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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그룹 가계/혼맥도① - 삼성그룹
담백하지만 화려한 혼맥
107조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대 기업 삼성. 국내의
모든 공기업과 사기업을 망라해보아도 삼성의 위상은 한참 높은 곳에 있다. 지난해 결산을 기준으로 했을 때, 135조 원의 매출과 13조 원의
순이익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월간CEO는 이러한 거대 공룡 그룹인 삼성의 창업주 일가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으며, 또 누구와 혼인관계를 맺고,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는지 알아보았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1910년 경상남도 의령군 정곡면에서 태어났다. 경주 이씨 문중의 부친 찬우씨와 안동 권씨 가문의 모친 재림씨 사이(2남
2녀 중 막내)에서 출생했다. 16살 되던 1926년에는 부친이 정해준 박두을 여사와 결혼을 했다.
청과물 판매상에서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으로 삼성그룹을 일궈낸 이병철 회장의 창업 과정과 숱한 일화들은 그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에 소개됐다. 다만 이병철 창업주가 다른
경영자들과 차이가 있다면 그는 천부적인 투시력과 재능을 갖춘 사업가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정보수집과 분석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으며,
용병술에 있어서도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부인 박두을 여사와의 사이에 3남4녀를 포함해 모두 4남6녀를 두었다.
창업주 장남, 이맹희와 CJ
장남으로 한때 삼성그룹의 대권을 물려받았으나 현재 야인생활을 하고 있는 이맹희씨는 1958년 손영기 농림부 양정국장의 딸 손복남
여사와 결혼했다. 손영기씨는 이후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다 1961년 당시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사장으로 영입됐으나 1976년 타계했다.
창업주의 맏며느리 손복남 여사는 한때 안국화재 최대주주로 상무이사 직함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CJ(주) 손경식 회장은
손복남 여사의 동생이며,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손복남 여사의 큰아들이다.
이맹희씨는 과거 안국화재 업무부장을 시작으로 삼성물산,
미풍산업, 중앙일보, 삼성전자 부사장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쌓았다. 이에 차기 대권은 당연히 장남인 이맹희씨에게 넘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1971년 이맹희씨를 그룹 경영에서 퇴출시키고 만다. 이맹희씨는 2남1녀의 자녀를 두었지만 평범한 집안에서 사위와
며느리를 맞았다.
이맹희씨의 못다 이룬 꿈은 지난 2002년 장남인 이재현 회장이 CJ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이뤄졌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이재현 회장은 삼성과 무관한 씨티은행에 공채를 통해 입사한 적이 있었지만, 이병철 회장이 제일제당 경리부로 자리를 옮기도록 지시했다.
외형만 보면 삼성과 CJ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삼성가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의 위상 역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97년 이병철 회장 장례식 때 영정을 들고 앞장선 사람도 이재현 회장이다. 이 회장의 부인인 김희재 여사와는 대학시절
지인의 소개로 만나 결혼을 했고, 슬하에 딸 경후와 아들 선호를 두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지난해 말
CJ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글로벌 부문을 맡아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동생 이재환 상무는 현재 경영기획실
중국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한때 제일제당 일본지사 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일본과 중국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기식 전
국회의원의 딸 민재원씨와 결혼하여 현재 딸 소혜와 아들 호준 1남1녀를 두고 있다.
창업주 2남, 이창희와 새한
창업주의 차남인 이창희씨는 일본 와세다대학 유학시절 만난 아이치현 출신인 일본인 여성 나카네 히로미씨와 결혼했다. 그녀는 결혼
23년만인 1986년 이영자라는 한국이름으로 개명했다. 이영자 여사의 부친은 일본 미츠이물산에서 중역으로 일했던 나카네 쇼지씨로 알려졌다.
이창희씨는 한비사건(사카린밀수사건)으로 삼성그룹을 떠나 1973년 설립한 마그네틱미디어코리아사와 1977년 인수한 특수세라믹사를 통합하여
새한미디어를 설립, 독자 운영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백혈병으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1991년 7월 미국에서 치료 중 별세했다.
이창희씨 사망 이후 부인 이영자 여사는 새한그룹 회장으로 취임, 장남 이재관씨와 경영에 참여했다. 그러나 부회장으로까지 승진하며
새한그룹을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재관씨가 분식회계를 통해 1천억 원대의 불법대출을 받아 구속돼 경영권을 상실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영자
여사도 경영에서 손을 뗐다.
