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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 Sebastian Bach: St. Matthew Passion, BWV 244
1 Opening Credits 0:39
Part One
2. No.1 Ch. I/II: Kommt, ihr Töchter, helft mir klagen 11:01
오라, 딸들아, 와서 나를 슬픔에서 구하라
3. No.2 Evangelist, Jesus: Da Jesus diese Rede vollendet hatte 1:02
예수께서 이 말씀을 모두 마치시고
4. No.3 Choral: Herzliebster Jesu, was hast du verbrochen 1:03
사랑의 예수시여, 당신이 무슨 죄를 지셨기에
5. No.4 Evangelist, Ch. I/II, Jesus: Da versammelten sich die Hohenpriester 그 때에 대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이 0:23
6. No.4b Ch. I/II: Ja nicht auf das Fest 0:15
제사 동안에는 안 된다
7. No.6 Evangelist: Da nun Jesus war zu Bethanien 0:32
예수께서 베다니 문둥이 시몬의 집에 계실 때에
8. No.7 Ch. I: Wozu dienet dieser Unrat 0:31
무슨 의사로 이것을 허비하느뇨?
9. No.8 Evangelist, Jesus: Da das Jesus merkete 2:14
예수께서 이를 보시고
10. No.9 Recitative (A): Du lieber Heiland du 1:02
사랑하는 구주여
11. No.10 Aria (A): Buss und Reu 참회와 회오 4:48
12. No.11 Evangelist, Judas: Da ging hin der Zwölfen einer 0:36
그때에 열둘 중에 하나인 가롯 유다라 하는 자가
13. No.12 Aria (S): Blute nur, du liebes Herz 5:37
피투성이가 되어라, 사랑하는 주의 마음이여
14. No.13 Evangelist: Aber am ersten Tage der süssen Brot 0:17
무교절의 첫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나와서
15. No.14 Ch. I: Wo willst du, dass wir dir bereiten 0:29
어디서 예비하길 원하시나이까?
16. No.15 Evangelist, Jesus: Er sprach: Gehet hin in die Stadt 2:20
가라사대: 제자들이 예수가 시킨대로 하여
17. No.16 Choral: Ich bin's, ich sollte büssen 0:59
그것은 나입니다
18. No.17 Evangelist, Jesus, Judas: Er antwortete und sprach 4:19
대답하여 가라사대: 나와 함께 그릇에 소을 넣는 그가
19. No.18 Recitative (S): Wiewohl mein Herz in Tränen schwimmt 1:24
예수께서 떠나심에 내 마음 눈물이 메어오나
20. No.19 Aria (S): Ich will dir mein Herz schenken 3:51
내 마음 당신께 드리옵니다
21. No.20 Evangelist, Jesus: Und da sie den Lobgesang gesprochen hatten 이에 저희가 찬미하고 감람산으로 나아가니라 1:32
22. No.21 Choral: Erkenne mich, mein Hüter 1:06
나를 지키소서
23. No.22 Evangelist, Jesus, Petrus: Petrus aber antwortete 1:16
베드로가 대답하여
24. No.23 Choral: Ich will hier bei dir stehen 1:07
나는 여기 당신 곁에 있습니다
25. No.24 Evangelist, Jesus: Da kam Jesus mit ihnen zu einem Hofe 2:31
이에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라 하는 곳에 이르러
26. No.25 Recitative (T, Ch. II): O Schmerz! hier zittert das gequälte Herz 오오 그 고통! 괴로움에 떨고 있는 당신의 마음 1:58
27. No.26 Aria (T): Ich will bei meinem Jesu wachen: So schlafen unsre Sünden ein 5:25
