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五峰山) 山行기(09-19)
-전북 완주군 구이면, 임실군 운암면, 신덕면 오봉산을 다녀와서-
오늘은 1년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인 망종(芒種)날로, 소만(小滿)과 하지(夏至)사이에 있으며,
양력으로 6월 6일 경부터이다.
곡식의 씨를 뿌리기 좋은 시기라는 뜻으로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이뤄지고.
각 지역별로 다양한 망종풍속을 갖고 있는데, 농사의 한해 운을 보거나 농사가 잘 되기를 빌었고.
농촌에서는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옛 중국에서는 풀숲에 사마귀가 생기고, 왜가리가 울기 시작하며, 개똥지빠귀가 울음을 멈춘다 하였으니,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은 이때 보리를 베어내야 논에 모도 심고 밭갈이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 시기가 지나면 무르익은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일이 많아 최소한 이 때까지는 보리 베기를 마쳐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역마다 망종풍속도 달라서 보리를 많이 심었던 남쪽지방에서는
“발등에 오줌 싼다”고 할 정도로 1년 중에 이 시기가 가장 바빴고,
전라도에서는 “보리 그슬림”이라 하여 이듬해 보리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풋보리를 베어다
그슬려먹는 풍습이 있었고, 이 날 벤 보리를 밤이슬에 적셨다가 다음날 먹으면 허리가 건강해지고,
한 해 동안 병치레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경기도를 제외한 中部이남에서는 망종 날 천둥 번개가 치면 그 해 농사를 망친다고 믿었고,
경상도 섬 지역에서는 망종이 빠르거나 늦게 들지 않고 중간에 들어야 길하다고 믿었으며.
보통은 “망종보기”라 하여 망종이 일찍 들거나 늦게 드는 것을 가지고 그해의 풍흉(豊凶)을 점칠 경우,
음력 4월에 망종이 들어야 보리농사가 잘 되고 동시에 빨리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밖에 망종 날 풋보리이삭을 뜯어 손으로 비벼 껍질을 벗긴 후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간 다음,
체로 쳐서 죽을 끓여 먹으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었는데,
모두가 지나간 시대의 망종풍속도이고, 지금은 그 명맥만 남아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농촌에서는 이 무렵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임은 부정할 수가 없다.
항상 산행人들로 붐비던 광주역광장이 최근 몇 주간 활력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사실은 南道의 꽃 시즌이 시작되면서부터였고, 지난주에는 노무현전대통령의 국민장이 있었고,
오늘은 또 무슨 사연 때문일까, 아마도 망종 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촌사정이랄까?
오늘은 총무도 일이 있다고 불참을 했고, 젊은 여성회원들은 파업을 하는지 얼굴을 볼 수가 없었으니.
망종 날이지만 우리는 완주군 오봉산을 산행하는 날이었고,
이 모든 사연일랑 산행버스에 함께 실고 담양, 순창, 임실을 거쳐 국도를 타고 완주 오봉산으로 향했다.
차 창밖으로 보이는 우리에 山野는 어떤가?
산에는 꽃의 계절을 마무리한다는 밤꽃이 무리지어 피어있었고, 그 진한향기는 생각만 해도 코끝을 자극하고 있으며,
들에는 모내기가 마무리되어가고,
밭에서는 늙은 농부내외가 밭 갈고 씨 뿌리는 모습이 전원적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우리에 농촌모습이었다.
(내적으로는 농촌의 고민이 심각하지만)
산행지가 가까운 곳이라 임실군 운암삼거리에서,
정자橋를지나 완주군 오봉산입구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미처 못되었다.
오늘산행코스는:-오봉산입구에서 출발 -소모마을 -合水골 갈림길 -오봉산 -절골재 -4봉 -3봉 -병풍岩
-마당재 -소모마을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오봉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山은 전국적으로 볼 때 20여 군데나 되는데,
강원도 회양君에있는山은 높이가 1,264m나 되고, 충남 연기군에 있는 山은 겨우262m의 낮은 山이기도하고,
북한 땅에도 있으며, 지난달에 다녀온 완도상황봉도 오봉산의 한 봉우리이다.
오늘 산행하는 오봉산은 전북 완주군 구이면과 임실군 운암면, 신덕면 경계에 있는 山으로, 높이는513m이고,
전주에서 구이면 운암대교 방면으로 20km 지점에 봉우리 다섯 개가 육산(肉山)과 골산(骨山)으로 어우러져
소모부락을 U자로 둘러싸고 있는 山이다.
우리는 오봉산장과 玉泉가든을 지나 우측 절골로 들어섰다.
길옆에는 질서정연하게 복분자가 재배되고 있는데, 아직 익지 않은 초록열매가 빼곡히 달려있고,
좀 더 먼 곳으로는 넓은 담배 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한적한 산골이었다.