새한은 삼성의 분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몰락하고 말았지만 혼사만큼은 화려했다. 장남 이재관씨는 동방그룹
김용대 회장의 딸인 김희정씨와 결혼했고, 차남 이재찬씨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딸인 최선희씨, 3남 이재원씨는 김일우 서영주정 사장의 딸과
결혼했다. 막내딸인 혜진씨도 조내벽 전 라이프그룹 회장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창업주 3남, 이건희와 삼성
이맹희, 이창희 두 형을 제치고 삼성그룹의 대권을 거머쥔 3남 이건희 회장은 법무장관·내무장관을 거쳐 중앙일보 회장을 지낸
홍진기씨의 장녀 홍라희 여사와 결혼했다. 두 사람의 결혼은 부친이 서로 의기투합, 사돈을 맺자는 합의 아래 추진됐다.
이병철, 홍진기 두
사람의 교분은 4·19 후 홍진기 회장이 3·15 부정선거와 관련돼 옥고를 치르고 있을 때 시작됐다. 자유당 시절 법무장관과 내무장관을 역임한
홍진기 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신현확 전 국무총리가 이병철 창업주에게 홍진기 회장을 천거하자 이병철 회장이 형무소로 면회가고, 또 집으로
찾아가 가족들을 위로한 게 인연이 됐다.
홍 회장은 출감 후 삼성에 몸담아 1965년 라디오서울(동양방송 전신)을 개국하면서 경영을
맡았다.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는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첫 대면한 뒤 7개월 후인 1967년 4월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결혼으로 삼성그룹의 혼맥도는 바야흐로 거미줄 망을 형성하게 된 계기를 맞는다. 이 회장의 처가인 홍진기 가문은 노신영 전 국무총리와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과 사돈을 맺고 있다. 또 노신영 전 총리는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사돈을 맺고 있어 이병철 가문은 현대 정주영 가문과도
혼맥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홍라희 여사와의 사이에서 재용, 부진, 서현, 윤형 1남 3녀를 낳았다. 이재용 상무는 경복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거쳐 일본 게이오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마쳤다. 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중장기 전략담당인 이재용 상무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아 혼자서도 사업장을 둘러보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등 열심히 배우고 있다는 평이다.
이재용 상무는 98년 대상그룹 임창욱 회장의 장녀인 임세령씨와 결혼해
1남 1녀(지호, 원주)를 두고 있다. 당시 ‘미원-미풍 전쟁’을 벌였던 삼성과 대상이 사돈을 맺었다는 점과 대학(연세대)에 재학 중이었던
세령씨의 빠른 결혼, 영호남 대표기업의 혼사 등이 화제를 모았었다.
임씨는 삼성가 며느리라는 지위 외에도 ㈜대상 주식 10.22%를
보유하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재력을 자랑한다. 한편 임씨의 어머니 박현주 여사는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의 여동생으로, 삼성과 금호가 연결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초 호텔신라 상무보로 승진한 부진씨는 연세대 아동학과 출신으로 99년 삼성 계열사의 평범한 회사원
임우재씨와 결혼했다. 임씨는 현재 삼성전자 소속으로 미국 유학 중이다.
미국 뉴욕의 패션전문학교 파슨스 출신인 둘째딸 이서현 씨는
2000년 동아일보 사주인 김병관 회장의 차남인 재열씨와 결혼했다. 김재열 상무는 지난해 제일모직 상무로 승진했다. 이 결혼으로 삼성은
중앙일보에 이어 동아일보와도 사돈을 맺게 되었다. 아직 미혼인 막내 이윤형씨는 이화여대 불문과 98학번이다.
창업주 1녀, 이인희와 한솔
이건희 창업주의 맏딸인 이인희 고문은 고려병원(현 삼성강북병원) 원장을 지낸 조운해씨와 결혼했다. 그는 경북지방의 대지주였던 조범석
가문의 자제로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일본에 유학한 의사 출신이다.
이인희 고문은 지난 91년 삼성에서 분리, 92년 한솔그룹으로 이름을
바꾸며 새롭게 출발했다. 한때 계열사가 16개에 이르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현재는 8개 계열사로 줄었다. 장남인 조동혁
회장에 이어 현재 그룹 경영은 3남인 조동길 회장이 맡고 있다. 차남인 조동만 전 한솔PCS 회장은 PCS 사업매각 관련 비리에 얽히기도 했다.
한솔그룹 2세(3남2녀)들의 결혼은 비교적 자유스러운 편이다. 당시 재벌과 재벌끼리의 결혼이 지배적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이다. 3남인 조동길 회장의 부인인 안영주 여사의 집안이 그나마 좀 알려진 편이다. 안영주 여사의 부친은 안영모 전 동화은행장이다.
