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열고 잔디가 깔려 있는 정원을 지나 현관 앞에 다다르면, ‘형민·은미·솔이네 집’이라는 간판이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다시 마당을 둘러보니 담벼락에 정성들여 붙여놓은 파벽돌이 눈에 띈다. 인천의 한적한 동네, 언뜻 보기에 고급스럽게 꾸며진 외관은 아니지만 집주인의 잔잔한 손길이 느껴지는 아담한 이층집. 입담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남자, 개그맨 배칠수의 첫 ‘내 집’이다.
라디오, 케이블 TV, 공중파 방송…. 다양한 매체에서 무려 6~7개의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즐거운 에너지를 나눠주는 배칠수. 방송 내내 쉴 틈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
“다른 개그맨들은 집에서 오히려 무게를 잡는다는데, 제 남편은 방송에서 보는 거랑 똑같아요. 저와 아이를 일부러 웃기려는 건 아닌데, 같이 있으면 저절로 웃게 돼요. 그날 있었던 일들을 전해줄 때는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와 말투가 그대로 생중계되지요.”
때론 최양락 형님(?)의 말투, 때론 옆집 카센터 아저씨의 말투, 그날 만난 사람들이 번갈아 등장한다. 아내 이은미씨 역시 배칠수의 말솜씨에 지지 않을 만큼 달변가인 까닭에 이들 부부가 주고받는 대화는 옆에서 지켜보면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것 같다. 결혼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행복한 수다는 여전히 ‘사랑싸움’하는 연애시절이다.
‘선배 소개로 만나 결혼하게 됐다’는 평범한 ‘첫 만남’ 이야기 뒤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숨겨져 있다. 이은미씨는 실업팀에서 잘나가는 수영선수였고, 두 사람이 대면하기 직전까지 배칠수는 이 팀의 전원과 소개팅을 하는 위대한 기록을 세웠다. 결국 배칠수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은 맨 마지막에 소개받은 이은미씨였던 것.
배칠수의 본명인 이형민, 그리고 이은미.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동성동본이었는데, 만난 지 딱 100일 되던 날 ‘동성동본 결혼 금지법’이 폐지된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갓 20살이던 이은미씨는 그때 이미 ‘이 사람과 결혼하라는 운명인가 보다’ 생각했단다.
배칠수는 술도 담배도 안 하고, 일이 끝나면 웬만한 모임 마다하고 솔이의 재롱을 보러 한걸음에 달려온다는 ‘모범 가장’이다. 일찍 부모님을 여읜 탓에 장인, 장모님에 대한 마음씀씀이도 지극정성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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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의 배칠수. 그는 패션 감각뿐 아니라 인테리어와 DIY에도 남다른 감각과 솜씨를 갖고 있다. 때문에 가구를 사거나 집을 고칠 때, 이은미씨는 남편의 의견을 적극 따르는 편이다.
2. 베란다 통창으로 눈부신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 심플한 소파와 가구를 놓아 모던하게 꾸몄다. 정면에 보이는 벽면의 파벽돌은 평소 욕심내던 것을, 작년 말 침실을 개조하면서 시공한 것. 아기자기한 소품을 올려놓은 선반장과 함께 실내에 운치를 더한다. 티 테이블로 사용하는 앤티크 궤는 반다지에서 구입했다.
▶ 아트월과 고가구를 센스 있게 믹스한 거실과 침실 배칠수와 그의 아내 이은미씨, 귀여운 딸 솔이가 이 집에 이사 온 것은 3년 전이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낡은 주택이지만, 알뜰살뜰 장만한 첫 집인 만큼 부부가 들인 애정은 각별했다. 여윳돈 없이 산 집이라 처음에는 손댈 엄두도 못 내고 그냥 살았다. 당시 마당은 오래된 나무들이 으스스할 만큼 무성했고, 안방 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구조 때문에 답답하고 불편하기까지 했다.
이사한 지 수개월 뒤, 드디어 인테리어 전문가인 후배의 도움을 받아 집을 개조할 기회가 생겼다. 워낙 낡은 집이기에 개조라기보다 거의 새로 짓다시피 했다. 생방송이 많아 늘 크고 작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배칠수는 가슴이 탁 트이는 환한 집으로 꾸미길 원했다. 가장 먼저, 조각조각 나뉜 공간들을 터서 널찍하게 만드는 구조 변경 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안방과 거실 사이의 벽을 허물어 거실을 확장하고, 다용도실을 부엌 안으로 끌어들였다. 베란다를 확장한 후 사계절 내내 탁 트인 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게 통창을 달자고 고집한 것도 그다. 거실은 전체적으로 화이트 컬러로 칠해서 화사하고 환한 느낌을 살렸다.
“칠한 바로 다음날에도 냄새 하나 나지 않는 천연 페인트랍니다.”
배칠수가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빠듯한 예산 속에서도 어린 솔이를 배려한 아낌없는 투자였다. 화이트 컬러를 고집한 것은 이은미씨, 아무래도 소품 매치가 쉬운 기본 컬러이기 때문이다. 대신 부실별로 개성 있는 포인트 벽을 과감하게 연출해서 지루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꾸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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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관 중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벽면. 귀여운 솔이의 어릴 적 모습을 담은 액자와 작은 액자를 여러 개 배치해서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심플한 디자인의 고가구는 모던한 분위기의 화이트 실내에서도 멋지게 어울린다는 것이 이은미씨의 귀띔. 액자 프레임은 홈에버에서, 콘솔 테이블은 반다지에서 구입했다.
