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인사하는 경기 한빛고 김성규 교장
“인성 교육은 삶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찾는 지도입니다”
2014년 개교와 함께 취임한 경기 한빛고 김성규 교장의 일과는 한결같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매일 아침이면 얼굴 가득한 미소와 하이파이브, ‘사랑합니다’란 인사로 학생들을 맞는다. 취임 뒤 하루도 거르지 않는 정성이다. 인성이 교육의 기초이며, 인성은 공부하는 목적과 실행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하는 김성규 교장을 만났다.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사진 전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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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열정 되찾아 준 ‘인성 교육’
김성규 교장을 알게 된 것은 독자가 보내온 한 통의 이메일 덕분이었다. “입결(대학 입시 결과)보다 인성을 강조하시는 선생님, 매일 아침 교문 앞에서 ‘사랑한다’며 아이들을 맞아주시는 시인 같은 선생님을 소개합니다”라는 내용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입시 결과로 학교의 질을 짐작하는 요즘, 입결보다 인성이라니 보기 드문 일이라 생각했다.
“인성 교육이라 하면 ‘착하고 정직하게’ 등의 가치를 먼저 떠올리지만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인성 교육은 ‘삶에 대한 가치관을 세우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학생 시절에 생기는 호기심과 열정을 어떻게 키워갈 수 있는지에 대한 비전을 열어주는 것이죠.”
한빛고가 있는 파주는 비평준화 지역. 2014년 개교한 한빛고는 지원 순위 마지막 학교였다. 그러니 입학한 학생들의 자존감은 낮았고 칭찬에 목말라 있더란다. 김 교장은 비교 프레임에 갇힌 아이들이 안쓰러웠다고 전한다. “아이들에게 ‘사랑’이라는 마음의 베이스캠프를 만들어줘야겠다 생각했죠. 사랑받는다 믿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감은 세상을 향한 마음을 열어주고, 그 마음은 변화를 추구하게 되거든요. 당장 몇 시간 더 공부를 시키는 것보다 아이들이 숨겨진 능력과 성품을 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한 거죠.”
한빛고는 1학년 때 교가 합창 대회를, 2학년 때는 일반 노래를 개사해서 만든 반가 합창 대회를 개최한다.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주기 위한 김 교장의 아이디어. 한빛고 학생들은 봉사 활동도 음성 꽃동네에서 함께 한다. 봉사 활동을 통해서 노동의 즐거움, 감사와 나눔의 마음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학부모가 인정한 칭찬 교육, 기피 학교에서 선호 학교로 탈바꿈
“올해 이화여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한 학생이 면접고사에서 “학교에서 받은 인성 교육과 봉사 활동을 통해 진로를 키웠다”고 했대요. 참 기뻤지요. 학생의 성취도 기쁨이지만 제 교육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구나 싶었으니까요.”
김 교장을 비롯한 한빛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대하며 ‘8따 2따 0따’의 규칙을 지키려 힘쓴다. 학생들에게 열 번을 얘기한다면 따듯한 말 8번 , 따끔한 말 2번, 따분한 말은 하지 말자는 의미다. “교육 이론에 따르면 아이들은 한 번 혼나면 네 번 이상의 칭찬을 받아야 마음이 회복된다고 해요. 그래서 선생님들과 함께 이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하하하.” ‘인성 교육’을 중심으로 한 학교의 노력은 학부모들에게도 인정받았다. 2016학년에는 입학 지원 2위 학교가 된 것. 특히 ‘수시로 대학 가려면 한빛고로’라는 말이 엄마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였다고. “그동안 정치 사회 경제 여러 면으로 참 많은 변화가 있었죠. 순위만으로 결정되는 사회가 만드는 문제점들을 어머니들도 깊이 깨달으신 것 같아요. 학교를 믿어주고, 응원도 많이 해주십니다.”
김 교장의 얼굴을 보면 ‘파안대소’란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웃음이 만든 동그란 주름이 웃음의 물결 같다. 헤어지는 길, 김 교장은 가장 좋아하는 시이고 전교생이 함께 외우며 삶의 의미를 되살린다는 시 한 편을 소개했다. 한빛고 건물에 크게 걸려 있는 바로 그 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