장남인 조동혁 한솔 명예회장은 이정남 여사와 결혼했다. 조동혁 명예 회장의 장녀 조연주씨는 현재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고 있고, 차녀인
조희주씨와 아들 조현준씨는 학생이다.
차남인 조동만 한솔아이글로브 회장은 대학시절 친구 소개로 만난 이미성 여사와 결혼했다. 장녀
조은정, 차녀 조성진, 장남 조현승씨는 현재 모두 학생이다.
3남인 조동길 회장은 부인 안영주 여사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장녀인 조나영씨는 현재 삼성전자 사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장남 조성민군은 학생이다.
한솔가의 막내딸인 조자형씨는 타이완계 미국인 빈센트
추와 국제 결혼했다. 빈센트 추는 현재 중국에서 IT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장녀인 조옥형씨는 권대규 한솔창업투자 부사장과 결혼, 권애영과
권이주 두 딸을 두었다.
창업주 2녀, 이숙희와 LG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씨는 LG그룹 구인회 창업주의 3남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했다. 당시 이들의 결혼을 두고 ‘한국 재계의
쌍두마차인 삼성과 LG가 사돈을 맺는다’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편인 구자학 회장은 해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제일제당, 호텔신라 등
처가에서도 활발한 경영을 펼쳤다. 그는 삼성이 전자사업에 진출한 것을 계기로 본가로 돌아가 금성사 사장, LG반도체, LG건설 회장 등 굵직한
자리를 맡았다.
지난 2000년부터는 외식업체인 아워홈을 분리시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씨는 한때 삼성의 계열사에서 일한
적이 있고, 딸 구명진씨는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메리츠증권 회장과 결혼했다.
셋째딸 이순희씨는 대학교수인 김규씨와
결혼,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가 애틋하게 여겼다는 넷째딸 이덕희씨는 삼성가의 고향인 경남 의령의 대지주
이정재씨의 아들 이종기씨와 결혼했다.
이종기씨는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중앙일보 사장을 거쳐 제일제당 부회장과 삼성화재 회장을 역임했다.
창업주 5녀, 이명희와 신세계
다섯째딸 이명희 회장은 4·5대 국회의원과 삼호방직 및 삼호무역 회장을 지낸 정상희 의원의 차남 정재은 회장(조선호텔 회장)과
결혼했다. 정재은 회장은 삼성그룹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기도 했으며,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한 당시로서는
보기드문 엘리트였다. 이명희 회장의 장남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은 탤런트 고현정씨와 결혼해 한때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으나 최근 이혼했다.
이병철 창업주는 이들 자녀 외에 일본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4남 이태휘씨와 6녀 이혜자씨가 있지만 모두 일본인과 결혼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이다. 다만 이태휘씨는 일본 게이오 대학 출신으로 이 창업주 생존시 삼성그룹 비서실 이사와 제일제당 상무까지 지냈지만 부친
별세 후에는 일본으로 돌아가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만 알려지고 있다.
담백하지만 알고 보면 혼맥의 핵심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자녀(4남6녀) 혼사에서 손에 꼽을 만한 권세가는 생각보다 적다. 이는 이병철 회장의 평소 생활철학
혹은 처세학이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일제하에서 사업을 시작해 일제의 멸망까지 목격한 후 한국전쟁과 4·19, 자유당 몰락, 5·16
등 숱한 풍상을 겪는 과정에서 ‘특정 정치세력과는 지나치게 가깝지도, 지나치게 멀지도 않은 사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난세를 사는 지혜를 터득해
이를 실천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병철 회장 가문에서는 정계와 재계, 관계와 언론계 등 내로라하는 권세가가 모두 등장한다. 이 창업주
스스로 이를 만들려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권문세가와의 통혼이 이뤄졌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 창업주 가문의 혼맥도를 살펴보면 LG의
구인회 집안과 홍진기 가문을 거쳐 사돈의 사돈을 따지다보면 무려 50여 개의 권문세가들이 삼성의 혼맥도 하나에 집대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사돈의 사돈이 직접 이병철가와 사돈을 맺는 경우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병철 회장의 차녀 이숙희씨가 LG의 구인회
집안으로 출가한 이후의 혼맥도에서 구인회→허정구→김동조→정주영→노신영→홍진기→이병철가로 이어지는 순환형태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의 경우 권문세가와 억지로 사돈을 만들려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혼맥이 형성됐다”며 “한 다리만 건너면 연결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재계의 현실도 넓은 혼맥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임재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