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여명카메라박물관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여명카메라박물관은 작지만 역사적으로 희귀한 카메라를 알차게 전시한 곳이다. 오랜 세월 간직한 물건들의 분위기는 무척 닮았다.
한옥과 옛날 카메라가 생소한 듯 어울리는 까닭이다. 아파트와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한옥과 카메라의 역사 속에 또 한 장 추억을 담아보자.
왕족이 사용한 레드 카메라
한옥마을에 들어선 여명카메라박물관
2009년부터 운영한 여명카메라박물관은 2015년 초, 사시사철 여행자로 북적이는 전주한옥마을 골목에 새롭게 터를 잡았다.
이곳은 카메라 전문 박물관으로, 사진 기술 초기 장치부터 지금까지 카메라와 희귀성 높은 카메라 500여 종을 소장·전시한다.
박물관 정원을 지나 건물로 들어서면 입구 옆에 카페가 마련되었다. 이곳에 박물관 영상이 상영되는데, 관람 전 영상을 보면 카메라 종류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관람 전 시청하면 좋은 박물관 영상
관람은 빛을 활용한 광학 기술 장치인 옵스큐라 체험으로 시작한다. 옵스큐라는 '작은 방'이란 뜻으로, 어두운 곳에 있는 작은 구멍을 통해 외부 풍경이 투과되어 벽면에 상이 거꾸로 맺히는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 장치다.
옵스큐라는 카메라의 원형이 되기도 했지만, 그림 그리기에 먼저 활용되었다. 박물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옵스큐라 역시 직접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옵스큐라 상자 앞에 자기 사진을 놓으면 구멍을 통해 상자 위 유리판에 상이 맺힌다. 그 상을 유리판에 투명한 종이를 대고 베끼면 된다. 단순해 보이는 체험이지만 사진 기술의 시작점을 경험해볼 수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카메라 90%는 작동 가능하다.
박물관은 네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국내 최초 제작 동남사 카메라를 비롯한 초창기 카메라, 두 번째는 전 세계 카메라와 1900년대 LP판과 축음기, 세 번째는 카메라 발전을 이끈 현대까지 카메라들이 전시된다. 마지막 네 번째 구역은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춘화도 테마전으로 꾸며졌다.
첫 번째 구역에서 볼 수 있는 동남사 카메라는 렌즈를 제외한 몸체 부분을 처음 국내 기술로 만든 카메라다. 한국식 문양이 새겨진 경첩 부분이 한국 카메라의 특징이다.
카메라 뒤편에 걸린 옛 사진이 당시 신기술이던 사진을 대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표정을 보여준다. 그 옆에 세워진 망원경처럼 생긴 금빛 원형 카메라는 전 세계에 남은 12대 중 하나로, 1842년에 처음 생산된 금속 카메라다.
동남사 카메라와 당시 촬영된 사진들
[왼쪽/오른쪽]1만 장이 넘는 LP판. 전시대 곳곳에 카메라가 여럿이다.
일명 '스파이 카메라'로 불리는 초소형 카메라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의 카메라, 1만 장이 넘는 LP판과 축음기가 있는 곳을 지나면 세 번째 구역으로 이어진다. 이곳에는 좀더 익숙한 카메라가 많다.
영국 왕실에서 사용한 카메라, 필름 제조사 코닥의 필름과 카메라, '카메라의 귀족'이라 불리는 라이카 시리즈, 파노라마와 3D 카메라, 영화에 등장한 카메라, '스파이 카메라'로 불리는 초소형 카메라, 장난감 같은 토이카메라 등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카메라를 볼 수 있다.
이곳에 전시된 카메라는 모두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려면 필름이 필요하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처럼 파일로 사진을 찍고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필름을 넣고 찍는다.
박물관에 소장된 카메라 90%는 사용 가능한 상태로 관리된다. 관람 소요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는 공간이지만, 전시를 보고 나면 카메라에 관한 핵심 정리를 마친 셈이다.
