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계획할 때가 가장 행복한 나는 사실 이번 싱가폴 여행도 거의 5월부터 정보수집을 했다. 생각만큼 많이 매달리진 못했지만 상반기 내내 계획에 부풀어 있었다. 여태껏 우리가족의 여행은 모두 자유여행이었는데, 가이드 역할은 늘 내가 맡아 앞장 서고, 여행계획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는 남편과 아들은 내가 하자는 대로 하고 난 뒤 냉정한 평가를 맡는다.--;
<아침 9시 반, 새소리>
생각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베란다에 나갔는데, 아침부터 습하고 더운기운이 훅하고 끼쳤다. 아직도 쌔근대고 자고 있는 아들을 냅두고,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호텔 안 가득히 새소리가 울려퍼져서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마리나만다린은 호텔 내부가 특이하게도 4층 프론트데스크 앞 로비라운지에 서면 전체 객실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5층에 새장이 여러 개 매달려 있고 거기에서 새들이 아침을 깨우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퍼졌다.
호텔의 조식부페는 메뉴가짓 수도 많은 편이었고, 크로와상과 오렌지 주스와 딤섬이 특히 맛있었다.
<니안시티에서- 코카와 키노쿠니야>
마리나만다린호텔에서 육교를 건너면 바로 선텍시티인데, 비지터 센터를 가려고 나섰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찾을 수 없었다. 물어보니, 문을 닫았단다. 비지터센터를 가려면 오차드로드로 가라고.. 할 수 없이 간 김에 덕투어 예약을 하고 왔다. 당일 것은 모두 예약이 되어 있어서 이틀 뒤 오전으로 예약했다. 아들은 오리그림과 수륙양용차를 보더니 굉장이 들떠했다.
택시를 타고 니안시티에 내렸는데, 다카시마야백화점의 코카 <스팀보트>가 맛있다고 여행기마다 있던 게 생각이 나서 일단 들어갔다. 스팀보트 부페를 먹었는데, 일단 육식을 좋아하는 아들과 남편 덕에 실컷 새우, 돼지고기 완자 등등을 넣어 먹기는 했는데, 먹고난 뒤, 남편의 평가는 그다지 열광할 만큼은 아니란 거였다. 사실 나도 좀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
----->나만의 여행팁: 앞으로 여행계획할 땐, 목적이 식도락여행이 아닌바에야 너무 식당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개인적 취향이 많이 다를 뿐더러, 그냥 필이 꽂히는 식당에서도 얼마든지 만족스런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시푸드의 <점보식당>은 대만족이었으나, 그 밖에는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에게는 찾기도 어려웠을 뿐더러(게다가 수첩을 놓고와서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는--;)때로는 음식점때문에 '지금,여기'라는 소중한 순간의 느낌을 만끽하기 힘들었다.
다음은 키노쿠니야.
책들이 무척 깔끔하게 진열되어있었고, 나중에 <보더스>에 간 후에야 비교가 되었지만, 더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아동 서적코너도 대부분 비닐 포장이 되어있어서 구매자를 위한 배려가 조금 아쉬웠다. 매장 규모가 동남아시아 최대라는데, 일방통행식으로 진열되어서 인지 좁은 느낌이 들었다.
아들이 슈렉과 스파이더맨 책을 발견한 뒤 제맘대로 다녀서, 남편은 사전을 하나 사고, 서점 내에 있는 <커피클럽>에 들어갔다. 이 집 커피 넘 맛있다. 대접만한 흰 커피잔과 풍부한 거품의 카푸치노.. 이후 정말 발에 채일정도로 많았던 <커피빈>에 종종 들어가 커피를 마시면서 쉬었지만, 첫날 키노쿠니야 <커피클럽>의 카푸치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깔끔한 베이지 톤의 분위기와 비오는 창밖. 싱가폴에 다시 온다면 또 들르고 싶은 곳이다.
<비지터센터,파이스트플라자와 맥도널드>
공부한 보람이 있어서, 오차드의 비지터 센터를 방문해서 칠리크랩 쿠폰을 두 장 받았다. 각 여행지의 팜플렛도 많이 챙겨두며 참 뿌듯했다.
갑자기 파이스트플라자에 중고책 서점이 있다는 게 생각이 나서, 그 무더운 거리를 애를 끌고 걸어걸어 도착했다. 덥고 힘들어서 짜증내는 아들과 남편을 kfc에 앉혀놓고, 중고서점을 갔는데, 딱 들어간 순간 후회했다. --;
가격도 많이 싸지도 않거니와, 책을 그냥 무더기로 쌓아놓았다. 상태도 그리 좋은 편도 아니고.. 내 사전 정보도 미흡했고, 역시 책은 제 값주고 보는 게 나은 건데..라는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고 일찍 나왔다. 그래도 그냥 나오기는 아까워서 소설책 두 권과 <땡땡의 모험>합본판을 샀다. 전에 일본 갔을 때 <북오프>에서 몇 시간씩 틀어박혀 있던 것을 아는 터라, 이십 여 분만에 돌아온 나를 보고 남편은 놀라워했다.--;
이제 오후 세 시가 넘은 시간.. 오늘의 본격적인 일정, 동물원으로 향했다.