나 예수 곁에 깨어 있습니다 - 그리하여 우리 죄가 잠들어 버릴 것이네
28. No.27 Evangelist, Jesus: Und ging hin ein wenig 1:08
하시고 조금 나아가 얼굴을 땅에 대시고
29. No.28 Recitative (B): Der Heiland fällt vor seinem Vater nieder 1:14
우리의 구주께서 아버지 앞에 엎드리시고
30. No.29 Aria (B): Gerne will ich mich bequemen 4:38
나는 기쁘게 나아가서
31. No.30 Evangelist, Jesus: Und er kam zu seinen Jüngern 1:42
제자들에게 오사 그 자는 것을 보시고
32. No.31 Choral: Was mein Gott will, da g'scheh allzeit 1:14
하나님의 뜻이 언제나 이루어지리이다
33. No.32 Evangelist, Jesus, Judas: Und er kam und fand sie aber schlafend 그리고 제자들에게 다시 오사 보신즉 저희가 자니 2:52
34. No.33 Aria (S, A, Ch. II): So ist mein Jesus nun gefangen 5:19
오 나의 예수가 붙잡히셨네
35. No.34 Evangelist, Jesus: Und siehe, einer aus denen 3:41
보라, 예수와 함께 있던 자 중에 하나가
36. No.35 Choral: O Mensch, bewein dein Sünde groß 6:50
오 사람들이여 그대들의 죄가[1:26:57]
Part Two
1. No.36 Aria (A, Ch. II): Ach nun ist mein Jesu hin 4:44
아, 나의 예수는 끌려가셨네
2. No.37 Evangelist: Die aber Jesum gegriffen hatten 1:07
예수를 잡은 자들이 끌고 재제사장 가야바에게로 가니
3. No.38 Choral: Mir hat die Welt trüglich gericht 0:50
세상은 나를 속여 거짓과 간계로
4. No.39 Evangelist, Pontifex, Testis I/II: Und wiewohl viel falsche Zeugen herzutraten 거짓 증인이 많이 왔으나 믿지 못하더니 1:16
5. No.40 Recitative (T): Mein Jesus schweigt zu falschen Lügen stille 나의 예수는 터무니없는 허위에 대하여 침묵하고 계시지만 1:11
6. No.41 Aria (T): Geduld! Wenn mich falsche Zungen Stechen 3:22
참으리! 거짓의 혀가 나를 유혹한다 하더라도
7. No.42 Evangelist, Pontifex, Jesus, Ch. I/II: Und der Hohepriester antwortete 대제사장이 가로되 1:50
8. No.43 Evangelist/Ch. I/II: Da speieten sie aus in sein Angesicht 0:35
이에 예수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주먹으로 치고
9. No.44 Choral: Wer hat dich so geschlagen 1:03
당신을 그토록 매질한 이는 누구입니까?
10. No.45 Evangelist, Ancilla I + II, Petrus: Petrus aber sass draussen 베드로가 바깥 뜰에 앉았더니 1:00
11. No.46 Ch. II/Evangelist/Petrus: Wahrlich du bist auch einer von denen - Da hub er an 너도 진실로 그 당이라 - 저가 저주하며 맹세하여 가로되 1:42
12. No.47 Aria (A): Erbarme dich, mein Gott 불쌍히 여기소서, 오 주님 7:33
13. No.48 Choral: Bin ich gleich von dir gewichen 1:14
비록 나는 당신으로부터 떠났습니다만
14. No.49 Evangelist, Judas, Ch.: Des Morgens aber hielten alle Hohenpriester 새벽에 모든 대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이 1:05
15. No.50 Evangelist, Pontifex I/II: Und er warf die Silberlinge in den Tempel 유다가 은을 성소에 던져 넣고 물러가서 0:43
16. No.51 Aria (B): Gebt mir meinen Jesum wieder 3:16
나의 예수를 돌려다오!
