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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한 뒤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힌 곽태휘의 의지는 특별하다.
사진 김수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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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1월 17일 26명의 국가대표팀 최종명단을 발표했을 때 곽태휘(27,전남 드래곤즈)는 1월 23일 터키 안탈리아로 떠나는 전지훈련을 앞두고 전남 광양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었다.
전남의 박항서(49) 신임 감독은 지난 시즌 K리그에서 뒤늦게 진가를 드러낸 수비수 곽태휘에게 주장을 맡겼다.
곽태휘에게 2008년은 그만큼 책임과 부담이 따르는 시즌이기도 하다. 곽태휘는 오후 훈련이 끝나고 나서야 휴대폰 문자를 살폈다.
2년 전 결혼한 2살 연상의 아내 강수연(29) 씨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내심 걱정했는데 될 줄 알았어. 이제 됐다. 진심으로 축하해."
피부관리사인 강씨와는 2002년 어머니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곽태휘의 어머니는 평소 자주 다니던 미용실의 피부관리사 강씨가 마음에 들어 아들에게 만나 볼 것을 권했다.
연애만 4년을 했고 2006년 결혼식을 올렸다. 곽태휘가 K리그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강씨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강씨는 대표팀 최종명단에 오른 곽태휘의 이름을 확인한 뒤 누구보다 빨리 축하 소식을 전했다.
인문계인 칠곡 순심고 1학년을 다니다 축구가 하고 싶어 무작정 대구공고 축구부를 찾아간 곽태휘는 11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곽태휘와 김진규지난해 8월 8일 FC 서울과 전남의 후기리그 첫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이 후반 3분 터진 두두(28)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겨 기분 좋게 후기리그 테이프를 끊었다.
경기가 끝난 뒤 위협적인 중거리슈팅을 여러 차례 터뜨린 김진규(23)에게 관심이 쏠렸다. 이날 활약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데다 대표팀의 붙박이 수비수가 전남에서 서울로 이적한 뒤 첫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다.
김진규에게 잇달아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뒤로 하고 키가 훤칠한 선수 한 명이 라커룸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곽태휘는 전남의 노란색 유니폼이 어색했다.
곽태휘는 서울이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직후인 7월 25일 김진규와 맞트레이드됐다. 이날 경기는 김진규의 서울 데뷔전이었지만 곽태휘의 전남 데뷔전이기도 했다. 둘의 명암이 묘하게 엇갈렸다.
곽태휘는 라커룸으로 들어가면서 "(전남은)좋은 팀이다.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은 없다"는 말을 툭 내뱉었다.
지난 1월 25일 전남 광양에서 곽태휘를 다시 만났다. 파주NFC(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 소집을 이틀 앞둔 곽태휘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서울 구단에 대한 섭섭한 마음이 컸다. 일본 전지훈련에서 거의 모든 경기를 뛰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는데 한마디 없이 전남행을 통보하니 배신감마저 느꼈다"며 김진규와 맞트레이드됐을 때 느낌을 털어놨다.
6개월이 지나 둘의 위상은 180도 바뀌었다. 전남으로 이적한 곽태휘는 허정무(53) 감독의 믿음을 얻어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서울로 옮긴 김진규는 1월 17일 발표된 최종명단에 들지 못했다. 김진규는 외국인감독이 대표팀을 이끌 때 예외없이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어린 나이에 벌써 A매치 39경기를 치렀다.
곽태휘는 A매치에 뛴 적이 없다. 그런데도 허감독이 김진규 대신 곽태휘를 대표팀에 부른 까닭은 전남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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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휘(왼쪽)의 제공권은 허정무호의 주요 공격 경로다.
사진 김수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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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감독은 지난 시즌 순발력이 떨어지는 김진규가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실수가 많고 올림픽대표팀 일정으로 자주 자리를 비우자 곽태휘를 대안으로 골랐다.
김진규를 내주고 곽태휘를 데려오면서 현금까지 챙겼으니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였다. 곽태휘는 수비수치고는 스피드가 빠른 편이다. 185cm, 80kg의 탄탄한 체격으로 웬만한 공격수와 1대1 대결을 펼쳐도 밀리지 않는다.
곽태휘는 지난 시즌 전기리그에서 서울 소속으로 5경기를 뛰었다. 선발로 나선 것은 3경기뿐이다. 전남으로 이적한 뒤에는 후기리그 13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했다.
