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메모리즈 인 대창, 31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전학 간 친구들
1.김기봉(1학년 2반)
우리보다 한 살이 많았다. 한 해 전 입학했는데, 무슨 이유에선가 좀 다니다 말았다고 했다. 나잇값에 어울리게 덩치가 좋아 단번에 우리 반 쌈짱으로 군림했고, 입학 초기 다들 자기 이름도 제대로 못 쓸 때 국어책을 좔~좔 읽어댔다. 금봉 입구 과수원 안에 지어진 집에 살았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1학년 첫 소풍 점심시간, 각자 소풍 가방을 헤집을 때 기봉은 안고 있던 ‘보따리’를 풀고 김밥 도시락을 꺼냈다. 이름 만큼 촌스, 아니 순박했던 친구였다.
2.안홍은(3학년 4반)
집이 주호 교회(사택)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버지가 전도사였던 듯. 그래서 아버지의 다른 곳 부임에 따라 전학을 간 것으로 미루어 짐작. 이 친구는 그림을 잘 그렸다. 쉬는 시간 칠판에다 당시 우리의 우상이던 마징가Z와 쇠돌이를 슥슥 그렸는데, 모두들 침을 튀기며 감탄. 얼굴도 나름 곱상하게 생겼음.
3.민재식(1학년 2반, 2학년 3반)
주호에 살았고 공부도 꽤 잘했음. 1학년 어느 하굣길에 유지태의 부추김으로 나랑 한판 붙은 적 있어 기억 속에 남은 친구.
4.육영식(4학년 2반-5학년 3반-6학년 3반)
졸업은 우리랑 같이 하고 중학교 입학 직후 전학을 갔음. 집은 선달방구 근처 과수원 안에 위치했던 듯. 4학년 점심시간 때 선발방구 근처에 산불이 났었는데, 아주 근심어린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던 표정이 기억 남. 두세살 차이 나는 남동생이 있었는데, 이름은 육학보였음.
5.김기호(이름 정확하지 않음. 5학년 3반-6학년 3반?)
여래2구 정승훈네 동네에 살았던 친구. 착하고 공부도 잘했음. 6학년 1학기 전교회장 선거에 3반 대표로 정승훈과 같이 출마. 유세장 단상에 올랐다가 1분쯤 아무 말도 않다가 “뽑힌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밖에 없다”는 임팩트 있는 유세를 함. 1살 위 형이 있었는데, 이름은 김기백이었던 듯.
6. 김병구(3학년 4반, 5학년 3반, 6학년 3반?)
신체 특정부위가 워낙 커서 별명이 ‘대가리’였던 손민재와 쌍벽을 이룰 만큼 빅 대가리를 자랑했던 친구. 키가 작아서 대가리가 더 커 보였던 듯. 용량이 컸던 만큼 머리가 좋았고, 공부도 꽤 잘했던 친구. 무엇보다 바이올린을 켤 줄 알았고, 3학년 때 우리반에서 바이올린 시범 연주를 해서 친구들의 입을 헤벌쭉하게 만듦. 읍내에 살았고, 한 살 쯤 많은 누나가 있었음. 5학년 혹은 6학년 초에 전학을 간 것으로 추정.
7.양순경(반 모름)
진영 부농의 대명사인 양판복씨의 딸. 삼실고개에 살았음. 나랑은 같은 반을 한 적이 없어 특별한 기억은 없지만, 어느 하굣길에서 김영호가 순경이를 만나서 “순경아 도둑놈 잡으러 안가나” 라고 놀렸던 적 있음. 두 살 아래 여동생이 물건이었는데, 남자 동기들 다 휘어잡고 대창학교 쌈 1등으로 유명했음.
내 기억 속에 남은, 지금은 연락이 안 되는 전학 간 친구들. 얘들은 지금 어떻게 늙어가고 있을까. 이 외에도 몇 명 더 있는데, 이름이 생각 안 나네. 그리고 또 한 명. 전학 왔다 전학 가버린…최은희,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진은 이문열 원작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 장면. 한병태가 서울에서 시골로 전학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