
Ⅳ. 17대 대통령에 요구되는 바람직한 리더십
1. 2007년 대선의 주요 현상
1) 변수의 약화
이번 대선이 과거 대선과 다른 차이점은 정치공작적인 변수의 약화현상이다. 과거 권위주의정권때는 북한 변수나 지역감정과 같은 정치변수들이 대선 막판에 돌출하여 선거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예컨대, 13대 대선의 북한 김현희의 KAL기 폭파사건, 14대 대선의 부산 초원복집 사건의 도청사건, 15대 대선의 DJP 연합과 김대업의 북풍 사건, 16대 대선의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등 대형 변수들이 등장하여 대선 판도를 뒤흔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변수의 위력이 점차 약화되고 대신 국민들의 집단 의지가 부각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흔히 나타났던 돌발상황과 정치공작이 더 이상 효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는 동남아나 중남미의 후진국에서는 민주지도자의 감금, 밀실 협상과 같은 상황변수에 의해 대세가 판가름나는 반면에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대통령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이미지나 국민들의 희망사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이치와 같다. 즉, 이번 대선에서 정치변수가 약화된 것은 선진국형 대선 현상인 셈이다. 대선을 불과 2달 남짓 앞두고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괄목할만한 협상성과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변수의 무력화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변수가 약화된 이유는 △정치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사회구조의 형성 △정치공학적 변수에 대한 학습효과 △대중들의 영향력 확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주요 변수로 예상되는 남북정상회담, 보혁구도, 지역감정,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 제3 후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입김, 의혹제기 등은 과거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명백한 범법사실이 검찰에 의해 구체적으로 입증되고 사법처리될 경우, 변수와는 별개의 문제다. 결국 이번 대선은 변수가 아니라 대중심리가 대선 흐름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므로, 대중심리를제대로 파악하고 부응하는 것이 대선 승리의 관건이다.
2) 카리스마의 부재
이번 대선에서 과거 대선과 비교할 때 두드러지게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카리스마의 부재현상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임기말 대통령이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하지 못하더라도 나름대로 관리자로서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예컨대, 15대 대선때는 김영삼 대통령이 극심한 레임덕 현상에도 불구하고 민주계와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삼아 순조로운 대선을 가능케 만들었다. 당시 김대통령은 아들 현철씨의 구속으로 ‘식물 대통령’이 되다시피 했지만, 오히려 그로인해 대선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나름대로 중립성을 유지함으로써 대선국면의 혼란을 최소화하였다. 제16대 대선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역시 아들들의 문제로 임기말 국정장악력을 상당부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동교동계와 호남을 버팀목으로 삼아 권력의 보루를 지켰다. 김대통령도 레임덕 덕분에 역설적으로 대선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만약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아들문제에도 불구하고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이판사판으로 권력의 칼을 휘두르며 정권재창출 작전에 진력했다면, 권력누수를 줄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언론의 비판과 야당의 반발로 엄청난 혼란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높다. 두 대통령은 레임덕을 숙명적 현실로 받아들임으로써 대선 국면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을 불과 2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는 막바지 상황에서도 언론사의 취재제한조치와 남북정상회담의 후속작업, NNL 발언 등 정치적 파문을 일으키며 대선국면의 중심에 서 있다. 이는 외견상 레임덕의 최소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되어 카리스마 부재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보면,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처럼 카리스마가 너무 강하면 반발심리를 갖지만, 노대통령처럼 너무 카리스마가 너무 없으면 향수를 느끼게 되는 ‘카리스마의 이중성’이 존재한다. 이처럼 카리스마 부재상태에서는 대선 주자들이 난립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언론과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대통령을 거칠게 비판하게 된다. 카리스마 부재는 또 권위의 부재를 불러온다. 즉, 노대통령의 탈권위주의가 너무 심하면 반권위주의가 이뤄지고 이는 반권위와 무권위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국정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대통령이 다시 권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다시 권위주의가 등장하게 되는 이른바 ‘권위주의의 악순환’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17대 대통령은 자의반타의반으로 권위주의적 국정운영을 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3) 리더십의 대결