<동물원, 나이트 사파리>
mrt역에 내리자, 원빈과 장동건의 포스터가 확 들어왔다. <brotherhood>-태극기휘날리며, 의 영어제목인가 보다. 낯익기도하고 낯설기도 한 포스터 앞에서 사진 한 장 찍고, 동물원에 갔다.
좀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인지 한산했다. 매표소에서 보니, <parkhopper>라고 주롱새공원, 나이트사파리, 동물원을 한꺼번에 묶어 파는데, 할인해서 일인당 30불이라고 해서 그걸로 끊기로 했다. 어차피 담날 주롱새공원도 갈 예정이었으니까.
----> 나만의 여행팁: 나중에 세 군데를 모두 돌아본 결론은, 한 군데만 가보면 된다는 거다. 괜히 아들땜에 교육용이랍시고 세 군데를 모두 간건 또 한 번의 삽질이었다. 어차피 그 많은 동물을 한꺼번에 찬찬히 본다는 건 무리고, 그런 건 날씨 선선한 가을쯤, 서울의 공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것을...덥고 힘든데 아이 데리고 욕심부리다 시간과 체력을 허비한 듯 싶다. 사실 우리 가족 취향 상 이 세 군데를 모조리 가지 않았더라도 별로 아쉬울 것도 없었을텐데...글고 어른들끼리 여행하신다면 굳이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동물원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더라구요.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표를 끊었고, 게다가 트램도 안타고 걸어서 동물원을 돌았다. 자꾸 지도랑 맞지를 않아서(나중에 보니 나이트 사파리 지도를 보면서 걷고 있었다)에라, 모르겠다, 그냥 내키는 대로 동물이나 구경하자.. 식으로 다녔다.
사실 너무 많은 동물을 한꺼번에 봐서인지, 동물에 대해서 평상시에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뭐가뭔지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수영을 하던 북극곰과(콜라선전에 나오는) 해리포터의 부엉이와 니모와 도리가 기억에 남는다. 동물원은 6시에 문을 닫는데, 6시가 가까워오는데도 정문이 안보여서 다 큰 아들을 업고서(갑자기 두 남자가 너무 비극적으로 행동하니까, 내가 힘이 솟았다.) ...걸었다.
동물원을 나와서 매표소 앞 의자에 망연자실 앉아있다가, 모두들 힘들어서 멍하니.. 나이트 사파리 입구를 보고 힘을 내어 다시 사진도 찍으면서 들어갔다. 이번에는 트램만 타고 돌리라..각오하고서!
어둑해질 시간이었는데, 나이트사파리 안에 부페가 보였다. 촛불도 켜있고 분위기도 정글 분위기여서 들어갔는데, 영~~맛이 없었다. 음식의 가짓수도 언뜻 많아보였는데, 알고 보니, 같은 메뉴를 여섯개씩 배열해 둔 뿐이었다. 아무튼 아들이 좋아하는 고기종류가 많아서 다행이었다.
나이트 사파리는 트램을 타고 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첫번째, 두번째 정거장에서 우루루 내렸지만, 우린 한번도 내리지 않고, 한바퀴 돌고서 미련없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궁금한 점..
남편과 내가 둘다 의심스러워 하는 부분인데.. 동물원과 나이트 사파리는 과연 서로 다른 곳일까??
같은 동물원을 두고서 낮에는 <싱가폴 주>, 밤에는 <나이트 사파리>라고 하는 건 아닐까. 그러니까 사파리의 개장시간이 동물원이 문을 닫는 저녁 6시 이후 7시반이지... ,쓸데없이 호랑이, 사자 우리를 지척에 두고 두 개씩이나 만들겠어?? 등등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누구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세요!!^^;
암튼 택시타고 정신없이 호텔로 돌아와 다리와 발바닥에 부기가 빠진다는 허브크림을 잔뜩 바르고 잠이 들었다.
첫댓글 비지터센터에서 칠리크랩 쿠폰 받으려면 뭐가 필요한가요? 또 오차드 어디쯤에 있는지요....
오차드로드 지도 보시면 오차드로드와 cairnhill road가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파라곤에서 HEEREN쇼핑몰 쪽으로 걸어가면 금방 보이거든요. 단층짜리 건물인데, 바로 앞에 칠리크랩 현수막이 붙어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쿠폰은 여권만 있으면 성인 인원수만큼 주더라구요. 7월까지 행사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방금 받아온 행사문을 보니, 12세 이상 관광객이면 쿠폰을 준다고 되어있네요.
아~ 아쉽네요. 전 8월에 가는데... 자세한 답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