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폭력을 저질렀다는 겁니까?”
“임모인 것 같아요.”
“확실해요?”
“성모인 것 같기도 하네요, 아닌가?”
“그게 뭡니까? 정말 폭력 행사가 있기는 했어요?
“그럼, 임모가 폭력을 휘둘렀고 성모가 그걸 본 것으로 할게요.”
“그게 말이 됩니까?”
“우린 아마추어라서 그 이상은 잘 몰라요.”
가상적 상황이지만 이 비슷한 일이 공수처가 청구한 손준성 검사의 구속영장 심사에서 버젓이 벌어졌다고 한다. 공수처는 자기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모양이다. 어쩌면 로봇 같기도 하고, 또 어쩌면 스스로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여당이 너무 나갔지. 공수처는 무슨 놈의 얼어 죽을 놈의 공수처야. 그냥 미운 털이 박힌 야권 인사 쳐내려면 검찰 한 구석에 특별 수사팀을 만들어 쑤시고 다니면 될 거 아냐. 왜 하필 우리에게 전국 공개 개망신을 주는지 모르겠어.” 혹시, 이건 아닌지.
공수처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거대 여당이 기를 쓰고 밀어붙인 끝에 생겨난 조직이다. 그 목적은 나무랄 데가 없다. ‘고위공직자의 범죄 및 비리행위를 감시’와 이를 척결을 통한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 제고가 목적이니 말이다.
그런데 국가의 투명성을 높이려면 수사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그 수사를 신뢰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수사를 보노라면 그걸 수사라 할 수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고위공직자 모두는 깨끗한데 유독 전직인 윤석열만 범죄 투성이고, 비리 투성이인 듯하다.
공수처에는 윤석열과 관련된 고발 건이 이미 여러 건이 있다. 이 모두가 특정 단체에서 제기한 것이라고 한다. ‘고발 사주 의혹’은 그 중의 하나다. 그러다보니 특정단체와 공수처가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을 벌인 느낌이 들 지경이고, 공수처는 윤석열 전담 조직으로 보일 지경이다.
기왕에 하려면 범죄의 혐의와 증거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당사자로 지목한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영장 청구 자료가 부실 탓인지 별게 아니라는 말이다. 공수처는 빈손(空手)으로 돌아갔다.
체면을 구긴 공수처는 어떻게든 죄를 만들 요량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기각되었다. 또 다시 빈손(空手)으로 돌아간 것이다. 온통 익명 투성이의 청구서는 마치 유령잡기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고 야당 원내대표가 질타한 바 있다.
그러고도 미련을 못 버린다. 질기기가 고래힘줄 같다. 오로지 한 놈만 팬다는 조폭 심보가 아니고서야 이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염치불구하고 재차 구속영장을 또 다시 청구했지만 이것마저 기각 당함으로써 또 다시 空手를 입증했다. 이게 코미디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법원의 기각 사유가 기가 막힌다. 긴말이 필요 없는 ‘과잉·부실 수사’라는 것이다. 과잉수사는 좋게 해석해서 의욕이 넘쳐나는 것으로 치자, 그러나 부실 수사는 수사가 엉망이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러니 세간에서는 수사의 기본도 모르는 모양이라고 비아냥댄다.
더욱 황당한 것은 공수처의 차장이라는 인물이 아주 대놓고 뭐 대단한 자랑이라고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다. 10년 이상 특별 수사를 한 손 검사와 변호인이 아마추어인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한다.
손 검사가 자기들보다 한 수 위라 가두어놓고 족치겠다는 말이다. 드라마에서 보는 조선시대 재판을 흉내라도 내려는 모양이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저 놈의 주리를 틀라.” 뭐 이렇게 하려나? 그런데 정작 손 검사는 한 수 위는 커녕 특수부 근무 경력도 별로 없다고 한다.
그래도 이건 약과다. 영장전담판사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그래서 누가 고발장 작성자라는 것이냐’라고 수차례 묻자 공수처 검사들은 “임모 검사인 것 같다” “수사정보정책관실 내 검사나 수사관” “특정이 어렵다”고 하는 등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솔직히 자기들도 모른다는 말이다.
결국 공수처 차장이 “저희는 임모 검사가 작성하고 성모 검사가 감수한 것으로 의견을 정리하겠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특정 개인의 인신을 구속하려는 데 증거가 될 내용을 ’그렇다‘가 아니라 ‘그렇게 정리하겠다’라니. 이런 기막힌 궤변이 있나.
공수처의 수사는 오로지 윤석열을 종착지로 하고 있음은 세상이 다 안다. 윤석열의 지지율 하락을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는 모양새다. 여당에서 이러려고 공수처 신설을 그렇게 집요하게 추진하고 관철시켰던 모양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제 스스로를 空手處로 전락시키고 말았으니 어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