2007년 시즌은 2005년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후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시즌이 됐다. 곽태휘는 전남에서 출전시간을 늘리면서 수비에 눈을 떴다.
"전남에서 수비 전체를 이끄는 능력이 늘었다. 수비수는 경기 속도를 조절하는 등 상황에 따른 판단을 잘해야 한다. 상대 공격수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전남에서 경기에 나설 기회를 많이 얻다보니 실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다."
곽태휘는 김진규에 대해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예전부터 알고 있는 후배다. (김)진규가 4살이 어리지만 내가 고등학교 때 1년을 쉬었기 때문에 고교 대회에서 몇 차례 맞붙은 적도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자주 비교가 되고 있는데 특별한 감정은 없다. A매치 경험이 많고 장점이 뚜렷한 선수다. 이번에는 대표팀에서 빠졌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좋은 경쟁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수 주전경쟁허정무호 1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수비수는 모두 11명이다. 다른 포지션에 견줘 숫자가 많다. 이 가운데 곽태휘, 황재원(27,포항), 곽희주(27,수원), 강민수(22,전북), 조성환(26,포항), 조용형(24,성남) 등 6명은 중앙 수비수다.
조용형은 소속 팀에서 포백의 오른쪽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대표팀에서는 여러 포지션에서 뛸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의 정해성(50) 코치가 이끌던 제주 시절 조용형은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등 여러 위치에서 주전자리를 꿰찼다.
대표팀 관계자는 "외국인감독이 있을 때와 비교해 가장 큰 변화가 있는 포지션이 수비다. 허감독은 스리백과 포백을 모두 쓸 생각이다. 선수들이 소속 팀에서 포백에 익숙해져 있었던 만큼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스리백이냐 포백이냐가 아니라 어떤 선수 조합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수비 훈련은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이 포백을 쓴다면 곽태휘와 황재원이 중앙 수비수의 한 자리를 놓고 다투고 조성환과 곽희주 등이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곽태휘와 황재원의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고 조성환과 곽희주의 플레이가 닮았다는 게 허감독의 생각이다. 곽태휘와 황재원은 제공력이 뛰어나고 수비진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빼어나다.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는 조성환과 곽희주는 대인방어에서 강점을 지닌다. 곽태휘와 조성환, 곽태휘와 곽희주 또는 황재원과 조성환, 황재원과 곽희주의 조합을 다양하게 시험해 본 뒤 가장 나은 선수 구성이 대표팀의 중앙 수비진이 된다.
스리백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곽태휘는 "허감독님이 전남에서도 스리백과 포백을 모두 썼다. 상대에 따라 전술을 다양하게 준비했고 경기 중에도 수시로 스리백과 포백으로 수비 시스템을 바꿨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포백보다는 스리백을 많이 썼고 이는 대표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이번 대표팀에는 다양한 특징의 수비수들이 뽑혔다. 선수들의 특징이 뚜렷한 만큼 어떤 조합을 짜 어떻게 힘을 발휘하느냐가 수비진의 성공을 기약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구를 한 뒤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곽태휘의 의지는 특별하다. "나는 지는 게 매우 싫다. 승부 근성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런 면에서 허감독님과 잘 맞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경기 도중 이런 일이 있었다. 상대 팀 선수가 내게 욕을 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때 감독님께서 '경기가 끝날 때 까지만 참으라'고 하셔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만 꾹 참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그 선수에게 달려가 한 대 쳤는데 결국 경기장이 난장판이 됐다. 욱하는 성격 때문에 피해를 본 경험이 꽤 있다. 대표팀에 처음 뽑혔고 A매치 데뷔전을 앞두고 있지만 성격이 그래서인지 크게 긴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만약 욱하는 내 성격 때문에 경기를 망친다면 그건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대표팀은 내게 그런 곳이다."
곽태휘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꼭 증명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허감독님 덕분에 대표팀에 뽑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 주고 싶다. 만약 내 실력이 대표선수로서 부족하다면 밀려나기 전에 내가 먼저 대표팀에서 뛰쳐 나올 것이라고. 실력으로 살아남겠다."
곽태휘
생년월일 | 1981년 7월 8일
신체조건 | 185cm/80kg
소속팀 | 전남 드래곤즈
포지션 | 중앙 수비수
K리그 성적 | 67경기 3골 2도움
약력 | 2005년 FC 서울 입단
2007년 전남 드래곤즈 이적SPORTS2.0 제 89, 90호(발행일 2월 1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