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야간항해기
2009년 12월 12일토요일 오전 평상시 일과를 끝내고 그 전날밤에 동양호 김선장과 야간 항해약속이 있어 오천항으로 향했다. 12월 중순에 접어들고 날씨도 추워 겨울 요트항해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그 날은 날씨도 포근하고 구름한점 없는 항해에 좋은 날이었다
목적지는 외연도로 정하고 요트는 43피트 프랑스 베네토오셔니스 요트로서 자동항법 장비와 해양네비게이트가 기본으로 갖추어져있고 선실은 화장실 두곳 요리할수있는 싱크대도 아파트의 것처럼 잘 갖추어져 있는 바다에 떠있는 별장같았다
금년 여름에 나의 요트(야마하 25피트)로 외연도를 혼자서 갔다온 적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지만 야간항해는 초행길이다
오후 2시에 오천항 건너편 요트빌리지가 있는 천북항에서 김선장과 만나기로 하고 갔는데 벌써 김선장은 다른분 보트를 타고 해안에서 약 150m 떨어진 바다에 계류중인 요트에 건너가 있었다. 원래는 김선장과 나는 나의 작은 보트를 타고 요트로 건너가기를 했었다.
그래서 차 뒤쪽에 실려있는 보트를 내려서 바람을 넣고 조립하에 혼자 건너갈려고 했는데 김선장과 다른분이 요트를 직접몰고 내가 있는 천북항쪽으로 오더니 그분을 천북항에 내리면서 그분 보트를 요트에 메달고 그분 부인과 모두 네명이서 항해한다고 했다
그분이 내리시고 함께 그분 보트를 타고 건너갈려고 생각했는데 요트빌리지 앞에서 요트에 갖고 갈 음식을 준비하느냐고 시간이 걸려 그냥 혼자 요트에 건너갔다. 나중에 알았지만 60대초반의 부부는 20인승 버스를 개조한 켐핑카를 타고 전국의 멋지고 조용한 해변을 고무보트를 버스위에 싣고 찾아 다니면서 숙식을 켐핑카에서 해결하고 낙씨도 하면서 노후를 즐기는 멋있는 노부부였다.
요트에 도착하자마자 그 노부부도 켐핑카에서 준비한 음식을 가지고 도착하여 오천출장소에 출항신고를 하고 출항하자 오후 3시 45분정도 되었다 출항하면서 바람이 북풍으로 불어와 집세일(메인세일 앞의 세일)을 풀고 가다가 발전소앞을 지나갈 무렵 나의 제안으로 메인세일을 펼치기로 하고 메인세일을 올렸다. 요트가 커서 그런지 웬만한 파도에도 크게 요동치지 않고 안전하게 물을 잘가르며 물위를 미끄러지듯 잘 나갔지만 뒤에 메달아둔 보트를 보면서 배가 힘차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그만큼 요트가 크지만 물 저항이 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는 반면 작은 보트는 물저항이 심해 끌려오는 보트가 마치 선외기 엔진으로 전진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삽시도 앞을 지나자 짧은 겨울해가 서서히 지더니 어둠이 깔리자 멀리 대천해수욕장 불빛이 요란스럽게 멀리서 보이고 삽시도 마을에도 주택들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저 멀리 바다에서도 고기잡은 어선들의 불빛도 보이기 시작했다. 항로는 녹도와 그앞에있는 무인도 사이를 통과하기로 하고 김선장은 선실에서 GPS를 보고 저는 콕핏(조정실)에서 핸들을 잡고 멀리 보이는 녹도를 목표로 항해하였다.
짧은 겨울해가 떨어지고 곧이어 어둠이 깔리고 바람도 더 세차게 불어서인지 더 추운것 같았다
같은 기온이지만 육지에서보다 바다에서 체감온도가 훨씬 낮은것 같다 왜냐면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이다.
다행히 그 요트에 콕핏은 도져(Dogger:철조뼈대와 자외선에 강한 두꺼운 천으로 강한 비바람이나 파도, 뜨거운 태양빛으로 조정석을 보호되도록 만들어진 구조)와 비미니탑(도져에 비해 약한 알루미늄파이프위에 천을 덮어 햇빛을 가리는 구조)이 설치되어 추운 겨울 바람을 막아주었다
녹도에 접근하자 왼쪽으로 무인도가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밤이라 그런지 항해하는 요트에서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전에 이 지역을 외연도에서 혼자서 통과할 때 해도상에 수심이 낮은것이 기억나서 김선장과 저는 조심스럽게 항해하면서 끊임없이 GPS를 김선장이 보면서 우현 혹은 좌현으로 뱃머리를 돌리라고 지시하는 되로 핸들을 조절하면서 나아갔다.