산행路는 잘 정비되어있었고,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숲 터널을 만들어 햇살을 가려주고 있었으며,
햇볕의 열기가 땅으로 흡수되지 않는 시간대라 산행하기에 최적의 상태였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 해도 산을 오르는 일은 힘이 들기 마련이라,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기다려지기도 했고.
강수량이 적어 흐르는 물은 없어도 계곡과 아름 들이 소나무가 있고
바위와 나무뿌리가 서로 뒤엉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그런 山이었다.
그늘진 산행路는 거의 전 구간에 걸쳐 이어졌고, 나뭇잎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햇빛은 보석처럼 빛나고 아름다웠으며,
지난밤 하늘과 별이, 바람과 숲이, 서로 나누던 사랑의 밀어들을 하나, 둘씩 토해내는 상큼하고 정겨운 산행이었다.
제5봉인 오봉산에 올라서니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져있고, 오른쪽으로 국사峰이 보이고,
남쪽능선 아래로 옥정湖(운암 댐)가 보이는데, 물이 없어 바닥이 들어나 있었고, 노출면에는 풀이자라 초원처럼 보였으니.
지난주에 다녀온 충주호도 수위가 엄청 낮아있어서 비가 많이 와야 할 텐데 하고 모두들 걱정했었는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만 댐 하류에 쪽에 있는 다리 밑으로 흐르는 몇 가닥 물줄기가 가 날피 보일뿐이다.
활짝 핀 연꽃모양을 하고 있는 연꽃峰, 떡시루모양을 한 시루峰, 산수화가 그려진 병풍 모양을 한 병풍바위,
치마모양을 한 치마바위, 베틀바위가 각기 다른 모양으로 솟아있다.
모악산이 가깝게 보이고, 멀리 북쪽으로는 경각산, 고덕산, 운장산, 마이산이 보였다.
절골재를 지나 4봉, 3봉을 거쳐 병풍岩을지났고, 마당재에서 우리끼리 점심을 먹었는데.
여성회원 중에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있어서, 산행이사가 2진으로 처졌기 때문이었다.
원래 일정은 마당재에서 소모마을로 내려와야 하는데, 우리일행은 시간이 남기 때문에 산행이사에게 양해를구하고,
2봉, 1봉을 거쳐 소모마을로 내려왔다. (4시간 30분소요)
“오봉산의 불”이란 전북지방에서 채록된 교훈적 내용의 전래 민담. 설화가 있는데,
문둥병에 걸린 남편을 살리기 위해 100일 동안 오봉산을 찾아 헤매는 한 아내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주인공이 고난을 이겨내고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는 점,
그리고 이야기가 구체적 증거나 신빙성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 민담으로서의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옛날에 한 女人이 시집을 가서 남편과 행복하게 살았는데.
남편이 그만 문둥병에 걸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살아야했다.
여인은 남편을 위해 약이란 약은 다 써 봐도 효험이 없자, 남편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정성스레 빌었고,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이 찾아와서는 정성이 지극하니 남편을 살릴 방도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고는,
"오봉산에 불을 놓고 남편을 찾아가면 병이 나을 것이오.
그런데 반드시 100일 안에 그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여인은 밤낮으로 전국을 헤매 다니며 오봉산을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스님이 말한 100일이 다가오고 말았으니.
여인은 낙심하여 남편 곁으로 가서 죽으려고 남편을 찾아가다가 도중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 때 서산으로 막 넘어가는 해를 보고 “제발 남편에게 찾아갈 때까지만 넘어가지 말라”고 손을 휘젓던 여인은
문득 자기 손이 오봉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인은 황급히 다섯 손가락에 불을 붙이고 남편을 찾아갔고,
결국 남편은 병이 다 나아서 두 사람은 마을로 다시 내려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삶의 진실한 가치는 먼 데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으며,
특히 여인이 100일 동안 찾아다녔던 오봉산이 다름 아닌 자신의 손이었다는 사실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나 진리가 아주 가까운 곳, 또는 자기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거리도 가깝고, 山도 높지 않아 下山을하고보니 해가 머리조금 지나서 있는 것 같아,
이상섭회원의 제안으로 오봉휴게소 중국식당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했다.
넝쿨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詩人 반칠환의 웃음의 힘-
오늘은 山行중에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았다는 사람 좋은 상섭회원의 말을 듣고 모두들 웃었으며,
하산酒는 순창고추장단지 주차장에서 쇠고기찌게에다 소주 한잔씩을 했다.
해가 있을 때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왼 일이야고” 놀란다.
(2009년 6월 5일)
첫댓글 가고 픈 산이었는데 못가서 아쉬웠는데 팡팡님의 산행기가 아쉬움을 씻어 주셔서 감사합니다.항상 행복하시고 좋은글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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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모두가 아쉬운 것,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잘것 없는 내 글이 아쉬움을 덜어주었다니, 감사,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