이번 대선만큼 리더십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이는 역으로 이번 대선에서 대선 주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리더십이 이슈화되고 있는 세가지 이유를 꼽는다면, △상황적 변수보다 개인적 자질이 중요시되는 선진국형 선거상황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 논란에 따른 관심제고 △대선 주자들간의 현격하게 다른 성장과정과 정치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잦은 말실수와 언론사 취제제한조치, NLL 발언 등 노대통령의 리더십이 끊임없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사회 전반에 지도자의 리더십을 논하는 이른바 ‘리더십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다. 더구나 대선 주자들의 리더십이 저마다 독특한 특징을 띠고 있고, 유력 주자들의 리더십이 서로 상반된 유형인 탓에, 과연 어떤 리더십이 국민의 선택을 받게될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대선 지지도 1,2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상호 경쟁과정에서 180도라고 할 정도로 판이한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 리더십 논쟁을 더욱 부추겼다. 이후보 개인만 보더라도 범여권의 주자들과 비교할 때 ‘경제리더십’이라는 탁월한 장점이 돋보이는 반면에, 도곡동 땅투기, BBK 등 도덕적 흠결과 같은 단점도 많아서 국민들의 최종 선택이 주목되고 있다. 사실 2007년 10월 중순 현재 이후보가 지지도 50%대를 달리고, 범여권 주자들의 지지도가 10%를 밑도는 상황에서 대선 결과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리더십의 관점에서 본다면,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이명박 리더십이 과연 완승을 거둘 것인지 대선을 불과 2개월 남겨둔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4) 현직 대통령의 개입극대화
이번 대선의 또다른 특징은 현직 대통령의 적극적인 선거 개입 가능성이다. 노대통령은 때로는 ‘정치인 노무현’으로 때로는 ‘개인 노무현’으로 탈바꿈하며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노대통령이 직접 실명을 거론하며 공격했던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잇따라 중도 하차함에 따라, 대선 개입설을 더욱 확대시켰다. 행태론적 관점에서 보면, 임기말 노대통령의 튀는 언행은 한마디로 ‘마이너리티 콤플렉스+정권재창출 강박감의 산물’이라고 할수 있다. 마이너리티 콤플렉스란 자기는 항상 핍박받는 소수자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피해의식을 의미한다. 노대통령과 참여정부평가포럼은 지금 몸은 주류이면서도 마음은 비주류인 불균형한 심리상태에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계백장군 5천 결사처럼 ‘외로운 구국의 용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배경에는 노대통령이 어릴때부터 평생 비주류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주류(집권 세력)가 된 뒤에도 여전히 ‘비주류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마이너리티 콤플렉스는 △강한 응집력 △자기 존재의의 과시 △전투력 강화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정치공학적 차원에서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노대통령 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은 예외없이 임기말에는 정권재창출 강박감 때문에 극도의 불안·초조·공격성을 나타냈다. 임기말 대통령의 심리상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심리요인들이 많다. 예컨대, 노대통령과 청와대처럼 소송을 빈번하게 제기하는 것은 일종의 편집증(paranoia) 징후를 연상케 한다. 편집증은 △비난에 대한 과민반응 △복수심 △과도한 독립성 등으로 표출되는데, 최근 노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표출하고 있는 행동을 보면, 이러한 편집증적 징후들이 적잖게 노출되고 있다. 노대통령의 이러한 심리현상은 이번 대선국면에 대한 적극적 개입의지와 함께 퇴임 이후의 미래, 즉 18대 총선을 포함한 차기 정부에서의 정치세력화 및 영향력 행사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 새로운 대통령의 자질과 리더십
1) 새로운 대통령의 바람직한 자질
이제 2007년 12월에 선출될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바람직한 자질은 무엇일까. 첫째, 비전 제시능력이다. 비전은 곧 희망이다. 따라서 비전을 강조하는 ‘비전 리더십’(visionary leadership)은 구성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며, 구체적인 희망을 주는 리더십이다.32) 희망은 비전인 동시에 자신감이며 활력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33) 국민들 사이에서는 도무지 희망이 없다며,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전은 추상적이고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代案)이어야 한다. 지도자의 비전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때 ‘비전의 공유현상’이 발생한다. 지도자와 국민간에 비전이 공유할 때 엄청난 국민적 에너지가 발산될 것이다.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을 전개할 때, 김대중 대통령이 IMF 경제위기를 극복할 때, 비전 공유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를 함께 체험한 바 있다.
두번째로 포용력이다. 오늘날 복잡다기한 다원화사회에서는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그르다는 이분법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지도자의 리더십도 선동가형과 행정가형, 과업지향적 리더십과 인간중심적 리더십 가운데 어느 유형이 더 바람직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양쪽의 견해를 두루 수용하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이는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는 화합의 리더십을 형성하는 주된 요소이기도 하다. 34) 특히 우리나라처럼 지역갈등과 세대대립, 정파충돌이 심한 상황에서는 너그러운 포용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세번째로 요구되는 자질은 변화지향성(change-oriented)이라고 본다. 오늘날 모든 것이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에 과거에 연연하여 머뭇거리면 국제사회에서 낙오되기 쉽다. 국가지도자는 국가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추구하는 ‘변화의 달인’(change master)이 되어야 하고,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활력이 넘치는 열정이 필요하다. 다만, 변화는 지도자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일방적, 감정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 속에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들은 독선적이고 정치지향적인 변화에 지쳐있는 만큼 비정치적인 분야의 변화 즉 경제지향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변화지향적 자질은 변화의 리더십과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국가지도자의 역동적인 변화지향적 자질은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35) 얼핏 포용력과 변화지향성은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성공적인 리더십을 위해 반드시 함께 가야 할 동반관계이다. 모름지기 국가지도자는 국정운영의 마부(馬夫)가 되어 비전이라는 명마(名馬)를 앞세우고 포용력과 변화지향성이라는 두 수레바퀴로 내달려야 한다.