[왼쪽/오른쪽]만들기 체험을 즐기는 사람들
/ 옛날 사진 그림이 인쇄된 종이 카메라 키트 만들고 찍고 간직하기
전시를 관람한 뒤 카메라와 사진 관련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다. 자기 스마트폰이나 카메라에 담긴 사진을 일반 용지나 한지에 인화할 수 있다. 카메라 그림이 인쇄된 도화지를 접어 만드는 카메라 저금통, 옵스큐라 기능을 재현한 바늘구멍 카메라 만들기도 흥미롭다. 바늘구멍 카메라는 옵스큐라의 원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앞부분에 휴대폰을 세워 촬영도 가능하다.
[왼쪽/오른쪽]조명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LED 사진 액자 /
쉽고 재미있는 나만의 LED 사진 액자 만들기
나만의 LED 사진 액자 만들기는 올해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LED 조명을 액자 안에 부착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재료가 간단하고 만들기 쉬운데다, 빛이 나오는 액자가 신기해 즐거운 체험으로 각광받는다.
소규모 단체라면 필름 카메라 체험을 추천한다. 최소 여덟 명 이상 예약 시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다소 생소한 필름 카메라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대여한 카메라를 가지고 두 시간 정도 전주한옥마을을 관광하고 돌아오면, 필름을 현상·인화해 앨범으로 만들어 가져가는 프로그램이다. 강진군 한국민화뮤지엄과 자매결연 해서 연필꽂이, 에코백, 파우치, 필통, 보석함 등 민화나 카메라가 새겨진 제품에 색을 입히는 색칠하기 프로그램도 있다.
에코백에 그려진 카메라 문양 색칠하기
자박자박 걸어 우리말 찾기, 한글미술관&게스트하우스
한옥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오목대 옆 육교를 건너면 자만벽화마을에 이른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골목을 채운 이곳에는 예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여럿이다. 곳곳에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볼거리를 제공하며 길 위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 길 끝에 한글을 주제로 한 미술관이 있다.
[왼쪽/오른쪽]자만벽화마을 골목길에서 벽화를 그리는 자원봉사자
/ 게스트하우스를 겸하는 한글미술관 전경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겸하는 한글미술관은 공간이 그대로 작품이다. 개조한 한옥이지만 서까래, 주춧돌, 기둥, 지붕까지 한옥의 멋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자필 사인과 낙서도 그대로 작품이 되었다. 여태명 관장은 우리나라 1세대 캘리그래퍼이자 서예가로, 벽과 기둥에 쓰인 사람들의 글씨에 디자인을 입혀 장식했다.
한글 문양으로 꾸민 창문에 볕이 내리쬐면 카페 내부에 그림자 글씨가 새겨져 분위기를 더한다. 카페 바닥 역시 관장이 새긴 캘리그래피로 문장과 단어마다 멋스럽다.
카페에서는 간단한 음료만 판매하는데, 공간에 스미듯 쓰인 한글 작품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카페 앞 테라스에 앉으면 자만벽화마을의 알록달록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미술관 지킴이가 자리를 비우는 때가 있으니, 방문 전 개방 여부를 전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왼쪽/오른쪽]한글미술관 창에 꾸며진 한글 문양 / 기둥 아래 주춧돌에도 한글이 새겨졌다.
여행정보
여명카메라박물관
-주소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한지길 92
-관람 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
-휴관 : 매주 월요일
-입장료 : 3000원(음료 포함), 체험료 별도
-문의 : 063-232-5250
한글미술관&게스트하우스
-주소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자만동1길 11
-문의 : 063-232-0550
주변 음식점
-에루화 : 돼지떡갈비 / 완산구 고사평5길 25 / 063-252-9946
-옛날팥죽집 : 새알팥죽 / 완산구 백제대로 276 / 063-226-2022
-노랑토랑 : 생선탕수육 / 완산구 강변로 62 / 063-229-7946
숙소
-좋은날 : 완산구 전동성당길 37-7 / 010-2607-3326(한옥스테이)
-교동제인당 : 완산구 향교길 56-9 / 010-9077-6683(한옥스테이)
-서로 : 완산구 한지길 100-12 / 010-7516-1316(한옥스테이)
-한국관광공사ㆍ글, 사진: 김애진(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