17. No.52 Evangelist, Pilatus, Jesus: Sie hielten aber einen Rat 2:31
대제사장들이 다시 의논한 후
18. No.53 Choral: Befiel du deine Wege 당신께서 나아가는 길과 1:22
19. No.54 Evangelist, Pilatus, Uxor Pilati, Ch. I/II: Auf das Fest aber hatte der Landpfleger Gewohnheit 명절을 당하면 총독이 무리의 소원대로 2:35
20. No.55 Choral: Wie wunderbarlich ist doch diese Strafe 1:08
이처럼 기이한 벌이 어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21. No.56 Evangelist, Pilatus: Der Landpfleger sagte 0:21
빌라도가 가로되
22. No.57 Recitative (S): Er hat uns allen wohlgetan 1:21
저분은 우리 모두에게 선한 일을 하셨습니다
23. No.58 Aria (S): Aus Liebe will mein Heiland Sterben 5:36
나의 구주는 죄지은 일이 없는데
24. No.59 Evangelist, Ch. I/II, Pilatus: Sie schrieen aber noch mehr 1:51
저희들은 더욱 악을 쓰며 외쳐댔다
25. No.60 Recitative (A): Erbarm es Gott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1:02
26. No.61 Aria (A): Können Tränen meiner Wangen 7:52
내 뺨에 흐르는 눈물이
27. No.62 Evangelist, Chorus I/II: Da nahmen die Kriegsknechte 1:13
이에 총독의 군병들이 예수를 데리고 관정 안으로 들어가서
28. No.63 Choral: O Haupt voll Blut und Wunden 2:47
오, 피투성이 된 그의 머리
29. No.64 Evangelist: Und da sie ihn verspotten hatten 0:57
희롱을 다한 후 홍포를 벗기고 도로 그의 옷을 입혀
30. No.65 Recitative (B): Ja freilich will in uns das Fleisch und Blut 0:47
그렇다, 우리의 살과 죄는 정녕
31. No.66 Aria (B): Komm, süsses Kreuz 오라, 달콤한 십자가여! 6:57
32. No.67 Evangelist, Ch. I/II: Und da sie an die Stätte kamen 3:11
골고다, 즉 해골의 곳이라는 곳에 이르러
33. No.68 Evangelist: Desgleichen schmäheten ihn auch die Mörder 0:18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강도들도
34. No.69 Recitative (A): Ach Golgatha 아, 골고다 1:46
35. No.70 Aria (A, Ch): Sehet, Jesus hat die Hand with Chorus Wohin? 보라, 예수가 팔을 뻗으셨도다 3:52
36. No.71 Evangelist, Jesus, Ch. I/II: Und von der sechsten Stunde an - Der rufet dem Elias - Und bald lief - Halt! - Aber Jesus schriee abermal 2:55
제 육시(낮 12시)로부터 - 이 사람이 엘리야를 부른다 - 그 중에 한 사람이 - 가만 두어라 - 예수께거 다시 크게 소리 지르시고
37. No.72 Choral: Wenn ich einmal soll scheiden 2:09
나 언젠가 세상을 떠나야만 할 때
38. No.73a Evangelist, Ch.: Und siehe da - Wahrlich, dieser ist Gottes Sohn gewesen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 이는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2:15
39. No.73b Evangelist: Und es waren viel Weiber da 1:21
예수를 섬기며 갈릴리에서부터 좇아온 많은 여자가
40. No.74 Recitative (B): Am Abend, da es kühle war 2:31
날이 저물고 싸늘한 기운이 감돌자
41. No.75 Aria (B): Mache dich, mein Herze, rein 6:52
나의 마음을 깨끗이 하여
42. No.76 Evangelist, Ch. I/II, Pilatus: Und Joseph nahm den Leib - Herr, wir haben gedacht - Pilatus sprach zu ihnen 2:53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 주여, 저 유혹하던 자가 살았을 때에 말하되 - 빌라도가 가로되, 너희에게 파수꾼이 있으니
43. No.77 Recitative (S, A, T, B, Ch. II): Nun ist der Herr zur Ruh gebracht - Mein Jesu, gute Nacht 3:16
이제 주께서 안식에 드셨다 - 나의 예수여 안녕하소서
44. No.78 Ch. I/II: Wir setzen uns mit Tränen nieder 6:06
우리들은 눈물에 젖어 무릎 꿇고[1:50:16][3:17:13]
Peter Schreier, tenor (Evangelist)
Ernst Gerold Schramm, bass (Jesus)
Siegmund Nimsgern, bass (Judas, Peter, Caiaphas, Pilate)
Helen Donath, soprano
Julia Hamari, contralto
Horst R. Laubenthal, tenor
Walter Berry, bass
Karl Richter: Münchener Bach-Orchester, Münchener Bach-Chor,
Die Münchener Chorbuben
Recording: Munich, Bavaria Atelier, 15~23 May 1971
St. Matthew Passion, BWV 244