끝으로 덧붙이자면, 제17대 대통령이 각별히 유의하고 또 반드시 구비해야 할 자질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곧 리더십의 기술이라고 할때, 지도자의 의사소통능력은 중요한 자질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프레드 그린슈타인(F. Greenstein)은 미국 대통령이 지녀야 할 중요한 6가지 자질로 △대중과의 의사소통 △조직능력 △정치력 △통찰력 △인식능력 △감성능력을 제시함으로써 지도자와 국민간에 이뤄지는 대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화법(話法)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과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막말 신드롬’이 퍼져 있는 것 같다. 특히 연령과 학식은 높은데 유치한 언어를 사용하는 ‘소아성 언어’와 상대방에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투로 말하는 ‘지시적 언어’가 판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0월8일 언론인터뷰에서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막판에 언론에 타살당했다. 나는 송장이 안되고 떳떳이 걸어나가겠다”는 고백은 듣기 민망하다. 거기다 ‘기자실 대못질’이라는 표현도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노대통령의 NLL 발언은 파문과 논란을 극대화하여 다중의 정상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언어적 최면술’36)
2) 새로운 대통령의 바람직한 리더십
대통령 선거는 단순히 국정책임자를 선출하는 절차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패러다임(paradigm)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시대적․역사적 전환점이다. 따라서 국민들은 지방선거나 총선 때와는 또 다른 각오와 논리로 다음 지도자를 선택하게 된다.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현재의 지도자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다음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요건이 무엇인지 정교한 분석과 대안적 사고작용이 일어나고, 그것이 표(票)로 연결된다.37) 다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자신의 사고체계와 투표행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심지어 인식조차 못한다. 이유는 모든 것이 무의식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Freud가 제시한 무의식의 작용은 연령과 지역성, 지위고하(地位高下)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거의 균등하게 작용하고 있다. 즉, 무의식현상은 청년이든 노인이든, 영호남(嶺湖南) 출신 여부, 직책의 높낮이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J. Barber(1980)가 박동이론(purse theory)을 통해 강조했듯이, 유권자들의 대중심리에는 일정한 흐름이 있다. Barber는 20세기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대중들의 심리가 12년 주기로 갈등(conflict․모험심)→양심(conscience․헌법정신)→화해(conciliation․평화갈망)의 차례대로 계속 되풀이된다면서, 그 때마다 대중심리에 부합되는 대통령리더십유형이 있다고 주장했다.38) 이러한 대중심리의 순환현상은 2007년 12월 대한민국의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마음속에 담고있는 대중심리는 무엇인가. 즉, 국민들이 내심 바라는 새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을 지녀야 하는가.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60여년동안 그래왔듯이, Freud의 무의식적 거부감과 Jung의 내향형과 외향형의 상호작용, 그리고 Lasswell의 지도자의 차별화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새로운 대통령을 탄생시킬 것이다. 우선 Freud의 정신분석학에 의하면,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노무현)에 대해 공과(功過) 여부와 상관없이 무의식적인 거부감을 갖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남겼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현직 대통령에게 싫증을 느끼면서 새로운 지도자를 원하는 것이 불변의 대중심리이다. 대중은 현 집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히스테리(hysteria)와 불안증(anxiety), 우울증(depression)과 같은 신경증세(거부반응)를 느끼며 차기 지도자군(群) 중에서 희망과 즐거움을 가져다줄 새로운 지도자상(像)을 모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향적인 유권자는 외향적 지도자를 선호하고, 외향적인 유권자는 내향적 지도자를 선호하는 ‘반대유형의 선호현상’, 즉 Jung의 분석심리학에 의한 내향형과 외향형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인간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여성적인 요소(anima)와 남성적인 요소(animus)가 작용하는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현상 때문이며, Barber의 주장처럼 대중심리에 일정한 주기(週期)가 있다는 것은 중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39)
아울러 Lasswell의 권력이론에 따르면, 대선 주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교우위와 참신성을 과시하여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주로 언론을 통해 현직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책과 인사스타일을 정면으로 비판할 것이다. Lssswell의 표현을 빌리자면, 권력욕에 사로잡힌 정치엘리트들이 자신의 사적 동기(대통령 당선)를 공적 목표(국가발전)로 전위(displacement)하기 위하여 현직 대통령을 공격함으로써 대중 앞에 구세주(savior)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이러한 행태는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권력의 속성이다. 결론적으로 국민들은 공과(功過)와 무관하게 현직 대통령에게 무의식적 거부감을 갖고, 반대되는 유형을 선호하며, 동시에 대선 주자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현직 대통령의 리더십과 반대되는 유형의 지도자를 바라는 기대심리는 더욱 커진다. 이러한 대중심리를 간파하고 거기에 좀더 부합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차기 대통령 도전자의 몫이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다수의 국민들이 마음속깊이 원하는 새로운 대통령에 요구되는 바람직한 리더십의 특징은 다음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경제 리더십이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차기 정부의 제1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설정하고 있듯이, 어려운 국가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후보를 무의식중에 갈구할 것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나치게 정치지향적인데다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악화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대통령은 비(非)정치적이며,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대선 주자들이 단기간에 국민의 환심을 사기위해서는 경제 지도자의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가시적인 경제발전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경제리더십에서 ‘경제’란 정치의 대칭개념으로 ‘정책’이나 ‘행정’과 상통하므로 경제지도자는 곧 정책관리자형 또는 행정가형과 유사성이 있다.