2. 전체적으로 화이트 컬러로 칠했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컬러 포인트나 아트월을 시공해서 변화를 주었다. 창 옆에 레드 컬러 아크릴을 붙여 포인트를 준 선반은 예쁜 소품을 올려놓으면 구경하는 재미가 색다르다. 중국 옷 모양의 화병은 홈에버에서 구입.
3. 사계절 내내 넓은 앞마당을 내려다볼 수 있는 거실 통창. 화이트 컬러의 등가구로 꾸며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과 잘 어울린다. 잔디가 파랗게 돋아나는 봄이 되면, 전망이 한결 근사하다.
침실은 지난 겨울에 다시 손본 것이다. 침실에 세련된 디자인의 벽걸이형 TV를 걸어놓고 보니, 어쩐지 밋밋한 실내가 재미없어 보였다. 두 사람은 언젠가 인터넷에서 발견하고는 홀딱 반해버렸던 파벽돌을 드디어 시도해보기로 결정했다. TV를 놓을 벽면에 파벽돌을 시공하고 보니 이번에는 결혼 당시 구입했던 체리톤 가구들이 눈에 거슬렸다. 내친김에 ‘마음에 들 때까지 고쳐보자’는 생각으로 기존의 가구는 친척들에게 나눠주고, 세 번씩이나 일산 가구단지를 방문하면서 신중하게 찜해두었던 장롱과 모던한 TV 장식장, 벨벳 침대를 새로 구입했다.
그런데 로맨틱한 벨벳 침대를 들여놓고 보니 이번에는 벽면이 허전해 보이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시도하게 된 것이 포인트 벽지 시공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릴레이식으로 고치게 된 새 침실은 두 사람의 마음에도 쏙 들 뿐 아니라, 솔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방이 되어버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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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은미씨가 평소 탐내던 벨벳 침대와 포인트 벽지로 꾸민 로맨틱한 침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새벽부터 시간에 쫓기는 남편이지만, 저녁이면 아내, 솔이와 함께 셋이서 이곳에서 떠들고 뒹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2. 이들 부부는 틈틈이 인터넷을 통해 최신 인테리어 트렌드를 찾아볼 정도로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다. 침실 벽면에 파벽돌을 시공하기로 결정한 후, 손재주 좋은 배칠수는 집 외벽에 시험 삼아 파벽돌을 직접 붙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실내 시공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했지만, 자신이 붙인 파벽돌도 전문가들이 인정한 솜씨라며 은근히 자랑이다.
3. 독특한 무늬의 미닫이문 장롱은 이은미씨가 세 번씩이나 발품을 팔아가며 점찍어놓았던 것. 까다로운 안목을 지닌 배칠수도 두말없이 오케이 사인을 보낸 제품이다.
▶ 열성 팬의 도움을 받아 고친 모던 스타일 부엌 큰돈 들여 화려하게 고친 집들과 달리 천천히 고친 이 집에는 고마운 이들에 얽힌 이야깃거리와 추억이 많다. <배칠수의 음악 텐트>라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 DJ로 데뷔한 배칠수는 친밀한 관계로 맺어진 골수팬이 제법 많은 편. 그중 한 팬으로부터는 집을 고칠 때 도움을 받기도 했다. 총 개조비용의 ⅓을 투자할 만큼 부엌 개조는 특히 신경을 많이 썼는데, 마침 그 팬이 한샘인테리어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던 덕분에 저렴하게 싱크대를 구입할 수 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고마웠던 기억이다. 수다쟁이라는 둥, 시어머니보다 더한 잔소리쟁이라는 둥 남편 험담을 애교 있게 섞어 말하던 이은미씨가 인터뷰가 끝날 즈음 조심스레 한마디를 건넸다. “농담처럼 하는 말이라도 진담은 느껴지잖아요. 친구와 동료들에게서 아직까지 한 번도 남편 험담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배칠수에게 이 집은 어떤 의미인지 굳이 묻지 않았다. 현명한 아내의 존경과 솔이의 웃음, 7년이라는 세월의 이해와 신뢰가 녹아 있는 최고의 ‘쉼터’임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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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탁 위 천장을 장식한 모던한 분위기의 조명등. 집 안 전체가 화사하고 밝기를 바랐기 때문에 구석구석 조명을 많이 설치한 편인데, 그 모든 조명의 전구 교체는 부지런한 배칠수가 기꺼이 도맡고 있다.
2. 부엌에서 뒷마당으로 통하는 입구. 벽면은 잡지에서 보았던 디자인을 참고해서 수납장을 짜 넣었다. 수납장 문은 컬러 유리로 손잡이까지 일일이 맞춰서 제작한 것. 입맛을 당기게 한다는 주황과 노란색을 포인트로 사용했는데, 분위기도 화사하다.
3. 이은미씨가 개조 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엌 아트월. 타일은 화이트와 무난하게 어울리면서 세련돼 보이는 실버 컬러를 골랐는데 붉은 오리엔탈 콘솔과 실버 프레임 액자와 함께 매치하니 너무나 근사하다. 콘솔은 반다지에서, 화병과 액자는 홈에버에서 구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