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5일 대림 제2주일 "인권주일-사회교리 주간을 맞이하며"
오늘 대림 제2주일은 마흔 번째 맞는 ‘인권 주일’이며
이번 한 주간은 ‘사회 교리 주간’으로 보냅니다.
우선 기회가 될 때마다 실제 교우들에게 물어보면,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가운데
<계시헌장>과 <교회헌장> <사목헌장> <전례헌장> 등
4개의 헌장이 있다는 것을 아는 교우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것을 모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런 문헌을 읽어봤다는 교우들은 전무합니다.
이 중에서 특히
“사회 안에서 교회의 역할과 사명”을 밝히는 <사목헌장>은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데,
<사목헌장>의 정신은 한 마디로
“교회는 그동안의 고압적이고, 세상과 동떨어진 고도(孤島)처럼 행해왔던
자세를 포기하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로서
이를 ‘세상 속의 교회’를 천명했습니다.
그래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한국교회의 주교님들 중에는
공의회정신 실현을 위해 노력한 주교님들이 있습니다.
서울의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님, 안동교구의 드봉 주교님 등이
대표적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교회는 사회 속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70~90년대 현실참여에 앞장섰고
원주교구 지학순 주교님 역시 공의회 이후 공의회 사회회칙들을
전 교구민이 공부하도록 독려했습니다.
비단 이분들 뿐 아니라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1972년을 ‘정의평화의 해’로 선포하고
전국 각 교구와 본당에서 사회정의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모습을 보고 사제가 되겠다고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60년,
그리고 한국 주교단이 ‘정의평화의 해’를 선포한 지
5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사회생활,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를 겪을 때가 있습니다.
내 쪽에선 애써 참아가며 열심히 설득하고 설명을 하는데
상대방은 정말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못 알아듣는 척’ ‘무시’를 하고 ‘외면’을 하는 건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로, 우리 신자들에게 이 ‘사회교리’라는 말을 꺼내면
어떤 분들은 무조건 ‘사회’자만 들어가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면서
이 사회교리를 신앙 교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국민들이 지켜야 할 ‘헌법’이 있는 것처럼,
사회교리는 역대 교황의 문헌과 회칙, 교회의 가르침, 권고 등을 담은 것으로
세상 속에 살아가는 신자로서 ‘지킬 교리’가 바로 사회 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신자들이 ‘사회교리’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게 된 원인은
그동안 우리 한국교회가 일부러 ‘알리지 않았거나’
혹은 일부러 ‘외면’해온 결과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신자들 수준이 딱 거기까지인 것입니다.
공의회 정신과는 정반대로 우리는
①교회를 세상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종교조직’으로 이해하거나
②혹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그저 죽은 다음,
천상의 축복을 누리게 해주는 부적쯤으로 이해하거나
③아니면 심리적, 개인적 안정을 주는 안정제쯤으로 이해하기도 하고
④신앙을 단순히 여가생활 중 ‘유익한 취미’ 정도로 생각합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슬픔과 고뇌를 함께 짊어진다는 공의회 정신은
그 자체로도 어리석고 쓸데없는 짓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달력을 보면 12월10일은 UN이 제정한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입니다.
이때 즈음인 대림 2주일을 ‘인권 주일’로 정하고
인권운동을 교회적 차원에서 전개해 나가기로
전국 주교회의에서 결정한 것이 바로 40년 전 1982년의 일입니다.
그리고 그해 한국 주교단은 첫 번째 인권주일 담화문을 통해
전두환 정권의 ‘국가보안법’을 비판했습니다.
그 후 개신교까지도 총회를 통해 12월10일을 즈음한 주일을
인권주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2011년 당시 이명박 정권의 막가파식 4대강 공사를
교회 전체가 반대한다는 뜻을 모으면서 전국 주교회의에서는
<사회교리 주간>을 정하였는데,
역대 교황들이 지난 120년 동안 줄곧 발표해 왔지만
한국교회에서 그동안 외면했던 사회교리를 다시 읽어보고
사회정치적 판단과 실천의 지침으로 삼으라고
<사회교리 주간>을 정했던 것입니다.
오늘 결론은 제가 따로 내릴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사목헌장>의 내용처럼 교회의 역할과 사명...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가 발표한 「간추린 사회 교리」,
혹은 요즘 한창 이슈화되는 우리나라 ‘차별금지법’등 인권문제,
‘동물보호법’, ‘능력주의에 따른 차별과 혐오’...
깨어있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