둘째, 안정적 리더십이다.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불안정성에 대해 강한 반감을 품고 있기 때문에, 든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상을 원한다. 국민들은 감정적이고 즉흥적이며 공격적인 리더십의 지도자보다는 차분하고 계획적이며 편안한 리더십의 지도자를 은연중에 원하고 있다. 따라서 대선 주자들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안정적 지도자의 이미지를 극대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절제된 언행과 의연한 모습이 중요하다.
셋째, 통합형 리더십이다. 국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화합적이고 온건한 지도자를 바란다. 노대통령와 참여정부가 워낙 대립적이고 이분법적 전략을 구사한 탓에 국민들은 포용력 있는 지도자를 원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조차 10월 언론인터뷰에서 “다음 대통령은 부드러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대한민국에 오랫동안 거칠고 딱딱한 리더십이 판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대선 주자들은 대중심리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을 치우치지 않는 온건 중도형 이미지를 극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Ⅴ. 결론
이제 불과 두달 후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한다. 그 새로운 대통령의 자질과 리더십에 따라서 향후 5년간 국민들의 삶 나아가 국가장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1960년 민주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제 우리는 국가의 웅비냐, 쇄락이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듯이, 지금 우리나라도 비약적인 전진이냐, 정체냐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새롭게 선출될 대통령에게 몇가지 제언을 하면서 결론을 맺고자 한다. 첫째, 국민과 비젼을 공유하라. 국가 지도자는 추상적인 비전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국민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비전 공유'(sharing in vision)에 진력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민간에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국민들에게 희망이 솟고, 활력이 생겨날 것이다. 둘째, 진정한 의미의 리더십을 발휘하라. 흔히 리더십을 언급하지만, 실제로는 헤드십인 경우가 많다. 진정한 리더십은 지도자와 국민들간에 정서적 공감과 공유, 소통이 이루어져 참여민주주의가 구현되는 반면에, 사이비 리더십은 헤드십으로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혀 국민들의 참여를 배제한다. 노무현 정부는 참여정부를 표방하였지만, 노대통령 스스로 시인했듯이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사 취재제한조치에서 나타나듯이 아집과 독선적 요소들이 적지않다. 요즘 대선 주자들은 정책제시를 통해 국민들의 감화를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정치적 흥행성 제고를 위해 능변 위주의 대중전략을 전개하고 있으며,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적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정권을 잡으면 머잖아 국민들에게 등돌림을 당하게 된다는 점을 지금부터 명심해야 한다. 셋째, 인간적 향기를 풍겨라. 거칠고 공격적인 권력자에게 식상한 국민들은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뉴턴의 만류인력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는,향기로운 지도자를 원한다. 넷째, 순교자적 정신을 가져라. 새로운 대통령은 권력을 향유하는 정치적 인간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해 개인적 욕심을 버리는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모름지기 백성들로부터 신망을 받는 지도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사심, 권력욕,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며 희생정신을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했다. 다섯째, 경영자적 자세를 가져라. 새로운 대통령은 국가라는 거대한 기업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품격 높은 경영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추어 미래지향적인 경제발전프로젝트에 매진해야 한다. 여섯째, 다치적(多峙的) 사고를 지녀라. 지금 우리사회에는 이치적(二峙的) 사고가 판치고 있다. 이치적 사고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은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논리로 무장한 ‘닫힌 마음’인 반면에, 다치적 사고란 다양성과 차별성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 일곱번째로 여유로움의 미덕을 보여라. 새 대통령은 뜨거운 열정을 발산하되, 포근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국민들에게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이나 레이건 대통령처럼 종종 감미로운 언어와 재치있는 유머로 국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대통령을 보게 될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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