1829년 3월 11일 베를린. 20세의 청년 멘델스존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대작 <마태 수난곡>을 무대에 올렸다. 바흐의 서거 이후 단 한 번도 연주되지 않은 채 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던 해묵은 악보가 다시금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했던 거장의 음악이 장엄하게 울려 퍼지자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은 모두 뜨거운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셨다.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당대 최고의 철학자 헤겔은 이 음악회를 보고 나서 이렇게 기록했다. “바흐는 위대하고 진실한 신교도였으며, 강인하고 박식한 천재였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그의 음악을 완전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크 음악 모든 종류의 형식을 총망라한 대작
전곡 연주시간만도 3시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대작이니만큼 멘델스존은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거의 2년 동안 리허설에 매달려야 했다. 오늘날에도 이 작품은 결코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다. 이 하나의 작품 속에 르네상스 마드리갈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다성 합창이 있는가 하면 교회 예배 시간에 흔히 들을 수 있는 단순하고 화성적인 코랄이 있고, 화려한 오페라 아리아 못지않은 서정적인 아리아들이 있는가 하면 섬세한 레치타티보도 있다. 그래서 어떤 음악학자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가리켜 “바로크 종교 성악곡과 세속 성악곡을 통틀어 모든 종류의 음악 형식을 다룬 만화경”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만화경과 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음악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난곡’이라는 독특한 음악 장르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본래 수난곡(Passion)이란 교회의 수난 주간 동안 연주되는 음악인데, 한 마디로 그리스도의 수난 이야기를 묘사한 극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수난곡의 종류는 많지만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작곡되었던 18세기 전반에는 두 가지 종류의 수난곡이 있었다. 그것은 수난 오라토리오와 오라토리오 양식의 수난곡으로서, 어떤 텍스트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그 종류가 구별된다. 전자는 자유롭게 시적인 텍스트를 사용하지만, 후자는 네 개의 복음서 구절에 기초한 텍스트를 사용한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은 마태복음 26, 27장을 기초로 작곡된 수난곡이므로 후자에 속한다. 그러나 전곡이 완전히 복음서의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피칸더’라는 필명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는 크리스찬 프리드리히 헨리키의 시적인 텍스트도 사용되었다.
바흐는 이 방대한 <마태 수난곡>의 텍스트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제1부를 예수 수난의 예언으로부터 시작해 예수의 체포로 끝맺는다. 예수의 머리에 향유를 붓는 여인의 아름다운 이야기와 예수를 팔아넘기려는 배반자 유다의 이야기, 그리고 예수와 그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 장면,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고통스러운 기도는 모두 1부에 속한다. 서정적인 음악으로 표현된 제1부는 마치 제2부에서 펼쳐질 폭풍의 전야와도 같이 고요하고 엄숙하다.
반면에 제2부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2부가 시작되자마자 체포된 예수를 염려하며 찾아 헤매는 시온의 딸들의 슬픈 합창이 들려온다. 곧 재판이 시작되고 예수를 증오하는 유태인 군중 합창이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공포를 몰고 온다. 한편 새벽닭이 울기 전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의 슬픔은 가슴을 저미는 듯한 바이올린의 흐느낌이 되어 인간의 나약함을 일깨워준다. 배반자 유다의 비극적인 최후, 그리고 빌라도 앞에 선 예수의 평화로운 침묵과 빌라도의 우유부단함, 고통스러운 골고타 언덕과 십자가. 그 모든 것은 그대로 생생한 인간 드라마가 되어 우리에게 살아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복음사가의 풍부한 레치타티보, 웅장한 합창의 충격
바흐의 <마태 수난곡>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곡을 통해 가장 활약이 돋보이는 인물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는 바로 장엄한 합창과 아리아들 사이사이에 나타나 예수의 수난 이야기를 담담하게 노래하는 ‘복음사가’이다. 그는 말하듯 노래하는 레치타티보를 통해, 때로는 초연하게 때로는 극적으로 복음서 내용을 읊조린다. 레치타티보는 대부분 복음사가가 노래하지만 때때로 예수와 베드로, 유다 등의 인물들이 등장하여 각기 자신의 대사를 노래하는데, 바흐는 특히 예수가 등장하는 부분에 현악기의 반주를 곁들여 좀 더 풍부하고 장엄하게 처리했다.