그런데 조류가 심한지 요트가 좀처럼 앞으로 시원스럽게 나아갈질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김선장이 갑자기 엔진의 속도를 줄이라고 해서 속도를 줄인후 몇초후 다시 엔진기어를 중립으로 하라고 한후 중립으로 하자마자 요트가 갑자기 “쿵”거리며 선체가 움직이고 바로 옆에 조류에 의해 하얀 물거품을 내고 있는 암초가 보였다.
이때 김선장이 콧핀으로 올라오더니 핸들을 잡고 최대 PPM으로 후진하려 했지만 좀처럼 후진되지 않고 선채가 심하게 좌우로 요동치고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김 선장은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선실로 물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라고 하자 선실로 내려갔더니 다행히 물은 들어오는것 같지 않았다
가까스로 암초지역을 빠져나오면서 다시 오천항으로 돌아가자고 김선장이 말해 나도 상당히 긴장이 되어 대답도 못하고 있으면서 암초지역에서 계속 후진으로 빠져나오자 안도감이 생겼다.
다시 선실로 내려가 선체바닥이 파손되어 조그만한 구멍이라도 생겨 물이 새어 들어오는지 확인했지만 침수되는 물은 보이지 않았다. 오천항으로 돌아갈려고 했지만 돌아가는 길은 밤이라 보이지 않는 떠있는 부표도 많고 거리도 만만치 않아 외연도로 다시 향하기로 하고 녹도앞 무인도 외각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침판을 거의 180°,즉 정남향으로 맞추고 남하하다가 안전하게 무인도를 벗어나자 거의 270°로 다시 나침반을 고정하여 정서쪽으로 자동합법장치를 고정해 놓고 이제부터는 섬도 없고 부표도 거의 없는 넓은 바다로 나아가면서 얼마전의 기억하기 조차 싫은 공포감에서 서서히 벗어나자 기분이 좋아져 좀 살 것 같았다
그렇게 2시간이상 질흙같은 어두운 밤에 멀리서 고기잡은 어선들의 불빛이 보이지만 휘황찬란한 대천해수욕장의 네온사인 불빛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전혀 보이지 않고 육지쪽으로 약간 훤한 빛깔의 하늘만 보였다
외연도에 접근하자 외연도 앞에 위치한 무인도의 등대 불빛이 보이고 그뒤에 외연도항 입구에 있는 두 개의 등대불빛이 몇초 간격으로 깜빡거리는것이 보였다
외연도 무인도 등대에 접근할 때 김선장은 이 무인도가 외연도로 착각하여 항로를 지시하여 계속 항해가다가 내가 아니라고 하자 다시 GPS을 확인하더니 가까이 암초가 있다고 하면서 곧바로 후진하라고 해서 안전하게 후진하여 암초로부터 안전하게 떨어지자 나침반을 거의0° 즉 정북을 가르키도록 뱃머리를 돌려 계속 북진하다가 외연도 본섬이 어둠속에서 어렴풋이 좌측에 보이자 다시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려 본섬과 무인도 사이로 들어갈려고 했다.
밤이라 그런지 멀리 떨어져 있는 섬들도 가까이 있는 큰 암초처럼 보여 전혀 거리를 측정하기 어려워 거리감이 없었다
서서히 섬과 무인도 사이를 접근해 들어갈 때 수심이 7~8m정도 되자 김선장은 이곳 수심이 이렇게 낮지 않다면서 우리가 잘못하여 엉뚱한 곳으로 가지않느냐고 나에게 다그쳤지만 제대로 들어간다고 하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항입구의 두 개의 등대불빛이 우현전방에서 번갈아 가며 깜빡이면서 우리를 환영한듯 보였다.
이때 저멀리 어청도쪽에서 우리를 향해 대낮처럼 밤은 서치라이트 불빛이 저희에게 약5초 정도 비추더니 이내 꺼져버렸다. 김선장에 의하면 해경이 계속 저희들을 뒷따라 오다가 외연도항 입구를 서치라이트로 비춰준 것이라고 하였다.
항입구로 들어가기전에 재빨리 메인세일과 집세일을 내리고 엔진만으로 서서히 항내로 들어가 방파제 옆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여 잔잔하고 조용한 방파제벽에 계류하여 공포에 질리고 긴장도 많이한 6시간의 긴 항해는 이렇게 끝이 났다.
첫댓글 아호~~~ 숨도 못쉬고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