실제 복음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레치타티보이지만, <마태 수난곡>의 백미는 역시 웅장한 합창이다. 제1부의 첫 도입 합창으로부터 제2부의 마지막 합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합창들이 계속되면서 예수 수난의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준다. 바흐는 각 장면에 따라 다양한 양식의 합창을 선보이는데 그 효과는 매우 놀랍다. 예를 들어 제54곡(신 전집에서는 제45곡)은 사형 판결을 받는 예수의 이야기가 레치타티보와 합창으로 묘사되는데, 여기서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 외치는 군중 합창은 매우 강력한 푸가로 제시되고, 제59곡(50a)에서 이 푸가는 다시 한 음 높아진 B음에서 시작되어 점점 거칠어지는 군중의 분노를 사실적으로 표현해준다.
또한 제33곡(27)에서는 이중창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합창이 짧게 응답하는 독특한 기법이 사용되었다. 이 곡에서 소프라노와 알토가 ‘마침내 나의 예수는 붙잡혔다’는 내용의 이중창을 부르는 동안 합창단이 ‘그를 풀어 주라! 그만 둬라! 묶지 마라!’는 내용의 짧은 악구들을 노래하며 긴박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후반부에서는 두 개의 합창단이 모방 악구가 포함된 대위법적인 다성 합창을 부르며 안타깝고 복잡한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두 개의 합창단을 배치하여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어내는 이중 합창 기법은 초기 바로크 시대에 주로 유행했던 것이었지만 바흐는 이를 <마태 수난곡>에서 적절하게 활용하여 큰 효과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깊은 감정을 전하는 코랄, 유려하게 흐르는 아리아
<마태 수난곡>에는 이러한 다성적인 양식의 합창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교회 성가와 같이 부드럽고 화성적인 코랄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복잡한 다성 합창과 단순한 레치타티보를 유연하게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코랄은 예수의 수난 사건을 지켜보는 신도들의 느낌을 전달해주기도 한다. 제21곡(15)의 경우 음악이 진행되는 동안 몇 차례 반복되어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숨을 거두시는 예수를 묘사한 부분에 이르러서 이 코랄의 화음은 반음계적으로 변형되어 깊은 슬픔 속에 빠진 신도들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듯하다.
바흐의 <마태 수난곡>이 주는 또 하나의 기쁨은 유려하고 표정이 풍부한 다양한 아리아들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수를 세 번씩이나 부인한 베드로의 슬픔이 가득 배어 나오는 제48곡(40) 알토를 위한 아리아는 인상적인 바이올린 독주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명곡이다. 또한 플루트의 활약이 돋보이는 제58곡(49)은 <마태 수난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프라노 아리아로 꼽힌다. 이러한 아리아들 역시 화성적인 코랄과 마찬가지로, 웅장한 합창과 조용한 레치타티보 사이에 끼어들어 달콤한 선율미를 통해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추천음반
<마태 수난곡>의 대표적인 명반으로는 칼 리히터가 지휘하는 뮌헨 바흐오케스트라의 고전적인 음반(Archiv)을 꼽을 수 있다. 에른스트 헤플리거를 비롯한 성악진이 대단히 뛰어난 연주다. 헬무트 릴링/ 바흐 콜레지움 슈투트가르트 (Hänssler) 또한 잘 다듬어진 연주로 호평을 받고 있다. 그밖에 가디너가 지휘하는 몬테베르디 콰이어의 음반(DG)은 선명한 사운드가 인상적이며 필립 헤레베헤가 지휘하는 콜레기움 보칼레 헨트(harmonia mundi)의 음반도 대단히 감동적이다. 이 밖에 오토 클렘페러, 아르농쿠르, 마사키 스즈키, 쿠이겐, 톤 쿠프만의 연주도 명연으로 손꼽히고 있다.
※ 마드리갈(madrigal): 14세기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세속음악의 장르로 본래는 2성부의 성악곡이었으나 나중에는 성부가 더 늘어났다. 16세기말부터 17세기 초에 유행한 마드리갈은 문학적 수준이 높은 가사와 음악이 밀접하게 연관된 작품들이 많다.
※ 코랄(choral): 본래 루터교의 찬송가를 가리키는 용어이나 찬송가 풍의 화성적인 음악양식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 레치타티보(recitativo): 오페라와 같은 극적인 음악작품에서 낭독하듯 노래하는 방식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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